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 Inside Mosul >의 야나 안더트(Jana Andert) 감독. 그는 종군기자이기도 하다.

다큐멘터리 영화 < Inside Mosul >의 야나 안더트(Jana Andert) 감독. 그는 종군기자이기도 하다. ⓒ 함상희


"나는 오늘이 내 인생 마지막 취재라 해도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전쟁 중인 분쟁지역에 아무도 가지 않는다면 그 진실을 알 수가 없다. 전쟁의 참상을 알리기 위해서 나는 그 일부가 되어야만 하고 아주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는 생각은 그때나 지금이나 전혀 변함이 없다. 나는 이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의 현실이기 때문에, 이 작업이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확신한다. 지구상에는 많은 전쟁들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가 여기로부터 눈을 돌린다면, 세상에는 단지 한 뉴스만 존재할 것이고, 우리는 이 고통 받는 사람들을 잊게 될 것이다."

최근 한국 사회에선 '예멘 난민 수용' 여부를 두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유엔의 통계치에 의하면 국제난민은 4천만 명.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전 세계 난민 문제는 더 이상 머나먼 유럽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현실로도 다가왔다. 한국은 1994년부터 지난 5월 말까지 난민 839명과 인도적 체류허가자 1540명 등 2379명을 받아들였지만, 갑자기 549명의 예멘인들이 동시에 입국하는 다소 극적인 상황이 발생하자 비로소 사회적 논의 및 그에 대한 관심이 증폭했다.

우리는 중동지역과 이슬람 문화에 대한 수많은 논쟁을 하고 있지만 사실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 자문을 하게 된다. 과거 학창시절, 세계사책에서 중동 역사나 문화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배웠던 적이 있었나 기억을 더듬어보지만 전혀 생각이 나질 않는다.

마침 '동유럽의 칸'으로 불리는 체코의 카를로비 바리 국제영화제(6월 29일~7월 8일)에 발길이 닿은 나는 영화제 프로그램에서 중동관련 영화들을 유심히 눈여겨보게 되었다.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조금이나마 이 지역에 대한 간접 지식과 경험을 얻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다행히도, 대여섯 편의 중동 영화가 초청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시간을 내어 모두 다 봤다. 그 중 참혹한 이라크전의 실상을 생생하게 담았다는 평을 받은 다큐멘터리 영화 < Inside Mosul >이 인상적이었다.

모술(Mosul)은 250만 명 이상이 거주했던 이라크 북부의 대도시다. 2016년 10월 16일 이라크 정부군과 국제연합군이 도시탈환을 위해 시작한 ISIS와의 대격전은 9개월간의 장기 전투로 이어졌다. 치열한 격전 끝에 2017년 7월 10일, 이라크의 수상은 승리를 선언하게 되지만, 1만 명이란 희생자를 낳았다. 이는 2차 대전 이후 개별 도시전투로는 최대의 사망자로 기록됐다.

야나 안더트 감독은 8개월 동안 황금사단(GD: Gold Division)이라고 불리는 최정예 대테러부대와 같이 지내며 치열했던 마지막 한 달의 전투상황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가 스크린으로 옮겨놓은 영상은 사실적이고 충격적이다. 총알이 여기저기 날아다니는 상황에서 인터뷰를 하는 이라크 군인, ISIS 가담자로 의심받는 시민의 자택에 벌어지는 무자비한 수색, 부모와 가족을 잃어 울며 피난길을 떠나는 주민들, 고통에 신음하며 수술대에 놓여있는 어린 아이들 등, 여과 없이 보여주는 생생한 전쟁장면으로인해 마치 나도 전쟁터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체코 관객들과 함께 숨죽이며 관람한 72분 남짓한 시간. 다큐멘터리는 한동안 잊고 있었던 전쟁의 야만성을 다시금 내게 환기시켜주었다. 지난 몇 년간 생사를 넘나들며 종군기자로서 맹활약했던 야나 안더트 감독은 그녀의 첫 영화 데뷔작에 보이는 관객들의 진지한 질문공세로 한 시간이나 관객들과 대화를 나눴다.

