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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는 미디어나 생활 속에서 궁금한 성이야기를 프리랜서 성교육 강사 심에스더씨에게 묻고 답하는 연재입니다. [편집자말]
카카오톡에 새로운 친구가 등장했다. 열두 살 딸 진이(가명)다.

"이게 누구야?"

답이 없다. '스마트폰을 사주기는 아직 이르다'고 생각하는 나와 '사줘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남편의 의견이 접점을 찾지 못했는데, 갑자기 이런 일이 벌어졌다. 남편이 예전에 자신이 쓰던 스마트폰을 결국 넘겨준 거였다. 나한테 말도 없이. 쳇.

스마트폰을 쓰기 전에도 완전히 차단되어 있는 건 아니었다. 4학년 2학기 정도부터 집에서 아이패드를 쓸 수 있게 해줬다. 이번에 진이가 스마트폰을 사달라고 했던 건, "휴대가 불편해서"였다. 사진도 찍고 싶고, 음악도 듣고 싶은데, 아이패드로는 그럴 수 없다는 거다.

이로써 신경 써야 할 일이 하나 더 늘었다. 물론 내가 신경을 쓴다고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다. 내 머리만 아프지. 아이에게 적당히 신경을 꺼둬도 좋을 때가 슬슬 오고 있음을 직감한다. 사실 아이패드로 아이와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번갈아 들을 때 미묘한 차이를 느꼈다. 나는 음악 소리에만 집중했지만, 아이는 영상도 보고 싶어 했다. 집중해서 보는 게 눈에 띄었다.

 액괴를 만들면서도 아이돌 뮤직비디오를 보는 아이들.
 액괴를 만들면서도 아이돌 뮤직비디오를 보는 아이들.
ⓒ 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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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쩌나, 나는 그게 싫다. 웬만한 가수들이 등장하는 뮤직비디오는 '평범하지' 않다. 의상도, 화장도, 노래 가사도 내가 보기에는 그다지 보여주고 싶지 않거나 말리고 싶은 게 대부분이다. 부모가 아무리 말조심하면 어쩌나, 애들이 따라 부르는 대중 가요 노래 가사에 '개자식'이 나오는 판에.

그렇다고 막기만 하는 것도 무리다 싶었다. 그럴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머리로는 늘 생각한다. 그래도 걱정은 됐다. 유튜브의 세계에서 만나게 될, 보여주고 싶지 않은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영상들 때문이다. 아이에게 쿨한 엄마처럼 말했다.

"진아, 유튜브 영상 볼 때 혹시라도 놀라지 마. 가끔 이상한 거 누르다가 홀딱 벗은 언니나 오빠들이 나올지도 몰라."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기나 하는 건지, 내 표정이 웃긴다고 깔깔 웃는 아이.

"진아... 웃지 마. 엄마, 지금 진지하거든. 잘 들어. 혹시라도 놀라지 말라고 미리 말해주는 거야. 음악 검색하다가 정말 그런 장면 나오면 얼마나 놀라겠어. 그러니까 미리 말해주는 거야. 그런 거 보면 기분이 좋지 않거든."
"그런 거 없었는데? 난 아무거나 안 눌러."


그래, 제발 그렇게만 해다오.

스마트폰, 막을 수 없다면

- 심샘... 참 어려워요. 일단 제한적이라고 해도 스마트 폰을 쥐어 준 게 잘한 일인지 확신이 안 서요. 그렇다고 무조건 안 된다고 할 수도 없고.
"어렵다는 말, 정말 공감이 가요. 다른 부분보다 유튜브, 나아가서 스마트폰 또는 태블릿PC와 관련된 문제로 아이를 키우는 집집마다 몸살을 앓고 있어요. 사실 유튜브를 이야기 하면서 스마트기기를 빼놓기는 힘들죠.

콘텐츠 점검도 필수지만 애초에 미디어에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 자체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른도 발휘하기 힘든 자제력이나 통제력을 아이들에게 바라기는 어렵잖아요. 원하는 동영상 등을 쉽게 볼 수 있는 마법의 도구가 내 손 안에 있는데 어떻게 그게 가능하겠어요. 그건 마치 아이언맨 수트를 입혀주고 걸어만 다니라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요!"

- 괜히 찔리네요.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돌 맞을지 몰라도 정답은 저도 몰라요. 집집마다 부모마다 아이와의 관계나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다양하기 때문이죠. 기자님처럼 제한된 상황에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경우도 있고, 제한 없이 마음껏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경우도 있어요. 아예 금지시키는 용감한 부모님도 여전히 있답니다. 하지만 어떤 길을 선택하든지 그 길에 대한 뒷조사(?)와 더불어 책임에 대한 각오를 해야 해요."

