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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원회가 14일 새벽까지 이어진 긴 회의 끝에 2019년 최저임금을 8350원으로 결정했습니다. 이를 다룬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보도는 어땠을까요?

지난해 대비 10.9% 인상된 8350원을 두고 노동계와 사용자 측 모두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노동계는 내년부터 최저임금에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포함되기 때문에 실질적 인상의 폭이 낮다며 반발했습니다. 반면 사용자 측은 임대료, 프랜차이즈 본사의 높은 이익분담률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저임금만 상승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맞섰습니다.

최저임금은 대략 500만 명으로 추산되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안전장치입니다. 소득 양극화와 노동의 외주화가 만연한 우리 사회에서 최저 생계 수준을 보장하는 완충장치가 최저임금밖에 없는 만큼, 최저임금 인상을 구조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 대책과 복지 제도도 절실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위원회는 매년 첨예한 갈등을 겪었는데요. 노동자 측과 사용자 측은 보이콧하기 일쑤였고 대부분의 결정 권한은 중재안을 내는 정부 임명 공익위원들에게 집중되곤 했습니다. 이 때문에 최저임금위원회의 확대 및 구조 개선도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그러나 언론은 최저임금 인상논의가 있을 때마다 '노사 간 대결', 더 나아가 '소상공인과 비정규직 노동자 간 대결'로 프레임을 만들어왔습니다. 그나마 그정도면 다행이고 보수언론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소상공인이 죽는다'며 '을들의 싸움'을 부추기는 양상도 두드러졌지요.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특히 TV조선은 '문재인 정부 출신 친노동계 공익위원들의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으로 최저임금을 정쟁 대상으로 그렸고, 여러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외면했습니다.

'문 정부 출신 친노동계 공익위원'? TV조선 주장은 사실일까

방송사들은 최저임금 최종 협상 전날인 13일부터 16일까지 비교적 많은 보도를 냈습니다. KBS가 11건, MBC·MBN이 12건, SBS·JTBC·TV조선이 15건, 채널A가 13건으로 모두 4일 간 10건을 상회했습니다.

보도량이 비슷한 가운데 TV조선의 보도가 단연 두드러집니다. TV조선은 최저임금이 결정되기 전부터 최저임금위원회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프레임을 내세웠습니다. TV조선은 그 이유를 "'친노동' 성향 공익위원이 캐스팅 보터"(7/13 김지아 기자 https://bit.ly/2us882e)에서 "공익위원들이 대부분 친노동계 인사여서"라고 지목했습니다.

김지아 기자는 "류(장수) 위원장은 부경대 경제학과 교수로 2012년 문재인 대선 캠프에서 일자리 혁명위원으로 활동", "세종대 김혜진 교수는 지난해 문 캠프 일자리위원회", "오상봉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정부의 '최저임금 개선 TF'에 참여"라며 공익위원들이 '문재인 캠프 또는 정부 출신'이라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이런 근거를 토대로 "진영의 논리를 대변하는 형태로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어느 일방에 부담이 가중되는 형태로 결정될 가능성"이라 결론지은 성태윤 연세대 교수의 인터뷰로 보도는 마무리됩니다. 요컨대 TV조선의 주장은 '이번 최저임금위 공익위원들은 문재인 정부 출신이므로 친노동계, 따라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겁니다.

. 최저임금 공익위원의 ‘문재인 캠프 경력’ 강조한 TV조선 <뉴스9>(7/13)
▲ . 최저임금 공익위원의 ‘문재인 캠프 경력’ 강조한 TV조선 <뉴스9>(7/13)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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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TV조선의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고 문제의 본질을 회피한 겁니다. 일단 이번 결정에서 공익위원들이 '친노동 성향의 결정을 내렸다'는 TV조선의 주장은 결과적으로 사실과 달랐습니다. 14일 최종 협상에서 공익위원들은 최저임금을 현행 7530원에서 동결하도록 한 사용자측 안과 8680원으로 15.2% 인상하도록 한 근로자측 안의 중재안에 해당하는 8350원(10.9% 인상)을 제시했습니다. 최종 표결에서 이 중재안이 채택된 겁니다. 만약 TV조선 주장대로 공익위원들이 '친노동계'였다면 중재안 없이 근로자 안으로 논의를 몰아갔어야 합니다.

TV조선의 '공익위원 때리기', 번지수가 틀렸다

물론 과거부터 공익위원들이 실상 정부 입장만 대변한다는 비판이 있긴 했습니다. 뉴스타파도 "최저임금 공익위원 '독립성 부족'"(2017/6/22 https://bit.ly/2JudPBL)에서 "대통령이 9명의 공익위원을 모두 임명해 위원회 독립성은 물론이고 정권 입맛대로 인상액을 결정하는 구조에 대해 비판 여론이 높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최저임금위원회의 근본적 구조개선 요구로 이어지는 것이지 TV조선과 같이 '문재인 정부 출신은 친노동계'라는 '편가르기'로 비난할 사안이 아닙니다.

