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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파산은 사업주 개인의 파산으로 이어지기 쉽다. (Photo by rawpixel.com from Pexels)
 회사의 파산은 사업주 개인의 파산으로 이어지기 쉽다. (Photo by rawpixel.com from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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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대학을 졸업한 후 IT 업계에서 일하기 시작하였다. 직장에 다니면서 돈을 모아 전세로 집을 마련하였고 좋은 직장을 가진 배우자와 결혼을 하여 아이도 2명 낳았다. 한창 열심히 일하다보니 자신의 회사를 직접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신중한 준비를 거쳐 A씨 지분 100%로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게임을 개발하였다.

개발 과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았으며 A씨의 처음 생각보다 개발 기간이 자꾸 늦춰졌다. 결국 A씨는 직원들의 월급을 주기 위해 배우자로부터 돈을 빌리기 시작하였고 그도 모자라 대출을 받았다. 게임은 괜찮게 나왔다는 평을 받았으나 유통 과정에서 마케팅 비용이 너무 과다하게 들었고, 그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 외부 투자를 받았으나 모자란 돈은 또 대출을 받았다.

담보로 할 만한 것이 없는 법인으로 돈을 빌리려다보니 대표이사이자 대주주인 A씨는 연대보증을 설 수밖에 없었다. 불행히도 게임은 기대 이하의 매출을 올렸고 채무 상환에 힘들어하던 A씨는 직원들의 임금도 밀리기 시작하였다.

이 정도 상황이면 A씨는 회사를 정리하고 새로운 출발을 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A씨도 사업을 정리하고 싶지만, 어느 타이밍에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무슨 문제가 생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어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여있다. A씨는 어떻게 해야 할까?

회사 정리 고민하는 사업주, 직원들 밀린 임금은 어떻게?

우선 직원들의 밀린 임금부터 생각해보자. 임금이나 퇴직금을 주지 않으면 사업주(법인의 경우 대표이사)는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형사 처벌을 받게 된다. 예전에는 법원에서 임금을 밀려 근로기준법위반죄로 재판을 받는 사업주들에게 보통 벌금형을 선고했고 실형을 주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러나 요즈음은 임금을 받지 못한 직원 수 및 체불임금 액수 등을 고려하여 실형을 선고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다만 근로기준법위반죄는 반의사불벌죄이므로, 직원들이 '사업주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처벌불원의사를 표시하면 사건은 그대로 종결된다. A씨는 우선 직원들로부터 합의서를 받아야 한다. 밀린 임금을 다 주고 합의서를 받으면 좋겠지만 그럴 형편이 안 된다면 A씨는 체당금 제도(국가가 사업자 대신 밀린 임금을 일정 한도에서 지급해 주는 제도... 편집자 주)를 이용할 수 있다.

대표자가 노동청 조사 등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면 체당금 지급이 빨라지므로, 빠른 체당금 지급을 위하여 대표자가 최대한 협조한다는 전제하에 직원들로부터 합의서를 받는 것이다. 다만 체당금은 퇴직 직전 3개월분 임금 및 3년치 퇴직금 중 일부 금액에 대해서만 지급되므로 직원들의 밀린 임금이 이 한도를 벗어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법인 파산이 나을까? 회생이 나을까?

법인은 어떻게 해야 할까? A씨는 법인파산을 해야 할지 회생을 해야 할지 고민해 보았다. 회생은 일부 탕감된 채무를 일정 기간 동안 나누어 변제하는 제도이므로, 영업 자체는 잘 되고 있으나 일시적인 자금 문제에 빠져있을 때에는 회생이 적당하지만 영업 자체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희박한 경우에는 회생은 어렵다.

법인회생을 하면 채권자들의 동의를 받아 법원에서 인가받은 변제계획안에 따라 꾸준히 변제해 나가면 되고, 법인파산을 하면 법인의 재산을 채무변제에 충당하고 남은 채무는 면책 받은 상태로 법인을 해산하여 법인격이 소멸하게 된다.

법인파산을 하면 ① 법인 대표자는 법인의 채권자들로부터 채권추심에 관한 연락을 받지 않게 되고, ② 거래처는 파산 법인으로부터 받지 못한 미수금을 손실처리할 수 있어 관련 매출 부가세를 환급받을 수 있게 되며 ③ 근로자들의 체불임금에 대한 체당금 지급이 용이해지는 등 장점이 있으나, 법인파산이 굳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도 많으니 법인파산 진행 여부는 전문가와 상의 후 판단하는 것이 좋다.

