AG 축구 와일드카드에 손흥민, 황의조, 조현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축구 국가대표팀의 김학범 감독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와일드카드(24세 이상)에 손흥민, 황의조, 조현우가 포함된 대표팀 소집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 AG 축구 와일드카드에 손흥민, 황의조, 조현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축구 국가대표팀의 김학범 감독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와일드카드(24세 이상)에 손흥민, 황의조, 조현우가 포함된 대표팀 소집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아시안게임 2연패에 도전하는 '김학범호'가 험난한 도전을 앞두고 있다. 선수선발부터 여러 가지 잡음이 끊이지 않더니 대회 일정과 준비 과정도 첩첩산중이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대표팀은 지난 25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조편성 재추첨 결과, 기존의 키르기스스탄, 말레이시아, 바레인에 이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새롭게 가세한 E조에 편성됐다. 조 편성 결과 4개 조가 4팀, 2개 조가 5팀으로 꾸려져 조별리그를 치르는데 하필 한국이 2개 조의 한 조가 됐다. 한국이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의 어설픈 '동네 수준의 행정'이 불러온 촌극의 최대 피해자 중 하나가 된 셈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여전히 한국의 조 1위 가능성이 유력하지만 김학범호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우승이다. 다른 조에 편성된 우승 경쟁자들에 비하여 일단 조별리그부터 한 경기를 더 치르게 되면서 선수들의 체력적 부담은 더 증가했다.

대표팀은 대회가 열리는 기간 내내 동남아 특유의 무덥고 습한 날씨와 열악한 환경 속에서 2~3일 간격으로 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을 펼쳐야 한다. 조별리그만 9일 동안에 4경기, 만일 목표대로 결승까지 오른다면 3주 사이에 최대 8경기를 소화해야 한다. 해외파 선수들은 손흥민이 다음달 13일, 황희찬이 10일 이승우는 8일에 합류하게 돼 대회 초반 완전체 전력을 꾸리지 못하는 핸디캡까지 감수해야 한다. 가뜩이나 아시안게임은 월드컵(23명)보다 더 적은 엔트리(20명)로 더 빡빡한 일정을 치러야 하기에 로테이션도 쉽지 않다.

김학범 감독은 조편성 재추첨으로 인하여 선수 소집에서부터 훈련일정까지 기존의 대회 준비 계획이 모두 백지화되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체력과 부상 관리'가 결국 이번 아시안게임의 최대 변수가 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만만치 않은 일정에 여론의 압박도 버텨야...

또한 김학범호를 괴롭히는 변수는 단순히 달라진 대회 일정이나 상대국들만이 아니다. 김학범호는 말 그대로 '금메달 아니면 무조건 실패'라는 부담감을 안고서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인하여 이번에는 정상을 수성해야 하는 디펜딩챔피언의 입장이 된 데다, 손흥민을 비롯한 유명 선수들의 병역혜택 문제, 와일드카드 발탁 논란 등이 이리저리 겹쳐 이미 김학범호를 바라보는 '여론의 압박'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역대 아시안게임마다 금메달에 대한 기대는 늘 존재했다. 한국은 아시안게임에서 총 4차례 우승하며 이란과 함께 최다 우승국의 영예를 안고 있다. 하지만 단독 우승은 1986 서울, 2014 인천 등 모두 홈에서 열린 대회였고, 1970-1978 방콕 대회는 지금과 대회 규정이 달라 공동 우승이었다. 사실상 아시안게임 축구가 지금의 제도로 바뀐 뒤 원정에서 단독으로 우승하거나, 대회 연속 제패에 성공한 경우는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매년 자국리그와 해외파까지 망라한 선수단을 구성하여 '역대 최고멤버'라는 수식어가 반복되곤 했지만 정작 결승문턱도 못 가보고 이변의 희생양이 된 경우도 부지기수다. 대회 수준과 별개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생각만큼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월드컵] 드리블하는 손흥민 (카잔=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 한국 손흥민이 독일 요나스 헥토어를 피해 드리블 하고 있다.

▲ 드리블하는 손흥민 지난 6월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 한국 손흥민이 독일 요나스 헥토어를 피해 드리블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손흥민이라는 슈퍼스타의 존재는 대표팀에 희망이자 부담이기도 하다. 손흥민은 현재 한국축구의 간판이자 A대표팀에서도 부동의 에이스로 평가받는 선수다. 이번 아시안게임 출전국의 축구선수를 통틀어서도 가장 이름값이 높은 선수이기도 하다.

