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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공개념 토론회 왼쪽부터 참여연대 이강훈 본부장, 기본소득네트워크 안효상 이사, 헨리조지포럼 이태경 사무처장, 대구가톨릭대 전강수 교수, 토지자유연구소 남기업 소장까지 토지불평등의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 토지공개념 토론회 왼쪽부터 참여연대 이강훈 본부장, 기본소득네트워크 안효상 이사, 헨리조지포럼 이태경 사무처장, 대구가톨릭대 전강수 교수, 토지자유연구소 남기업 소장까지 토지불평등의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 한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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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권 2년차 산적한 의제들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불로소득 '부동산'에 대한 정책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중이다. 토지공개념은 청와대 개헌안에 고개를 내밀었지만, '사회주의 헌법'이라는 오명만 얻고 발 디딜 곳을 잃었다. 그나마 내놓은 종부세는 좌파에게는 찔끔과세, 우파에게는 세금폭탄으로 양 진영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 16일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토지+자유연구소, 헨리조지 포럼, 한신대 연구팀은 '가라 종부세, 오라 국토보유세'를 주제로 문재인 정부에게 적극적인 부동산 정책을 펼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태경 헨리조지포럼 사무처장은 2017년 6월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국민대차대조표'자료에 한국 국부 총액의 86%가 부동산 자산으로 이뤄져 있는 점을 강조했다. 이 사무처장은 지난 20년(1996~2016년) 동안 물가 상승률은 146%, 임금상승률은 61%에 비해 땅값은 4배가 치솟았다며 대한민국이 부동산 공화국이라는 민낯을 명백히 드러냈다고 밝혔다. 주목할 점은 그 저변에 흐르고 있는 독점이라는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 개인 토지 소유자의 상위 10%가 전체의 64%를 가지고 있어요. 게다가 법인 소유는 더 심각해요. 1%가 전체 소유의 75%를 가지고 있죠."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이런 독점현상이 양극화의 주범이라는 것을 실증연구를 통해 밝혀냈다. 2017년 발표한 전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양극화를 나타내는 지니계수의 30%를 부동산 불로소득이 잠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런 현실에도 양극화의 해법으로 부동산 불로소득에 침묵하는 현실정치를 주목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 연구가 발표된 이후에 어느 곳에서도 실증적 반박이 들어온 적이 없어요. 하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다는 거죠. 침묵으로서 대응하는 거죠. 이토록 불평등한 토지소유를 완화하는 적은 수준의 증세에도 단박에 '세금 폭탄론'으로 여론을 흔들면서 말입니다."

토지공개념에 덮인 빨간천 거두길

"토지공개념은 한강의 기적을 이룬 원동력입니다."

이태경 사무처장은 토지공개념을 '사회주의 헌법'으로 프레이밍한 일부 보수언론과 정치인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토지공개념은 오히려 보수정권이 아버지라고 부르는 이승만 정권의 농지개혁(1945)에서 단초를 찾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당시 농지개혁으로 대한민국은 지주들의 나라에서 자영농의 나라로 변모하며 적화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출발선이 비슷했기에 계층이동이 용이했고, '노력하면 이뤄진다'라는 자수성가형 서민들이 만들어 낸 한강의 기적은 농지개혁에서 출발했다는 것이다. 보수세력이 그토록 찬양했던 산업화가 농지개혁에서 시작했다는 역설은 토지공개념이 더이상 사회주의로 재단될 수 있는 개념이 아님이다.

나아가 이태경 사무처장은 헌법 37조 2항을 강조했다.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즉, 헌법의 다른 규정에 의해서 국가가 토지재산권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법률(국회)에 의해 제한된다는 것이다. 또한 필요한 범위(과잉금지원칙)에 한하며, 본질적인 내용(사유재산제의 전면부정이나 무상몰수)을 침해할 수 없기 때문에 토지공개념을 사회주의 헌법으로 보는 것은 의도적 곡해로 밖에 해석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보수정권인 노태우 정부는 '토지공개념 3법(택지소유상한제, 토지초과이득세제, 개발부담금제)'까지 채택했습니다. 부동산 정책이 결코 좌파의 소유물만은 아니라는 것은 이미 역사적 선례를 통해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적절한 수준의 부동산 규제는 안정된 자본주의, 노력에 보답하는 자본주의를 향한 길을 닦는 혁신전략이기도 합니다."

토지 불평등 심화에도 묵묵부답인 문재인 정권

자리에 모인 전문가들은 좌측 깜박이를 켜고 출발한 진보정부마저 부동산정책에 방관하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지난 진보정권의 실패를 반복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며 비판했다. 특히나 이번 종부세 개편안은 지난 진보정권 수준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다.

