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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 차례야!"
"하나 둘 셋!"
"조명 왜 꺼졌어?"
"빨리 빨리!!"
"아.. 끝났다..."


7월 17일 화요일 14시 30분, 광양공공도서관 유아실 그림자 인형극 무대 뒤에서 새어나오는 목소리다. 우리는 광양백운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이다. '그림책은 멋있다'라는 방과후에서 여러 그림책을 읽고 토론하는 과정에 있었다. 그러던 도중 선생님이 제안했다.

"그림책을 가지고 연극을 해보는 건 어떨까?"
"연극이라고요?"


봉사 프로그램을 제안한 사람은 방과후 지도 교사 황왕용 선생님. 사서교사인 황 선생님은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서 진행하는 '1318 책벌레 프로그램'과 전라남도교육청 '사제동행 독서토론 동아리'에 선정되어 학생들과 재미, 의미를 찾는 책 읽어주는 봉사활동을 기획했다.

<감기 걸린 물고기> 그림자 인형극을 관람하는 유치원생 30명
▲ 그림자 인형극 공연 중 <감기 걸린 물고기> 그림자 인형극을 관람하는 유치원생 30명
ⓒ 황왕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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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엉겁결에 그림자 인형극을 준비하게 되었고, 여러 가지 그림책 중 인형극으로 각색하기 좋은 2편을 투표로 선정하였다. 박정섭의 <감기 걸린 물고기>와 정성훈의 <사자가 작아졌어> 원작을 토대로 인형을 만들고, 화면, 음향, 인형극 연기 등 많은 연습 끝에 초연했다.

우리가 처음으로 연극을 펼친 곳은 광양공공도서관. 도서관은 관람객을 모집하고 장소를 대여해주는 등 적극적으로 협력했다. 덕분에 우리의 무대는 유치원생들의 호응과 함께 작은 공간을 채웠다. 우리가 그림자 인형극을 공연하는 봉사활동이 유아들과 유치원 교사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림자인형극은 빛과 어둠을 이용한 인형극으로 종이 인형, 목소리, 음향 등으로 표현하는 종합 예술이다. 우리는 이야기의 구조, 이야기를 각색하여 극으로 만들어내는 과정, 목소리와 인형의 움직임으로 표현하는 예술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웠다.

광양백운고등학교 2학년 박진영 양은 "학기 초부터 여러 권의 그림책을 읽고 토론했다. 그 중 2권을 선택하여 각색했고,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준비하고, 효과음을 탐색했다. 아이들이 재미와 그림책 내용 이해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연습하는 과정은 꽤나 복잡했다"며 "몇 달 간의 준비의 결과물을 실수 없이 했고, 꼬마 관객들이 신나게 즐겨주었다는 점에서 기쁨을 얻었다"고 했다.

그림자 인형극을 본 유아는 색다른 그림책을 경험하며 즐거움을 느끼고, 우리는 자부심과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이번 2편의 인형극에 실제 사용한 배경은 15가지가 넘고, 인형 또한 10가지가 넘는다. 우리가 직접 만든 인형과 배경으로 한 공연이라 더 가치가 있었다.

OHP필름 위에 아이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다양한 색깔을 사용하여 그림자 인형극의 배경을 만들었다. 검은 도화지를 오리고 붙여서 사자나 물고기 등의 인형 친구들을 만들고, 코팅과 철사를 붙여 단단하게 고정했다. 효과음을 찾고 인형을 움직이며 상황에 맞는 목소리로 연기 연습까지 했다.

무대 뒤에서 연기를 하느라 보이지는 않았지만 무대 앞의 아이들의 환호성 소리가 들렸다. 아이들이 지루할까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더 큰 호응 덕에 용기를 내어 연극을 무사히 마쳤다. 연극을 마친 뒤 무대 밖으로 나와 간식거리를 주며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언니, 오빠들 멋져요~"
"저는 상어가 좋아요."
"가젤이 울어서 저도 슬펐어요."


아이들의 해맑은 모습에 유치원 교사와 공공도서관 사서선생님은 공연을 앞으로도 더 해줄 것을 요청했다. 여름방학이 끝나면 더 바빠질 것 같다.

우리 학교 교장선생님은 "우리 학교 학생들이 어린 유치원생들에게 도서관과 친해지고 책 읽는 즐거움을 알린 것이 자랑스럽고, 이런 봉사활동 경험이 스스로에게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공동 기사 작성 : 진가영



태그:#광양백운고등학교, #그림책은 멋있다, #그림자 인형극, #황왕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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