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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중심은 어디일까? 힘을 가진 자는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한다. 힘을 가지면 세상의 중심이 될 수 있을까? 예술도 마찬가지일까? 그런 듯 보이는 세상에 "아니! 바로 내가, 그리고 네가 열정을 가지고 서있는 그곳이 중심이야"라고 대답하는 이들이 있다.

전북도립미술관(관장 김은영)에서 인도네시아의 현대 미술을 집중 조명하는 '변방의 파토스' 전을 개최하고 있다. 전북도립미술관은 '아시아현대미술전', 'PLUS, 合' 전 등을 통해 우리나라 뿐 아니라 아시아 현대 미술계의 관심을 받아 왔다.

'변방의 파토스' 전은 인도네시아 예술의 중심지인 족자카르타 현지 작가들의 작업실 탐방을 통해 직접 선정한 작가 8인의 대표적인 작품들과 함께 우리나라 작가들의 작품들을 함께 관람할 수 있는 기회다.

<좌> 전북도립미술관에서는 오는 9월 9일까지 인도네시아 현대미술을 중심으로 <변방의 파토스>전을 전시한다.  <우> 인도네시아 그림자극 "와얀"의 등장인물. 나시룬 作
 <좌> 전북도립미술관에서는 오는 9월 9일까지 인도네시아 현대미술을 중심으로 <변방의 파토스>전을 전시한다. <우> 인도네시아 그림자극 "와얀"의 등장인물. 나시룬 作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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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네시아 참여작가
아구스 바쿨 푸르노모 Agus 'baqul' Purnomo. 아가페투스 크리스티안다나 Agapetus A.Kristiandana. 안디 와호노 Andy Wahono. 다디 스티야디 Dadi Setiyadi. 부디 우브룩스 Budi Ubrux. 나시룬 Nasirun. 헤리 도노 Heri Dono. 은탕 위하르소 Entang Wiharso.

■ 우리나라 참여작가
이중희. 홍선기. 김병철. 김성수. 이승희.


족자카르타는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의 남동쪽에 위치한 곳으로 다양한 인종, 종교,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다.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와 권위를 자랑하는 '족자비엔날레'가 열리는 예술의 도시이다. 특히 인도네시아 현대미술은 족자카르타를 중심으로 큰 흐름을 형성하고 있어 동남아시아 현대미술의 흐름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인도네시아는 2014년 조코 위도도가 대통령으로 선출되어 처음으로 문민정부의 출범을 맞이했다. 인도네시아 역시 1998년까지 군부독재정권이 지배하던 나라로 아직까지 부패한 정치 권력의 청산과 개혁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함께 경제적으로도 불균등 분배가 지속되어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런 현실에 대해 부디 우브룩스는 '기도하는 사람들'을 통해 풍자하고, 다디 스티야디는 '스파이더소년을 둘러 싸고 있는 천사'를 통해 해학을 선보였다. 또 은탕 위하르소는 '만성적 악마적 사생활'을 통해 인간성을 잃고 욕망만 남은 인간의 상태는 얼마나 악마적인지 다룬다. 작가들의 이러한 사회적 냉소는 우리 사회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 공감하기에 충분했다.

<좌> 다디 스티야디. 스파이더소년을 둘러싸고 있는 천사들. 캔버스에 아크릴. 2018.  <우>부디 우브룩스. 기도하는 사람들. 캔버스에 유채. 2018. 
우리가 사는 세상을 구원할 자는 과연 누구일까?
 <좌> 다디 스티야디. 스파이더소년을 둘러싸고 있는 천사들. 캔버스에 아크릴. 2018. <우>부디 우브룩스. 기도하는 사람들. 캔버스에 유채. 2018. 우리가 사는 세상을 구원할 자는 과연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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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운하 학예연구사와 함께 전시장 이곳 저곳을 둘러보며 설명을 듣게 되었다. 작가와 작품에 대해 너무나도 세세하게 잘 알고 있어 어떻게 그리 잘 아시냐 했더니 이번 전시를 위해 인도네시아를 발로 뛰었다고 한다. 옳구나 싶어 얼른 궁금한 몇 가지 질문을 해보았다.

- 황운하 학예사님, 족자카르타에는 수많은 미술가들이 거주하면서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작가와 작품은 어떻게 선택하셨어요?
"인도네시아를 몇 번이나 갔었어요. 일차적으로는 메일을 통해서 보내 온 작품들을 보고 거르고 난 후 족자카르타에서 활동하시는 미술가들의 작업실을 직접 방문해 인터뷰를 하면서 작품을 보고, 다시 저희 학예팀에서 기획하는 의도와 맞는지 검토한 후 최종 선택을 했어요."

- 여러 곳을 다녀야 했을텐데 일일이 다니기에 힘들지 않으셨어요?
"힘들었죠. 기후도 우리나라와 다르고, 언어가 잘 통하는 것도 아니고, 길도 낯설구요. 좋은 작가와 좋은 작품을 선정하기 위해서는 메일로 받은 자료만으로는 부족했어요. 작가를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하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어떤 고민들을 하는지, 또 어떤 작품들을 하는지 직접 확인해야 좋은 전시회를 만들 수 있잖아요. 작품을 실제로 보면 사진과 또 다르거든요."
<좌> 은탕 위하르소. 네가 생각한 것보다 넓은 나의 마음. 알루미늄, 레진, 실, 자동차페인트, 색소. 2013.  <우> 은탕 위하르소. 만성된 악마적 사생활. 쇠창살, 나무, 레진, 자동차페인트, 전선, 전구. 2010.
 <좌> 은탕 위하르소. 네가 생각한 것보다 넓은 나의 마음. 알루미늄, 레진, 실, 자동차페인트, 색소. 2013. <우> 은탕 위하르소. 만성된 악마적 사생활. 쇠창살, 나무, 레진, 자동차페인트, 전선, 전구.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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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도립미술관에서 꾸준히 기획전시 등을 통해 국제교류전을 개최하는데 <변방의 파토스> 전은 어떤 특징이 두드러진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저희 고민의 중심은 서구적인 시각을 탈피하고 주체적인 시각으로 아시아의 현대미술을 조명해보자는 데 있어요. 전북도립미술관에서 하고 있는 '아시아 지도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겠죠. 이번 인도네시아의 현대미술은 그냥 자신들의 이야기, 인도네시아의 이야기예요."

