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인크레더블2 >의 한 장면

영화 < 인크레더블2 >의 한 장면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전편에 이어 여전히 세상 속에서 히어로들의 활동은 법으로 금지된 상황에 놓여있다.  오히려 이들 때문에 민폐만 늘어간다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 속에 인크레더블 가족 역시 정부 보조 마저 끊어지며 보금자리에서 쫒겨난 신세에 처하고 만다.

그런데 이들에게 도움의 손을 내민 재력가가 등장한다. 굴지의 통신업체 CEO 윈스턴과 에블린은 과거 히어로들을 후원했던 아버지처럼 슈퍼 히어로들이 합법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겠다는 제안을 하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첫 번째 선택을 받은 인물은 일라스티걸. 결국 아내를 대신해 '독박' 육아를 전담하게된 미스터 인크레더블은 악당 대신 치열한 육아 전쟁으로 고달픈 하루 하루를 보내게 되는데...' - 제작사 제공 줄거리


지난 1995년 <토이스토리>에서 시작해 20여년에 걸쳐 이어진 픽사의 작품 행보는 디지털 애니메이션의 혁명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슈렉> <쿵푸펜더> <아이스에이지> <슈퍼배드> 등을 앞세운 다른 회사와의 경쟁은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는 픽사에겐 좋은 자극제가 되었고 <인사이드 아웃> <업> 등 재기발랄한 명작들의 탄생에 큰 힘이 되어주기도 했다.

14년 만에 속편으로 찾아온 <인크레더블2> 역시 기존 픽사(픽사는 2006년 디즈니와 합병됐다)의 최첨단 CG 기술을 기반으로 기분 좋은 웃음+다양한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담아내며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첩보물+슈퍼 히어로물+가족 코미디의 총집합
 영화 < 인크레더블2 >의 한 장면

영화 < 인크레더블2 >의 한 장면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1편이 등장했던 2004년만 하더라도 슈퍼 히어로 영화는 할리우드 업계에서 결코 대세가 아니었다. 마블의 판권을 이용한 <스파이더맨> <엑스맨> <블레이드> <헐크> 등이 관객들과 만났지만, 지금처럼 '홍수' 수준의 등장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 틈바구니 속에서 <인크레더블>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가족 히어로물로 독보적인 위치를 점유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14년 현재는 '히어로 영화 전성시대'라 불러도 무방할 만큼 연일 마블과 DC 제작 괴력의 슈퍼 영웅들이 대형 스크린을 가득 채우고 있다. 히어로 코믹스의 원조 마블이 직접 영화 제작에 뛰어들면서 워너+DC 코믹스 역시 완성도의 굴곡은 심했지만 꾸준히 작품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일부 영화팬들이 히어로 영화 피로감을 호소하는 것도 결코 엄살이 아니다. 그런데 픽사는 과감히 최근의 시장 여건을 대거 수용하면서도 특유의 기획력을 접목시켰다.

가령 악당의 손에 부모를 잃은 재력가의 등장은 <배트맨> 속 갑부이자 '배트맨' 브루스 웨인을 일정 부분 연상케 한다. 히어로 활동 금지법은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를 통해 접했던 익숙한 설정이며 자신의 능력을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고 숨어지내다가 세상 밖으로 다시 등장하는 초능력 영웅들의 등장은 이미 <엑스맨>에서 봐왔던 내용들이다. 게다가 가족 중심의 좌충우돌 코미디는 모기업 디즈니의 작품에서 손쉽게 목격할 수 있는 것들이다.

존 베리(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 랄로 쉬프린 (미션 임파서블)의 작품을 닮은 듯한 마이클 지아치노의 음악은 신분을 숨긴 채 살아가는 비밀요원이 주인공인 첩보 영화의 분위기를 <인크레더블2>에도 스며 들게 만든다. 이렇듯 기존 할리우드 히어로물, 첩보물, 가족 코미디의 특징을 최대한 활용했지만 픽사의 <인크레더블2>는 결코 복제가 아닌, 자신들만의 새로움을 녹여낸다.

충분히 예측 가능한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쉴 틈을 주지 않고 속도감 있는 전개로 관객들을 쥐락펴락할 뿐만 아니라 21세기 달라진 시대에 맞춘 이야기까지 담아낸다.

