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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사회는 어른아이, 아빠아이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프레디(Friend + Dad), 플레디(Play + Dad)라고 하는데, 다시말해 아이와 함께 놀며 아이와 친구가 되어주고 있는 아빠들이 늘고 있다는 거다. 확실히 예전과는 다른 분위기다.

아버지란 존재하면... 그랬던 것 같다. 굉장히 엄해 보이고 다가가기에는 너무나도 멀게 느껴지는 존재!

내 남편에게 있어서도 아빠란 그런 존재였다고 한다. 가족이지만 가족 안에 소외된, 그래서 함께 하는 시간이 어색하고 때론 불편하기까지했다 하니. 아빠라고 친근히 부르기보다 아버지로 통했던, 자신의 기억 안에서 아버지라는 존재는 늘 그래왔더란다.

그도 그럴것이 늘 바쁘게 일하시는 아빠와 함께 하는 시간은 적었으며, 자신이 뭔가 실수를 하거나 잘못을 하게 되면... 항상 큰소리를 치는 일이 많았었으니, 자연스레 아빠와는 거리감이 생겨나며 회피하게 됐고 대신에 늘 친구만을 찾게 되더라는 거다. 돌아보고 나니 그게 굉장히 아쉬웠다고 말하는 남편.

그렇게 어린시절을 보내고 훗날 아빠가 되고 나니... 자신의 머릿속 깊이 박혀 있는 아빠란 무게감. 아빠라는 고정관념의 틀을 변화시켜 나가고 싶더라는 거다.

물론, 그간에 보고 자란 게 있어... 안 그래야지 하다가도 불쑥 불쑥 큰소리를 치고 예전의 아버지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될 때도 있다지만, 그래도 여전히 남편은 의식적으로나마 끊임없이 어린시절 자신이 그려 왔던 이상향의 아빠가 되어주기 위해 노력을 하게 되더라는 것이다.

그래서인가? 가끔씩 보면 남편의 모습은 마치 아이 같다고나 할까? 남편의 모습을 보면 '어른아이'가 따로 없다.

어느 날 늦은 밤, 깔깔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도대체 무슨소린가 하고 소리를 쫓아가봤는데 글쎄, 아이들도 아닌 남편이 만화영화 <도라에몽>에 푹 빠져있는 게 아닌가. 도라에몽 다시보기에 열혈 몰입 중이었던 남편. 그 모습이 하도 신기해서 계속해서 쳐다보는데 이번에는 훌쩍훌쩍 울기까지 하는 것이다. 울었다 웃었다 하는 그 모습이 완전 코미디가 따로 없었으니.

"여보 지금 뭐해요?"
"당신도 같이 볼래요? 이번 편은 너무 슬퍼요."

남편은 어느새 도라에몽의 열혈팬이 되어 있더라는 것이다.

"여보~ 우리 지상이한테 주머니가 생겼어요."
"엄마... 지상이 주머니 여기 있어요. 짜잔. 맛있는 멜론빵."

주말이면 아이들과 함께 밤하늘의 별빛도 보고, 그 별빛 아래 탁
트인 야외마당극장에서 좋아하는 영화를 보며 아주 행복해 한다.
▲ 이이와 함께 도라에몽 열혈팬이 된 남편 주말이면 아이들과 함께 밤하늘의 별빛도 보고, 그 별빛 아래 탁 트인 야외마당극장에서 좋아하는 영화를 보며 아주 행복해 한다.
ⓒ 이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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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에몽의 주머니며, 멜론빵이며 무슨 얘길해도 끄덕끄덕... 함께 소통하고 친구가 되어가는 아이와 아빠. 아빠와 아이 사이에 어떤 무거운 격이 없어진 느낌이랄까?

어쩜 이런 모습이 어린시절의 남편이 바라왔던 아빠의 모습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도라에몽 하나로 소통하고, 만화영화로 소통하는 그 모습들이 엄마인 내게도 어쨌거나 좋아보이더라는 것이다.

"아빠가 되면 하고 싶었던 버킷리스트 중 하나야."

