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의 종합 격투기 단체 UFC에서는 지난 2015년 '약물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전성기가 지났어야 할 나이에도 엄청난 근육량과 완력을 가진 파이터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많은 파이터들이 약물의혹에 시달렸고 이는 곧 대회의 먹이사슬 파괴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UFC의 약물 검사가 강화되면서 옥타곤에는 각 체급마다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

도핑 강화 후 UFC에서는 미들급의 앤더슨 실바나 라이트 헤비급의 존 존스처럼 약물 사용이 적발되면서 커리어에 치명타를 입은 파이터들이 속속 등장했다. 알리스타 오브레임이나 비토 벨포트, 주니어 도스 산토스 등은 직접적으로 약물 검사에 적발되진 않았지만 도핑 강화 후 체격이 작아지고 근육량이 급격히 줄어들며 경기력이 함께 저하되곤 했다.

한 때 조제 알도의 뒤를 잇는 페더급의 2인자로 군림하던 채드 멘데스 역시 2016년 불시 약물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오면서 무려 2년의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한창 전성기를 보내야 할 30대 초반의 파이터에게 2년의 공백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멘데스는 지난 15일(이하 한국시각) 2년7개월 만의 복귀전에서 화끈한 KO승을 거두며 건재를 과시했다.

극강의 레슬링과 준수한 타격을 겸비한 페더급의 2인자

 멘데스는 전성기 시절 챔피언 알도에 이어 페더급의 2인자로 군림했다.

멘데스는 전성기 시절 챔피언 알도에 이어 페더급의 2인자로 군림했다. ⓒ UFC.com 화면 캡처


어린 시절부터 아마추어 레슬링 선수로 활약한 멘데스는 캘리포니아 폴리테크닉 주립대 시절이던 2006년과 2008년 전미레슬링 1부리그 올아메리칸에 뽑히며 레슬러로서 탁월한 재능을 뽐냈다. 멘데스는 대학 졸업 후 유라이아 페이버가 수장으로 있는 팀 알파메일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종합격투기를 배웠고 2008년9월 프로에 데뷔했다.

캘리포니아의 중소단체에서 5연승을 거둔 멘데스는 2010년3월부터 WEC로 전장을 옮겼고 WEC에서도 에릭 코크, 컵 스완슨 같은 만만치 않은 강자들을 꺾으며 이름을 알렸다. 멘데스는 168cm의 단신에 팔길이도 168cm에 불과한 불리한 신체조건을 가졌지만 탄탄한 레슬링 실력을 앞세워 페더급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WEC가 UFC에 흡수되면서 자연스럽게 활동무대를 UFC로 옮긴 멘데스는 오미가와 미치히로와 하니 야히라를 차례로 꺾고 페더급 타이틀 도전권을 따냈다. 당시만 해도 알도가 페더급을 지배하는 극강의 챔피언으로 군림하고 있었기 때문에 특급 레슬러 출신의 멘데스가 알도에게 어떤 상성을 보일지 격투팬들의 관심이 매우 높았다. 하지만 멘데스는 1라운드 종료 직전 알도의 니킥에 맞고 쓰러지며 생애 첫 패배를 당했다.

하지만 멘데스는 알도가 자신과 싸울 때 여러 차례 케이지를 잡는 반칙을 저질렀다는 사실에 분노했고 알도에게 설욕하기 위해 페더급의 강자들을 정리해 나갔다. 알도전 패배 이후 4연속 KO승을 포함해 5연승을 질주한 멘데스는 다시 알도에게 도전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멘데스는 2차전에서도 알도에게 판정으로 패하며 리벤지에 실패했지만 알도와 대등한 승부를 펼치며 자타가 공인하는 페더급의 2인자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멘데스가 2인자로 군림하는 사이 페더급에는 코너 맥그리거라는 신예스타가 떠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맥그리거와 알토의 타이틀전이 성사된 후 알도가 부상으로 이탈하는 변수가 발생했고 멘데스는 대회 2주를 남기고 대타로 들어갔다. 멘데스는 1라운드에서 레슬링으로 맥그리거를 압도하며 손쉬운 승리를 거두는 듯했지만 2라운드 갑작스런 체력저하를 보이면서 KO로 패했다. 커리어 3번째 패배이자 알도 이외의 상대에게 당한 첫 패배였다.

약물 양성 반응으로 2년 징계 후 복귀전서 KO승으로 건재 과시 

 멘데스의 기량이 징계를 받기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페더급은 멘데스로 인해 지각변동이 일어날 확률이 높다.

멘데스의 기량이 징계를 받기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페더급은 멘데스로 인해 지각변동이 일어날 확률이 높다. ⓒ UFC.com 화면 캡처


멘데스가 맥그리거에게 무너졌을 때만 해도 대부분의 격투팬들은 멘데스의 패인을 '준비부족'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멘데스는 대회 2주 전에 맥그리거전을 수락했고 맥그리거의 타격에 대한 분석을 할 시간이 턱 없이 부족했다. 하지만 멘데스는 2015년 12월 베테랑 프랭키 에드가와의 경기에서 또 한 번 1라운드 KO로 무너지고 말았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4번의 패배 중 KO패가 세 번. 격투팬들은 멘데스의 맷집에 대해 의심과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2016년 6월에 터졌다. 멘데스가 불시에 실시한 UFC의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반응이 나온 것. 멘데스는 피부병 치료를 위해 모르고 사용했다고 해명했다가 결국 금지약물 사용 사실을 인정하고 징계를 수용했다. 결국 페더급을 대표하는 강자였던 멘데스는 2년의 출전 정지 처분을 받으며 페더급 랭킹에서 제외됐다(당시 멘데스 대신 페더급 랭킹에 새로 올라간 선수가 바로 '코리안 슈퍼보이' 최두호였다).

멘데스가 옥타곤을 떠나 있는 사이 페더급에는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알도를 꺾고 새 챔피언이 된 맥그리거는 웰터급 외도와 라이트급 타이틀전을 치르며 페더급 타이틀을 박탈 당했고 공석이 된 페더급 챔피언은 1991년생의 신예 맥스 할러웨이가 차지했다. 여기에 브라이언 오르테가라는 신예가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면서 알도와 멘데스, 에드가가 삼분하던 페더급 구도에 세대교체가 일어났다.

2년의 길었던 징계기간이 끝난 멘데스는 지난 15일 페더급 랭킹 12위 마일스 주리를 상대로 복귀전을 치렀다. 주리는 한때 라이트급에서 15연승 행진을 달린 적이 있는 만만치 않은 강자. 하지만 멘데스는 주특기인 레슬링 기술을 거의 쓰지 않고도 타격으로 주리를 압도하다가 1라운드 중반 기습적인 레프트훅에 이은 파운딩으로 주리를 KO로 가볍게 꺾었다. 2년 8개월 만의 복귀전으로는 완벽에 가까운 결과였다.

현재 페더급은 할러데이가 뇌진탕 부상을 당하면서 랭킹 1위 브라이언 오르테가와의 타이틀전이 무산된 가운데 제레미 스티븐슨이 상승세를 타며 랭킹 4위로 뛰어 올랐다. 물론 약물전력이 있는 만큼 멘데스에 대한 격투팬들의 호불호는 강하게 나뉠 것이다. 하지만 현재 페더급의 상위권 랭커들에게 빠른 스피드와 묵직한 펀치, 그리고 극강의 레슬링을 겸비한 멘데스가 대단히 부담스러운 상대라는 점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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