- 책임에 대한 각오요?
"제가 한 뒷조사에 의하면, 많은 전문가들이 아이들을 미디어환경에 일찍 노출시키지 않는 쪽이 정서발달 등에 더 좋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특히 아이들의 놀이 문화는(어른도 마찬가지지만) 학업이나 안전 등의 이유로 그나마 있던 것들도 사라져가는 현실이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스마트 기기는 동영상이나 게임뿐 아니라 인간 관계까지 손쉽고도 재빠르게 접할 수 있는, 꽤 자극적인 놀이동산이 되어주죠.

그런데 손 쉽게 큰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자 큰 단점이기도 해요. 몇 번의 터치로 즐거움을 주는 스마트 기기와 달리 우리의 일상은 지루하기도 하고 반응이 빠르지만은 않아요. 오히려 기다려야 하는 일들이 수두룩하죠. 소아정신과 의사인 서천석 선생님도 아이들이 스마트 기기에 빨리 노출되고 오랜 시간을 보낼수록 '일상이 지루하고 밍밍하게 느껴져 현실에서의 재미를 느끼기가 어렵다'라고 말했어요.

물론 공포심을 가지고 스마트폰 사용을 중지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에요(저도 못해요). 단지 장점과 단점을 잘 알고 신중하게 선택해 나가자는 거죠. 예를 들어, 아이들이 지킬 수 있는 룰을 정해서 약속한 시간 동안만 사용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서요."

간섭보다는 관심으로

 유튜브에서 아이돌 뮤직비디오를 보는 모습
 유튜브에서 아이돌 뮤직비디오를 보는 모습
ⓒ 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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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기기는 나름 시간을 정해놓고 사용하게 한다고 쳐도, 유튜브는요? 그냥 보게 둬도 될까요? 사실 막는다고 막을 수 없더라고요. 교육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친구 관계에도 영향을 주니까. 특히 대중음악 관련해서는!
"'눈치 보지 말고 마음껏 봐'하고 허락해 주는 '쿨한' 사람이 되고 싶지만, 솔직히 표현과 수위 제한이 없는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사이트를 볼 때는 걱정하시는 대로 어떤 이미지나 영상이 튀어나올지 몰라 가슴이 조마조마하다고 해요."

- 제가 바로 그 '쿨한 엄마' 되려다 망한 케이스잖아요. 핸드폰을 하다가도 저만 오면 죄지은 것처럼 숨기는 게 보기 안 좋더라고요. 그래서 "야, 할 거면 당당하게 해. 뭐 죄 졌어? 할거면 숨기지 말고 당당히 해"라고 했다가 후회했어요. 이젠 정말 눈치를 하나도 안 봐요(ㅠㅠ).
"하하. 그래도 잘 하셨어요. 그래서 아이들이 보는 콘텐츠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어요. '간섭보단 관심'이요! 무엇을 보는지, 여성 또는 남성을 비하하거나 왜곡된 성적 이미지 등이 담긴 내용이 나오지 않는지 살펴야 해요. 아이들끼리 동영상을 보게 될 때는 적어도 걱정할 만한 광고나 많이 선정적인 장면은 건너뛰도록 주위 어른들이 미리 걸러 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만약 아이들이 이미 봤거나 우리가 거를 수 없다면 열린 마음으로 아이들과 대화할 준비가 필요해요. 기자님처럼 미리 준비시키는 방법도 좋아요. 조금 더 팁을 드리자면, 아이들에게 그런 '벗은 여성과 남성의 몸' 등이 광고로 나오는 일이 왜 문제가 되는지 알려주면 좋겠어요."

- 왜 문제가 되죠? 
"지난 상담에서 말했지만,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기보다 여성과 남성의 몸을 성적인 도구나 성관계를 연상시키는 존재로만 생각하게 만드는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어요."

(관련기사 : 아이에게 '섹스'라고 말해도 될까요? http://omn.kr/r3kx)

- 그때 배워 놓고 이런 질문을... 이렇게 돌아서면 잊는다니까요.
"또 정말 걱정되는 콘텐츠나 내용이 있다면 아이들과 같이 보면서 아이들의 생각이나 느낌을 물어보며 대화를 시도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그게 왜 좋은지도 물어보고요.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대답이 나올 수도 있답니다."

- 아, 그런 경험이 있어요. 여자아이돌 뮤직비디오가 조금 선정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안 보여주고 싶은 무조건 "안 돼" 할 수는 없으니까 물어본 적 있어요. "너희들은 이런 뮤직비디오를 보면 어때? 남자아이돌 뮤직비디오랑, 여자아이돌 뮤직비디오는 뭐가 달라?"라고.
"오호. 뭐라고 하던가요?"