무엇보다 아이와 함께하는 추억의 시간을 많이 만들어가고 싶다는 남편. 시골로 이사 와서 가장 하고 싶었던 게 야외극장을 만드는 것이라던 남편은 그렇게 또 집 마당에 자그마한 미니야외극장을 만들었다.

주말이면 아이들과 함께 밤하늘의 별빛도 보고, 그 별빛 아래 탁트인 야외마당극장에서 좋아하는 영화를 보며 아주 행복해 한다. 그런 남편의 모습은 확실히 '어른아이'라고나 할까?

"여보... 내가 오락기 하나 질렀다."
"뭐라고요? 내가 못 살아."

"그게 아니라... 부모 몰래 나쁜짓 하느니 이렇게 아빠랑 어릴 적부터 오락도 하고 게임도 하고. 이게 얼마나 아이들 정서상으로도 좋은데."

아이들 핑계에 오락기며, 영화 빔프로젝트며 그렇게 하나하나 장만해 가는 게 아닌가 싶어 살짝 미워지다가도, 사실 남편말이 맞는 말이기도 하다.

"게임같은 건 무조건 안돼", "이런 건 하지마" 하다보면 오히려 더 하고 싶어지고, 그것도 어딘가에 숨어서 몰래 하게 된다는 거다. 그러니 차라리 부모와 함께 건강하게 즐기는 게 오히려 더 낫지 않겠느냐는 거다.

"아이와 오락하기. 이것도 버킷리스트 중 하나야."

아들을 낳으면 가장 하고 싶은게 목욕탕 데이트라던 이야기는 많이 들어왔는데, 남편은 이외에도 하고 싶은 게 참 많은 듯 해 보였다. 하나 둘 자신만의 버킷리스트들을 풀어 놓는데, 누가 아이인지 아빠인지. 아이가 따로 없네 하다가도 한편으론 단 몇시간이더라도 아이와 놀며 얘기 나누며 아이와 하나가 되려는 남편이 참 고마웠다.

사실 그렇지 않은가. 요즘은 예전과 다르게 많이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독박육아'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여성 홀로 육아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들이 얼마나 많은가. 육아 자체가 힘든 일인데 그것도 혼자서 감당한다는 건 얼마나 힘들고 지친 일인지, 얼마나 스트레스로 다가오는지를 알기에. 이렇듯 친절하게 육아에 가담해 주는 남편이 어쨌든 내게는 참 고맙더라는.

사실 이런 남편 덕에 나 또한 맘편히 일할 수가 있으니.

"엄마 일할 시간이다. 애들아, 우린 가서 영화 보자~"

꿈을 가진 엄마들, 사회란 무대에서 열정을 꽃피우는 엄마들에게 있어서는 이런 프레디, 플레디들의 존재는 그저 고마울 수밖에 없다. 아이에게도 엄마에게도 고마운 존재.

시골로 이사 와서 가장 하고 싶었던게 야외극장을 만드는 것이라
던 남편은 그렇게 또 집 마당에 자그마한 미니야외극장을 만들었
다.
▲ 미니야외극장에서 시골로 이사 와서 가장 하고 싶었던게 야외극장을 만드는 것이라 던 남편은 그렇게 또 집 마당에 자그마한 미니야외극장을 만들었 다.
ⓒ 이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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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어쩌면 아이와 뒹굴고 노는, 아이와 놀이하는 시간들은 아빠들 자신에게 더 필요한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이 시대 아빠들, 대한민국의 아버지란 존재가 가장이라는 무거운 직책으로 인해 얼마나 중압감을 갖고 사는지, 늘 커다란 무게의 짐들로 매일 매일이 버겁고 힘들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니다. 바쁜 일상 안에서 시간적 여유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더라도 잠시 잠깐이라도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그 순간만이라도 어깨에 짓눌린 스트레스며 힘듦 따위는 벗어 던지고 행복의 웃음을 지어보는 건 어떨까. 아빠들 자신을 위해서도.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도.


태그:#프레디아빠, #플레디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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