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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 아데어 듀크대 교수가 1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팩트체크 컨퍼런스에서 토론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빌 아데어 듀크대 교수가 1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팩트체크 컨퍼런스에서 토론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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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정보의 시대, 진실이 죽지는 않았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언론학회와 SNU팩트체크센터 주최로 열린 '팩트체크 국제컨퍼런스'에는 팩트체크 선구자인 빌 아데어 듀크대 교수와 알렉시오스 만칠리스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 디렉터가 나란히 참석했다. 전 세계 150여 개에 이르는 팩트체크 기관들 사이에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이 우리나라에서 팩트체크 관련 연설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나라 역시 이른바 '가짜뉴스(FakeNews)'로 대표되는 '거짓정보(Misinformation & Disinformation)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이를 검증하는 '팩트체크'가 대안으로 떠오른 탓이다. 이날 컨퍼런스에도 200여 명이 사전등록했고 현장등록자도 80여 명에 달해 국내 언론인과 학자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지금은 '팩트체크'란 한 배에 탄 두 사람이지만 과거 이력은 전혀 다르다. 빌 아데어 교수는 미국 플로리다주 지역 언론인 <탬파베이타임즈> 워싱턴지국장을 지낸 언론인 출신으로 2000년대 부시 대통령 때 백악관과 상원을 출입했다. 반면 전 세계 팩트체커 연대 단체를 이끌고 있는 알렉시오스 만찰리스 IFCN 국장은 언론과 무관한 컨설턴트 출신이다.

백악관 출입기자의 죄책감 "정치인 거짓말 두고 볼 수 없어"

둘을 하나로 묶은 건 정치인의 거짓말과 거짓정보가 횡행하는 시대에 팩트체킹 역할을 기성 언론에게만 맡겨둘 수 없다는 신념이었다.

한창 잘 나가던 기자였던 빌 아데어 교수가 2007년 '폴리티팩트(Politifact.com)'를 만든 건 기자로서 '죄책감' 때문이었다.

"당시 정치인들이 진실을 말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지만 기자들 사이엔 정치인이 과장하거나 진실이 아닌 말을 해도 지적하는 걸 바람직하지 않게 보는 문화가 있었다. 기자는 정치인 발언을 있는 그대로 전달할 뿐, 진실을 가늠하는 걸 독자 몫으로 돌렸다."
 
 폴리티팩트 창립자인 빌 아데어 듀크대 교수가 1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팩트체크 국제 컨퍼런스' 기조 연설 도중 자신의 백악관 출입기자 시절 사진을 소개하고 있다.
 폴리티팩트 창립자인 빌 아데어 듀크대 교수가 1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팩트체크 국제 컨퍼런스' 기조 연설 도중 자신의 백악관 출입기자 시절 사진을 소개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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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티팩트는 지난 2008년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와 존 매케인 등 후보들 발언의 진실 여부를 검증했고, 지난 2009년 퓰리처상으로 그 공로를 인정받았다. 미국 저널리즘 분야에서 가장 큰 권위를 인정받는 퓰리처상이 언론사나 언론인이 아닌 웹사이트에게 돌아간 건 처음이었다.

이미 지난 2003년 출발한 팩트체크 비정부기구(NPO)인 '팩트체크닷오알지'(factcheck.org)도 있었지만, 폴리티팩트는 "팩트체크 저널리즘은 길고 지루하다"는 편견을 깨고 검증 결과를 '진실'부터 '새빨간 거짓'까지 6단계로 구분한 '진실검증기'로 대중의 눈길을 끌었다. 지금 이들은 정치 전문 기자 출신 글렌 케슬러가 운영하는 <워싱턴포스트> 팩트체커와 더불어 미국 3대 팩트체커로 꼽힌다.

