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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 시대. 엄마들에게 요구하는 일이 참 많아졌다. 살림과 육아는 기본 중에 기본. 여기에 플러스 알파로 따라 붙게되는 것들... 직장생활, 사회생활까지 함께 해야함은 물론이고 여기서 끝이 아니다.

마치 자동차에 따라 붙는 옵션 기능처럼 사소한 듯 하면서도 세심하게 엄마들에게 요구되고 있는 좋은 엄마 되기의 옵션사항들이 참 많아졌다는 거다.

"여기에 요리 잘하는 엄마 기능 추가하시고요, 돈 잘 버는 기능 추가! 그리고 사교육이 필요 없게 공부도 잘 가르치는 기능까지 추가하면 '슈퍼 판타스틱 엄마'. 그야말로 인기 좋은 엄마입니다."

글쎄, 엄마란 사람도 배우자처럼 선택이 가능한 세상이라? 그저 상상 속의 일이지 않은가. 선택은 가능하지 않을지 몰라도 엄마로서는 자식들에게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게 되며, 자식들 역시 엄마에게 '이런 엄마가 되어주세요'라고 소망하고 요구하고 있으니. 그래서 어쩜 엄마들이 더 바쁘게 부지런을 떨며 살아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확실히 슈퍼우먼을 자처하며 멀티기능에 맞춰 살아가는 엄마들이 참 많아졌다. 그런 엄마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대단하다는 존경심과 함께 같은 엄마로서 때론 버겁기도 하다.

그리고 내 아이에게 유독 나만 신경이 덜 한 건 아닐까 하는 미안한 마음까지 더해지니... 요즘 특히 이런 마음이 크다.

"요즘 아이가 무슨책 읽어요?"
"학습지는 뭐 해요?"
"학원은 어디 보내는데요?"

아이가 7살이 된 이후부터 더욱 더 또렷이 잘 들려오는 주변 곳곳의 질문들.

"아직 한글을 읽지 못해요"
"7살인데 아직도요? 도대체 왜요?"
"아니, 한글도 안 가르치고 뭐하셨어요?"

우리 아이가 비정상이긴 비정상이구나를 새삼 깨닫게 되는 요즘의 분위기. 사실 엄마로서 무심했던 부분들이 많았다는 걸 알기에 더 미안해진다. 하지만 한글을 못 읽으면 좀 어때? 아직 7살인데. 이제부터 하나하나 시작하면 되지. 내 아이에게도. 엄마인 나 자신에게도 아직은 괜찮다 괜찮다 다독여 본다.

하지만 요즘 사회의 분위기는 어떤가. 7살에 한글을 읽지 못한다 하면 아주 당연히 비정상으로 받아들인다는 거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 엄마를 탓하게 된다.

"바쁘시더라도 아이에게 좀 관심도 갖고... 신경 좀 쓰세요."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는, 자유롭게 키워나가는 게 목표였는데, 막상 현실 안에서는 이같은 목표가 혼란스럽게 다가오더라.

"한글 공부. 요즘은 초등학교에서도 잘 가르쳐주던데요."
"다른 엄마가 그러는데, 한글 안 떼고 갔다가 두고 두고 후회하더라구요."
"엄마... 초등학교 들어갈 때까지는 그냥 맘껏 뛰놀면 안 되나요?"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말들에 엄마는 더욱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런 가운데 이제는 더 이상 늦어서는 안 된다며 아이와 함께 한글배우기 프로젝트에 돌입하게 됐다. 노래를 부르고, 글자를 만들어가고, 하나씩 하나씩 배워나가며 한글을 알아가기로 그렇게 아이와 약속을 하고 배워가는데,

확실히... 이 나이 때에는 그냥 암기하고 공부하는 것이 아닌 글자를 가지고 놀이하듯 놀아야 학습효과가 더 크더라. 그만큼 아직 학습한다는 건, 조금은 버거운 때라는 얘기이기도 하겠지.

그러면서 또 드는 생각. 좀 더 일찍 공부했으면 덜 고생하고 좋지 않았을까? 그동안 엄마가 너무 무심했다며 나 자신을 탓하며 후회도 해보는데, 그런 가운데 방송을 통해 들려오는 이야기.

맛있는 스피치 이운정 원장의 다음의 말이 참 위안이 되었다.

"한글은 자연스럽게 7세 이후에 배울 수 있도록 해주세요. 너무 빨리 읽어버리면, 상상의 뇌가 닫힌다고 하죠? 버스에 구름 사진이 담긴 광고문이 있어요. 어린 아이들은 우와 버스가 구름을 싣고 가네... 하는데, 한글을 읽기 시작하는 아이는... OO생명 하고 글만 봅니다."

그래, 한글을 조금 늦게 알아가는 대신 우리 아이의 상상의 뇌는 반짝반짝 조금 더 크게 성장하지 않았겠느냐는 거다. 좋은 게 좋은 거라 여기며 오늘도 아이와 함께 놀이하듯 재밌게 한글공부를 이어나가본다.


태그:#초등학교입학프로젝트, #한글떼기, #한글배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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