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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과 (사)생명의 숲 국민운동본부는 2000년부터 해마다 '후손들에게 물려줄 가치와, 가꾸고 지키는 아름다움이 깃든 숲'들을 선정, '아름다운 숲 상'을 수상해 오고 있다. 보성 문덕면 소재 '대원사 왕벚나무길(거리)'은 제5회(2004년) 거리 숲 장려상을 수상했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도 선정될 정도로 아름다운 길이다. 해마다 이 길에선 벚꽃축제도 열린다.

2014년 6월, 그 왕벚나무 길에 가게 됐다. '아름다운 숲 상' 수상이나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선정, 그 취지이자 목적은 숲의 가치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 그리하여 숲과 인간이 건강하게, 오래오래 공존하는 것. 이와 같은 취지에 맞게 숲을 찾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걸어서'일 것이다. 하지만 대원사 왕벚나무 길은 걷기에는 많이 불편한 길이었다(관련기사: 5.5km 왕벚나무 길, 벚꽃 필 때 아니어도 좋네).

대원사 왕벚나무 길 정자(우산각) 2014년 6월과 달라진 풍경 중 하나이다.-2018.7.14
 대원사 왕벚나무 길 정자(우산각) 2014년 6월과 달라진 풍경 중 하나이다.-2018.7.14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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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사 왕벚나무 길(보성)은 산림청과 (사) 생명의 숲 주최, 아름다운 숲상(제5회, 2004년)을 수상했으며, 국토교통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길이기도 하다. 이 길을 찾는 사람들이, 뭣보다 걸어서 찾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대원사 왕벚나무 길(보성)은 산림청과 (사) 생명의 숲 주최, 아름다운 숲상(제5회, 2004년)을 수상했으며, 국토교통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길이기도 하다. 이 길을 찾는 사람들이, 뭣보다 걸어서 찾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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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km라면 짧은 길이 아닌데, 그 흔한 이정표는커녕 잠시 앉아서 쉴 의자 하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걷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차들이 씽씽, 끊임없이 오고 갔다. 그런 그 길을 걸으며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걸을 수 있는 아름다운 길을 가까이 둔 보성사람들이 부러운 한편 왕벚나무 길이, 그 길의 나무들이 처한 상황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그래서 보성군청에 자초지종을 말하며 사람들이 걷는 데 필요한 시설물 설치를 제안했고, "우선 이정표만이라도 세우는 것을 시작으로 관련 편의시설을 단계적으로 설치하겠다"는 대답을 얻었다.

"우리가 모임까지 만들어 몇 년째 건의를 해도 성과가 없었는데, <오마이뉴스> 기사 하나로 해결이 되다니 언론의 힘이 정말 대단하네요. 그동안 누구도 지적하지 않았는데, 그냥 지나치지 않고 관심 가져주시고 진정성 있는 기사까지 써주셔서 정말 큰 힘이 됩니다."      

게다가 기사가 나간 직후 기사를 쓰는 와중 현지의 사정을 알고자 통화하게 된 대원사 벚나무 길 보존 관련 한 모임으로부터 이런 인사까지 받았다.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뭣보다 그 길의 나무들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에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곳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그리하여 차들이 달리는 그만큼 나무들이 매연에 노출될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 뜻밖의 인사까지 받으니 기사 쓰는 보람과, 보성 사람들과 왕벚나무 길이 한결 친근하게 느껴졌다. 이런 정도로도 기사 덕분에 달라진 왕벚나무길 모습이 궁금했을 것. 그래서 당연히, 언젠가는 반드시 한 번 더 찾고 싶었을 것. 그런데 이듬해 벚꽃 축제를 앞두고 벚꽃축제 주최 측의 초대를 받았다. 축제 개막식에 참여해 리본 커팅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전화 메시지와 전화로의 초대였지만 마음이 남달랐다. 하지만 바쁜 일정 때문에 가지 못해 아쉬웠고, 초대해준 그들에게 미안했다. 그래서 2015년 봄 이후 막연히 '가보자' 염두에 뒀던 것. 그런데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먹고 사는 일이 바빠 쉽게 나서지 못했고, 그럴수록 더욱 궁금해지는 대원사 왕벚나무 길이었다. 그런 그곳에 지난 7월 14일에 갔다.

