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새 노조 지지 '길병원 직원모임' 900명 넘어서
9년만에 설립 된 민주노조를 지지하는 단체 대화방 '길병원 직원 모임'이 23일 900명을 돌파했다. 민주노총 가입이 확산되면서, 길병원은 한국노총 가입을 독려하기 시작했다.
▲ 길병원 직원 모임 9년만에 설립 된 민주노조를 지지하는 단체 대화방 '길병원 직원 모임'이 23일 900명을 돌파했다. 민주노총 가입이 확산되면서, 길병원은 한국노총 가입을 독려하기 시작했다.
ⓒ 김갑봉

관련사진보기


길병원에 19년 만에 설립된 민주노조에 대한 반응이 연일 뜨겁다.

민주노총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가천대길병원지부 가입을 독려하고, 병원 내 각종 부당행위 제보를 받고 있는 카카오톡 단체 오픈 대화방 '길병원 직원 모임'은 지난 21일 600명을 넘어선 데 이어 23일 오후 900명을 돌파했다.

앞서 길병원지부는 창립 후 지난 21일 병원 각 병동과 진료실 등을 순회 방문하며 새 노조 설립을 알리고, 새 노조 가입을 권유했다. 새 노조 집행부가 준비해간 가입원서가 모자랄 정도로 반응은 뜨거웠다.(관련기사: 길병원 19년만의 민주노조 설립, 가입원서가 부족했다)

상급단체인 보건의료노조 인천부천지역본부와 길병원지부는 23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직원식당에서 새 노조 설립을 알리고, 못 받는 시간 외 근무수당 받고 병원 내 갑질 청산을 위해 새 노조에 가입하자고 호소했다.

19년 만의 민주노조 설립에 허를 찔린 사측과 기존 노조도 가만있진 않았다. 병원 부서장과 수간호사들은 지난 21일 길병원지부가 배포하고 간 새 노조 가입원서를 수거했다. 새 노조 가입원서 수거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심지어 일부 병동에선 민주노총에 가입하면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고 길병원 지부는 전했다. 대신 길병원 부서장과 간호부, 수간호사들은 기존 노조인 한국노총 노조에 가입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길병원이 새 노조를 알리고 가입을 권유하는 보건의료노조를 업무방해로 경찰에 신고해 23일에도 경찰이 출동했지만, 산별노조의 이 같은 노조활동은 합법이라 경찰이 출동해도 제재할 수는 없다.
▲ 길병원 길병원이 새 노조를 알리고 가입을 권유하는 보건의료노조를 업무방해로 경찰에 신고해 23일에도 경찰이 출동했지만, 산별노조의 이 같은 노조활동은 합법이라 경찰이 출동해도 제재할 수는 없다.
ⓒ 김갑봉

관련사진보기


사측과 기존 노조의 새 노조 방해 공작은 23일에도 진행됐다. 지난 21일에는 한국노총 노조가 노조 가입을 홍보하는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간부를 업무방해로 경찰에 신고한 데 이어, 이번에는 병원 보안팀이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간부를 같은 혐의로 신고해 경찰이 출동했다.

그러나 산별노조인 보건의료노조의 노조 간부가 보건의료노조가 있는 사업장에서 노조 활동을 알리고, 노조 가입을 권유하는 것을 합법적인 활동이다.

법원은 이미 '산별노조가 사용자 단체와 직접 단체교섭을 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며, 그 밖에 노동조합의 운영 조직에 관한 모든 권한을 행사하는 주체가 된다'고 판결(인천지법 2016노5020 판결)했다.

한국노총 조합원 일부는 23일 점심 때 구내 식당 퇴식구 쪽에서 새 노조를 홍보 중인 민주노총 조합원 앞을 가로막고 서서 직원들이 볼 수 없게 가리기도 했지만,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한국노총 조합원들은 구내식당 입구에서 기존 노조 가입을 권유하는 홍보물을 나눠줬지만 받아가는 이들은 드물었다. 반면 퇴식구 쪽에선 보건의료노조 간부들이 나눠주는 새 노조 1호 소식지와 가입원서를 챙겨가는 이들이 많았다.

보건의료노조는 길병원지부 설립 이후 새 노조 가입을 권유하는 노조 활동에 각종 부당노동행위가 따르고 있다며,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의 엄정한 조사를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21일 합법적이고 정당한 노조 권유 활동에 기존 노조위원장이 경찰과 같이 나타났고, 22일에는 밤늦게 퇴근하는 새 노조 지부장을 3명의 팀장이 미행한 정황도 확인됐다. 노조 활동을 감시한 부당노동행위이며 인권 탄압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길병원, 민주노조 설립 다음 날 '기존 노조의 교섭요구' 게시

새 노조가 설립되자 길병원의 대응도 빨라졌다. 길병원은 새 노조가 1차 순회방문을 마친 지난 21일 저녁 통상 교섭보다 약 한 달 빠르게 '단체교섭 요구 사실의 공고'라는 글을 게시했다. 한국노총 가천대길병원노동조합의 교섭요구가 20일 있었다는 것이다.

20일은 대의원 8명이 오후에 한국노총 길병원노조위원장을 선출한 날이다. 노조위원장을 선출하자마자 교섭을 요구했다는 것으로,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는 기존 노조의 교섭요구에 의혹을 제기했다.