뉴스타파 역시 공익위원의 중재안대로만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원인을 "노사가 위원회에 직접 참여하는 노사교섭과 유사한 구조라 합의 도출이 쉽지 않기 때문"이라 꼽았고 "2010년엔 사용자 위원이 퇴장했고, 2011년엔 근로자 위원이 퇴장했고, 2012~2014년엔 사용자 위원이 퇴장하진 않았지만 대부분 기권했다. 2015~2016년엔 근로자 위원이 퇴장"했다면서 "최저임금위원회 구조개선"을 요구했습니다.

2011년과 2015~2016년에 근로자 위원이 퇴장했다면 공익위원 중재안이 사용자 측에 가까웠다는 것인데 당시 TV조선은 '공익위원은 친사용자'라고 비판한 바 없습니다. TV조선이 최저임금위 구조의 문제를 '노사 편가르기'로만 규정하다 보니 발생한 이중잣대입니다. TV조선이 진정 공익위원에게 결정권이 집중되는 문제를 제기하고 싶었다면 최저임금위의 투명성 재고 및 구성원 확대 등 근본적인 요소도 거론했어야 합니다.

'소상공인들의 불만' 전달한 보도들, 뭘 빠뜨렸나

최저임금 관련 TV조선 보도의 또 한 가지 문제점은 '소상공인과 노동자 간 갈등' 즉 '을들의 싸움'을 열거할 뿐 소상공인들을 압박하는 여러 요인들을 외면했다는 겁니다. 특히 소상공인과 기업주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어려움에 빠졌다는 사실만을 부각합니다. 이런 태도는 채널A와 MBN도 마찬가지입니다.

TV조선 "소상공인 '수용 불가'…노동계 '기대 이하'"(7/14 지선호 기자 https://bit.ly/2zOOqmm)의 경우 제목만 보면 소상공인과 노동계의 불만을 함께 다룬 것처럼 보이지만 리포트의 대부분은 소상공인과 재계 입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지선호 기자는 "최저임금에 불복종하는 '모라토리엄'을 실행하겠다", "폐업이냐 인력감축이냐 선택할 수밖에 없는 기로에 놓였다" 등 소상공인들의 입장을 먼저 전했고 "편의점 점주의 월평균 순수익이 지난해 195만원에서 올해 130만2000원으로 급감했는데, 이번 결정으로 내년에는 100만원을 밑돌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17일 긴급이사회, 24일 총회를 거쳐 동맹 휴업 등 대응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라 덧붙였습니다. 이어서 "업종별로 최저임금 기준을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는 재계 입장을 전했고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 적용 등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이 강구돼야 합니다"라는 강규성 경총 전문위원 인터뷰를 보여줬습니다. 노동계 입장은 보도 말미에 잠시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희망적 결과를 안겨주지 못한 것에 대해 무척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이성경 한국노총 사무총장 인터뷰를 소개한 수준에 불과합니다.

그나마도 한국노총 입장만 볼 수 있을 뿐 노동계의 한 축인 민주노총이나 여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습니다. 채널A "최저임금 8350원… 반쪽짜리 결정"(7/14 김단비 기자 https://bit.ly/2zFrYML), MBN "노사 모두 강력 반발"(7/14 서영수 기자 https://bit.ly/2miGssh)도 비슷한 양상의 보도입니다.

TV조선 보도에 '진짜 갑' 문제가 없다

이렇게 각계의 불만을, 그것도 소상공인과 재계의 입장만 단순 열거한 보도는 사태를 제대로 보여주는 것도 아니며 오히려 소상공인들이 처한 상황을 왜곡하는 행태입니다. 단순히 인건비만이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을 어렵게 하는 것이 아니라 프랜차이즈 본사의 과도한 수수료, 불공정한 원하청 관계, 치솟한 임대료 등 여러 요소가 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16일, "근로자와 영세자영업 간 '을과 을의 싸움'을 원하지 않는다"며 본사에 가맹수수료 인하와 근접 출점 제한 등을 요구했고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등의 가맹점주 모임인 전국가맹점주협의회도 "지배계층이 그들의 이익을 위해 사회적 약자 간 싸움을 조장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며 본사에 부당한 물품 강요 중단 등을 호소하기도 했죠. 소상공인들 역시 단순히 최저임금만을 불황의 원인으로 보고 있지 않고 '진짜 갑의 횡포'를 주시하고 있는 겁니다. 이같은 사실들을 TV조선, 채널A 등 보수 언론이 유독 외면하고 있습니다.