"보성 분이 아닌데도 관심 가져주신 덕분에 그동안 보행 데크를 비롯하여 우산각(정자)이나 벤치 등을 설치하는 등 변화가 좀 있었는데 느끼시지 못했나요? 잘 아시겠지만, 저희도 느끼는 아쉬움은 다른 부서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이 잦다보니 업무가 이어지지 못하고 누락될 때도 있다는 겁니다.

말씀하신 이정표는 아마도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누락된 것 같고요. 꼭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미흡하게라도 아마 설치했을 거란 생각도 드는데, 저희가 다음 주 벚나무 길에 점검 나가거든요. 꼭 체크해 미흡하거나, 설치되지 않았다면 걷는 사람들 눈높이에 맞게 바로 설치하겠습니다. 저희도 걷기 좋은 길을 위해 고심하며 조금씩 진행 중이니 눈에 띄게 확 바뀌진 않아도 차츰 변화를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보성군청 관련 부서 관계자)   

2014년 6월과 다른 모습이다. 예전에는 표지석만 있었다.
 2014년 6월과 다른 모습이다. 예전에는 표지석만 있었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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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사 왕벚나무 길의 의자. 2014년 6월과 다른 모습 중 하나이다.(2018.7.14)
 대원사 왕벚나무 길의 의자. 2014년 6월과 다른 모습 중 하나이다.(2018.7.14)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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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이정표를 비롯하여 화장실과 쉼터 설치를 건의했는데 의견이 어느 정도 받아들여졌음을 느낄 정도로 약간의 변화가 보였다. 2014년 6월 당시 입구 쪽에 있던 군립미술관은 버려진 시설물처럼 황폐해 보였다. 그런데 입구부터 활기가 느껴져 반가웠다. 이 글을 쓰며 어제 보성군청에 전화해서 듣게 되었는데, 평소 왕벚나무 길을 이용하는 사람들이나 벚꽃축제를 찾는 사람들을 위한 화장실과 주차장의 필요성 때문에 필요한 시설을 보충해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달라졌음을 쉽게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데크가 좀 더 설치되었다. 큰 길 입구 풀이 자라던 공터에 주차장도 조성되어 있었다. 버스 정류장 안내판과 가로등이 눈에 띄게 늘었다. 뭣보다 반가운 것은 그전에 없었던 작은 정자(우산각)와 벤치가 설치되어 있었다는 것. 그러나 대부분 입구 쪽에 치우쳐 있다. 그리고 좀 더 필요할 것 같다.

사실 처음 갔다 온 이후 여러 사람들에게 대원사와 대원사 왕벚나무 길을 추천하곤 했다. 지난 몇 년 동안 궁금해 하면서도 가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는 가족과 함께 가보고 싶은 곳이라서이기도 했다. 그러니 어떤 기대감으로 찾은 것은 물론이다. 보성으로 향하는 길, 처음으로 기사 이후 있었던 일을 남편과 딸에게 들려줬다.

그런데 함께 간 남편과 딸에게 면목이 서지 않을 정도로 벚나무 길의 변화는 적었고, 뭣보다 대원사 인근이 전체적으로 황량해 당황스러웠다. 지금쯤 연꽃이 한창 피었을 것. 그래서 그때처럼 사진을 찍기 위해 오는 사람들도, 더위를 피해 대원사 인근 계곡을 찾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란, 그동안 봄이나 여름이면 막연하게 상상하곤 하던 풍경과 전혀 다르게 말이다.