워킹맘 vs. 주부가 된 아빠... 달라진 시대상 강조
 영화 < 인크레더블2 >의 한 장면

영화 < 인크레더블2 >의 한 장면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비록 재력가 윈스턴 남매의 선택 때문이었지만 먼저 활동에 나선 건 아내 일라스티걸이다.  '중2병' 큰 딸, 말썽꾸러기 큰 아들, 아직 기저귀 신세인 막내 잭잭까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녀들의 육아는 결국 전직 보험 설계사 미스터 인크러데블의 몫이 되고 만다.

영화 속 영웅들의 대활약은 그저 판타지에 불과하지만 일과 육아는 어디까지나 현실의 영역 아니던가. <인크레더블2>는 자칫 상상 속 이야기에 머무를 수 있는 히어로물에 자식을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을 그대로 반영하면서 공감 지점을 만들었다.

또한 남자는 밖에서, 아내는 집에서 일하는 시대가 아니라 이젠 점차 역할이 뒤바뀌고 있는 요즘 시대 가족들의 삶도 담으면서 영화는 변화된 시대상까지 강조한다.

일일 혹은 주말연속극처럼 억지스럽게 남녀간의 다툼이나 갈등을 조장하는 장면을 넣지 않고도 결코 인위적이지 않은 이야기를 두 시간 가까이 술술 풀어낸다. 사춘기 자녀의 반항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마음을 열기 위해 수학공부부터 데이트 주선까지 종횡무진 활약에 나선 아버지의 고군분투 역시 이전 영화들 속 아빠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처럼 자칫 민감할 수도 있는 내용들을 물 흐르듯이 유쾌하게 전달해내는 건 브래드 버드 감독의 영리한 연출력으로 봐도 좋을 것이다.

디즈니+마블+픽사의 삼각 편대...진짜 영화계 '어벤져스'
 영화 < 인크레더블2 >의 한 장면

영화 < 인크레더블2 >의 한 장면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최근 몇 년 사이 디즈니와 계열사 마블, 픽사의 활약은 눈부실 정도다.

전통적인 동화+가족물 기반의 <겨울왕국> <미녀와 야수> <정글북> 등 애니메이션 및 실사 영화로 박스오피스를 석권한 모기업 디즈니 뿐만 아니라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등 슈퍼 영웅 시대를 연 마블, 그리고 디지털 애니메이션의 명가 픽사의 작품이 없으면 전 세계 극장 운영이 마비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3사의 영화들은 대세 중의 대세로 확실히 지리매김했다.

올해 역시 이 업체 작품을은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각국 영화 시장의 주요 흥행 상위권을 점유할 만큼 확실한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막강한 자본력과 기술력을 토대로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발휘하면서 각기 특화된 영역에서 최고의 권위를 놓치지 않고 있기에 이만하면 가히 영화계의 "어벤져스"라고 불러도 좋을 법하다.

그런 의미에서 <인크레더블2>는 제목처럼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힘을 또 한번 픽사에게 마련해줬다. 덕분에 결코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픽사의 기발한 상상력은 한동안, 그리고 제법 오랜 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영화의 숨은 주인공, 잭잭의 매력

 영화 < 인크레더블2 >의 한 장면

영화 < 인크레더블2 >의 한 장면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인크레더블 2>에서 큰 눈길을 모으는 캐릭터는 미스터 인크레더블도, 일라스티걸도 아닌 막내 잭잭이다. 앞선 1편에서 각종 능력 발휘의 가능성을 드러냈던 "기저귀 찬 슈퍼 영웅"은 이번 2편에서 본격적인 실력 발휘에 나선다.

비록 스스로 능력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약점에도 불구하고 총 17가지나 되는 초능력을 영화 요소 요소마다 발휘하면서 잭잭은 극장 안 관객들의 마음을 200% 이상 사로 잡는다. 이쯤되면 향후 3편을 넘어 잭잭 단독 주연의 스핀오프물 제작을 해도 괜찮지 않겠냐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비록 실제 사람은 아닐지라도, 잭잭을 올해 개봉된 영화 속 최고의 아역배우(?)로 손꼽아도 좋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영화리뷰 픽사 인크레더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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