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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둘째 날(6월 12일). 스페인의 파란 하늘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우리나라 미세먼지를 생각하면 부럽기까지 합니다.

가이드가 높은 하늘을 보며 바르셀로나에서의 마지막 행선지를 소개합니다.

"날씨가 참 좋네요. 오늘 몬세라트 일정, 잘 잡은 것 같아요. 비가 오거나 안개가 끼면 몬세라트 절경을 제대로 실감하지 못하는 수가 있는데, 이렇게 하늘이 맑고 깨끗하니 행운이 따르네요!"

'여행은 날씨가 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날씨에 따라 천하절경도 그림의 떡이 되는 수가 있으니까요. 오늘 바르셀로나 하늘은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이 가깝게 느껴집니다.

천하절경 몬세라트산, 가히 장관이다

바르셀로나 근교에 자리 잡은 해발 1229m의 몬세라트산. 몬세라트의 기암절벽은 세계 최고 탐험가들이 자연절경을 담은 책,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1001곳'에 뽑혔다고 합니다. 우리는 스펙터클한 절경을 자랑하는 몬세라트를 향해 출발합니다. 

몬세라트산의 웅장한 모습입니다.
 몬세라트산의 웅장한 모습입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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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세라트는 카탈루냐어로 '톱니모양의 산'이라 합니다. 이름에서부터 웅장한 바위산임을 짐작하게 합니다. 기독교 4대성지로 손꼽히는 몬세라트 수도원이 이곳에 자리 잡고 있어 더욱 유명합니다. 특히, 스페인에서 가장 숭배시 되는 검은 성모 마리아 '라 모레네타(La Moreneta)'가 있는 곳입니다.

바르셀로나 시에서 몬세라트까지는 약 1시간 반 정도. 시내를 벗어나자 차창 밖에 펼쳐지는 풍경은 우리네 시골마을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얼마가지 않아, 내 눈꺼풀은 천근만근입니다. 졸음이 막 쏟아집니다. 어제 빡빡한 '가우디투어' 일정에다 여행 자료를 정리하느라 늦게 잠자리에 들어서인지 피로가 몰려옵니다.

"여보, 여보 다 왔어요! 좋은 경치 다 놓치고 뭐예요! 산악열차 타러 가는데, 일어나야죠!"

산악열차를 타고 몬세라트 수도원에 오릅니다.
 산악열차를 타고 몬세라트 수도원에 오릅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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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사이 토막잠이 몸을 가푼하게 합니다. 우리 일행은 몬세라트 수도원에 오르는 산악열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장난감 같은 기차는 꼬불꼬불 산길을 따라 곡예를 부리듯 숨 가쁘게 오릅니다.

산 아래에서는 바위들이 겹겹이 수평으로 쌓였다고 여겼는데, 점점 위로 올라갈수록 커다란 바위들이 수직으로 솟아올라 병풍을 두른 것처럼 변해갑니다.

몬세라트산의 스펙터클한 모습. 겹겹이 수평으로 쌓였다가 위로 오를 수록 커다란 바위가 솟아오른 모습은 장관입니다.
 몬세라트산의 스펙터클한 모습. 겹겹이 수평으로 쌓였다가 위로 오를 수록 커다란 바위가 솟아오른 모습은 장관입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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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세라트는 원래 바다 밑의 지형이었던 게, 지각변동에 의해 지금처럼 우뚝 솟은 바위산 형태가 되었다고 합니다. 깎아지른 절벽, 자연이 빚은 거대한 예술품이 바로 눈앞에 펼쳐집니다.

"기암괴석이라고 생긴 게 여기 다 모여 있는 것 같아. 천하절경이야 절경!"
"어쩜 우뚝 솟은 큰 바위들이 모가 나 있지 않지!"
"산봉우리에 하얀 구름까지 멋지게 피어나 가슴을 설레게 하네!"


우리 일행은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몬세라트산의 절경에 절로 탄성을 지릅니다. 맑은 하늘에 하얀 구름은 산꼭대기를 휘감고 있어 묘한 신비감을 부릅니다.

산악열차는 해발 약 750m지점에서 멈춥니다. 장엄하게 솟은 기암괴석들이 신령스런 모습으로 몬세라트 수도원을 감쌉니다. 둥근 모서리를 가진 바위들은 많은 상상을 불러일으킵니다. 우리들은 달리는 기차 안에서 자연이 빚은 아름다움을 카메라에 담기 바쁩니다.

몬세라트 수도원을 둘러싼 몬세라트 기암괴석들. 어떤 경이로움이 느껴집니다.
 몬세라트 수도원을 둘러싼 몬세라트 기암괴석들. 어떤 경이로움이 느껴집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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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건축가 안토니 가우디는 끊임없이 자연을 닮고자 했습니다. 이런 가우디에게 가장 큰 영감을 준 자연은 바로 몬세라트였다고 합니다. 어려서부터 이곳을 자주 찾은 가우디는 몬세라트산의 곡선에 매료되었고, 그 곡선을 이용하여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건축세계를 펼쳤습니다. 특히, 몬세라트산을 바라보며 최후의 걸작 사그리다 파밀리아성당을 구상하였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어쩌면 가우디는 신들의 바위 두드리는 망치소리를 들으며 불세출의 성당 건축을 이어갔는지도 모릅니다.