"화장실이 불편하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군에서는 백민미술관(군립미술관) 화장실이 있으니 됐다고 하지만, 입구 쪽에 있다 보니 활용성은 떨어지죠. 벚꽃 축제 때 이동화장실을 설치하나 금방 포화상태가 되어 이용하기 불편하고 위생적으로도 좋지 않고요. 아쉬운 대로 티벳미술관 화장실과 우리 대원사 화장실을 이용하게 하는데, 거리가 있다 보니 불편해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벚나무길 중간에 설치가 필요하다. 그것이 힘들면 우리 대원사가 아무런 조건 없이 필요한 부지를 제공하겠으니 설치했으면 좋겠다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습니다. 2년 전에 예산까지 책정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무슨 이유로 설치되지 않는지…. 덕분에 지난 몇 년 길이 걷기 편한 쪽으로 조금씩 달라지고 있어서 좋습니다. 그런데 화장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찾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대원사 관계자)      

대원사(보성) 인근에 있는 서재필 기념관의 독립문(2018.7.14)
 대원사(보성) 인근에 있는 서재필 기념관의 독립문(2018.7.14)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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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사 왕벚나무 길(보성) 인근에 있는 서재필 기념관은 사당과 전시관 등으로 되어 있다. 서재필 동상이다.
 대원사 왕벚나무 길(보성) 인근에 있는 서재필 기념관은 사당과 전시관 등으로 되어 있다. 서재필 동상이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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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사 앞 연꽃 연못. 뒤로 보이는 탑은 수미공덕탑이다. 대원사 인근은 2014년 6월보다 황량해 보였다. 대원사는 대원사 소유 부지 많은 부분을 왕왕벚나무길과 인근 계곡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내놓는 동시애 연못 등을 조성, 관리하고 있다. 대원사 앞 주차장 등 공터는 왕벚나무길 일원에서 해마다 열리는 벚꽃축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역시 시민들을 위한 기본적인 시설은 불편하다.(2018.7.14)
 대원사 앞 연꽃 연못. 뒤로 보이는 탑은 수미공덕탑이다. 대원사 인근은 2014년 6월보다 황량해 보였다. 대원사는 대원사 소유 부지 많은 부분을 왕왕벚나무길과 인근 계곡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내놓는 동시애 연못 등을 조성, 관리하고 있다. 대원사 앞 주차장 등 공터는 왕벚나무길 일원에서 해마다 열리는 벚꽃축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역시 시민들을 위한 기본적인 시설은 불편하다.(2018.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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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사 한 관계자는 이처럼 말했다. 예전, 대원사 왕벚나무 길 인근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았었다. 주암댐 건설(1990년 완공)로 1980년대 여러 마을이 수몰, 많은 주민들이 이주했다. 그날 50대 가량의 3명 일행과 10분가량 이야기를 나눴다. 수몰지역이 고향인 사람들이었다. 대원사나 왕벚나무 길을 고향 삼아 자주 찾는다는 그들 또한 대원사와 같은 불편을 말한다. 겨우 두 번 찾은 나도 쉽게 느끼는 불편함이다.

아름다운 숲이나 대원사 벚나무 길처럼 보존 가치가 있는 숲이나 산, 길 등에 사람들만을 위한 어떤 시설들은 최대한 자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데, 그래도 바람직한 공존을 위한 최소한의 시설은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원사 왕벚나무 길은 걷기에 좋은 길이고, 그 길 끝에 있는 대원사 인근은 스치는 바람을 느끼며 마음의 여유를 찾기에 좋은 곳이다.

대원사를 향해 가는 5.5km 그 길의 왕벚나무들은 사람들의 사정과 상관없이 해를 달리하며 자라고 자라 그 길은 더욱 그윽하고 아름다워질 것이다. 그런 그 길의 가치와 혜택을 누리거나 느끼는 사람들이 보다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러자면 관리자들의 보다 바람직한 공존을 위한 고민과 노력이 좀 더 필요할 것 같다. 언젠가 다시 가게 될 그 길의 건강함을 기원한다.


태그:#대원사 왕벚나무길(보성), #보성 가볼만한 곳, #대원사 벚꽃축제, #아름다운 숲, #티벳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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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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