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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염이 지속되자 또다시 전력 이야기가 나왔다
 폭염이 지속되자 또다시 전력 이야기가 나왔다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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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폭염과 관련된 기록이 경신되고 있다. 서울은 24년 만에 최고 온도를 기록했고, 계속되는 열대야에 시민들은 늦은 밤에도 한강 공원을 떠날 줄 모른다. 정부는 폭염을 자연재난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이렇게 더위가 계속 이어지자 언론은 전기 사용량의 폭증과 함께 전력예비율의 하락을 경고하고 나섰는데, 혹자들은 이에 맞추어 탈원전을 표방하는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전력예비율이 한 자리 대로 떨어졌다며, 국가적인 블랙아웃을 막기 위해서는 원전을 추가로 지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 대해 반발하는 이도 적지 않다. 그들은 전기가 부족하면 발전소를 지을 게 아니라 전기를 아껴 써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지금의 에너지 정책은 사람들의 에너지 과소비를 부추기는 정책으로서, 권력과 자본이 결탁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소위 '원전마피아'라 불리는 이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정책을 기획한다는 것이다.

마을닷살림협동조합(에너지슈퍼마켙)은 마을에서 그런 목소리를 내는 이들 중 하나다. 그들은 동작구 성대골에서 끊임없이 에너지 전환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을기업으로서 결국 에너지 전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마을에서부터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지역의 에너지 문제를 고민한다. 에너지슈퍼마켙의 김소영 이사장을 지난 4일 만났다.

슈퍼마켓? 슈퍼마켙?

 서울 동작구 상도4동 에너지슈퍼마켓.
 서울 동작구 상도4동 에너지슈퍼마켙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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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슈퍼마켓이 아니라 슈퍼마켙인가요?
"끝이 t로 끝나서 원래 우리나라에 슈퍼마켓이 들어올 때는 켙이었대요. 에너지 슈퍼마켙은 처음 골목에 그런 미니 마켓들이 들어오는 것과 마찬가지로 청년 입장이라는 뜻입니다. '켙'의 ㅌ은 에너지의 E이기도 하고요. 에너지와 슈퍼마켓이라는 흔한 단어 두 개를 붙이면서 독창성을 고민하다가 지역 청년이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 에너지 문제는 지역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인류적인 문제인데 왜 마을기업인가요?
"서울형 마을기업이에요. 사업비를 받는 건 아니고 공신력 때문에 마을기업이란 타이틀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저희의 목표는 인류애적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현장에서 한 명 한 명의 의식이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확신했어요. 그래서 저희는 지역에서 에너지와 관련해서 교육하고 진단하고 컨설팅을 합니다. 지역에서 에너지에 대한 고민을 한다면 우리가 함께하죠."

- 에너지 슈퍼마켙을 바라보는 성대골 주민들의 시선도 바뀌었나요?
"그동안에는 쟤네 봐라. 쟤네는 동네에서 에너지를 벌써 8년째 하고 있네, 주부들이 마을에서 에너지라는 주제를 가지고도 커뮤니티 활동을 한대라는 입소문이었다면, 이제는 우리도 도시재생에서 에너지 문제를 해야 되고, 마을에서 에너지를 의제로 오랫동안 마을활동을 할 수 있고, 마을의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예전에는 공동육아나 교육 등이 마을운동을 시작하는 매개였다면 이제는 에너지가 중요한 매개라는 걸 알게 됐죠."

- 에너지 슈퍼마켙 때문에 성대골이 많이 변했나요?
"성대골은 한 동네에 에너지협동조합이 네 개 있는 동네에요. 국사봉중학교, 저희, 전통시장에서 에너지협동조합을 준비 중이고, 상도초등학교는 추진위까지 만들었죠. 저희가 노력한 결과에요. 처음에는 우리더러 다 하라고 했지만 안 된다고 했어요. 주체가 따로 서야 된다. 에너지 전환에서 제일 중요한 건 세포분열하듯이 주체를 따로 계속 만들고, 그들이 서로 연대하는 거예요."

부안 방폐장에 대한 기억

 에너지슈퍼마켙 김소영 이사장
 에너지슈퍼마켙 김소영 이사장
ⓒ 에너지슈퍼마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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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활동에 관심이 있었나요?
"아니요. 평범한 회사원이었어요. 그런데 쌍둥이 딸 때문에, 키워줄 사람이 없어서 제가 공동육아를 하려고 했죠. 그래서 마을에 관심을 갖게 됐고, 작은도서관을 만들어서 관장이 됐죠. 직장에 복귀하면 아이들이 어딘가에 있어야 되는데 마을을 보니까 아이들이 갈 데가 없는 거예요. 마을의 구조가 보인 거죠. 잠깐 우리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 도서관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그냥 가볍게 접근했다가 절실해진 거죠."

