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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쓰고 걷는 남자
 양산쓰고 걷는 남자
ⓒ 이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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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딸과 사위가 찾아왔습니다. 저는 일부러 운동 삼아 왕복 1시간 정도의 거리를 걷고 점심을 해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딸 부부가 저번에 와서 많이 탄 팔을 보더니 "자외선이 많은 날씨에는 조심해야 한다"면서 자외선차단제 크림을 사가지고 온 것입니다. 고마웠지만, 저는 자외선차단제 크림을 바르면 왠지 답답하더라고요. 더군다나 자외선차단제의 폐해에 대한 관련 글을 읽음으로 인해 더욱 더 바르고 싶지 않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고 : http://blog.daum.net/yiga0109/16136135 [2번 선스크린 크림 관련글])

그래서 궁리를 해보았습니다. "여성들은 더운 여름에 양산을 쓰는데 왜 남성들은 쓰지 않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햇볕을 쪼이면 살갗이 타니 미용에 좋지 않아서 여성분들이 양산을 쓰는 것일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자외선의 위험을 상업적으로 이용하여 남녀노소가 선스크린 크림을 바르는 것이 마치 문명사회를 만끽하는 것 같은 시대가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나처럼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싶지 않은, 요즘 트렌드에 벗어난 사람은 "남성들은 왜 양산을 쓰면 안 되는가?"라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월요일부터 색깔있는 양산을 쓰고 걷기운동을 해보았습니다.

한번 해봤더니, 자외선차단 등 직사광선을 피하는 것도 피하는 것이지만 이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제껏 모자를 쓰고 30분쯤 걷다보면 이마에서 땀이 줄줄 흐르고 온몸이 온통 땀투성이였습니다. 그런데 양산을 쓰고 걸어보니 거의 손수건을 쓰지 않아도 될 정도인 땀만 조금 맺히는 정도의 시원함이었기 때문입니다.

작년까진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한여름에는 걷기 운동을 하고 싶었으면서도 너무 따가워지면 차량을 운전하여 점심식사를 하러가곤 했습니다. 그런데 양산 하나로 걷기 운동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습니다. 딸 내외의 채근 때문에 궁리를 하게 되었고 그래서 양산을 쓰고 걸어보니 너무 좋다면서, 염려해주는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과 함께 양산 쓴 사진을 찍어 딸 내외에게 보냈습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여름에 양산을 쓴 어머니의 손을 잡고 걸었던 추억 때문인지, 아니면 남성들이 여름에 양산을 쓰는 것을 보지 못하는 낯섬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남자들이 더운 여름에 양산을 쓰는 모습을 거의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여름에 여성들이 양산을 쓰는 것은 당연하고, 남성들은 양산을 쓰면 이상한 것, 아니, 양산 쓸 생각조차 못하는 그런 행태로 여겨졌는지 모를 일입니다.

적도에 가까운 열대지방에서 그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도 그늘에 들어가면 그렇게나 시원했던 경험을 많은 국민들이 해외여행을 하고 있으니 이젠 잘 알면서도, '남자들은 양산을 쓰지 않는 것'이라는 그러한 고정관념이 너무나 컸었나 봅니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점점 더 뜨거워지는 여름이라면서도 왜 양산 쓰자는 운동을 하지 않는지 정녕 모를 일입니다. 겨울에는 내복을 입자는 운동을 하면서.

양산은 3단으로 만들어졌는데 남성들의 한 손뼘 길이 이기에 휴대하기가 그렇게나 편할 수 없습니다. 아마 여성분들의 핸드백에 쉽게 넣고 다닐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 실용성을 찾다보니 이렇게 작은 것으로 진화되었나 봅니다. 그러니 요즘 남성들도 가방 하나씩은 메고 다니는 것이 트렌드가 되다 보니 양산을 가지고 다니는 것도 그리 큰 부담은 아닐 것이라 생각됩니다.

한 남성으로서 양산을 쓰는 처음의 낯섬과 쪽팔림(?)은 며칠의 양산 사용이라는 그 효용성과 실용성에 의해 저 멀리 날아가 버렸습니다. 자외선 공포 마케팅 차원으로서의 선스크린 크림이 일반화된 현대에 선스크린 크림이 바르기 싫어 써본 양산 사용이 더운 여름에도 이렇게 시원한 걷기운동을 할 수 있게 한다는 그 실용성에 이제 남성들에게 양산쓰기의 좋음을 알리고 싶어졌습니다. 마치 이젠 나이드신 어떤 탤런트의 유명한 광고문구처럼. ^^

"너희가 게맛을 알어?"



태그:#무더위, #피서 , #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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