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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김종대 의원
 정의당 김종대 의원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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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가 작성한 문건을 놓고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재의 논란은 범여권이 의제관리에 실패한 대표적 사건이다. 기무사 개혁은 국군의 중추를 바꾸고, 국군의 권력 관계에 영향을 주는 핵심적인 사안인데, 이를 다루면서 완전히 의제관리에 실패한 국정관리의 난맥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종대 의원(정의당)의 일갈이다. 김 의원은 국군기무사령부(아래 기무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시위 진압을 위해 위수령 발령과 계엄 선포를 검토했다는 문건이 공개된 이후 벌어진 논란 속에서 '기무사 개혁'이라는 본질이 사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기무사를 지금과 같은 괴물로 만들어 온 주범은 바로 정치권력이라면서, '칼날(기무사)과 칼자루를 쥔 정치권력'의 밀월·공존·의존 관계를 청산하는 것이 바로 기무사 개혁의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현재 기무사의 대통령 보좌기능에 해당하는 장교 동향관찰과 대전복임무를 폐지하고 방첩·보안업무만 맡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김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인터뷰는 19일 낮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됐다.

- 이른바 기무사 계엄령 문건이 폭로된 후 보고시점을 놓고 청와대와 국방부 사이에 진실공방이 벌어지면서 정작 중요한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기무사 문건을 놓고)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는 범여권이 의제관리에 실패한 대표적 사건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우선 청와대와 국방부, 여당에 기무사 개혁에 대한 통일된 입장이 존재하지 않는다. 문건이 비정상적으로 폭로된 이후 제각각 변명에 급급하고, 또 책임지지 않으려고 하는 실무부서들의 이해관계가 드러나 버렸다. 결국 기무사 개혁은 국군의 중추를 바꾸고, 국군의 권력관계에 영향을 주는 핵심적 사안인데, 이를 다루면서 완전히 의제관리에 실패한 국정관리의 난맥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지금도 기무사 개혁을 어떻게 하겠다는 원칙과 방향이 보이지 않는다."

- 그렇다면 기무사 개혁의 본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기무사라는 칼날을 어떻게 할 거냐. 칼날을 없애느냐, 마느냐. 변형시키느냐의 문제는 사실 반쪽짜리 논의에 불과하다. 문제는 칼자루를 쥔 정치권력이다. 이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청와대고 대통령이다. 지금까지 역대 정부가 기무사를 잘 써먹어왔다. 기무사에서 만드는 보고서 없이는 군을 통수할 자신감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군을 통수하는데 참모를 필요로 했고, 대통령의 실질적 국방보좌관 역할을 기무사령관이 해왔던 것이다. 이런 역사에 대한 청산이 개혁의 본질이다.

수요가 있었으니 공급이 있었던 것이다. 정치권력이 기무사를 필요로 했으니까 기무사가 권력기관 행세를 했던 거다. 그래서 모든 기무사 개혁의 난맥상을 기무사의 탓으로만 돌리는 것도 비겁한 짓이다. 그게 어떻게 기무사만의 탓인가. 기무사를 괴물로 만들어 온 정치권력이 주범이지. 그런 면에서 균형을 가지고 본질을 이해해야 한다. 기무사 개혁의 본질은 칼날과 칼자루의 밀월·공생·의존 관계를 청산하는 것이다. 그것이 본질이다."

정치권력, 기무사라는 칼날 쉽게 놓지 못했다

- 그 비판에는 문재인 정부도 포함 되는가?
"과연 현재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기무에 대한 개혁의지가 있었을까. 있었다면 지난 1년동안 무엇을 했을까. 이런 문제는 이번 기회에 꼼꼼하게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인수위도 거치지 않고 갑자기 등장해서 어려움을 겪는 문재인 정부가 기무사를 어느 정도 활용해 왔다는 사실을 부인해선 안 된다. 그런 과정에서 개혁의지가 다소 후퇴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는 것은 분명히 짚어야 할 대목이다. 민정수석실의 고충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거기도 국방전문가가 거의 없으니,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절박한 처지에 대해서 나는 이해해주고 싶은 입장이지만, 지난 박근혜 정부의 적폐가 왜 발생했는가를 반성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가려면 개혁이라는 요구에 분명히 응답을 했어야 한다."

- 정치권력이 기무사라는 칼날을 쉽게 놓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뭔가?
"청와대가 가장 달콤하게 생각하는 것이 과거 존안자료라고 불렸던 군인 신원조회정보다. 이와 유사한 자료가 국방부 감사관실이나 헌병의 범죄정보인데, 기무가 만든 자료가 딱 한 가지 다른 게 있다. 이 자료에는 해당자에 대한 기본정보 외에 언제 어디서 무엇을 했고, 누구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까지 다 들어가 있다. 사실 이게 기무자료가 가진 경쟁력이다.