- 당황했던 건... 야하다거나, 이쁘다는 이런 말은 하나도 없었어요. 오히려, 남자 아이돌은 내용 없이 그냥 멋있게만 보이려고 만드는 것 같은데, 여자 아이돌은 스토리, 이야기가 있어서더 좋다는 말을 들어서 깜짝 놀랐어요. 그러면서 드림캐처 뮤직비디오 스토리를 이야기 해주는데... 내가 생각하는 것과 아이들이 생각하는 게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싶었어요. 그 뒤로는 특별히 뮤직비디오 보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들지 않더라고요.
"와, 정말 좋은 경험을 하셨어요. 저는 그런 식으로 나름의 기준을 정해서 허용할 건 눈 딱 감고 허용해 주면 좋겠어요. 친구 문제 이야기도 하셨는데, 친구 관계가 매우 중요한 아이들 세계에서 공통된 화제와 문화는 놓치고 싶지 않은 게 사실이에요. 맞아요, 이 부분을 이해하고 먼저 공감해주면 좋겠어요."

아이와 함께 보기 좋은 '성교육' 콘텐츠

- 그렇다고 다른 친구들이 한다고 해서 내 아이도 하게 하는 게 맞는지 고민이에요.
"만일 각 가정에서 나름의 철학과 기준에 무리가 없으면 가능하죠. 하지만 무리가 된다면 아이가 아무리 친구와 가까워지고 싶어서 '다른 아이들은 다 해'라고 말해도 기준을 지킬 필요가 있어요. 무조건 '안 돼!'라고 말하기보다는, '이러이러한 이유로 엄마는 보여줄 수 없어. 희재(가명)네가 된다고 해서 우리집도 되는 건 아냐'라고 이유를 알려주되, 조금은 단호하게 선을 그을 필요가 있어요.

또는 '좋은 친구라면 그걸 안 봤다고(혹은 모른다고), 널 싫어하거나 관계가 멀어지진 않을 거야, 엄마가 못 보게 해서 모른다고 내용 좀 알려 달라고 해. 같이 엄마 욕해도 돼!'라고 다른 관점을 제시해 줘도 좋아요. 그렇다고 아이들이 순순히 물러나 주진 않겠지만요. 친구 관계는 장기전인 만큼 어떤 기준들은 마음 아파도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고, 또 지킬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아이들을 믿어주면서 동시에 보호하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게 쉽지는 않아요. 그래서 소통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서로의 마음과 생각을 알리고 관심을 가지는 거요. 다른 건 몰라도 그건 놓치지 말아요."

- 좋은 성교육 콘텐츠들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도 드네요. 유튜브를 이용한 적절한 성교육 방법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성교육 유튜버라든지, 강의라든지.
"오오... 맞아요. 접근성, 다양성, 오락성 등의 면에서 뛰어난 유튜브 등의 미디어는 적절히 활용하면 이점도 참 많아요. 요즘 들어 보수적이고, 실용성 떨어지는 우리 사회 성교육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유튜브나 1인 방송 등을 통해 솔직하면서도 제대로 된 성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있고, 우리가 평소 만나기 어려운 선생님들의 성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답니다.

몇 개만 소개해 볼게요. 먼저 우리 어렸을 적 파격적인 성 이야기로 솔직한 성교육의 초석을 다진 '구성애 선생님'의 '푸른 아우성' 또는 '아우성'을 찾아 보세요. 여전히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선생님의 예전 강의들뿐만 아니라 지금 필요에 맞는 성 이슈에 대한 강의까지 선생님 특유의 거침없고 솔직한 입담을 통해 들을 수 있어요. 대상은 유아부터 노년까지 모두 다루고 있구요.

또 성교육 아카데미 '자주스쿨'에서도 '피임', '건강한 섹스', '성교육의 필요성' 등의 주제로 다양한 동영상을 소개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아들과 함께 나와 솔직한 성 이야기를 풀어내어 많은 공감을 얻었던 손경이 선생님 동영상도 찾아 보세요. 어떻게 성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모를 때 용기를 얻을 수 있어요. 제대로 된 정보는 기본이고요.

이밖에도 '성교육', '솔직한 성', '초등학생 성교육', '엄마들의 성' 등 우리가 궁금한 주제를 검색해 보면 관련 콘텐츠가 많이 쏟아져 나올 거예요. 하지만 제목만 가지고 사람들을 낚는 질 나쁜 방송들도 있기 때문에 아이들을 보여주기 전에 어른들이 먼저 체크하고 걸러내기는 필수에요. 아셨죠? 도움이 좀 되셨나요? 너무너무 더운 여름, 아이와 함께 배 깔고 엎드려 재밌는 성교육 동영상 보며 대화 나눠보는 건 어떨까요? 더 열 받으려나요?"

- 아휴... 생각만 해도 땀나요!

 이런 질문해도 되나요?
 이런 질문해도 되나요?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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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심에스더씨는 어려서부터 성이야기를 좋아해 '성영재'로 불렸다. 성을 사랑하고 성이야기가 즐거운 프리랜서 성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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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에디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은경의 그림책 편지',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연재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출간했습니다.

네트워크부 에디터. "쓰는 일에, 그렇게 해서 당신을 만나는 일에 나는 어느 때보다 욕심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