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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보 상류에 창궐한 녹조를 손을 떠보았다.
 백제보 상류에 창궐한 녹조를 손을 떠보았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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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가 27일 오전 6시부터 금강 백제보의 수문개방을 지시했다가 다시 되돌리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그동안 5~6차례 수문개방을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인근 시설재배 농가들의 반대에 부딪혀 쓴잔을 마셨다. 농민들과 갈등을 겪으면서 개방한다, 못 한다를 반복하고 있는 것, 그런 이유로 환경단체는 환경부를 '양치기 소년'이라고 부른다.

금강은 4대강 사업으로 3개의 보가 만들어졌다. 상류 세종보와 공주보는 전면 개방 중이다. 반면 하류 백제보는 인근 비닐하우스 시설재배 농가들이 수문개방 시 지하수 고갈을 우려하며 개방에 반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수문이 열린 곳과 닫힌 곳의 차이는 극과 극이다(관련 기사: 열린 곳과 닫힌 곳, '극과 극' 금강).

지난 1월 25일 전면개방에 들어간 세종보는 강물이 세차게 흐르면서 곳곳에 모래톱이 생겨나고 있다. 4대강 사업 이후 보이지 않던 여울성 물고기들과 치어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공주보는 하류 백제보의 영향을 받아 물의 움직임이 적다. 강바닥에는 상당량의 펄층이 쌓이고 시궁창에서나 살아가는 실지렁이와 붉은 깔따구 유충들만 득시글하다.

백제보 상류는 최악이다. 강바닥 깊숙이 펄층이 쌓이고 강물은 온통 녹색으로 물들었다. 깊은 물 속 산소가 부족해진 곳에서는 환경부 4급수 오염지표종만 살아간다. 물고기들은 머리를 내밀고 천적에 노출되어 살아가고 있다.

수문개방 발목 잡은 수막재배
백제보 좌안 제방과 맞닿은 곳에서는 농민들이 비닐하우스를 이용하여 농사를 짓고 있다.
 백제보 좌안 제방과 맞닿은 곳에서는 농민들이 비닐하우스를 이용하여 농사를 짓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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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 이후 백제보 상류는 초여름부터 늦가을까지 녹조가 창궐하고 있다.
 4대강 사업 이후 백제보 상류는 초여름부터 늦가을까지 녹조가 창궐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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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해 11월 13일 4대강 수문 개방 보를 6개에서 14개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금강에서는 백제보 1.5m, 공주보 20cm, 세종보 1.85m 정도 수위를 낮췄다. 이후 공주보와 세종보는 전면 개방에 들어갔다. 하지만 백제보 우안 부여군 비닐하우스 수막 재배지에서 지하수가 고갈되고 있다는 민원이 접수되자, 두 달 만에 백제보의 수문을 원래대로 되돌렸다.

당시 민원이 발생한 곳은 부여군 자왕리, 저석리, 신정리, 송간리, 정동리 등 5개 마을이다. 4대강 사업으로 강변 농지가 사라지면서 비닐하우스 시설재배 농가들이 증가한 곳이다. 농가에서는 4대강 사업으로 보가 생기면서 상대적으로 높아진 지하수를 이용하여 수박, 멜론, 딸기, 호박, 오이 등의 작물을 수막 농법 방식으로 재배하고 있다.

수막 재배란 비닐하우스 안에 또 다른 비닐하우스를 만들고 그 위에 지하수를 끌어올려 수온 12~15℃의 물을 뿌리는 농법이다. 겨울에 바깥의 차가운 공기를 차단하고 실내온도를 유지해 보온한다.

농민들은 지난해 11월 수문개방으로 강 수위를 낮추면서 지하수위가 낮아져 물이 나오지 않아 피해가 발생했다고 한다. 1월 하순까지 생산하는 농작물을 서둘러 철거하면서 발생한 피해보상을 요구했다. 그런 이유로 정부의 수문개방을 막아선 것이다.