문제는 이런 자료가 더 이상 필요치 않다는 거다. 만약 비위사실이 있다면 그걸 왜 사법당국에 넘기지 않고 정보로만 관리하고 있는 것인가. 그리고 범죄가 아니라면 왜 이 기록을 계속 유지하는 것인가. 인사자료로 쓰기 위해서 그랬다는데, 그건 인권유린이고 불법이다. 이제 존안자료는 폐지해야 한다. 그러면 (존안자료를 만들기 위한) 동향관찰도 당연히 없어지는 것이다. 이게 그동안 기무사가 해왔던 대통령 보좌기능 중의 핵심이었고 기무사를 괴물로 만든 원인이었다."

- 기무사 개혁에서 송영무 국방장관은 제 역할을 잘 하고 있다고 보는가?
"이 부분에서는 송 장관을 좀 변호하고 싶다. 지금까지 몇 번 대화를 해봤는데 송 장관의 국방개혁안 중 다른 개혁안은 사실 좀 진부한데, 적어도 기무사 개혁에 대해서만큼은 굉장히 의지가 강하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예를 하나만 들어보겠다. 민정수석실의 의견이 결국 기무개혁TF에 반영되었다고 보고 있는데, 여기선 '기무사 정원 30% 감축, 장성 수를 3명' 줄이는 정도의 개혁이었던데 비해서 송 장관은 현재 기무사 장성 9명을 2명으로 줄이고, 권력기능은 완전 폐지하는 개혁안을 고수했다. 송 장관은 기무사 개혁 문제에 대해서는 오히려 청와대보다 앞서 나가는 사고를 분명히 하고 있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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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 방첩·보안 업무만 두고 해체해야

- 기무사 개혁의 청사진이 있다면 말씀해 달라.
"나는 송 장관의 개혁안을 지지한다. 기무사는 해체에 버금가는 개혁을 하고 기능은 방첩·보안 임무로 국한시켜야 한다. 기무사의 대통령 보좌기능에 해당되는 장교 동향관찰과 대전복임무를 폐지하면 기무사는 실질적으로 해체되는 것이다. 그러면 지금처럼 4200명을 유지할 필요가 없고 500명 정도면 충분하다."

- 방첩보안 기능 이외에 현재 기무사가 수행하고 있는 임무를 대체할 필요성은 없는가?
"단연코 없다. 지금처럼 휴대폰과 인터넷이 발달한 시대에, 진급에 골몰하는 장교들이 지지율 4%의 정권(탄핵정국에서 박근혜 정부 지지율- 기자 주)을 믿고 쿠데타를 할 정도로 정신 나간 사람들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래서 이번에 폭로된 기무사의 문건은 망상이다. 이런 망상이 나오게 된 배경은 기무사령관 자신이 대통령의 보좌관이란 선민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것은 반드시 도려내야 한다."

- 이번에 문제가 된 기무사 문건이 실질적으로 친위 쿠데타를 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설령 수사를 한다고 하더라도 내란음모 사건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다. 이 문건 자체가 쿠데타를 위한 문건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위험성은 다른데 있다. 계엄 및 합수업무에 대해 기무사는 자신들이 대통령의 보좌관이라는 절대 충성의 관점에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문건을 작성했다고 치자. 기무사가 계엄을 선포할 수는 없다. 누군가 이 보고서를 활용하고자 하는 측에서 선포를 할 텐데, 여기서 이 보고서의 위험성이 드러난다. 친위 쿠데타 또는 위수령·계엄령을 선포하려는 세력들에게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니까. 그 세력들은 이 문건을 반드시 활용하려고 했을 것이다."

-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권력기관 개혁을 이렇게 만만하게 보면 안 된다. 내가 장담하지만, 이 정도 준비 가지고는 절대 기무사 개혁 못한다. 지금 대통령께서 마치 '기무개혁본부장'처럼 비쳐지는 사태까지 온 것에 대해 여권은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여태껏 여당이 기무사 개혁안을 내놓은 적이 없고 오로지 언론에 문건 뿌리는 걸로만 일을 다해온 거나 마찬가지다.

이렇게 국방을 사적인 권력관계로 바라보고 장악하려고 했던 여권의 이런 태도가 바로 오늘날 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게 만든 주범이란 걸 이해해야 한다. 군사지도자와 정치지도자는 이런 식의 거래가 아니라 보다 공정하고 투명하고 공적으로 일을 하는 관계가 되어야 국군 통수체계가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 기무사 개혁이라는 공적 목표를 세워놓고 제대로 의제관리를 했어야 하는데, 상당히 혼란스러운 방향으로 이 문제에 접근했다는 것은 여권이 뼈저린 반성을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기무사 개혁은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태그:#기무사, #김종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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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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