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 건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 건물. ⓒ 권우성


지난 7월 2일부터 13일까지 진행된 MBC 관리·감독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아래 방문진) 이사 후보자 공개모집에 논란의 인물들이 도전장을 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7월 2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번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과정 일부를 시민들에게 공개하기로 했다. 지원자들의 지원서를 공개하고, 이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후보자 선정에 반영하기로 한 것이다. 현재 오는 8월 임기가 끝나는 KBS 이사 11명, MBC 방문진 이사 9명을 뽑는 과정 중에 있으며, 방통위는 지난 16일 방송통신위원회 홈페이지(http://www.kcc.go.kr)를 통해 이들의 주요 경력과 지원 동기, 업무수행 계획서 등이 포함된 지원서를 공개했다. KBS 이사 후보에는 49명, MBC 방문진 이사 후보에는 26명이 지원했다.

지원자 중에는 지난해 전국언론노조가 작성한 '언론 장악 부역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최기화 전 MBC 기획본부장과 김도인 전 MBC 편성제작본부장도 있다.

당시 언론노조는 이들에 대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진실을 은폐하는 데 앞장섰다"고 지적하며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 자유와 법률이 보장하는 언론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훼손한 책임을 묻고, 언론자유 말살에 앞장선 자들의 이름을 역사에 기록하기 위해" 언론 장악 부역자 명단을 작성, 발표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두 지원자는 모두 지원서를 통해 현 MBC의 위기를 지적하며 "더 이상 MBC의 위기를 지켜볼 수 없어 지원하게 됐다"고 밝혔다.

'부역자' 김도인·최기화 전 본부장 "현 MBC 위기... 더 지켜볼 수 없어"   

MBC PD-기자 제작거부 선언 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앞에서 ’PD수첩’ ‘시사매거진2580’ ‘경제매거진 M’ ‘생방송 오늘 아침’ ‘생방송 오늘 저녁’을 제작하는 시사제작국 소속 PD와 기자 32명이 제작 중단을 선언하며 김장겸 사장,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 조창호 시사제작국장 사퇴와 PD수첩 이영백 PD 대기발령 철회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그동안 ‘세월호’ ‘4대강’ ‘국정원’이 금기어가 되었고, 세월호 참사 직후 프로그램에서는 유가족들이 우는 장면을 빼라는 지시를 받는 등 언론사가 지켜야할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되어 왔다고 밝혔다.

▲ MBC PD-기자 제작거부 선언 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앞에서 ’PD수첩’ ‘시사매거진2580’ ‘경제매거진 M’ ‘생방송 오늘 아침’ ‘생방송 오늘 저녁’을 제작하는 시사제작국 소속 PD와 기자 32명이 제작 중단을 선언하며 김장겸 사장,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 조창호 시사제작국장 사퇴와 PD수첩 이영백 PD 대기발령 철회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그동안 ‘세월호’ ‘4대강’ ‘국정원’이 금기어가 되었고, 세월호 참사 직후 프로그램에서는 유가족들이 우는 장면을 빼라는 지시를 받는 등 언론사가 지켜야할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되어 왔다고 밝혔다. ⓒ 권우성


이들이 밝힌 현 위기 상황의 원인을 몇 가지 옮기자면 "국민 예능 <무한도전>을 폐지했지만 이를 대체할 만한 재미있고 유익한 예능 프로그램은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보도와 시사 분야의 전문성과 심층성이 차별화되지 않아 시청자의 외면을 받고 있다"(최기화 전 본부장), "최승호 사장 취임 후 파업 불참 기자들을 탄압하고 현 정권에 불리한 내용을 소극적으로 다루고, 이전 정권 비리만 열심히 파헤친다고 시청자들이 인식하기 때문"(김도인 전 편제본부장) 등이다.

하지만 최기화 전 기획본부장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축소, 누락 보도에 관여하고, 자사 보도를 비판하는 민실위(민주언론실천위원회) 보고서를 훼손한 일로 부당노동행위 판정을 받은 바 있다. 또, 기획국장 시절 '유배지'라 불리는 유령 부서 신설에도 관여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도인 전 편성제작본부장은 2011년 라디오본부 부장으로 일할 당시 김미화, 윤도현, 김어준 등의 프로그램 하차에 앞장서고, 2013년 <시선집중>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등 인기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을 무력화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편성제작본부장이 되어서는 < MBC 스페셜> 탄핵 편과 6월 항쟁 30주년 기념 다큐멘터리를 불방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세월호 오보' 최대현 전 아나, "정확한 상황 전달했다" 자화자찬

 세월호 전원 구조 오보를 전하고 있는 MBC 최대현 아나운서.