수차례 미루어진 수문개방
백제보 상류 한국수자원공사 바지선 주변도 녹조가 발생하여 뭉치고 있다.
 백제보 상류 한국수자원공사 바지선 주변도 녹조가 발생하여 뭉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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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줄다리기가 계속됐다. 환경부는 추가개방을 요구하면서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추가 사고에 대비한 대안 없이는 개방할 수 없다는 농민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5~6번이나 개방이 미뤄졌다.
녹조로 물든 강물에 물고기들이 물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살아가고 있다.
 녹조로 물든 강물에 물고기들이 물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살아가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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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문개방이 늦어지면서 하류에서 강물을 이용하여 농사를 짓는 농가들은 녹조가 가득한 강물로 농사를 짓고 있다. 20일 서천군 화양면에서 벼농사를 짓는 농민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하굿둑이 막히고 옛날에도 녹조는 있었다. 그러나 지금처럼 심하지는 않았다. 4대강으로 보를 막으면서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상류에서 맑은 강물이 흘러내려야 하는데 녹조만 내려보내고 있다. 다 같은 대한민국 국민인데 우리는 하류에 산다고 똥물로 농사짓는다. 자식들에게 보내기도 꺼려진다. 이러다가 혹시나 문제라도 생길까 걱정이다"
백제보 상류 강바닥을 손으로 파헤치자 시커먼 펄층이 올라왔다.
 백제보 상류 강바닥을 손으로 파헤치자 시커먼 펄층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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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문개방을 주도 하고 있는 환경부에 수문개방을 확인하기 위해 오후 1시부터 5차례 연락을 했지만, 담당부서 모든 직원이 회의를 하고 있다는 말만 들어야 했다. 회의가 끝나고 담당자가 연락을 주기로 했으나 오후 4시 30분 현재까지 답은 없었다.

오후 3시 백제보 관계자는 "내일부터 개방하라고 했는데, 잘 모르겠다. 전에도 몇 번이나 개방한다고 했다가 농민들이 반대해서 개방하지 못하고 늦어진 것을 생각하면 내일 가봐야 알 것 같다. 개방한다면 시간당 2cm 정도로 점차적으로 낮출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오후 4시 45분 연락을 해온 담당자는 "내일 여는 것으로 농민들과 협의를 해오고 있었다. 매일같이 지하수위를 모니터링 하는 부분도 농민들과 같이 공유를 하고 있는데, 최근에 비도 안 오고 폭염이 이어지면서 지하수위가 떨어지고 일부 피해가 생겼다. 그래서 수문개방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담당자의 말은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담당자의 말처럼 폭염으로 지하수위가 떨어지고 일부 피해가 발생하는 상태에서 수문개방을 했다는 것은 믿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한, 백제보 인근 한 농민은 "지난해 수문개방으로 발생한 피해에 대한 보상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환경부가 일방적으로 수문개방을 밀어붙인 것이다"고 주장했다.

또 환경부 산하 금강유역환경청은 현장에 상주하는 지킴이들에게 오전 업무지시를 통해 내일 오전 수문개방으로 수위가 줄어들어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니 백제보로 집결하라는 지시를 내려진 상태였다. 그러다가 오후 3시가 넘어서 결국 취소됐다.

환경단체 활동가는 "환경부가 수문개방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농민들과 협의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차례 수문개방을 하겠다고 밀어붙였다가 되돌리면서 농민들과 국민들에게 불신만 주고 있다. 그러니 사람들이 환경부를 '양치기 소년'이라고 부르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지난해 수문개방으로 인한 농민피해는 적었다. 그러나 농민들과 협의가 늦어지고 금전적인 보상금 이야기가 나오면서부터 개방에 반대하는 농가들이 늘어났다. 이 때문에 환경부가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백제보 상류 강바닥을 파헤치자 머리카락 굵기의 실지렁이만 보였다. 저서생물인 실지렁이는 환경부 수 생태 4급수 오염지표종이다.
 백제보 상류 강바닥을 파헤치자 머리카락 굵기의 실지렁이만 보였다. 저서생물인 실지렁이는 환경부 수 생태 4급수 오염지표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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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평균 수위 4.2m인 백제보는 15시 10분 현재 4.0 수위를 유지하고 있다. 저수량은 22.2백만㎥로 저수율 91.9%를 유지하고 있다.


태그:#4대강 사업, #수문개방, #백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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