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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아 구속중이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아 구속중이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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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재판과의 연관성을 따지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공시누락이 (2015년 회계처리보다) 직접적으로 더 관련이 있을 수 있습니다."


김경율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회계사)의 말이다. 김 소장은 13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금융위원회가 (이런 영향을) 의도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12일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핵심쟁점이었던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아래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최종결론은 미룬 채 공시누락 부분으로만 제재를 내렸는데, 삼성 입장에선 오히려 허를 찔린 격이라는 얘기다.

이와 더불어 삼성바이오의 2015년 말 회계처리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이후 이뤄진 것이어서 합병 때 저지른 잘못을 무마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2015년 5월) 합병 때 엉망인 숫자를 썼기 때문에 그 숫자와 거리가 먼 삼성바이오 경영진들은 불안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저쪽(국민연금)에선 삼성바이오가 귀한 애라고 했는데, 적자를 내고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했을 것)"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전 교수는 "2015년 말 회계처리로 인해 합병이 성사됐다기 보다는 합병 때 만들어진 (실제 경영 상황과의) 괴리를 줄이기 위해 그렇게 (분식회계를)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다시 말해, 삼성바이오가 2015년 말에 분식회계를 했다고 해도 이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때 있었던 잘못을 무마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미다.

앞서 이재용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측에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가 지난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콜옵션 공시누락, 모직-물산 합병 부당성 은폐하기 위한 도구"

지난 12일 증선위는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혐의 관련 최종 결론을 발표했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바이오젠에게 준 삼성바이오에피스(아래 삼성에피스)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 등을 공시하지 않은 것이 고의적이고 명백한 회계기준 위반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증선위는 삼성바이오 담당임원 해임권고, 검찰고발 등의 조치를 결정했다. 다만, 증선위는 2015년 회계처리에 대해선 판단 내리기 어렵다며 금융감독원에 공을 넘겼다.

이번에 증선위가 문제라고 지적한 삼성바이오 공시누락은 그동안 논란이 돼 왔던 여러 쟁점 가운데 비교적 가벼운 사안으로 분류돼 왔다. 이보다는 2015년 말 삼성바이오가 자회사인 삼성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처리하면서 그 가치를 부풀리는 분식회계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더 크게 주목받았었다.

그런데 오히려 공시누락 건이 삼성의 경영승계 과정과 더 깊은 연관이 있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법원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지난 12일 참여연대도 "콜옵션 공시누락은 삼성바이오의 회계부정 문제로만 볼 수 없고,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의 부당성을 은폐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된 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참여연대는 관련 보고서를 공개했는데, 삼성바이오가 콜옵션 공시를 빼면서 이재용 일가는 1조원이 넘는 부당이득을 취하고, 국민연금은 약 2000억원의 손실을 봤다는 것이 핵심이다.

"콜옵션 부채 반영했더니 모직-물산 합병비율 달라져...합병 못했을 것"

콜옵션은 쉽게 말해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데, 다른 회사에 이를 주게 되면 이 부분을 회계상 부채로 처리하게 된다. 자산으로 가지고 있던 주식을 넘겨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삼성바이오는 2012년 회사 설립 이후 2013년까지 이를 재무제표에 표기하지 않았고, 2014년에는 부채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친절하게 공시했다.

그로 인해 2015년 5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때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었던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비율이 정해졌는데, 콜옵션 부채를 반영하면 비율이 달라진다는 것이 참여연대 쪽 설명이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비율은 1대 0.35다. 삼성물산의 가치가 제일모직의 3분의 1 밖에 안 되는 것으로 봤다는 의미다. 그런데 만약 삼성바이오가 콜옵션을 제대로 공시했고, 이를 부채로 반영했다면 삼성바이오의 가치가 줄어 이곳 최대주주인 제일모직의 가치도 떨어졌을 것이라고 참여연대는 주장했다.

콜옵션 부채가 반영됐을 경우의 적정 합병비율을 참여연대가 추산해본 결과 1대 0.5를 상회했다. 참여연대는 "콜옵션 부채가 반영됐다면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에 반대표를 행사했어야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당시 국민연금은 삼성물산의 지분 11%와 제일모직의 지분 4% 가량을 가지고 있었다. 제일모직에 대한 삼성물산의 가치가 1대 0.35보다 더 높은 1대 0.5 비율이라면 국민연금은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합병안에 찬성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와 함께 참여연대는 1대 0.5 비율로 합병되는 시나리오도 가정해봤는데, 이 경우 삼성 일가는 1조1000억~1조3000억원 가량 재산상 손해를 보게 된다고 했다.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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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 "공시누락 중대범죄 누가 어떤 의도로 자행했나 밝혀져야"

이와 관련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 증선위 결과 발표 직후 "콜옵션 공시를 누락하지 않았다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는 절반으로 줄어 결국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도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렇게 되면 제일모직의 가치가 줄어 1대 0.35의 합병비율은 정당화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수많은 투자자의 손실과 시장의 혼란을 가져온 이 중대범죄를 누가 어떤 의도로 자행했는지 검찰 수사에서 명확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삼성바이오 쪽은 이번 증선위 심의 결과에 대해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모든 회계처리를 적법하게 이행했다"며 "행정소송 등 가능한 법적 구제수단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태그:#삼성바이오로직스, #이재용, #삼성물산, #제일모직, #국민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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