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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는 쉼 없이 글쓰기에 도전하는 분들이 모여 있습니다. 바로 '시민기자'입니다. 다양한 배경을 지닌 시민기자들이 저마다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자신만의 콘텐츠를 차곡차곡 쌓아갑니다. 먹고 살기도 바쁜 와중에 이들은 어떻게 글을 쓰고 있을까요? 그 노하우를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문하연 시민기자
 문하연 시민기자
ⓒ 문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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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걸 좋아하는 소녀였다. 유년 시절 교내 백일장 대회에서 대상도 받아봤고, 중학생 신분으로 신춘문예에 도전장을 내보기도 했다. 한때 작가를 꿈꾸기도 했지만 정작 대학 원서는 간호학과에 넣었다. 취직 잘 되는 쪽으로 가야 한다는 부모님의 뜻을 따랐다. 졸업 후 간호사로 일하며 부인, 엄마로 살았다. 글 쓰는 일은 못 했지만 일기 쓰는 건 멈추지 않았다.

어느 날 SNS에서 은유 산문집 <올드걸의 시집>에 나온 한 구절을 봤다. 그가 썼던 일기의 문장과 비슷했다. 다음 날 도서관으로 곧장 달려가 은유의 책을 모두 빌려 읽었다. '개인의 평범한 일상도 세상에 나올 수 있구나.' 일기장에만 쌓아두던 그의 서사를 한 편의 글로 엮어내고 싶어졌다.

2017년 봄 <오마이뉴스>에 처음 보낸 글이 시작이었다. 오십을 앞둔 나이. 그렇게 문하연 시민기자로서의 삶을 새롭게 열었다.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이 더 길었지만, 늦었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오히려 "지금이기에 할 수 있다"고 믿었다.

"20, 30대를 지나오면서 이것저것 많이 배우고 겪어왔어요. 글을 쓰진 않았지만 나름대로 재밌게 살아서 그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동안의 경험을 이제부터 글에 담으려고 해요. 모든 건 때가 있다고 하는데, 제게는 지금이 글 쓸 때인 것 같아요."

"기레기"라는 악플을 이겨내게 해준 두 문장

그해 12월 <오마이뉴스>에서 '명랑한 중년' 연재를 시작했다.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늘 갈등하고 잘못하고 후회하고 배우며 살아가는 중년의 사는 이야기를 2주에 한 편씩 쓴다. 생애 첫 연재인 데다 정해진 날마다 글 한 편을 완성해야 한다는 게 꽤 부담이지만 "그 약속 덕분에 멈추지 않고 숨지 않고" 계속 쓰게 됐다.

문하연 시민기자가 글 한 편을 완성하는 데 들이는 시간은 3주. 써둔 초고를 붙잡고 고민을 거듭하며 고쳐나간다. 최대한 오래 붙잡아두고 사유해야 개인의 일기가 누군가를 위한 글로 거듭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여성학자 정희진이 록산게이의 에세이 <헝거>에 쓴 추천사 속 문장을 늘 되새긴다.

"자기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경험을 쓰는 것이 아니다. 경험에 대한 해석, 생각, 고통에 대한 사유를 멈추지 않는 것이다."

부담은 됐지만 연재를 이어가는 일상은 꽤 즐거웠다. 글이 올라올 때마다 조회 수가 1만을 훌쩍 넘었다. 그런 반응이 신기하고 설레서 잠이 안 오기도 했다. 한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기 전까지는 그랬다.

"염X하네." "기레기, 일기는 일기장에 써." 조롱이 두 눈을 통과해 가슴에 박혔다. '괜히 욕먹으면서까지 글을 써야 할까.' 다시 세상을 등지고 안으로 숨고 싶어졌다.

다행히 그에게는 함께 글을 쓰는 시민기자 '동지'들이 있었다. 함께 만난 자리에서 '댓글 사태'를 공유했다. 동지들은 "난 더 심한 말도 들어봤다"며 격려해줬다. 아이디 뒤에 숨은 익명의 존재들에게 흔들릴 필요 없다고, 그들에게 굴하지 말고 계속 쓰라고. 서로의 글을 합평하며 더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해 함께 고민했다. 그렇게 마음을 진정시켰다.

"악플이란 게 글쓰기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사람에게는 치명타더라고요. 처음엔 극복하기 힘들었는데, 이제는 아예 안 봐요. 맷집이 조금 길러진 것 같아요. 그리고 진짜 힘이 된 건 제게 온 쪽지들이에요. '글 잘 읽었다. 좋은 글 부탁한다.' 두세 줄밖에 안 되는 칭찬인데, 그게 악플이 준 상처와 불안을 지워줄 정도로 힘이 세더라고요. 저의 부서진 자존감을 회복시켜줬어요."

문하연 시민기자는 올해 3월부터 '그림의 말들'이라는 연재도 새로 시작했다. 미술 작품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작가의 사연을 관람객 입장에서 풀어내 보고 싶어 쓰게 됐다. 비전공자인 그가 미술작품을 주제로 글을 쓸 수 있게 된 건 소싯적 그의 '딴짓' 덕분이다.

