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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회찬 의원을 조롱하며 잔치국수를 먹고 있는 <뉴스타운TV> 인터넷 방송.
 고 노회찬 의원을 조롱하며 잔치국수를 먹고 있는 <뉴스타운TV> 인터넷 방송.
ⓒ 유투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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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불인견 수준이다. 천인공노 역시 이럴 때 쓰는 말이다. 차마 참혹하기 그지없는 말들을, 그 광경을 두 눈 뜨고 확인한 이유는 어렵지 않았다. 고 노회찬 의원이 평생을 바쳐가며 만들려고 했던 한국사회의 걸림돌이 누구인지, 어떤 세력인지 목격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차마 글로 옮기기 힘든 그 말들로 고인을 욕보인 이들의 언행은 일단 이랬다.

"이거 회찬이랑 같이 먹어야 되는데, X발. X져가지고."
"오늘 로또 샀어. 노회찬 X져가지고."
"노회찬 X져서 감사합니다, 그러려고?"


고 노회찬 의원이 세상을 등진 23일 당일, 극우성향의 인터넷 신문 <뉴스타운>의 <뉴스타운TV>가 생중계로 진행한 '반칼녀의 월방 제2회'의 출연자들은 잔치국수를 단체로 먹고 있었다. <뉴스타운>은 촛불정국 당시 경찰조사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가 기부금 등을 발행비용으로 댔다고 알려진 매체다.

또 <뉴스타운>은 문재인 정부들어 "청와대가 북한의 생화학 테러에 대비해 직원들에게만 몰래 탄저균 백신을 맞게 했다"는 허위 보도로 비판을 샀던 매체이기도 하다. 그 매체가 고 노회찬 의원의 사망 당일 고인을 조롱하다 못해 모욕하는 언행이 직접적으로 담긴 유튜브 실시간 방송을 내보낸 것이다. 세월호 유족 앞에서 치킨과 피자를 먹으며 '폭식 투쟁'을 벌였던 '일베'의 반인륜적인 행태와 정확히 일치하지 않은가.

이 뿐만이 아니다. 이들은 지난 24일까지 "노회찬 의원 투신 자살…의심되는 타살의혹?" 이란 방송으로 고 노회찬 의원의 타살 의혹을 제기한다거나 "드루킹 특검은 노회찬의 변사체를 부검하라!"는 얼토당토 않은 주장을 칼럼과 방송을 통해 수차례 내보내는 한편 "뇌물 먹고 죽은 정치인을 미화하지 말라"는 주장을 펼치는 중이다.

'일베'와 다를 바 없다

"노무현이 그랬듯 노회찬도 결정적 순간에 갔다. 자신의 잘못을 살아생전에 떳떳이 인정하고 죄에 합당한 벌을 받는 것이 국가지도자. 국민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정치인! 사람사는 세상에서의 정의로움이거늘 이승에서 자신의 과오를 떳떳하게 용서받지 못하고 투신하다니 참으로 비겁하고 애석한 선택이다(중략).

권력이 있고 말깨나 하고 글깨나 쓰는 자들아 입은 찟어졌어도 말은 바로하자. 드루킹 일당에게 돈 받고 수사망이 좁혀오자 중압감에 자살한 것으로 보여지는 노회찬이 의인인가? 그렇다면 어떤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자살만 하면 모든 것이 끝인가? 과거 부엉이바위에서 투신했다는 노무현에게 그랬듯 부정을 저지른 자가 직간접 수사압박이 가해지자 이를 못견디어 황천길을 택했을진데 그를 영웅으로 만들다니, 해괴하고 추악한 정치계, 국내언론의 행태가 역겹다.

그리고 노회찬이 죽은 후 청와대, 문재인, 허특검, 정의당, 야당, 김성태 등이 하는 짓거리를 보면 코메디도 저런 저질코메디가 없다. 노회찬빈소를 찾는 인물들이 애도하듯 만약 노회찬이 희대의 의인이라면 그렇게 평가하는 자들의 품성과 인격도 알만하다."


무엇보다 '타살 의혹'과 '부검' 주장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심지어 이 매체의 박진하 대기자란 이 역시 <정의당 노회찬 원이 죽었다는 뉴스를 접하고>란 칼럼에서 '부검'을 주장했다. 경찰이 발표한 자살의 정황을 그야말로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반박하면서 말이다.

이렇게 고 노무현 대통령까지 들먹이며 고인의 죽음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것을 넘어 타살 의혹과 부검 의혹까지 제기하는 극우, 극보수 언론의 행태는 참혹 그 자체다. 고인에 대한 애도나 인간애는커녕 반인륜적인 언행과 함께 지극히 정치적인 유불리만 따지고 나선 형국이다.

더욱이, '일베'와 같은 극우 사이트들 사용자나 태극기집회 참가자와 같은 극우 인사들이 이러한 논리를 이용하고 나선다는 점 역시 문제적이다. 일베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조롱 글과 이들 매체의 표현이 다를 게 무엇인가.

헌데, 이러한 고인에 대한 조롱과 궤변과도 같은 논리가 극우 매체나 인사들에 한정된 행태일까. 여러 지적이 나온 24일자 <조선일보> 1면은 언론의 품격은커녕 언론으로서의 기본 윤리마저 져버린 비도덕 보도의 다름 아니었다.