UN 컨설턴트에서 이탈리아 대표 팩트체커로 거듭난 알렉시오스

UN 관련 컨설턴트로 일하던 알렉시오스는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팩트체크 기구인 '파젤라 폴리티카'에서 활동하면서 지난 2015년 창립한 IFCN 초대 국장을 맡았다. 알렉시오스는 한때 이탈리아 국영방송인 RAI2에서 <비루스(Virus)>라는 팩트체크 프로그램 진행자로 활약했다.

 알렉시오스 만칠리스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 국장이 1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팩트체크 컨퍼런스에 참석해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알렉시오스 만칠리스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 국장이 1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팩트체크 컨퍼런스에 참석해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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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젤라 폴리티카는 지난 3월 총선에서도 이탈리아 극우 정치인 마테오 살비니에 맞서 '백신 논쟁'으로 화제를 모았다. 살비니가 "EU에서 10가지 백신을 의무 접종하는 나라는 이탈리아뿐"이라고 했지만, 파젤라 폴리티카에서 사실 검증 결과 프랑스, 체코 등 EU 8개 나라에서 10개 이상 백신 의무 접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자 살비니는 "대부분 유럽국가에서는 의무 접종이 없다"는 식으로 말을 바꿨다.

알렉시오스는 "정치인들은 거짓 주장도 반복하는 경향이 있는데 팩트체크를 하면 거짓말을 반복할 가능성이 9.5% 줄어든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면서 "진실이 죽은 시대라고 하지만 유권자는 대부분 정치인이 진실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팩트체크가 효과가 있는 것"고 말했다.

대중들이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믿고 싶어 하는 '확증편향' 경향 때문에 팩트체크가 잘 통하지 않을 거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알렉시오스는 "팩트체크가 사람들의 생각을 100% 바꿀 수 있다고 기대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면서 "미국과 유럽 조사에서는 팩트체크 때문에 자신의 생각을 바꿀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도 적지 않았다"고 밝혔다.

팩트체크 자동화 기대감, 아직은 시기상조?

지난 2013년 폴리티팩트를 나와 듀크대 교수로 자리를 옮긴 빌 아데어 교수는 팩트체크 자동화 기술에 기대를 걸고 있다. 거짓정보의 빠른 확산 속도와 물량 공세에 맞서려면 팩트체커도 빅데이터나 인공지능 기술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팩트체커들이 수년간 축적한 아카이브를 바탕으로 트럼프 대통령 연두교서 발표를 실시간 팩트체킹한 모바일 앱 '팩트스트림'이 대표적이다. 빌 아데어 교수는 언젠가 '팩트체킹 로봇'이 인간 개입 없이 스스로 발언 진위를 검증하는 시대가 오리라 예상하고 있다.

다만 아데어 교수는 이날 "지금 자동화가 가능한 건 검증 대상 주장과 관련된 데이터를 검색해 연관 짓는 것과 긴 연설문 스크립트를 보면서 팩트체킹할 만한 주장을 찾아 인간 팩트체커를 지원하는 수준"이라면서 "실시간 팩트체킹이 가능한 것도 정치인이 거짓이라고 해도 같은 말을 반복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아데어 교수는 "미래에는 로봇이 모든 팩트체킹 작업을 하게 되겠지만 그게 언제가 될지는 가늠할 수 없다"면서도 "자연어 매칭 기술 진보가 처음 기대보다 빨라졌다"며, 팩트체킹 자동화에 대한 기대감을 거두지 않았다.

국내 뉴스 신뢰도를 측정하는 알고리즘을 연구하고 있는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팩트스트림의 실시간 팩트체크도 인간이 (검증 결과를) 최종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완전한 자동화는 아니다"라면서 "스크립트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문장 해석을 놓고) 사람조차 헷갈리는 경우가 많아 자동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아데어 교수는 "푸틴의 미국 대선 개입, 미투 문제, 역사적 문제 등 팩트체킹할 수 없는 주장도 있다"면서 "정치인 발언 팩트체크도 현재 알려진 정보를 바탕으로 해야 하며, 더 많은 정보가 나와야 가능할 때도 있다"고 '인간' 팩트체크의 한계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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