전강수 교수는 한국은 보유세가 너무 낮고 거래세가 높은 기형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 교수는 거래세가 높을 경우 공급자가 부동산을 시장에 내놓지 않는 동결효과의 단초를 제공하기 때문에 정부가 부동산관련 과세에 거래세보다 보유세에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보유세의 인상분을 임대료에 반영해 임대료만 상승하고 거래는 감소하는 부작용을 우려한다. 하지만 보유세(실효)비율이 0.1%로 OECD국가 내 최하위 수준인 대한민국이 보유세를 일정수준 인상한다고 해서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비판은 유효하지 않다고 말했다. 전강수 교수는 자신을 친 정부 성향이라고 칭하면서도 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비판을 던졌다.

"사실 의지박약이라고 밖에 볼 수 없어요. 정권 1년차에 들어서야 부동산 보유세제 개편문제를 다룬 재정개혁특별위원회를 개설하고 민간인 33명으로 구성했으니까요. 그리고 권고안이라고 만들어놓고 기획재정부는 '재정건정성'만 운운하니 부동산 개혁 드라이브가 걸릴 수 없죠."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사회과학지원사업(SSK) '산업혁명과 기본소득' 연구를 총괄하는 강남훈 한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도 핀셋 과세가 개혁의 동력을 저해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보수정권은 종부세를 무력화, 형해화 시켰다고 하지만 문 정부라고 크게 다를 건 없어요. 핀셋과세, 찔끔과세 수준인거죠. 더 무서운 건 느린 개혁, 더군다나 로드맵도 없는 부동산 개혁이 2%에게 부과된 종부세로 결집된 세력에게 싸움상대도 되지 않는다는 거죠. 보수언론에서는 벌써부터 '세금폭탄론'으로 여론을 잠식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관행혁신위원회 활동을 한 이강훈 참여연대 부본부장은 그간 국토부에서 관행혁신위에 참여하며 공시지가 현실화 문제를 논의한 경험을 풀어냈다.

"공시지가를 형평성 있는 수준까지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건 압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다른 부서들과의 협업이 필요한 상황이에요. 공시지가가 보건복지부의 생계비와도 연결되어 있는 거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로드맵을 거부할 필요는 없습니다. 권고의 수준에서 실행의 단계로 나아가는데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아직 그럴 여력이 없다는 말이 오히려 맞겠네요."

지권평등을 위한 길: 종부세에서 국토보유세로

전강수 교수는 불평등한 토지제도, 그리고 세습.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토지공개념의 확산과 그것을 구현할 정책의 설계와 집행에 있다고 주장했다. 기본소득과 연계된 국토보유세만이 세금폭탄론으로 얼룩진 종부세 논란을 종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이다.

"토지공개념을 구현할 정책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토지소유를 사전에 차단하는 공공토지임대제죠. 국가가 토지를 소유하고 임대료를 받는 시스템입니다. 하지만 이미 토지가 사유화 된 한국에서는 불가능한 정책입니다. 그렇다면, 사후환수제로 종합부동산세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오염된 상황입니다. 조세저항도 강하고 특히나 납세자와 수혜자가 일치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지난 참여정부때 종부세로 3조를 걷었지만, 그것이 지방으로 분배되면서 납세자들에게는 큰 부담이었지만, 수혜자들에게는 노인정사업으로 돌아가면서 큰 효용을 안겨주지 못했습니다."

전강수 교수는 종부세가 납세자와 수혜자의 불일치라는 치명적인 오류를 내재하고 있다고 지목했다. 납세자와 수혜자의 불일치는 강력한 저항에 부딪혔을 때, 방어 동력이 없으므로 쉽게 와해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므로 그는 납세의 정당성이 '모두의 것'인 토지를 사유화 한 현실에 있기 때문에, 그것을 '모두에게 돌려주는 방식'인 기본소득이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토론의 마무리에서 안효상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는 토지관련 세제들이 정당성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비평을 던졌다.

"과세의 정당성은 분배의 정당성까지 연결될 때 지속가능성을 갖습니다. 토지가 모두의 몫이라는 공유재로서의 정당성이 시민사회에 넓게 퍼질 수 있어야 합니다."

토론회에 모인 전문가들은 과거 진보정권의 부동산정책 실패 원인이 높은 세율때문이 아니며 전략적인 세력을 구축할 수 있는 분배구조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므로 오히려 종부세를 국토보유세로 대체할 때, 모두의 것을 모두에게 돌려줄 수 있는 정당성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적확히 이유를 파악하고 진보정권의 부동산 정책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야한다. 찔끔과세로 불평등을 완화할 수 없다. 신중을 기한다며,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불평등은 어느새 우리 사회를 완전히 잠식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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