1면 논란에 "마음대로 해석하라"는 <조선일보>

24일자 <조선일보> 1면
 24일자 <조선일보> 1면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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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자 <조선일보> 1면은 고교야구 선수들이 야구장에서 물을 뿌리며 기뻐하는 장면이 실렸다. <조선일보>가 고교야구에 근래 얼마나 관심을 가졌는지를 떠올린다면 의외의 편집이 아닐 수 없다. 그 오른쪽 상단에는 고 노회찬 의원의 사망 소식이 실렸다. <노회찬의 마지막 후회>라는 제목이었다. 소셜미디어 상에서는 <조선일보>의 부적절한 편집에 대한 성토가 봇물처럼 쏟아졌다.

"이번 조선일보 1면 사진 편집은 '기쁨' 혹은 '시원함'에 맞춰져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노 의원 기사가 같은 면에 편집돼 있다는 사실이다. 세상을 떠난 정치인에 애도가 이어지고 국민적 상실감이 큰 상황에서 이와 같은 편집은 논란의 요소가 적지 않다.

다만 편집자 의도를 확인하지 않는 한 해석의 영역으로 남을 뿐이다. 박두식 조선일보 편집국장은 24일 통화에서 사진 편집이 부적절하다는 여론을 전하자 "마음대로 해석하라"며 전화를 끊었다."


24일 <미디어오늘>의 <조선일보 국장, 노회찬 기사 옆 '기쁨 만끽' 사진 "마음대로 해석"> 기사에 따르면, <조선일보> 편집국장은 세간의 비판과 관련 "마음대로 해석하라"는 대답을 내놨다고 한다. 이러한 <조선일보>의 고 노회찬 의원을 사망 소식과 관련된 비상식적인 편집을 마음대로 해석할 여지는 차고 넘친다.

이미 지난 21일자 <조선일보> 이혜운 기자의 <노동자 대변한다면서 아내의 운전기사는 웬일인가요>란 제목의 칼럼은 노회찬 의원의 사망 이후 공분을 일으킨 대표적인 보도다. 이 칼럼은 "아내 운전기사까지 둔 원내대표의 당이 '노동의 희망, 시민의 꿈'이라고 볼 수 있을까"라며 "'정의당'이라는 당명은 과연 이 상황에 어울릴까"라고 적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김종철 노회찬 원내대표 비서실장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실 관계를 반박했던 <조선일보> 기자와 통화를 소개했다. 김 비서실장은 "노 의원 부인은 전용 운전기사가 없고 2016년 선거기간에 후보 부인 수행을 위해 자원봉사로 운전을 한 사람이라고 조용히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조선일보> 기자는 "10일이든, 20일이든 그 기간은 어쨌든 전용기사 아니냐"라거나 "돈을 안 받은 것이 더 문제"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그 의도를 풀이하면, 마치 노 의원의 죽음을 조롱하는 듯한 1면을 두고 "마음대로 해석하라"던 <조선일보> 편집국장의 답변과 일맥상통해 보이지 않는가.

<TV조선>의 구급차 생중계


'고 노회찬 의원 의원 시신 병원 이송 중'이란 자막과 함께 시신을 이송하는 구급차 모습을 생중계한 <TV조선> 화면.
 '고 노회찬 의원 의원 시신 병원 이송 중'이란 자막과 함께 시신을 이송하는 구급차 모습을 생중계한 <TV조선> 화면.
ⓒ 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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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더해 <TV조선>은 지난 23일 고 노회찬 의원의 시신을 이송하는 구급차의 모습을 생중계해 비판을 받았다. 민주언론시민연합에 따르면,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은 지난 23일 6분30초가량 시신 이송 장면을 생중계했고, '고 노회찬 의원 시신 구급차로 병원 이송 중'이란 자막을 띄우는 한편 신호 대기 중인 구급차 창문까지 근접 촬영했다고 한다. 자살한 정치인의 죽음을 이렇게까지 다룰 일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자살보도야말로 그 사회의 언론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가늠자다. 하지만 고 노회찬 의원을 조롱하는 잔치국수까지 등장시킨 극우 매체의 조롱은 도를 넘어섰다고 할 수 있다. 마치 일베의 게시물과 무엇이 다른지, '타살 의혹'과 '부검' 주장까지 이르러서는 가짜뉴스와 다를 바가 무엇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조선일보>의 경우는,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비윤리' 보도도 서슴지 않았다. 특히나 <조선일보>의 24일자 1면과 <TV조선>의 구급차 생중계는 고 노회찬 의원에 대한 지지나 정치성향을 떠나 비판받아 마땅한 '비윤리'의 극치라 할 만하다.

페이스북에 고 노회찬 의원을 조롱하는 글과 사진을 올렸던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의 보좌관 정아무개씨나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의 행태가 딱 그 꼴이다. 고인을 두고 '장사'에 나서거나 조롱하면서 심리적 만족을 얻는 극우와 보수의 맨얼굴, 목불인견 그 자체다.


태그:#노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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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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