무대 위에 우뚝 선 그는 조금도 긴장하는 기색 없이 많은 이들의 호기심어린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변했다. 관객과의 대화가 한 시간 동안이나 이어졌지만, 나는 여전히 많은 것들이 궁금해서 인터뷰 요청을 했다. 감독은 바쁜 영화제 일정에도 불구하고 지난 5일(현지시각), 한 시간 동안 인터뷰에 응했다.

"난민들의 목소리, 그대로 전하고 싶었다"

 다큐멘터리 영화 < Inside Mosul >의 한 장면.

다큐멘터리 영화 < Inside Mosul >의 한 장면. ⓒ 제53회 카를로비 바리 국제영화제


나는 영화감독이자 종군기자로서의 그녀의 경험과 지식이 궁금해졌다. 교육학과 심리학을 전공했던 체코의 프리랜서 사진작가. 그가 어떤 이유로 목숨을 걸고 이 영화를 만들게 되었는지 그 계기뿐만 아니라, 현재 이라크 및 난민들의 상황과 유럽의 난민위기 등 많은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이 다큐멘터리는 내 감독 데뷔작이다. 지난 몇 년간 CNN 인터내셔널을 포함, 분쟁지역의 소식을 알리는 TV 리포터를 많이 해서 이미 전쟁과 익숙해졌다. 이라크로 자주 출장을 다녔고 주로 난민 이슈에 대한 집중취재를 했다. 다수의 시리아 난민들이 유럽으로 유입되고 있어서 그들이 어떤 사회적 배경에서 난민이 되었고 현재 상태가 어떤지 알고 싶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리아 난민들이 시리아에서 직접 온다고 믿지만, 이라크 북부엔 난민캠프가 많이 있다. 그들은 유럽에 오는 것보다 본인의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이들은 주거환경이 아주 열악하지만, 본국의 상황이 호전되기만을 기다리며 건물도 짓고 나름대로 마을을 형성하며 지내고 있다. 난민들에 대한 외부인의 관점보다는 그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전하고 싶었다.

아울러, 관객들에게 현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고, 전쟁이 어떤 것인가를 사실대로 알려 주고 싶었다. 사람들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많은 시간이 경과해서인지 전쟁이라는 것에 대한 현실감각을 잃은 듯하다. 불과 1년 전에 발생한 이 모술전투는 2차 세계대전이후 최대의 도시전투였고, 다수의 민간인들이 희생되었다. 그 고통은 아무도 상상하기 힘들다. 200만 명이 넘게 살던 대도시의 절반, 100만 명이 피난민 행렬에 올랐고, 전쟁이 막바지에 다다르자, ISIS 군인들은 피난민들을 인간방패로 삼거나, 총부리를 겨누기도 했다. 아주 참혹한 현실이었다."

- 전쟁이 진행되는 중에 영화 촬영을 하는 것이 무척 어려웠을 텐데 특히 더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사실 모든 게 다 힘들었다. 전기 부족으로 카메라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도 어려웠고, 참을 수 없는 더위 같은 열악한 촬영환경 이외에도, 나 자신의 안전을 챙기면서 계속 촬영을 지속하는 것이 힘들었다. 특히 감정소모도 많았다. 내가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던 군인들이 죽어서 돌아오는 것도 힘들었고, 병원에서 아이들이 고통으로 신음하는 것, 거리에서 피난민들이 울부짖는 것을 지켜보는 것 등 모든 것이 극한의 경험이었다. 다행히, 내게는 카메라가 있어서 촬영하는 데만 집중하고, 고통스러운 현실과 조금 거리를 두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 촬영당시보다도, 촬영이 끝난 후가 더 힘들었다. 어는 순간 무슨 일이 벌어졌고, 나도 그 역사의 한 부분이었다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영화의 제작비는 내 사비로 충당해서 재정적으로 힘들었다. 전쟁터에 있으면 아무런 비용이 들지 않을 것 같지만, 오히려 더 큰 비용이 소요된다. 이전에 찍었던 사진들로 전시회를 하기도 하고, 현장뉴스를 네덜란드나 독일로 보내 생기는 수입을 제작비에 보태곤 했다. 돈을 벌면서 영화를 만들다보니 정말 힘들었다."

