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광안리 출신의 4인조 밴드 세이수미

부산 광안리 출신의 4인조 밴드 세이수미 ⓒ 일렉트릭 뮤즈


이들의 음악을 가만히 듣고 있으면 온몸의 긴장이 풀린다.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해변이 떠오르기도 하고, 밤바다 앞에서 친구들과 함께 마시는 맥주의 여유도 떠오른다. '부산 밴드' 세이수미 이야기다.

세이수미는 현재 가장 주목받는 한국 인디록 밴드다. 한국에서 록음악이 받고 있는 조명은 갈수록 적어지고 있지만, 훌륭한 뮤지션들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잠비나이가 그랬듯이, 세이수미는 한국보다 영미권, 유럽에서 먼저 큰 호응을 이끌어낸 밴드다. 런던의 인디 레이블 '댐나블리'(Damnably)와 계약을 맺었고, 소규모의 유럽 투어도 열었다.

팝의 전설인 엘튼 존(Elton John) 역시 세이수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자신이 진행하는 애플 뮤직 라디오에서 'Old Town'(세이수미)을 선곡했다. '끝내주는 곡'이라는 자신의 감상까지 덧붙였다. 세이수미의 이름을 더욱 널리 알리는 데에 도움을 준 사건이었다.

비치 보이스는 캘리포니아? 세이수미는 부산!



세이수미는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는 최수미, 기타리스트 김병규, 베이시스트 하재영, 드러머 김창원으로 이뤄진 4인조 밴드다. 보컬 최수미의 이름과 발음이 비슷한 'sue me'(나를 고소하라)로 재치있는 이름을 만들었다. 밴드의 가장 큰 정체성은 뭐니 뭐니 해도 '부산'이다. 세이수미는 부산의 펍과 라이브 클럽에서 경험을 쌓아 왔다. 유명세를 얻고 다른 지역에서 공연을 할 때에도, '부산에서 왔다'는 인사를 빼놓지 않는다.

많은 언론들은 이들을 서프 록 밴드라고 소개한다. 서프 록이란 1960년대 서핑 문화에 힘입어 유행했던 록의 하위 장르다. 기타 리버브와 빠른 연주를 통해 해변의 시원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 유명한 비치 보이스(Beach Boys)가 이 장르를 상징하는 밴드다. 비치 보이스가 캘리포니아를 노래했다면, 세이수미는 부산 광안리를 노래한다.

물론 이들의 음악이 '서프 록' 한 가지로만 설명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이수미는 1990년대 인디록의 세례를 받은 밴드이기도 하다. 일부 팬들이 소닉 유스(Sonic Youth)나 페이브먼트(Pavement)가 떠오른다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징글-쟁글' 기타 사운드에서는 스미스(The Smiths)의 잔상 역시 느껴진다. 세이수미의 음악에는 이들이 사랑하는 음악 영웅들, 그리고 이들이 나고 자란 부산의 추억들이 배어 있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공존하고 있다. 미국의 인디 매거진 피치포크(Pitchfork)는 이런 리뷰를 남기기도 했다.

"최수미와 세이수미 멤버들이 부산에 머문 것은 행운이다. 'Old Town'은 그 사실을 입증하는 곡이다."

 세이수미의 데뷔 앨범 < We've sobered up >

세이수미의 데뷔 앨범 < We've sobered up > ⓒ 일렉트릭 뮤즈


2014년 발표된 데뷔 앨범 < We've sobered up >의 '아무 말도 하지 말자', 'Sorry That I'm Drunk'는 어떤가. 이들의 음악에서는 일관된 감성이 포착된다. 캐치한 기타 리프는 무게를 잡지 않는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하는 여름, 혹은 전진하는 젊음이 기록되어 있을 뿐이다. 가사가 없는 곡인 '광안리의 밤'은 기타 사운드와 효과음만으로 '소리의 시각화'를 이끌어냈다.

올해 발표된 2집 < Where We Were Together >는 1집에서 더욱 확장되었다. '아무 생각 없이 취한 채 노래하고 싶다'고 노래하다가도('Let It Begin), 'Old Town'에서는 고향, 혹은 오래되고 익숙한 모든 것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노래하기도 한다.

안타까운 사고로 인해 쓰러져 무대에 설 수 없는 드러머 세민에 대한 마음을 'B Lover', 'Funny and Cute'에 담았다. 전작보다 다양한 감정선이 얹혔으니, 1집만큼이나 듣는 사람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세이수미는 바쁘다. 국내에서도 많은 페스티벌 일정을 소화했고, 10월에는 런던과 글래스고 공연을 앞두고 있다. 앞으로도 이들은 공연을 위해 국내외를 넘나들 것이다. 세이수미의 이름이 유명해질수록, 광안리를 떠나 있는 시간은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우리가 함께 있던 곳'을 잊지 않는다. 세이수미를 만든 광안리의 정취는 이곳저곳으로 퍼질 것이다.

우리 오늘 밤에 어디로 갈까
저 멀리 별빛을 끝까지 따라가볼까
Let's don't say anything

- '아무 말도 하지 말자' 중


세이수미 부산 광안리 엘튼 존 인디 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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