- 그런데 왜 갑자기 마을에서 에너지를 고민하게 되셨나요?
"2011년도 팔자에 없는 도서관 관장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3월에 일본 후쿠시마 사건이 났잖아요, 후쿠시마 사건을 겪었는데 옛날 생각이 나더라고요. 제가 부안 출신이거든요. 부안 핵폐기물 처리장이 그때 그랬던 지역이고 하니까 제가 충격이 훨씬 컸던 모양이에요. 체험도가 훨씬 높았고, 사고의 심각성을 훨씬 더 알고 있었죠."

- 부안 핵폐기장 반대할 때 계셨나요?
"그때 임신 상태였죠. 친정에 많이 가 있었는데 저희 아버지도 거기 계속 2년 동안 연루되어 있었고, 대단했죠. 정말 공동체가, 마을이 다 깨지고. 마을마다 찬성표, 반대표 깃발 다 붙어 있었고. 치열했었죠. 그런데 후쿠시마에서 그랬다고 하니 더 심각해진 거죠. 저는 후쿠시마 사고와 우리나라에서 난 사고를 거의 동일시했던 겉 같아요. '내 아이가 바로 핵사고 피해 속에서 살아갈 아이가 됐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때는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사람들에게 이야기했죠."

- 그래서 무엇을 하셨나요?
"잠도 못 자고 고민을 깊이 하다 보니 원망이 도시에 사는 우리한테 가는 거예요. 이렇게, 그냥 이런 거 예측 못 하고 이렇게 에너지를 계속 써대는 도시, 도시가 너무 불편하더라고요. 그렇게 에너지 문제를 서울의 문제로까지 가지고 온 거죠. 서울에 사는 우리. 서울에서 마을은 뭔가. 공동체를 만들겠다고 할 때 에너지는 가장 기본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래서 뭔가 해야 된다는 생각에 인터넷을 다 뒤져서 이메일을 보내기 시작했죠. 환경과 관련된 모든 단체들에. 어떡할 거냐고, 대안은 있느냐, 왜 가만히 있느냐."

 EBS 지식채널e에도 나오는 에너지슈퍼마켙
 EBS 지식채널e에도 나오는 에너지슈퍼마켙
ⓒ E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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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변은 있었나요?
"답장이 없었어요. 화가 났죠. 그래서 다 전화를 했죠. 적십자, 한살림 생협, 녹색연합 등. 어떡해야 되냐고. 그래서 한살림과는 여름방학에 먹거리 특강을 했었고. 그런데 8월쯤 녹색연합에서 찾아왔어요. 제 전화를 받고 다리를 못 뻗고 자고 있었대요. 그러면서 환경단체들의 상황을 알게 되었고, 깨닫게 되었죠. 진짜 한심하구나. 너무 약하구나. 시민역량을 강화시키기 위한 어떤 움직임도, 기반도 없구나. 그런 것들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꼈다면 우리 성대골에서는 내가 안 하면 아무도 안 하겠구나라는 것을 그때 알았죠."

- 그래서 무엇을 하셨나요?
"녹색연합과 함께 워크숍을 했어요. 에너지 문제에 대한. 5시간 특강을 들은 뒤 강사를 보내지 않고 모든 걸 물어봤어요. 그러다 보니까 원천적인 게 궁금해진 거죠. 누가 이익을 보는 거냐. 그러면서 자본과 권력의 꼼수도 알게 됐고. 대신 부작용도 있었어요. 3번 정도 워크숍을 한 뒤 도망가는 사람이 생겼어요. 나 이거 모르고 살래, 모를 때가 나았어. 이건 알고도 어쩔 수 없어 하면서. 어쨌든 그러면서 시작했는데 결국은 소비를 잡는 것이 도시가 첫 번째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에 집중했죠. 에너지 절전소를 만들었어요."