- 현재 이라크 모술의 상황은 어떤가.
"이라크정부군은 미국 등 연합군의 협력으로 ISIS로부터 모술을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ISIS는 더 이상 이라크 내 특정지역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는 않으나 전멸하지도 않았다. 때때로 산에서 숨어 있다가 공격을 하며 국지전을 벌이기도 한다. ISIS는 대부분 시리아에서 싸우고 있다. 모술전투와 동시에 진행되었던 락까전투(Raqqa campaign) 덕분에 ISIS의 수도였던 락까를 탈환했지만, 아직도 시리아에서는 ISIS와의 전쟁이 지속되고 있다."

- ISIS의 작은 인적규모나 사막지형을 고려해보면 퇴출이 어렵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미국이나 외국 연합군들이 자국이익을 위해 방관해왔다는 일각의 주장에 동의하나?
"나도 그 주장에 동의한다. 그들이 (ISIS를) 격퇴해야겠다는 결정을 내리기까지 왜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모술에 왔을 때 ISIS 군인들은 200여명에 불과했고 소규모로 저항하며 도시를 잠식하기 시작했다. 아무런 견제도 없이 2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이런 방관 하에 그들은 점차 지지 세력을 모으며 세를 확장해 나갔다.

그 방관의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설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이미 잘 알려진 대로 터키 정부는 그들로부터 저렴한 가격의 석유를 구매하기도 했다. 미국도 이라크에 오랫동안 주둔했다. 언제든지 그들을 제거할 군사적 능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ISIS의 팽창을 관조했다고 생각한다. 미약한 시민군들을 쉽사리 제거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2년이라는 시간동안 적군이 팽창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공격을 했던 게 이해가 안 된다. 나는 이 모든 상황이 우연히 일어난 게 아니라 계획된 것이라고 믿는다. 이라크에는 미국의 무기들이 정말 많다. 내가 같이 다녔던 황금사단만 보더라도 미군에 의해 훈련을 받으며 엄청난 양의 미국무기를 소지하고 있었다. 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군수 산업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젊은 난민의 유럽 유입, 장기적으로 경제에 도움 될 것"

 다큐멘터리 영화 < Inside Mosul >의 한 장면.

다큐멘터리 영화 < Inside Mosul >의 한 장면. ⓒ 제53회 카를로비 바리 국제영화제


- 직접 ISIS 군인들을 많이 접하면서 그들이 왜 가입했는지, 그 동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나?
"유럽과 중앙아시아에서 온 외국인 출신들 중에 러시아인들, 특히 체첸인들이 많았다. 그 밖에 우즈베키스탄, 독일, 프랑스인들도 있었다. 그들이 무슨 동기로 ISIS에 가입했는지 판단하기는 무척 어렵다. 특히 유럽에 오래 살았던 이들이 그처럼 극단적인 사고를 한다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일부는 서구의 제국주의에 대한 반감, 인종차별 등을 이유로 들지만 개인마다 다른 이유가 있기에 일반화하긴 무척 어렵다. 외국인 출신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느낀 점은, 이들이 (ISIS에) 가입하기 전에는 조금 다른 기대를 가졌던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는 것이다. 이들이 ISIS를 지원하고 급진적인 사고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삶의 의미를 발견하지 못하고 허무감에 젖어 있다가 뭔가 생의 목적을 찾았다고 여기는 이들도 있을 수 있고 단순히 이슬람 근본주의 이념 자체에 공감했을 수도 있다고 본다."

