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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은 세월호 희생자 119명의 유가족 355명이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청해진 해운이 유가족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을 내렸다. '청해진 해운 임직원들과 목포해경 123정장의 불법행위가 희생자들의 사망과 객관적으로 관련되어 있어 공동불법행위가 성립된다'며 사고 발생 4년만에 세월호 사고에 대한 국가배상의 책임을 인정했다. 국가의 '불법'적인 활동으로 인한 피해에 의한 '배상'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정말 긴 싸움이었다. 4년이 걸렸다. 4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유가족들은 온갖 비난과 모함, 음모, 부정한 권력, 그리고 자신들의 아물지 않는 상처와 싸워야 했다. 세월호 사고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벌인 단식투쟁 앞에서 자칭 보수단체라고 주장하는 무리들은 단식의 고통 앞에서 피자와 치킨 파티를 여는 '폭식집회'를 열었고, 세월호 유족들이 예산을 잡아먹는 괴물이라는 가짜뉴스를 퍼뜨렸다. 당시 여당 의원은 세월호 사고를 '교통사고'라며 비아냥거렸고, 세월호 특별조사 위원회 설립을 반대하고 나섰다. 정부는 보수집단을 동원하여 세월호 집회를 방해했고, 최근들어, 기무사가 세월호 문제에 관련한 정황까지 드러나고 있다. 4년의 시간동안 세월호 유족들은 '파렴치한'이 되어야 했고, '세금잡아먹는 괴물'이었어야 했다.

희생자 1인당 2억원, 가족들에게는 기준에 따라 달리 지급되는 보상금액에 대해 과하다고 말한다. 보상금액이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세월호 문제에 있어서 '보상금액'이라는 것이 과연 논쟁거리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이다. 얼마를 줘야 유족들도 만족하고 국민들도 이해할 것이다 라는 논리가 감히 끼어들 수 있는 자리인지 의문이다. 그리고, 당사자가 되어보지 못한 제3자의 입장에서, 자식을 허무하게 잃어본 경험이 전무한 사람들이, 삶의 모든 것이었을지도 모르는 자녀의 억울한 죽음을 경험한 부모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 제 3자가 아니라 사고 이후 평생 아물지 못할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소용없을 것이다.

세월호 유족들이 더 많은 금전적 배상을 위해서 지금껏 싸워왔을까? 그렇지 않다. 세월호 유족들은 판결문에 '국가의 책임'을 명시하기 위해 싸웠다. 적절하지 못했던 대응, 책임감 없던 관계자, 그리고 무능한 지도자와 이를 감추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부정한 권력들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싸웠다. 억울하게 희생된 영혼들을 조금이라도 달래주기 위해 지금까지 싸운 것이다. 단원고 고 유예은 양의 아버지이자 4.16세월호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인 유경근씨는 인터뷰에서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며, 갈수록 책임의 범위가 넓어지는 것을 바란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번 판결문에 명시된 국가의 책임은 당시 구조과정에서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던 목포해경123정장에게만 국한되어 있다. 진도 vts, 재난대응콘트롤타워 등 다른 기관에 대한 구체적인 책임은 명시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서 상황을 통제하고 지휘해서 더 많은 생명을 구해야 했을 '리더십의 부재'에 대한 책임은 명시되어있지 않다. 또한, 애초에 선박이 왜 침몰했는지에 대한 원인조차 밝혀지지 않았다. 가야할 길은 아직 멀다. 끝나지 않았다.

'기억하고 행동하라' 인양되어 똑바로 세워진 세월호를 멍하니 바라보는 유족의 노란 조끼에 쓰여져있던 문구이다. 어느새 세월호는 우리의 기억속에서 잊혀져가고 있었다. 팽목항의 유족들이 철수하고, 언론에서도 더 이상 세월호를 다루지 않고, 다른 사건, 사고들에 시선이 돌아가면서 우리의 뇌리속에서 '세월호'는 서서히 지워져 갔다. 기억해야 한다. 안일함과 무능함 때문에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들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의 가족, 동료, 친구, 연인이었던 그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행동해야 한다. 남아서 또다른 내일을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은, 우리의 다음세대들은 이런 비극적이고 안타까운 일을 결코 경험하지 않게 하기 위해 책임의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안일함과 이기심을 버리고, 좀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소수의 개인만이 아니라 다수가 조금씩 그런 사회를 지향해갈 때, 그래서 이 사회의 어두운 곳에서 지냈던 사람들이 웃을 수 있을 때, 억울하게 피해받는 사람이 없을 때, 하늘에서 지켜보는 이들의 입가에도 미소가 생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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