에너지 과소비를 부추기는 정부

- 현재 우리가 에너지를 과소비하고 있나요? 왜죠?
"전기요금이 너무 싸니까요. 물값보다 싸죠. 건설부터 송전, 폐기비용까지 사회적 비용이 아무것도 안 들어가죠. 그냥 반값 정도로 전기를 공급하는 거예요. 이건 전기 생산자들이 담합해서 못 올리게 하는 거죠. 그렇게 사람들이 전기를 많이 쓰면 예비전력이 부족하다고 하고 그러면서 발전소를 짓는 거죠. 전기를 싸게 공급해도 발전소를 짓고 발전소 유지, 보수, 관리 운영하는 것이 자본한테는 훨씬 이익이니까. 전기를 많이 쓰게 하고 발전소를 짓게 만드는 거죠."

- 진짜 그럴까요?
"예를 들면 제철소에서 그냥 천연가스로 철을 녹이면 될 걸 전기로 녹이잖아요. 천연가스로 발전소에서 전기를 만들어 가지고 그 전기로 다시 열을 가하는. 그냥 천연가스를 바로 쓰면 되는데 한 단계를 더 거치는 거죠. 왜 그러겠어요. 결국은 공급자가 꼼수가 있는 거죠. 그렇게 과소비를 부추기고 우리가 얼마나 전기를 쓰는지는 고지서에 제대로 보여주지 않죠."

- 고지서에서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다고요?
"독일이나 영국은 고지서가 A4용지로 세 장이나 와요. 자세하게 온실가스 현황과, 내가 얼마나 전기를 쓰는지, 전기요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내가 어떤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지. 그런데 우리는 그렇지 않잖아요. 그냥 문자로 띡 보내고 자동이체하고. 전기요금에 대한 체감은 거의 없죠. 없도록 하고 있죠. 내가 에너지를 과소비한다는 것을 체감 못 하게 왜곡되어 있는 구조죠.

이건 쓰레기 문제와도 비슷해요. 아침에 쓰레기를 내놓을 때마다 마음이 불편하죠. 내가 이 많은 쓰레기를. 그런데 아침에 싹 가겨가고 나면 죄의식이 없어지고. 그렇게 다시 쓰레기를 만들고. 기껏해야 분리수거 두세 가지 하는 걸로 면죄부 삼고. 누가 쓰레기 문제를 모르겠어요. 그럼에도 눈에서 쓰레기가 빨리 사라지고 분리수거만 하면 된다는 마케팅에 그냥 넘어가는 거죠. 덕분에 과잉포장 등에 대한 문제 제기도 없고."

 에너지슈퍼마켙 김소영 이사장
 에너지슈퍼마켙 김소영 이사장
ⓒ 에너지슈퍼마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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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해보니 저도 그러네요. 진짜 심각한 문제네요. 그래서 에너지 슈퍼마켙은 이 문제를 궁극적으로는 교육으로 해결하는 건가요?
"그렇죠. 결국은 교육이죠. 저희가 지역에 있는 학교에서 에너지와 관련된 교육을 진행하는데 아이들한테 미안해요. 원자력 30년 쓰는 건 우리고, 그거에 대한 10년간의 후속처리는 미래 세대에게 맡겨놨잖아요. 기후변화로 인해서 여러 가지 문제들이 터지고 그럴 텐데 그런 상황 속에서 피해는 미래 세대가 입을 테니까. 너무 억울하잖아요. 그래서 더욱더 아이들에게 알려주려고 하죠."

-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은?
"고등학교 지리 시간에 성대골이 나와요. 에너지 슈퍼마켙, 기후변화 운동이 나오는데 하나의 현상으로 나오죠. 학교에서는 교육을 하는데 기후변화에 대한 문제의식만 일으켜가지고는 완성이 안 되죠. 그래서 어쩔 것인가 이야기를 할 때 성대골은 지역사회에서 변화를 실천하는 곳으로 나와요. 하나의 사례인 거죠. 그래서 백서를 만들어도 굉장히 자세하게 팩트에 근거해서, 증빙자료 다 넣어서 만들려고 해요. 그게 우리가 할 일이니까요. 그렇게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야 합니다."

김소영 이사장과의 인터뷰는 이밖에도 서울시의 '태양의 도시' 정책의 문제점, 인천에서 열릴 제48차 IPCC총회, 기후변화와 관련된 청소년들의 소송, 기후악당국가로서 한국의 문제점 등을 논하며 진행되었다. 부디 성대골 에너지 슈퍼마켙의 실험이 우리 사회 전역으로 퍼지길 기도한다. 마하트마 간디의 말대로 결국 마을이 세계를 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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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지금은 비록 회사에 몸이 묶여 있지만 언제가는 꼭 공부를 하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