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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성소수자, 노약자 등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소수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고달프면서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사회적 편견에 온몸으로 저항해야하기 때문이다. 친구 A가 자신의 딸이 성소수자라고 고백했을 때 사실 많이 놀랐다. A는 용감하게도 사회적 편견에 정면으로 맞서는 방식을 선택했다.

A는 평소에도 딸과 함께 2018년에는 서울 광화문에서 열리는 퀴어 축제에 가겠노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그는 결국 약속을 지켰다. A의 딸은 양성애자이다. 지난 14일 서울 광화문에서는 2018 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올해로 19회째인 축제에는 주최 측 추산으로 6만의 인파가 몰렸다.

6만의 사람들 중에 친구 A도 있었다. A는 그의 딸 '린'이와 함께 서울에 올라갔다. A는 린이와 기차역에서 인증 사진도 찍고, 축제장에 도착해서는 축제를 즐기는 딸과 축제 자체를 관찰하며 그 나름의 축제를 즐겼다.

A는 기자를 만나자 마자 "성소수자들을 위해 1년에 딱 한번 광장을 열어주는 것이 뭐가 그렇게 어렵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광장에 나온 아이들은 퀴어라는 사실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고, 해방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보기가 좋았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충남 모처의 한 카페에서 A를 만났다. 축제에 다녀온 후일담을 들어 보기 위해서다.
A는 지난 14일 광화문 퀴어 축제에 다녀왔다. 그는 팔에  'PRID(프라이드)'라고 적힌 무지개 팔찌를 차고 있었다.
 A는 지난 14일 광화문 퀴어 축제에 다녀왔다. 그는 팔에 'PRID(프라이드)'라고 적힌 무지개 팔찌를 차고 있었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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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소수자 어머니로서 퀴어 축제를 본 소감을 말해 달라.
"재밌기도 했고 내가 참 무지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퀴어 축제에 반대 집회자들도 와서 분위기가 험악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냥 일반적인 축제였다. 일부 언론 기사에서는 퀴어 축제 참가자들이 옷을 야하게 입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내 눈에는 그런 참가자들이 보이지 않았다. 성적인 자극을 불러올만한 수준의 옷을 입은 사람은 없었다. 물론 여름이라서 옷이 짧고 얇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보령시 머드 축제에도 그 정도 수준의 옷을 입은 사람은 많다.

뮤지컬 헤드윅에 나오는 것과 비슷한 차람의 참가자도 있었다. 하지만 크게 거슬리는 느낌은 받지 않았다. 축제에 가는데 교복처럼 차려입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야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 다른 축제와 특별히 다른 점은 없었나.
"일반적인 축제와 똑같은 느낌이다. 어린이날 축제에서는 아이들이 풍선을 들고 다니고, 얼굴에 그림을 그린다. 물론 체험부스도 있다. 퀴어 축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굳이 다르다고 하면 성소수자들에 대한 이해를 돕는 부스가 많았다는 점이다. 이를 테면 한 부스에서는 성소수자에 대한 설명이 담긴 책자와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내용이 담긴 전단지를 나눠 주고 있었다."

- 날이 너무 더워서 고생했다고 들었는데 괜찮은가.
"7월이라서 그런지 많이 더웠다. 하지만 축제에 나 같은 처지에 있는 부모들이 많이 왔다는 점이 위안이 되었다. 엄마와 같이 온 퀴어들이 더러 보였는데, 짧지만 대화도 나눴다. 행사장(광장)에 들어올 때 그 앞에서 퀴어 참가자들을 향해 욕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보다 경험이 많아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오히려 다른 엄마들은 그런 반응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 보수단체에서도 반대집회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나.
"참 막말을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분들이 지향하는 삶이 솔직히 뭔지는 모르겠다. 우리아이가 남들과 다른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아이의 인생을 타인이 간섭할 권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와 같은 성소수자들은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존재한다. 이 아이들은 투명인간이 아니다.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아이들인 것이다. 다르다고 해서 인정하지 않는 것도 폭력이다. 365일 중에 딱 하루 광장에 나온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이 마치 대한민국을 망하게 할 것처럼 호들갑 떨지 않았으면 좋겠다."

- 내년에도 축제가 있다면 가볼 생각인가.
"당연히 갈 생각이다. 반대 집회자들이 성소수자들을 향해 '반대 피켓'을 들고 있었다. 다음에는 나도 피켓을 들 생각이다. 물론 '퀴어들을 지지 한다'는 내용을 담은 피켓을 들 생각이다. 아이들을 응원하고 싶기 때문이다."


태그:#성소수자 , #성소수자 어머니 , #퀴어문화 축제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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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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