그런데 손흥민에게 지나치게 스포트라이트가 쏠리다 보니 김학범호라는 팀 전체에 대한 관심보다 손흥민의 병역혜택 여부에만 더 초점이 맞춰지는 부작용이 나오고 있다. 마치 대표팀이나 아시안게임의 존재 의의가 '손흥민이라는 선수 개인의 병역혜택'을 위하여 존재하는 것처럼 본말이 전도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손흥민과 황희찬, 이승우 같은 유럽파들이 대거 가세하면서 선수단의 '이름값'은 높아졌지만 정작 영양가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해외무대에서 뛰는 선수들의 소속구단과 대표팀 합류 시기 조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손흥민만 해도 8월 11일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시즌 개막전을 뛰고 난 뒤 인도네시아로 날아와 뒤늦게 대표팀에 합류해야 하는데 선수들과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한 데다 컨디션 문제를 고려하면 조별리그 초반을 제대로 소화하기 어려울 수 있다.

황의조의 와일드카드 발탁 논란도 결국 유럽파들의 합류시기와 맞물린 문제였다. 김학범 감독은 유럽파 공격진들의 조기 합류가 어려울 것을 대비하여 공격자원인 황의조를 와일드카드로 발탁했고 이로 인하여 일부 극성팬들로부터 '포지션 중복'과 인맥축구'라는 비난을 듣기도 했다.

김학범 감독은 팬들의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하여 전력노출을 감수하면서 대표팀의 주전술과 내부 사정까지 일일이 공개적으로 해명해야 했다. 황의조 역시 본의 아니게 일부 팬들의 욕을 먹게 된 것은 마찬가지였다. 만일 아시안게임에서 황의조가 부진하거나 대표팀의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김 감독이 뒤집어쓰게 될 가능성이 높다.

'AG 와일드카드'에 황의조 선발... '컨디션 좋아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축구 국가대표팀의 김학범 감독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와일드카드(24세 이상)에 황의조가 포함된 대표팀 소집 명단을 발표했다.

김 감독은 "황의조는 현재 컨디션이 매우 좋다. 왜 석현준을 안 뽑고 황의조를 뽑느냐는 목소리도 있는데, 현재 컨디션을 가장 큰 기준으로 선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AG 와일드카드'에 황의조 선발... '컨디션 좋아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축구 국가대표팀의 김학범 감독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와일드카드(24세 이상)에 황의조가 포함된 대표팀 소집 명단을 발표했다. 김 감독은 "황의조는 현재 컨디션이 매우 좋다. 왜 석현준을 안 뽑고 황의조를 뽑느냐는 목소리도 있는데, 현재 컨디션을 가장 큰 기준으로 선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연합뉴스


이럴 때일수록 대표팀에 대한 응원이 더 필요하다

모든 면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던 2014년 인천 대회와는 상황이 비교도 안 될 만큼 달라졌다. 당시 이광종호도 내부적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은 있었지만 무엇보다 홈어드밴티지라는 확실한 장점이 있었고, 이광종 감독을 중심으로 청소년팀 시절부터 오랫동안 함께해온 선수단의 팀워크가 끈끈했다. 이름값 있는 스타선수 한두 명이 주목받기보다도 탄탄한 수비와 실리축구를 앞세운 '원 팀'을 내세워 정상까지 오를 수 있었다.

이에 비하면 김학범 감독은 지난 1월 아시아 U-23 챔피언십에서의 부진으로 경질된 김봉길 전 감독의 뒤를 이어 아시안게임을 불과 5개월 앞둔 시점에서 지휘봉을 물려받았다. 몇차례 소집훈련을 하기는 했지만 사실상 실전에서 호흡을 맞추는 대회는 이번 아시안게임이 처음이다. 그것도 유럽파와 와일드카드를 포함한 베스트 전력은 대회 중에 소집하여 처음부터 손발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휘봉을 잡은 김학범 감독은 어떻게든 팀을 잘 꾸리는 데만 집중해도 힘들 시점에 선수선발 기준이나 경기력 등 팬들의 눈높이도 일일이 충족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가장 큰 책임과 부담을 지고 있는 것은 성적을 내야 하는 감독 본인이다. 이럴 때일수록 대표팀에 대한 믿음과 응원이 더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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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아시안게임 손흥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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