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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최저임금 인상 문제가 제기되면서 자주 비교되는 것이 일본의 최저임금이다. 7월 22일 연합뉴스는 "日 올 최저임금 3% 인상 8천870원대..구인난에 실제임금 더높아"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실제임금 더높아'라는 전제를 달긴 했으나 3%라는 낮은 인상률과 일본 전국 평균 최저임금을 제목으로 내세웠다. 이런 제목을 통해 한국 최저임금이 소득수준 높은 일본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점을 부각하고 싶어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과연 기사에서 말하는 것처럼 한국에서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은 일본과 비슷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일까? 연합뉴스 기사에도 살짝 언급되었지만, 일본과 비교하기 위해선 실제임금에 대한 심층 고찰과 함께 과연 소득수준 높은 일본이 물가도 한국보다 그만큼 높은가에 대한 고려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일본을 왕래하는 한국 사람들은 일본의 편의점만 둘러 봐도 '우리나라에 비해 좀 싼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한국보다 1인당 소득 수준이 높은 일본이기 때문에 높은 물가지수를 보일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대한민국 물가 수준은 전 세계 어느 곳과 비교해도 싸지 않고 일본보다도 비싼 부분이 많은 게 사실이다.

한국과 일본의 체험 물가 비교

한국과 일본의 생필품 물가비교. 화면의 적색이 한국의 물가가 더 높은 것이며, 파란색이 한국이 낮은 항목이다.
▲ 일본과 한국의 생필물 물가비교 한국과 일본의 생필품 물가비교. 화면의 적색이 한국의 물가가 더 높은 것이며, 파란색이 한국이 낮은 항목이다.
ⓒ 최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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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의 체험 물가를 비교해보았다. 객관적 지표를 사용하려고 애썼으나 판매 수량이 차이 나서 비교가 힘들거나 양국에서 상응하는 제품을 찾기 어려운 경우, 계절적 요인과 내수제품을 거의 소화하는 계란, 야채, 과일, 육류 등의 신선식품은 제외했다.

공정한 비교를 위해 한국은 이마트 계열 신세계몰(SSG), 일본은 일본 최대 유통체인 이온(Aeon)의 인터넷쇼핑몰 가격을 기준으로 하였으며, 동일제품이 판매되지 않는 경우에는 누구라도 인정할 수 있는 각 카테고리의 양국 대표 제품을 비교하였다. 판매 수량이 다른 경우에는 수량에 따른 평균가격으로 비교하였으며 일본의 엔화는 환율 10.00을 적용하여 계산하였다.

다른 나라 물가를 비교할 때 가장 널리 사용되는 맥도날드의 빅맥 가격은 한국이 단품 4400원이고 일본이 3900원으로 한국이 약 13%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 가격 차이뿐만 아니라 일본 맥도날드의 경우에는 매장에서 배포하는 쿠폰과 애플리케이션에서 바로 발행되는 할인쿠폰 등이 많아 표시 가격보다 훨씬 저렴하게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체감하는 가격은 한국이 훨씬 비싸다.

그뿐만 아니라 대표적인 기호식품이라고 할 수 있는 스타벅스의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의 경우도 한국이 4100원, 일본이 3400원으로 한국이 무려 21% 비싸다. 이외에 우유, 화장지 등을 제외한 거의 모든 품목에서 한국이 일본보다 비싼 것을 알 수 있다.

표에서 확인 가능한 것처럼 한일 양국에서 판매되는 외국산 제품의 경우를 비교하면 대부분 일본이 한국보다 2~30% 저렴하다. 심지어 코카콜라와 프링글스 감자칩의 경우는 50% 이상 차이 난다. 한국에서 코카콜라 500mL를 사는 가격(1630원)으로 일본에선 그 3배인 1.5L를 사고도 돈이 남는다(1490원). 스팸, 하겐다즈, 볼빅 같은 식료품은 말할 것도 없고 여성 필수품이라고 할 수 있는 생리대도 한국이 50%가량 비싸다.

인터넷상에서 일본 이온과 한국 이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프링글스의 가격 비교. 한국제품이 거의 2배 가깝게 비싼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 한국과 일본의 프링글스 110g 제품 가격 비교 인터넷상에서 일본 이온과 한국 이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프링글스의 가격 비교. 한국제품이 거의 2배 가깝게 비싼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 최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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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최저임금 비교에서 간과하고 있는 점

물론 이런 생필품 물가와 달리 교통비의 경우 일본이 압도적으로 비싸다는 지적도 있을 수 있다. 실제로 양국 국민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지하철 요금을 보면,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도림에서 선릉(이동시간 약 30분)까지의 요금이 1450원, 이에 상응하는 도쿄 야마노테선 이케부쿠로에서 하마마츠쵸(30분 거리)가 2590원이다. 약 80% 가깝게 일본이 비싸다. 교통비에 한해서는 일본이 비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일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직장에 근무하면 고용주들이 교통비를 부담한다는 점이다. 월급 이외에 출퇴근에 필요한 경비를 지불하는 게 상식적으로 되어 있다.

알바몬 사이트에서 서울지역 편의점 아르바이트 구인공고를 확인해보면 야간이나 특별하게 붐비는 특정 점포를 제외하고는 거의 균일적으로 7530원의 최저임금에 맞춰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거기에 반해 일본 아르바이트 구인 검색사이트인 타운워크(Townwork)에서 도쿄지역 편의점 구인 공고를 찾아보면 최하 1000엔(한화 1만 원 상당) 이상의 시급부터 시작하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모든 지점에서 교통비를 지급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본인 주소지를 증명하는 서류와 근무처까지의 지하철 정기권 구매 영수증을 첨부하면 고용주는 시급 이외에 교통비를 따로 지급한다.

아르바이트 구인 사이트 알바몬에서 확인할 수 있는 한국 편의점 시급
▲ 한국 편의점 아르바이트 평균시급 아르바이트 구인 사이트 알바몬에서 확인할 수 있는 한국 편의점 시급
ⓒ 알바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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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보다 월등히 높은 시급과 교통비 지급이 명시되어 있는 일본의 편의점 모집공고 townwork사이트 갈무리
▲ 일본의 편의점 아르바이트 구인공고 최저임금보다 월등히 높은 시급과 교통비 지급이 명시되어 있는 일본의 편의점 모집공고 townwork사이트 갈무리
ⓒ town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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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이 일본과 한국의 물가와 실질임금까지 비교하지 않고 단순히 최저임금 숫자로 양국의 노동환경을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많은 언론이 기업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조금만 조사해보면 알 수 있는 사실들을 무시하면서 최저임금 인상 문제 자체에만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한국이 외국과의 최저임금 비교에서 간과하고 있는 점은 또 있다. 선진국과 한국의 최저임금 의미가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말만 최저임금이지 실제로는 일용직 노동자나 단순노동자들이 받을 수 있는 최대임금의 의미와 다르지 않다. 고용주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반발하는 것은 실제 임금과 최저 임금 차이가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에 반해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의 최저임금은 급격한 노동환경 변화를 대비하여 노동자들의 안정적인 생활수준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 보장장치의 성격이 강하다. 단순 수치로 외국과의 최저임금과 별로 차이 나지 않는다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식의 궤변에 불과한 것이다.

일본보다 높은 물가, 낮은 임금,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한 처지의 일용직 노동자들의 입장도 대변해달라는 부탁을 언론들에 하는 것은 정말 무리한 일인가?

덧붙이는 글 | 기자의 일본 블로그와 일본 매체에도 송부된 기사입니다.



태그:#최저임금, #일본물가, #실질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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