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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술의 존재는 적당히 마시면 즐거움을, 하지만 잘못 마시면 모든 불행의 씨앗이 된다.    

술에 관해서라면 빼놓을 수 없는 부류 중 하나가 바로 미국의 소방대원들이다. 현장에서의 고된 하루를 마치고 복잡한 스트레스와 끔찍했던 상황을 한꺼번에 날려버리는데 어디 술만한 것이 또 있을까.

함께 교대근무를 하며 가족과 같이 끈끈한 팀워크를 중시하는 조직문화와 술에 관대한 오래된 전통 역시 알코올 남용에 기여하는 바가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계획되지 않고 절제되지 않는 음주는 현장활동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사고가 발생했을 때 소방관들에게 주어지는 '면책특권'도 사라지게 된다. 아울러 법에서 정한 각종 혜택도 제한되며 자격정지나 구형 등 법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소방관 음주사고와 관련된 끔찍한 사례 한 가지를 소개한다.

지난 2003년 와이오밍 주 소속의 한 소방관은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 출동지령을 받자 곧바로 소방서로 복귀한다. 하지만 그는 이미 법에서 정한 혈중 알코올 기준수치의 2배에 달한 상태였으나 이를 보고하지 않고 16세 의용소방대원 앤디 휴버(Anndee Huber)를 태우고 출동한다. 출동 중 소방차는 전복되고 이 사고로 16세의 앤디는 안타깝게 목숨을 잃고 만다.

이 사고로 해당 소방관은 1000만 원의 손해배상은 물론 14~18년의 형을 선고받게 된다. 그는 더 이상 소방관이 아닌 오랜 시간을 범죄자로 살게 됐다. 

그동안 소방관 음주문제를 다룬 몇 건의 보고서를 보면 소방관의 음주 강도와 횟수가 일반인 평균수치의 2배를 넘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연방소방국(United States Fire Administration)' 자료에 따르면 소방관들의 과도한 음주는 일반인 평균의 2배를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미연방소방국(United States Fire Administration)' 자료에 따르면 소방관들의 과도한 음주는 일반인 평균의 2배를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 American Addiction Cen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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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직도 상당수의 소방관들은 그 심각성에 대해 깊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2000년대 초반부터 소방관 음주의 오.남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선 것이다. 

2003년 배포된 '미국소방서장협회(International Association of Fire Chiefs)'의 '약물 및 음주 방침(Drug and Alcohol Policy)'에 보면 음주를 한 뒤 8시간 이내에는 화재진압이나 구급활동 등 현장활동을 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 또한 과도한 음주로 인한 사고에는 강경대응(Zero Tolerance)할 방침이라는 것도 발표했다.

'텍사스 주류통제국(Texas Alcoholic Beverage Commission)'에서 배포한 자료. 마신 술잔의 숫자와 음주자의 몸무게에 따른 혈중 알코올 농도를 표로 보여주고 있다.
 '텍사스 주류통제국(Texas Alcoholic Beverage Commission)'에서 배포한 자료. 마신 술잔의 숫자와 음주자의 몸무게에 따른 혈중 알코올 농도를 표로 보여주고 있다.
ⓒ Texas Alcoholic Beverage Commi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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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미연방소방국(United States Fire Administration)' 역시 음주문제를 건강한 소방관 문화를 만들기 위해 시급히 챙겨야 할 7가지 현안에 포함시키고 있다.

소방관의 배지에는 오랜 시간에 걸쳐 쌓인 명예와 자부심이 담겨 있다. 선후배 그리고 동료 소방관들의 땀과 헌신의 결과다.

소방관의 음주문화가 아무리 오래된 전통과 관행이라고 해도 소방 본연의 임무와 가치를 뛰어넘을 수는 없다.

미국의 사례처럼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소방서별로 구체적인 음주지침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무조건 금지하거나 혹은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기보다는 소방서 내에 '직원 지원프로그램(Employee Assistance Program)' 등을 가동해 우리의 소방대원들도 음주로 인한 문제를 미리 예방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


태그:#이건 소방칼럼니스트, #음주, #절주, #소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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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출생. Columbia Southern Univ. 산업안전보건학 석사.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소방칼럼니스트. <미국소방 연구보고서>, <이건의 재미있는 미국소방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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