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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속초중앙시장 상가 1층 골목에 쌓인 닭강정. 닭강정의 인기가 속초중앙시장 부활에 큰 역할을 했다.
 2011년 11월 속초중앙시장 상가 1층 골목에 쌓인 닭강정. 닭강정의 인기가 속초중앙시장 부활에 큰 역할을 했다.
ⓒ 설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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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속초를 찾는 관광객 중에 닭강정 박스를 들고 다니는 사람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언제부터 속초의 닭강정이 속초 대표명물로 부상했을까? 그 시점을 거슬러 올라가면 2009년 무렵이다. 시장 현대화사업으로 중앙시장 일대가 새롭게 단장하면서 관광객들이 찾아왔다. 저렴하면서도 깨끗하게 새 단장한 지하활어회센터와 어시장골목의 젓갈센터에도 탐방객이 늘어났다.

닭집들이 모여있는 닭전골목은 예전부터 지역 주민들에게는 인기 있는 곳이었다. 닭강정도 오래된 음식의 하나였지만, 시장 튀김닭은 양도 많고 먹음직스러워 소풍이나 행사 때도 많이 맞춰 먹곤 했다. 하지만 이곳 닭전골목은 관광객들은 잘 알지 못하는 곳이었다. 중앙시장이 관광수산시장이라고 관광객을 상대로 한 시장으로 변신하던 초기에도 닭강정은 그리 소문이 나지 않았다.

2009년 이후 닭강정 소개 포스트 늘어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2009년 이전에 시장의 닭집을 소개하거나 닭강정을 먹어보았다는 글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2001년 12월 24일 다음 카페에는 인천 신포동 닭강정과 속초 중앙시장 형제닭집 닭강정을 소개하는 글이 하나 올라와 있다. 필자는 "수학여행 때 알게 된 곳"이라며, 이곳에서 "군부대에서 시킨 거라 하면 많이 준다는 정보를 입수해서 10,000원어치 시켜서 충분히 먹었다"고 했다.

2004년 5월 네이버 블로그에 올라온 속초여행 후기에 속초중앙시장 닭강정이 소개되었다. 필자는 "속초분들 말고는 아시는 분들 거의 없다"며, "서울서 먹어본 닭강정과 차원이 틀리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속초시내에 가면 중앙시장안 닭집은 거의 이걸 만든다"라고 소개했다. 당시 닭강정 사진도 게시했는데, 넓은 평상 위에 스치로폼 접시 위에 수북이 닭강정과 후라이드 치킨을 얹어놓았다.

중앙시장 닭전골목이 새로 단장한 이후인 2008년 9월 예전에 먹어봤던 닭강정을 먹으러 다시 방문한 관광객이 시장닭집과 닭강정 사진을 블로그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10월에는 다음 카페에 군부대 면회하러 와서 동해닭집 닭강정을 먹었다는 글도 올라왔다.

2009년 이후에는 시장내 닭강정을 소개하는 포스트가 늘어났다. 속초닭집과 북청닭집, 만석닭집, 중앙닭집 등 여러집의 닭강정이 소개되었다. 속초닭집은 '50년 전통의 닭강정집'으로, 만석은 '닭강정 개발인의 집'으로 소개되었다. 2009년 11월 포스트에 보면 만석닭강정은 모두 4명이 정신없이 일하고 있다고 했다. 당시만 해도 닭강정 사려고 길게 줄은 서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010년 1월에는 삼화닭집 택배 닭강정이 소개되기도 했다.

2010년 2월 3일 SBS 모닝와이드에서 닭강정으로 연매출 5억원을 이룬 집이라고 속초의 '만석닭강정'을 소개했다. 이즈음 어느 네티즌은 속초시장에서 이름난 두 닭집의 닭강정 맛을 비교해 카페에 올릴 정도로, 속초시장의 닭강정은 이미 유명해졌다.

맛집 열풍·SNS 대중화로 닭강정 부상

닭강정의 인기로 속초중앙시장은 속초 제1의 탐방 명소로 부상했다. 이 무렵 접근교통망의 개선도 중앙시장 탐방객 증가에 큰 역할을 했다. 중앙시장 현대화가 마무리되던 2009년 7월 서울춘천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서울에서 속초까지 버스로 2시간 10분대로 줄어들었다. 서울에서 맘만 먹으면 당일로 부담없이 속초를 다녀갈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닭강정이 속초의 대표음식으로 부상하게 된 데는 맛집 열풍과 SNS의 대중화가 큰 역할을 했다. 2000년대 후반에 불기 시작한 맛집 열풍으로 맛집 기행이 일반화되었고, 지역의 숨은 맛집이 한순간에 유명맛집으로 소문이 나면서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의 보급에 따른 SNS의 대중화도 큰 몫을 했다. 2009년 11월 아이폰이 국내에 처음 출시되었고 2010년 3월 카카오톡이 처음 서비스를 개시했다. 전화 통화용으로만 사용하던 휴대폰이 이제 온라인 소통의 중심이 되었다. 맛집 열풍과 함께 사람들은 자신이 먹은 음식을 SNS를 통해 주변에 알리기 시작했다. SNS상에서 가장 많이 다뤄진 내용 중 하나가 맛집 정보였다.

2018년 7월 속초의 명물 만석닭강정이 식약청 위생규정 위반으로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온통 만석닭강정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작은 시장안 닭집에서 10년만에 일약 전국 최고의 닭강정집으로 유명해졌음에도 업소의 위생관리는 너무나 부실했다. 전국 맛집의 메카라는 속초의 음식점들이 이번 일을 계기로 위생관리를 다시 돌아봐야할 상황이다.

하지만 또 다른 걱정이 앞선다. 닭강정의 인기가 속초중앙시장의 부활에 큰 역할을 한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이번 일로 탐방객의 발길이 잦아들면서 속초중앙시장 전체에도 나쁜 영향이 미치지 않을까 걱정이다.                          

엄경선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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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제휴사인 <설악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태그:#만석닭강정, #닭강정, #설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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