-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이들은 종교와 언어가 같은 아랍국가들에서 중동지역의 난민들을 수용해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다른 지역에서는 문화 차이로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인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터키(350만 명), 레바논과 이란 (각각 100만 명), 요르단(70만 명),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등 많은 아랍국가들이 이미 난민 포화상태에 있다. 같은 문화권이라고 해서 난민들의 삶이 용이하지도 않다. 오히려 이웃한 국가들은 지난 세월 동안 전쟁과 갈등을 겪어온지라 반감이 심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아는 시리아 난민은 "나는 레바논에 가서 살고 싶지만, 그들은 시리아를 너무 싫어해"라고도 말했다. 아마 1990년대 이후 시리아의 독재자 대통령 알 아사드 때문인 것 같다. 이라크에서도 많은 시리아 난민들이 저임금으로 휴일 없이 일하며 노동착취를 당하고 있다. 중동이나 유럽이나 사는 게 힘들긴 마찬가지라고 본다. 또한 이집트나 모로코 등 북아프리카의 나라들은 실업률이 높고 경제적으로 빈곤하기도 하다."

- 체코나 유럽연합에서 난민을 더 많이 수용해야 한다고 보는지, 또는 다른 해결책이 있을까.
"유럽연합 내 국가간 적당한 균형을 유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 체코에는 12명이라는 극소수의 난민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전혀 존재감 없는 숫자임에도 여론이 좋지 않다. 그것을 보면 참 충격적이다.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등과 비교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체코 정부도 다른 유럽 국가와 협력하여 5천 명 정도를 수용한다든지 하는 협력방안을 제시해 다른 국가들의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 우리는 유럽 공동체 아닌가. 왜 어떤 합의도 도출해내지 못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네덜란드에서 자원봉사자로 난민 지원활동을 했던 내 경험에 비춰볼 때, 독일과 마찬가지로 네덜란드는 난민을 위한 시스템을 잘 정비해놓고 있다. 유럽연합 내 난민지원 통합시스템을 새로 만드는 것도 좋은 방책이 될 것 같다.

덧붙여 말하자면, 젊은 난민의 유입은 유럽 경제에도 장기적으로 도움이 된다. 유럽에는 노년 인구층이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저출생률로 인해 이들을 부양할 노동인구가 부족해질 전망이다. 난민들이 어느 정도 준비기간을 거쳐 정착기에 들어서면 구직을 하고 세금을 내는 납세자가 된다. 상호호혜적인 관계가 되리라 본다."

- 난민수용을 반대하는 이들 중엔 이슬람문화의 여성 차별과 폭력에 대한 우려가 많다. 여성 기자이자 감독으로 촬영하면서 성차별이나 성희롱 같은 불쾌한 경험은 없었는지.
"8개월간 촬영하면서 민간인 남성들과 전혀 문제가 없었다. 단지, 한 군인이 작업을 걸어서 조금 불편했던 적은 한 번 있었다. 독일 쾰른에서 있었던 난민 성희롱·성폭력 사건으로 여론이 악화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은 행동을 할 것이라고, 잠재적 범죄자라고 편견을 가지고 예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 유럽 내 난민 위기에 대해 주류 사회 미디어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나.
"일부 언론은 그들이 원하는 스토리를 찾아 나선다. 그래서 그 이야기를 크게 확대시키고 그것을 자신의 이해관계에 유리하게 이용하는 경향이 있다. 범죄자는 어느 곳에나 다 존재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체코 시민이 물건을 훔치거나 성범죄를 저지르면 뉴스거리도 되지 않지만, 난민이 가해자라면 '그럴 줄 알았다'라는 식으로 큰 뉴스가 된다. 따지고 보면, 세계 인구의 20%는 회교도다. 어떻게 이들 모두를 일반화할 수 있나.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시민들을 더 불안하게 하는 언론. 아주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다음 작품은 소말리아의 소년병이 소재다"