그는 8년 전부터 예술의전당 미술사 아카데미 수업 등을 들으며 꾸준히 그림을 공부해왔다. 매번 빼먹지 않고 1등으로 강의실에 도착해서 맨 앞에 앉아 공부했다. 수업 내용을 녹음해 집안일 할 때마다 틀어두고 들으며 예술가들에게서 자극을 받았다.

'내가 지금은 여기서 설거지하고 밥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그들과 같은 삶을 살아야지.' 그때 공부한 걸 바탕으로 관람객 입장에서 그림에 대한 글을 한 번 써봤는데, 반응이 좋아서 연재하게 된 것이다.

전문가가 아니라는 부담감 때문에 더 열심히 준비했다. 취재는 기본이고, 이미 알고 있는 내용도 정확한지 확인하기 위해 도서관 등을 찾아 자료를 다시 뒤졌다. 진인사대천명이라는 말처럼, 온 힘을 다하니 기회가 찾아왔다. 같은 주제로 지역신문에서도 연재 제의가 들어왔고, 한 유명 출판사에서는 출간을 제안했다.

"막상 지나고 보니 딴짓이 제게 필요한 짓이었어요. 저는 간호사와 주부로 살아오면서 끊임없이 딴짓만 하고 살았거든요. 미술공부도 글쓰기도 어떻게 보면 딴짓인데, 지금은 주업처럼 돼버렸어요. 상상도 못 했죠. 딴짓인지 필요한 짓인지는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 같아요. 딴짓을 많이 해 봐야 정말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을 기회가 오나 봐요."

"구겨짐을 두려워 하지 마라"

 문하연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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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정말 밥하고 청소하는 시간 말고는 온종일 글만 생각하며 산다"는 문하연 시민기자. 혹시라도 까먹을까 봐, 쓰기 싫어질까 봐 글감이 떠오를 때마다 틈틈이 적어두지만 막상 컴퓨터 앞에 앉으면 쉽게 써내려가지 못하는 날도 많다. "머릿속에서 문제가 정리되지 않았거나 악플이 두려울 때" 유독 그렇다. 잘 쓰고 싶은 욕심과 자기검열의 마음, 이런 것들이 글의 전진을 막는다.

그럴 때마다 '구겨져도 괜찮다'고 다독인다. 나다운 글을 쓰기 위해서는 구겨짐, 망가짐 같은 것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서다. 신용목 시인의 산문집 <우리는 이렇게 살겠지>에서 배운 마음가짐이다.

"종이를 멀리 보내려면, 구겨서 던지면 된다. 그러면 종이는 나의 완력과 의지에 따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정확히 날아간다. 구겨짐을 두려워하지 않을 때, 비로소 나는 나의 삶을 산다."

본격적으로 글을 쓴 지 어느덧 1년 하고도 3개월이 지났다. 문하연 시민기자는 글을 쓰면서 정말 크게 달라진 점이 하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내가 내 글을 닮아가는 것 같아요." 글이 나에게서 나왔지만, 나 또한 글처럼 살려고 노력하게 된다는 것이다. 일기로만 쓸 때는 혼자 생각만하고 넘어갔는데, 공적인 글을 쓰면서부터 글이 삶을 움직이는 걸 느낀다고,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것 같다"고 간증처럼 말했다.

"사수생인 첫째 아들이 좁은 독서실에서 친구도 없이 공부하는 게 가슴 아파 '대학 안 가도 된다, 하고 싶은 거 해도 된다'고 격려하곤 했는데, 사실 마음은 복잡했어요. 그런데 아들을 주제로 글을 쓰고 나니 진심으로 그 말을 할 수 있게 됐어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요. 만약 또 실패하더라도 '그럴 줄 알았어'가 아니라 '넘어지면 일어나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토닥여줄 수 있는 마음이 생겼어요. 정말 큰 변화예요."

글쓰기의 효험을 몸소 체험한 문하연 시민기자의 다음 목표는 시나리오 작가다. 현재 진행 중인 연재가 마무리되면 시나리오학교에 들어가 기가 막힌 시나리오 한 편을 완성하는 게 꿈이다. 지금부터 조금씩 시나리오를 위한 소설을 써두고 있다.

그는 글쓰기를 망설이는 중년들에게 "나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고 조언했다. 나이와 직업, 공간에 상관없이 할 수 있는 게 글쓰기의 매력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특히 나이를 먹었다는 이유만으로 '실패해선 안 된다'고 단정 지을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젊든, 나이가 들었든, 망해보는 게 굉장히 중요하더라고요. 망하면 마음이 아프고 좌절하게 되는데, 그래야 다시 일어나고 사람이 단단해져요. 두려워서 도전을 안 하면 단단해질 기회조차 오지 않아요. 만약 지금은 도전할 여력이 안 된다면 그 열망이라도 계속 붙잡고 있어야 해요. 놓지 않으면 기회는 언젠가 오니까요."

[문하연 시민기자 대표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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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여행·문화 담당 기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기 위해선 이야기의 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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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에디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은경의 그림책 편지',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연재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출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