보건의료노조는 "기존 노조에서 사무장을 맡았던 새 노조 수석부지부장은 19일 기존 노조를 탈퇴했는데, 그 전까지 단체교섭 요구에 대해 어떤 말도 들은 적이 없다고 했다. 통상 기존 노조는 8월 중하순에 교섭을 요구했는데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또 "교섭을 요구했다는 날 위원장 선거가 있었다. 교섭을 요구했다면, 위원장 선출시간인 오후 6시를 기준으로 이전이거나 이후여야 한다. 이전이라면 위원장 선거에 모든 사무가 집중된다는 점에서 맞지 않고, 이후라면 일과 후 시간이라는 점에서 상식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길병원 게시한 '교섭 게시' 공고문에 병원 직인이 없는 것도 논란이 됐다. 길병원은 '허위문서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일자, 22일 오후 밤늦게 직인을 찍어 다시 게시했다.

새 노조에 대한 직원들의 반응이 뜨거운 가운데, 직원들의 새 노조 대거 가입으로 제1노조가 민주노총 노조로 바뀔경우 길병원은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와 교섭을 해야 한다. 이 때문에 길병원이 교섭을 서두르는 것으로 풀이된다.

보건의료노조는 고용노동부가 길병원의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에 대해 디지털포렌식 기법을 활용해 조사할 것을 촉구했다.

길병원지부, "고용노동부가 길병원 특별근로감독 실시해야"
길병원 직원들은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그동안 자신들이 겪은 부당노동행위와 갑질 피해를 폭로하기 시작했다.
▲ 길병원 직원모임 길병원 직원들은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그동안 자신들이 겪은 부당노동행위와 갑질 피해를 폭로하기 시작했다.
ⓒ 김갑봉

관련사진보기


900명을 넘어선 길병원 직원 단체 대화방에는 직원들의 각종 제보가 끊이질 않고 있다. 길병원지부에 따르면 길병원에선 이길여 회장 생일에 맞춰 부서별로 축하 동영상을 찍고, 회장 사택 관리와 사택 내 행사 등에 동원된다는 증언이 나왔다.

또한 전체 직원역량 강화교육을 빌미로 전 직원들의 회장 기념관 견학을 강제하고, 회장 집무실과 별도로 전용 VVIP 병실이 운영되며, 병원 물리치료와 피부관리, 영양사 등을 사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여기다 노동자들의 출근 시간은 기록하는데 퇴근 시간은 기록할 수 없는 관행이 만연해있고, 교대 시 업무 인계와 인수를 위해 약 1시간 더 일하는 노동은 시간 외 노동에 해당해 초과 수당을 지급 해야하는 데 지키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 직원은 단체 대화방에 "간호부서는 돈을 참 자주 걷습니다. 장기자랑 연습할 때 병동마다 간식비, 의상비도 5만원씩 걷었습니다. 병동 논문을 쓰라길래 이것저것 비용부터 교수님 사례비까지 40만~50만원을 냅니다. 다른 병원도 이러는지 궁금합니다. 직원복지에는 안 써도 그 외에 지들(사측)이 하려는 행사비는 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진짜 노답입니다"라는 글까지 올렸다.

이 같은 직원들의 제보와 갑질 의혹에 대해 보건의료노조는 근로기준법위반 이라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쉬지 못하는 간호부서의 휴게 시간(1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 필수역량 강화교육으로 회장 기념관 견학을 강제하면서 이를 시간 외 근로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가 있다, 또한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부실운영에 따른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도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이 같은 직원들의 제보를 토대로 고용노동부에 길병원의 시간 외 수당 미지급과 노동관계법 위반 혐의를 주장하며,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했다.

길병원, "직원들 의혹제기는 와전된 것"

이 같은 의혹 제기에 대해 길병원은 일부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우선 회장 기념관 견학에 대해서는 길병원 관계자는 "올해가 병원 60주년이다. 길병원은 중구 용동에서 산부인과로 시작했다. 기념관 견학은 해석하기 나름이다. 기념관은 우리 병원의 모태가 된 곳으로, 우리 병원의 철학을 둘러보기 위해서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병원 VVIP실 전용 논란에 대해서는 "집무실이 따로 있는데, 집무실을 리모델링 하는 동안 사용할 수 없어서 VVIP실을 임시로 사용한 것이다"고 했으며, 물리치료와 피부미용 등을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비용을 다 지불하고 이용했다"고 밝혔다.

교대 시 업무 인계와 인수를 위해 약 1시간 더 일하는데도 초과 근무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길병원 관계자는 "현재 노동조합에서도 이 문제를 제기해 병원 측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간호 병동에서 장기자랑과 학술논문 작성에 별도로 돈을 걷었다는 의혹에에 대해서는 "장기자랑의 경우 전에는 걷었는데 문제가 되자 최근에는 안 걷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으며, "논문 작성 시 걷는 교수 사례비 또한 와전된 것"이라고 했다.

길병원 관계자는 "의료계에서 학술대회가 열리고, 여기에 병동이나 진료실이 참여하는 것을 장려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논문을 쓰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간호대학 교수님의 지도를 받는데, 이 경우 병원에서 그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간호사한테 돈을 걷는다는 것은 와전된 것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새 노조 지부장 미행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길병원 관계자는 "새 노조의 지부장이 미행당했다고 하는 얘기가 들리길래 확인했더니, 그런 사실이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길병원, #가천대길병원, #보건의료노조, #민주노총, #길병원지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