 다큐멘터리 영화 < Inside Mosul >의 한 장면

다큐멘터리 영화 < Inside Mosul >의 한 장면 ⓒ 카를로비 바리 국제영화제


- 영화상영 후 감독과의 대화중, "내 영혼의 일부를 이라크에 남기고 왔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힘든 작업이었을 텐데 정이 많이 들었나보다.
"물론이다. 영화작업이 비록 힘들었을지언정, 이라크의 대자연은 정말 믿기 힘들 정도로 아름다웠다. 건조하고 사막 같은 남부와는 달리, 이라크 북부는 산과 호수가 많고 멋진 풍광을 자랑한다. 그리고 현지 문화도 인상적이었다. 또한 나는 그곳에서 아주 극한 경험을 했다. 아마도 내 인생 중 가장 강렬했던 경험인지라 내 자신의 일부를 놔두고 온 것 같은 느낌이다. 평생 잊지 못할 기억들이다."

- 전쟁이 한창 진행 중인 상황이었다.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는데, 본인의 선택을 후회해 본 적은 없는지.
"결코 후회하지 않았다. 나는 영화 작업에 몰두했고 너무 바빴기 때문에 내 안전에 대해 많이 걱정할 시간도 없었다. 물론 내가 알던 병사들이 죽어서 돌아올 땐 이젠 내 차례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느 날은 5명이 사망한 날도 있었다. 한 번의 작은 실수로도 내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이 쉽게 생긴다는 걸 안다. 하지만 아무도 전쟁 중인 분쟁지역에 가지 않는다면 아무도 진실을 알 수가 없다. 전쟁의 참상을 알리기 위해서 나는 그 일부가 되어야만 하고 아주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는 생각은 그때나 지금이나 전혀 변함이 없다.

나는 이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의 현실이기 때문에, 이 작업이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확신한다. 지구상에는 많은 전쟁들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가 여기로부터 눈을 돌린다면, 세상에는 단지 한 뉴스만 존재할 것이고, 우리는 이 고통 받는 사람들을 잊게 될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대중에게 알리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 잔인한 전쟁을 취재하고 촬영하면서 인간에 대한 관점이 바뀌었나.
"물론이다. 인간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직접 목격했기 때문인지, 새로운 인간관계를 시작할 땐 신뢰를 쌓는 것이 쉽지 않다. 선해 보이는 사람도 15분 만에 살인자로 돌변하는 걸 보면서 인간이라는 존재에 이해불가한 점이 얼마나 많은지 새삼 느꼈다. '악의 평범성'이라는 말도 있듯이, 주어진 특수 환경에 따라서 인간은 너무 쉽게 변하는 것 같다. 이제는 누군가를 전적으로 신뢰하기 전에 항상 시간을 두고 기다리게 되었다."

- 현재 배급계획은.
"스위스 세일즈사 (First Hand Films)가 배급할 예정이다. 현재 영어버전과 52분용 TV버전도 각각 편집중이다. 전 세계의 많은 관객들과 만나기를 기대한다."

- 계획중인 다음 프로젝트가 있는지.
"다음 작품은 소말리아의 소년병이 소재다. 소말리아인들은 일단 예멘으로 피난 간다. 예멘도 전쟁 중이지만 예멘을 통과해서 난민을 받아주는 사우디아라비아로 가기 위해서다. 사우디에서 일자리를 얻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먼 여정을 떠나는 것이다. 나는 군인으로 징병되는 어린 소년들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다루려고 한다."

나는 야나 안더트 감독에게 행운을 빈다며 작별인사를 했다. 자비를 들여가며,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전쟁의 참상을 알리려고 애쓰는 그에게 진심으로 존경의 마음을 표하며 이 영화가 널리 알려지기를 바라본다.

INSIDE MOSUL 야나 안더트 이라크 ISIS 모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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