-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을 들을 수 있을까요?
"이번에 전시된 작가들의 작품은 이야기가 다양해요. 억압하는 힘에 대한 비판과 풍자하는 그림, 인간의 끝없는 욕망에 대해, 판타지를 통해 이야기하는 전쟁의 비극성 등을 회화 뿐 아니라 조형을 통해서도 보여주죠. 인도네시아는 네덜란드의 식민지였기도 하구요. 동서양을 오가는 교통의 요지여서 그런지 다양한 민족과 문화와 종교가 어우러져 있어요. 그것들을 자신의 전통을 통해 새로이 현대미술로 재해석을 시도하고 있구요. 무엇보다 자신들만의 시각으로 자신들이 중심이 되는 작업들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번 전시회 제목을 '변방의 파토스' 전이라고 정했어요."
김병철. 흐리고 맑음. 풀, 나무, 천. 2018. 
전북도립미술관 이문수 학예실장이 앉아 있는 평상은 1위, 2위, 3위가 수상을 하기 위해 올라 서는 단상을 뒤집어 엎어 놓은 것이다. 김병철 작가는 수상을 위한 단상을 엎어 평등한 세상에서 끊임없이 등수를 추구하는 세상을 바라보게끔 설치해 놓았다. 사진속 테두리안의 모습이 단상을 뒤집어 엎고 앉은 자리에서 보는 세상이다.
 김병철. 흐리고 맑음. 풀, 나무, 천. 2018. 전북도립미술관 이문수 학예실장이 앉아 있는 평상은 1위, 2위, 3위가 수상을 하기 위해 올라 서는 단상을 뒤집어 엎어 놓은 것이다. 김병철 작가는 수상을 위한 단상을 엎어 평등한 세상에서 끊임없이 등수를 추구하는 세상을 바라보게끔 설치해 놓았다. 사진속 테두리안의 모습이 단상을 뒤집어 엎고 앉은 자리에서 보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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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우브룩스. 인도네시아 축구. 캔바스에 유채. 2018. 
온 몸이 매스 미디어로 대표되는 신문에 감싸여 진 채 모든 사람들이 공 하나에 매달려 달리고 있다.
 부디 우브룩스. 인도네시아 축구. 캔바스에 유채. 2018. 온 몸이 매스 미디어로 대표되는 신문에 감싸여 진 채 모든 사람들이 공 하나에 매달려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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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심이라고 하면서 변방이라고 하니 이해가 잘 안되는데 반어적인 의미로도 볼 수 있을까요?
"그렇게도 볼 수 있구요. 저희는 창조성과 생명력의 원천으로서의 변방, 굳어있는 중심과 충분히 힘의 균형을 이루어 낼 수 있는 열정, 즉 파토스가 생성 될 수 있는 곳을 변방이라고 하자고 했어요. 대답이 충분한지 모르겠네요."

마지막 전시실에 들어서니 원색으로 가득찬 그림들이 나풀거린다. 인도네시아 전통 문화인 그림자극 '와얀'의 등장 인물들을 재현한 작품들이다. 또 그것을 현대미술로도 재해석한 나시룬의 '그림자 인형 – 이 시대의 악마에 관한 상상'이라는 작품도 보인다. 전통을 수구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다시 재창조해낸 고민이 돋보인다.

9월 9일까지 전시를 한다고 하니 여름방학을 맞이 한 아이들과 함께 관람을 온다면 배에 그려진 인어와 물고기, 그리고 원색의 배열을 통해 이루어낸 조화만으로도 눈이 휘둥그레질 듯하다. 전시가 끝난 다음 와얀을 색칠하고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학습도 가능하다.
<위> 나시룬. 배의 일부분을 찍은 모습.  용머리의 모습이나 배 하단 부분의 인어가 낯설지 않다.  <아래> 나시룬.  배. 나무에 혼합재료. 450x70cm.
 <위> 나시룬. 배의 일부분을 찍은 모습. 용머리의 모습이나 배 하단 부분의 인어가 낯설지 않다. <아래> 나시룬. 배. 나무에 혼합재료. 450x7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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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시룬. 인도네시아 그림자극 "와얀"의 등장인물들을 초대형 크기로 재현해 놓았다.  원색의 배열임에도 불구하고 환상적인 색의 조화도 아름답지만 친숙한 듯 친숙하지 않은 듯한 용의 모습도 재미있다.
 나시룬. 인도네시아 그림자극 "와얀"의 등장인물들을 초대형 크기로 재현해 놓았다. 원색의 배열임에도 불구하고 환상적인 색의 조화도 아름답지만 친숙한 듯 친숙하지 않은 듯한 용의 모습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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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전북도립미술관, #변방의 파토스, #현대미술, #아시아 지도리 프로젝트, #아시아현대미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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