반면 지상파 3사와 JTBC는 그러한 문제점들을 짚었습니다. JTBC <"을과 을의 갈등 원치 않는다"…'갑'에 따지기>(7/16 전다빈 기자 https://bit.ly/2LrRnuQ)는 홍성길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대외협력정책국장을 인터뷰 해 "아르바이트 인건비 깎아 우리 문제 해결하자는 것 아닙니다"라는 입장을 보도했고 MBC <단체행동 유보·· "가맹수수료 인하" 요구>(7/16 이재민 기자 https://bit.ly/2Nltg19)는 앵커멘트를 통해 "이들을 더 힘들게 하는 건, 본사에 내야 하는 막대한 수수료"라 강조했습니다.

SBS <"인건비 부담, 대기업도 나누도록 할 것">(7/16 곽상은 기자 https://bit.ly/2ura6QA), KBS <편의점 수익구조 어떻기에…인건비 올리면 망한다?>(7/16 http://bitly.kr/GFmT)도 최저임금만이 소상공인을 옥죄는 요소가 아님을 지적한 보도들입니다.

'정치권 반응' 나열만 한 보도들, 무슨 의미 있을까

TV조선의 최저임금 보도가 누락한 것이 또 있습니다. 바로 최저임금 인상을 구조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법안들을 처리하는 데 무심했던 정치권에 대한 문제의식입니다. TV조선은 <여 "후속대책 마련"↔야 "공약폐기하라">(7/14 김보건 기자 https://bit.ly/2JnYGS9)에서 최저임금 결정과 관련한 정치권의 반응을 소개했습니다.

이 보도는 "여야가 소상공인과 자영업 보호대책에 발벗고 나설 것을 제안"한 더불어민주당 입장,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범법자로 만들고 있다"는 자유한국당 입장, "어설픈 사회주의 경제 야욕을 내려놓고 기업 괴롭히기를 중단하라"는 바른미래당 입장,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지금 당·정·청의 상황을 볼 때 기대난망"이라는 민주평화당 입장, "최저임금은 을과 병의 전쟁이 돼선 안된다"는 정의당 입장을 나열하기만 하고 마무리됩니다.

이런 보도는 비단 TV조선만의 전유물은 아니고 채널A <"임대료가 문제"…"최저임금이 문제">(7/16 김철웅 기자 https://bit.ly/2LorziU), MBN <일자리 재앙 vs 임대료·갑질 문제>(7/16 김문영 기자 https://bit.ly/2zRyEHo)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보도는 사실상 무의미합니다. 맥락도 없이 각 정당의 입장을 짧게 요약해 보도하는 것은 시청자가 사안을 파악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특히 TV조선은 민주평화당의 입장을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지금 당·정·청의 상황을 볼 때 기대난망"이라 요약해 전했는데 도대체 무엇이 기대난망이라는 것인지 이해조차 할 수 없는 내용입니다. 게다가 TV조선이 소개한 5개의 입장 중 민주당과 정의당을 제외한 3개 정당이 최저임금 인상을 강하게 비난하거나 정부를 비판한 것이기에 균형도 맞지 않습니다.

'책임 소재' 확실히 짚은 보도 필요하다

정치권의 반응을 살피고자 한다면 당연히 국회가 최저임금 갈등에 어떤 책임이 있는지, 앞으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전달해야 합니다. TV조선·채널A·MBN과 달리 MBC·SBS·JTBC는 그런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MBC <임대료·본사 수수료는 놔두고‥손 놓은 국회>(7/15 서혜연 기자 https://bit.ly/2Nkl69c)는 "프랜차이즈 대기업이나 편의점 본사의 여러 횡포로 인한 가맹점들의 피해는 고질적인 문제"라며 "가맹업주들의 문제제기가 쉽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은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무려 50건 넘게 국회에 발의됐지만 대부분 처리되지 못했"다고 비판했습니다.

SBS <'을 vs 병' 싸움 방치하는 국회>(7/14 권란 기자 https://bit.ly/2mq3jSZ) 역시 "사흘 전 소상공인들이 국회에 몰려와 상가임대차보호법을 하루빨리 개정해달라고 촉구했습니다. 20대 국회 들어 24건이 발의됐는데 처리된 건 한 건도 없기 때문"이라 전했고 JTBC <'소상공인 지원법안' 수십 건 국회에 쌓아둔 채…>(7/16 강희연 기자 https://bit.ly/2Lnbev7)는 "본사가 가맹점주들에게 인테리어비를 강요하지 못하도록 하는 가맹사업거래에 관한 개정안은 42건,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는 '여신전문금융업법'은 34건이나 처리되지 않고 있"고 "건물주가 임차인의 재계약 요구를 거절할 수 없도록 하는 상가건물임대차 보호 개정안도 24건"이나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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