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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표 출마 선언한 이해찬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남소연
7선의 좌장이 등판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세종)이 20일 그간의 침묵을 깨고 8.25 전당대회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당내 반응은 둘로 나뉘었다. 호랑이의 재림으로 치켜세우는 혹자가 있는가 하면, 등판 시점이 너무 늦었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첫 반응은 대체로 공통적이었다. 시쳇말로 '멘붕(멘탈붕괴)'. "나올 줄 몰랐다"는 것이다.

[반전] 변수의 등장

"안 나올 것이라고 봤는데... 어제 갑자기 결정하신 것 같다."

불출마를 확신했던 한 초선 의원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의원의 '큰 어른' 역할을 주문했던 일부 당권 주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박범계 의원은 이 의원의 출마 소식이 알려지기 전인 같은 날 오전 CBS <김현정의뉴스쇼>에 출연해 "느낌 상 안 나오시지 않을까"라면서 "역할이 다르다. 트랙터와 곡괭이(당대표)다. 이 의원님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트랙터의 역할을 하셔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박 의원은 이후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의원의 '위기의식'을 출마 이유로 재분석했다. 그러나 그는 "(이 의원의 출마는) 당을 위기로 보기 때문인 것 같다. 지금 당신의 경륜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듯하다"라면서도 "우리 당에 필요한 것은 경륜에 의한 관리가 아니라 깜짝 놀랄 만한 혁신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 얼굴에 의한 혁신이어야 국민에게 설득된다"라고 말했다.

이 의원 기자회견 직후 출마를 공식화한 이종걸 의원은 "가히 충격적"이라고 했다. "판세가 요동치고 승패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 대형사건"이라는 분석이었다. 당황을 넘어 비토를 던진 이도 있었다. 한 당권주자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치를 그렇게 하시면 안 된다. 먼저 나온다고 진작 선언을 해야 후배들이 마음이 편하지 않겠나"라면서 "레이스는 누구나 뛸 수 있지만, 당황스럽다"라고 날을 세웠다.

[위기] 평정과 혼돈 사이

대통령과 당의 지지율 하락세, 경제 지표 악화, 야권의 대여 공세 강화. 이 의원의 출마 명분은 찬반 여부를 떠나 '당의 위기'로 분석됐다. 다만 위기 해결 방식에 대한 소구는 저마다 달랐다. 좌장의 안정감 있는 지도력이냐, 새 인물을 통한 혁신이냐. 구도는 양분됐다.

"호랑이가 질주하기로 했다. 토끼와 여우들이 화들짝 놀라겠지. 이제 다 죽었다."
당권도전 선언한 이해찬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한 뒤 나서고 있다. ⓒ 남소연
당내 한 중진 의원은 "타이밍이 기가 막히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당이 안정감을 잃고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동네사방이 못 살겠다고 아우성치니까 호랑이 우리를 뛰쳐나와 평정할 명분이 생긴 것"이라는 해석이었다.

이 의원의 압도적 승리를 예상하는 동시에 박범계 의원의 '새 인물론', 최재성 의원의 '세대교체론'을 "선거용"이라고 깎아 내렸다. 그는 "줄기차게 그런 주장을 했어야지. 이제 와서 선거 때 반짝한다고 사람들에게 공감은 줄지 몰라도 울림은 못준다"라고 지적했다. "이번 전당대회는 호랑이의, 호랑이에 의한, 호랑이를 위한 이해찬의 전당대회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100% 확신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과거 친문 또는 친노 대 비문 간 세력 싸움이 아닌, 친문 후보들만 우수수 출사표를 낸 상황에 대한 낙관과 비관도 상존했다.

"친문과 비문이 구분이 안 된다. 지방선거 때 단체장 160여 명이 들어왔는데, 판세 분석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각 후보들 점검해보니 전부 자기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볼 때는 아니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이번 컷오프 구도를 '대혼전'으로 묘사했다. 이 의원은 "누구도 압도적 1위를 점하지 못하고, 누구도 2위와 3위가 될지 모르는 형국이다"라면서 "우리 당 초유의 컷오프 전쟁이 벌어진 것 같다. 정치 20년을 했지만 30~40년 사이 이런 예선 구조는 처음 본다. 나도 결과가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이 의원이 기존 후보들을 제압할 '호랑이'라는 분석에도 고개를 내저었다. 그는 또한 지지그룹이 불분명한 초선 의원과 초선 단체장이 컷오프 등락을 결정하는 중앙위원회에서 큰 파이를 차지하고 있는 것 또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해설했다. "바닥 민심은 대혼전"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지금은 너무 늦은 것 같다"라면서 "초반에 입장을 밝혔으면 다른 후배들이 정리를 했을 지도 모른다. 이미 나온 이들을 돕겠다고 약속한 중앙위원들이 배신하고 같이 갈 정도로 이 의원이 흡입력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시간이 4~5일 밖에 없고 더구나 이미 3분의 1정도가 특정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전망] 컷오프까지 일주일, 친문 간 첫 경쟁구도
당대표 출마 선언한 이해찬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 들어서고 있다. ⓒ 남소연
박범계, 김진표, 송영길, 최재성, 김두관, 이해찬, 이종걸. 출마 순으로 나열한 당대표 주자들이다. 오는 22일 출마를 예정한 것으로 알려진 이인영 의원까지 더하면 총 8명이다. 오는 26일 예비 경선, 즉 컷오프까지는 꼬박 일주일이 남았다.

일각에서는 '친문' 공통 계파 안에서 각 후보 간 대립 또는 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당내 한 재선 의원은 "컷오프야 통과할 것이다. 김진표 의원도 될 것으로 보는데, 나머지 한 석을 두고 싸우는 형국이 되지 않겠나"라면서 "좋은 사인이라기보다는 심란한 사인이 더 많을 것 같다"라고 걱정했다. 다만 반대로 "이전투구도 아니고 볼썽사나운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하는 이도 있었다.

당권 경쟁 본 무대에 오를 자리는 단 3석. 단일화를 예고하거나 교통정리를 바라는 목소리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한 당권주자 측 관계자도 같은 날 통화에서 "우리는 처음부터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세대 경쟁이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좋은 경쟁 구도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캠프 관계자도 "대표가 되기보다는 당원들이 어떻게 해야 주체적으로 공천권을 가질 수 있는지 고민했기 때문에 끝까지 갈 것 같다"라고 말했다.
태그:#이해찬,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최재성, #송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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