신령스런 검은 성모님이 있는 몬세라트 수도원

걸어서 수도원에 올라가는 길, 담벼락에 음각으로 새겨진 조각상 앞에서 가이드가 우리를 멈춰 세웁니다.

호셉 마리아 수비라치의 작품인 산 조르디(Sant Jordi) 조각상입니다.
 호셉 마리아 수비라치의 작품인 산 조르디(Sant Jordi) 조각상입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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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상 눈을 바라보면서 움직여보세요. 조각상 눈동자가 나를 응시하며 따라오는 것이 느껴질 거예요"

실제로 해봤습니다. 어느 각도에서도 조각상의 눈이 내 눈과 마주칩니다. 참 신비스럽습니다.

가우디 사망 후 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 '수난의 파사드'를 조각한 호셉 마리아 수비라치의 작품이었습니다. 수비라치 조각의 특징을 아주 가까이 보게 됩니다.

몬세라트 수도원에 있는 성당. 성당 2층에 검은 성모상이 있습니다.
 몬세라트 수도원에 있는 성당. 성당 2층에 검은 성모상이 있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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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산타마리아 광장에 도착합니다. 광장에는 수도자 출신 여섯 명을 기리는 동상이 있습니다. 아치형 문을 통과하여 바실리카(Basilca)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바실리카 파사드에는 예수님을 중심으로 12사도상이 조각되었습니다. 파사드가 간결하면서 단순한 매력이 느껴집니다.

"자, 먼저 검은 성모님을 만나러 성당 2층으로 올라갑니다. 성모님 손을 만지며 기도를 하면 소원을 들어준다고 해요. 기도는 짧게, 아셨죠?"

검은 성모마리아 '라 모레네타'를 만나러 가는 사람들. 긴 줄로 늘어서서 차례를 기다립니다.
 검은 성모마리아 '라 모레네타'를 만나러 가는 사람들. 긴 줄로 늘어서서 차례를 기다립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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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님을 만나기 위해 늘어선 줄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습니다. 복도에 장식된 성화와 조각상을 감상하며 지루함을 달랩니다.

성모님이 드디어 눈앞에 보입니다. 순간 엄숙한 분위기로 바뀝니다. 사람들은 자기 차례가 되자 성모님께 기도를 올립니다.

검은 성모상 앞에서 아내도 기도를 하였습니다. 마음이 참 기뻤다고 합니다.
 검은 성모상 앞에서 아내도 기도를 하였습니다. 마음이 참 기뻤다고 합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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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성모마리아에 대한 이야기는 참 흥미롭습니다. 성모상은 포플러나무로 만들어졌습니다. 성 누가가 조각한 것을 사도 베드로에 의해 스페인으로 옮겨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프리카 무어인들이 침략해오자 몬세라트 동굴 '산타 코바(Santa Cova)'에 성모님을 숨기게 되었습니다. 880년 어린 양치기가 밝은 빛을 보고, 천상의 음악이 들리는 곳을 찾아갔다고 합니다. 그곳이 바로 산타 코바였고, 검은 성모상이 발견되었다는 것입니다.

그 후 성모상은 몬세라트 수도원에 자리하게 되었으며, 교황 레오 13세에 의해 카탈루냐의 수호성인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성모님께서는 아기 예수를 안고 계십니다. 오른손에 지구를 상징하는 구(球)가, 예수님 왼손에는 부활과 영원을 상징하는 솔방울이 들려있습니다. 자애로우신 성모님께 기도를 올리니 마음 깊은 곳에서 기쁨이 몰려옵니다.

몬세라트 바실리카 내부는 웅장하고 화려했습니다. 엄숙하면서도 경건한 느껴집니다.
 몬세라트 바실리카 내부는 웅장하고 화려했습니다. 엄숙하면서도 경건한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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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안 화려한 스텐인드글라스.
 성당 안 화려한 스텐인드글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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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해 보일 것 같은 수도원 성당 내부는 의외로 웅장합니다. 외부에서의 느낌과는 달리 규모가 크고 화려합니다. 특히, 스테인드글라스는 황홀함을 넘어 경이롭습니다. 따뜻한 분위기의 성당에서 엄숙하면서도 경건함을 느껴집니다.

"하늘에서 빛이 내려오고, 천사들의 노래 소리가 들리고! 양치기 소년은 얼마나 기쁨으로 가득 찼을까요? 수도원에서는 소년합창단이 부르는 성가를 들을 수 있어요. 매일 공개연습을 하는데, 마치 천사들이 들려주는 듯한 합창에 진한 감동을 받는다고 합니다."

다음 일정 때문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에스꼴라니아 소년합창단의 아름다운 하모니를 듣지 못한 게 못내 아쉽습니다.

성당 앞 작은 광장에 있는 원. 수초와 물고기가 그려져 있습니다.
 성당 앞 작은 광장에 있는 원. 수초와 물고기가 그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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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행은 바실리카 아트리움 원안에 발을 내밀고 사진을 남겼습니다.
 우리 일행은 바실리카 아트리움 원안에 발을 내밀고 사진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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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행은 몬세라트를 떠나면서 바실리카 작은 광장 아트리움(Atrium)에 그려진 원 안에다 발을 내밀며 인증샷을 남깁니다. 검은 성모 마리아께 바친 우리의 기도가 성모님께서 기뻐하실 것을 기대하면서...


태그:#몬세라트산, #몬세라트 수도원, #검은 성모상, #바르셀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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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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