세월호 전원 구조 오보를 전하고 있는 MBC 최대현 아나운서. ⓒ MBC


아나운서국 블랙리스트 작성 등의 이유로 해고된 최대현 전 MBC 아나운서도 방문진 이사에 도전했다. 최 전 아나운서는 2012년 파업 당시 언론노조 MBC본부에서 탈퇴했고, 이후 김세의 기자와 함께 제3노조(MBC노동조합)을 설립했다. 이들은 지난 촛불 정국 당시 박근혜씨의 대통령직 탄핵에 반대하는 태극기 집회에 참석해 '빨갱이는 죽여도 돼'라고 쓰인 피켓 앞에서 사진을 찍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최 전 아나운서는 과거 MBC 경영진이 아나운서들의 성향과 노조 활동 여부를 분류해 관리한 블랙리스트 문건을 직접 작성·보고한 사실과 시차 근무를 유용해 초과 근무 수당을 부당 청구하고 앵커 멘트에서 특정 정당에 유리한 발언을 해 선거 공정성 의무를 위반한 점 등이 드러나 지난 5월 해고됐다(관련 기사: 배현진이 언론탄압 피해자? 진짜 MBC 살생부 나왔다).

하지만 최 전 아나운서는 방문진 이사 지원 동기에서 이 같은 인사 처분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부당 징계와 해고 처분 때문에 MBC와 잠시 헤어져야 했다"면서 "지금의 MBC는 서로에 대한 불신이 가득하고 복지부동의 조직문화, 실수만 피하자는 무사안일주의가 팽배한 상황이다", "징계와 배척, 조롱과 멸시만 가득한 MBC를 이제 시청자들은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진행된 정권의 MBC 장악의 과거를 청산하고 재발을 막겠다며 설치된 'MBC 정상화 위원회'를 해체하겠다는 내용을 직무 수행 계획 맨 첫 줄에 적었다.

또, 분야별 전문성 부분에서 자신을 '방송 전문가'로 표현하며 "MBC에서 제작되는 모든 뉴스에서 앵커를 맡아왔고, 수시로 발생하는 특보 상황을 전담하는 앵커로 활약했다"고 적었다. 이어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휴식 없이 8시간 연속 특보를 진행하는 등 국민에게 정확한 구조 상황을 전달하고 유족들과 국민들의 상처를 달래는 방송을 위해 힘썼다"고 했다. 하지만 최 전 아나운서는 MBC의 세월호 전원 구조 오보를 전달한 앵커였다. 물론 당시 보도 참사의 책임이 모두 최씨에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결정적인 오보를 전한 앵커가 '정확한 상황 전달', '유족과 국민들의 상처를 달래는 방송에 힘썼다'고 표현한 것은 어폐가 있어 보인다.

방송독립 시민행동, 부적격 후보자 사유 제보 받는다 

이들 논란의 3인 외에도 김상균·김경환·유기철·이인철 등 현 방문진 이사 4인, 희극인 서승만, 2012년 MBC 파업 관련 재판에서 언론노조 MBC본부 측 변호를 맡았던 신인수 변호사, 미디어 감시단체 민주언론시민연합(아래 민언련) 출신 인사 등 총 26명의 지원자가 방문진 이사직에 도전장을 냈다.

지난 정권에서 공영방송의 신뢰도 하락에 일조했던 이들이 공영방송의 관리 감독자인 이사직에 지원한 사실이 알려지자 언론계와 시민단체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방송독립 시민행동은 1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토론회를 열고 공영방송 이사 자격과 검증의 기준으로 ▲방송의 독립성 ▲공영성 ▲이사 업무역량과 민주주의 철학 ▲업무 전문성 ▲공적 업무 경력과 이해 ▲시청자·국민 대변 ▲방송법·여론 다양성 ▲다원적 가치 ▲성평등 ▲노동 존중 10가지를 제시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방송법'과 '방송문화진흥회법'에서 정한 결격사유 확인 등을 거친 후,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KBS 이사 추천 및 방문진 이사 임명을 의결할 예정이다. 여기에 방송독립 시민행동은 자체 시민 제보 센터(http://www.b-act.kr)도 마련해 오는 19일(목) 오후 6시까지 공영방송 이사에 지원한 후보자들이 적합한지, 부적격 사유는 없는지 제보를 받고 있다.

다음은 이번 방문진 이사에 지원한 후보자 26명의 명단이다. (가나다순)

▲강재원 동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전공 교수
▲김건일 전 제주문화방송 보도제작국장
▲김경환 방문진 이사(상지대 미디어영상광고학부 부교수)
▲김도인 전 MBC 편성제작본부장
▲김상균 방문진 이사장(전 광주MBC 사장)
▲김성규 법률사무소 신영 대표
▲김정특 전 BBS 보도국장
▲김평호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김형준 여성가족부 정책 자문위원
▲류종현 전 부산대 신방과 초빙교수
▲문진호 전 MBC 프로덕션 상무
▲문효은 전 다음커뮤니케이션 부사장
▲복성경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
▲서승만 MBC 코미디언 및 탤런트
▲신인수 법무법인 여는 변호사
▲양승현 전 서울신문 정치부장
▲유기철 방문진 이사(전 대전MBC 사장)
▲이인철 방문진 이사(변호사 이인철 법률사무소 변호사)
▲장낙인 전 방송통신심의위원
▲정일윤 전 광주방송 사장
▲정창수 서울시의회 정책위원
▲조영숙 한국여성단체연합 국제연대센터 소장
▲최기화 전 MBC 보도국장
▲최대현 전 MBC 아나운서
▲최윤수 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
▲황동열 중앙대 예술경영학과 교수


MBC 방송문화진흥회 방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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