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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위해 무얼 하며 시간을 보내야 하지?'

요즘 들어 고민이 늘었다. 아이가 이제 곧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상황이어서 엄마의 마음은 조금 더 다급해졌다고나 할까?

시골에서 아이들을 교육시킨다는 것. 다들 쉽지 않은 일이라고들 한다. 특히 과거의 제주는 그러했다. 자가용이 흔치 않았던 시절에는 시내로 나간다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었고, 제주 시골에서는 문화행사같은 것들을 아예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 없었으니까. 제주도 자체가 서울이나 다른 육지 지역들에 비해 문화생활이나 교육혜택이 저조한데, 그 제주도 안에서도 시내냐 시골이냐에 따라 문화생활 격차가 정말 심했다. 시엣따이(시내아이)와 촌엣따이(촌아이)로 나눠 부를 정도였다.

나 또한 제주 시골에서 태어나 자랐기에 시골안에서의 교육이 어려움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나마 아빠가 서예를 쓰시고 문화생활에 관심이 많으셔서 아빠를 따라다니며 시내 문예회관을 찾고 전시장을 구경했던 일들이 자주 있었다. 아빠와 함께 버스를 타고 시내를 구경하고, 전시장을 찾았다. 어린시절 나에게는 마치 소풍을 기다리듯이 손꼽아 기다렸던 아주 특별했던 날로 기억에 남았다.

하지만 요즘의 제주는 시골이라도 결코 문화생활에 뒤처진 곳이 아니다. 시골 곳곳에서도 많은 문화행사들이 진행되고 있으니 말이다. 또한 이제는 가정마다 자가용이 있어 어딘가로 이동할 때 불편할 일이 없다. 시내든 시외든 1시간 이내로 왔다 갔다 가능하다. 물론 제주도라는 지역 특성상 10분을 넘어선 거리면 '너무 먼 거 아냐?'라고 하기도 하지만, 내게는 30~40분 정도의 거리는 크게 문제되진 않는다. 아마 그런 이유 때문에 제주도 시골 안에서의 삶을 선택하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내 어린시절이 그랬듯 내 아이들에게도 뭔가 특별한 문화생활, 즐길거리를 전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주는 어딜가면 좋을까?' 하고 아이와 함께 가기 좋은 곳을 찾아나서게 됐고, 아이가 시골에 살기에 이왕으면 시내쪽으로, 시엣따이(시내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행사를 찾아보았다. 그런던 중에 시선을 끌었던 곳! 노형꿈틀작은도서관의 10주년 행사. '느영나영 책사랑'

지난 7월 14일, 노형꿈틀작은도서관의 한마당 책잔치 "느영나영 책사랑" 현장
▲ 느영나영 책사랑 지난 7월 14일, 노형꿈틀작은도서관의 한마당 책잔치 "느영나영 책사랑" 현장
ⓒ 이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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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제주시에 있는 도서관 가볼래? 책잔치가 열리고 있다는데."
"아직 책도 못 읽는데 가도 되는 건가요?"
"그럼, 책 못 읽으면 그림 보면 되지... 가서 부담 느끼지 말고 책이랑 뒹굴며 실컷 놀고 오자고."

아직 한글을 읽지는 못하지만 책이 있는 환경을 아이에게 많이 보여주고 싶었다. 그렇게 한글과 친해지게 하는 것. 책과 부담없이 친해지게 하는 게 그날의 목표라면 목표.

도착하자마자 탄성을 지르고... 야외 잔디광장을 뛰어노는 아이들.

"느영나영책사랑" 책잔치 야외 현장
▲ 느영나랑책사랑 "느영나영책사랑" 책잔치 야외 현장
ⓒ 이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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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형꿈틀작은도서관의 10주년 행사라 곳곳에서 체험행사들도 참 많았지만 다른 아이들도 일찍부터 와서 함께 했는지 재료가 소진돼 아쉽게 종료된 체험행사가 많았다. 그래도 아이들은 이같은 분위기가 좋다며 아주 신나게 놀았다.

책마당 잔치에서 체험행사를 즐기는 아이들
▲ 체험행사 책마당 잔치에서 체험행사를 즐기는 아이들
ⓒ 이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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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행사는 제주꿈바당어린이도서관에서 진행돼 그 안에서 잠깐이더라도 책들을 들여다보며 책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어서 의미 있었다.

"엄마, 꿈꾸는 도서관이라고 했나요? 우리 이 도서관 자주와요. 우리집이랑 멀어요? 가까워요?"

도서관과 친해지고 싶다며 다시 또 오자 말하는 아이. 엄마의 이날 목표는 성공! 어쩌면 내 어린시절처럼, 아이들 또한 도서관 가는 날을 마치 소풍가는 날처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만큼 엄마도 조금 더 부지런해져야겠지?

"애들아... 오늘 좋았어요?"
"네! 아주 좋았어요."


"느영나영책사랑' 축제가  진행됐던 장소, 제주꿈바당어린이도서관
▲ 제주꿈바당어린이도서관 "느영나영책사랑' 축제가 진행됐던 장소, 제주꿈바당어린이도서관
ⓒ 이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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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며 씩씩하게 대답하는 아이들을 보니 엄마도 덩달아 좋고, 또한 내가 그동안 너무 무심했나? 하며 자주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됐다. 그래, 촌엣따이(촌아이)라고 기죽지 말고 자주 자주 시내도 오가며 문화생활을 즐기자고!

그나저나 다음은 또 어딜 가보지?


태그:#느영나영책사랑, #책과놀기, #초등학교입학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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