A씨는 법인의 영업이 다시 살아날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하고 법인파산을 고민하였으나 비용이 부담되어 결국 법인은 폐업만 하는 것으로 정리하였다.

법인이 국세‧지방세 또는 건강보험‧국민연금을 체납했을 경우, 과점주주가 2차 납세 또는 납부의무를 지게 된다. 과점주주는 50% 넘는 지분을 가진 주주를 말하는데, 부모나 배우자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율까지 합쳐서 산정한다. 과점주주는 국세 등의 체납액에 지분율을 곱한 만큼의 금액에 해당하는 납부 의무를 진다. A씨는 100% 지분을 가진 주주이므로 법인의 국세, 건강보험 등 체납액의 100%에 대한 2차 납세 및 납부의무를 진다. A씨가 50% 미만의 주주였다면 이러한 2차 납세의무는 지지 않았을 것이다.

A씨는 우여곡절 끝에 직원들의 밀린 임금을 체당금으로 해결하고 직원들로부터 처벌불원서를 받아 형사처벌도 면했다. 법인은 폐업하는 것으로 정리하였지만 법인의 미납 세금 및 건강보험료는 A씨의 부담으로 남게 되었다. A씨는 이제 개인 채무, 법인 채무에 대한 연대보증채무 및 국세·건강보험료에 대한 2차 납세·납부의무를 해결해야 한다. A씨는 개인회생과 개인파산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A씨의 개인채무(연대보증채무를 포함)가 자산보다 많다면, 즉 있는 재산을 다 정리해도 빚을 다 갚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개인회생이나 일반회생 또는 개인파산 절차를 이용할 수 있다.

일정 소득 있으면 개인회생, 소득 없으면 개인파산

채무자가 부담하는 채무 중 담보부채무가 10억 원, 무담보부채무는 5억 원 이하인 경우 개인회생이 가능하다. 개인회생 절차에서는 채권자의 동의를 받을 필요 없이 변제계획안을 확정할 수 있고 절차 진행에도 비용이 훨씬 적게 소요되는 등 개인회생은 일반 회생 절차보다 간이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회생을 진행할 경우 주로 개인회생을 진행하게 되는데, 개인회생을 하게 되면 변제기간 동안 채무자가 벌어들이는 소득 중 일부를 채무의 변제에 충당하고 변제기간이 끝나면 남아있는 채무는 면책받게 된다. 다만 개인회생은 급여나 사업소득 등 일정한 소득이 있어야만 신청할 수 있다.

소득이 없는 경우에는 개인파산을 고려해 볼 만 하다. 소득이 없는 채무자들이 주로 개인파산을 신청하긴 하지만, 소득이 있다고 무조건 개인 파산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소득금액의 규모·채무의 액수·채무자의 연령과 경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소득이 있는 경우에도 개인 파산을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

개인회생과 개인파산의 가장 큰 차이점은 채무자의 재산이 보전되느냐에 있다. 개인회생은 기본적으로 채무자의 소득으로 채무를 변제하고 남아있는 채무는 면책하는 제도이고, 개인파산은 채무자의 남아있는 재산을 처분하여 채권자들에게 나누어주고 남은 채무는 면책하는 제도이다. 다만 개인회생의 경우 채권자들에게 변제하는 금액의 현재가치가 현재 채무자가 보유하고 있는 재산의 가치보다는 많아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A씨는 개인파산절차를 진행하기로 하였다. 개인적으로 부담한 채무 외에도 회사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해결하지 못한 연대보증채무, 회사의 100% 대주주로서 회사의 국세·건강보험료에 대한 2차 납세·납부의무분도 함께 정리할 수 있다. 2차 납세·납부의무분은 면책되지는 않지만, A씨의 재산을 환가하여 채권자들에게 배당할 때 국세 등이 최우선으로 배당받게 된다.

개인파산을 한다고 하여 A씨의 모든 재산을 처분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임대보증금 중 일부(서울의 경우 3400만 원)와 3개월 동안 일부 생활비에 충당할 정도의 재산은 남겨놓을 수 있다. 파산을 신청한 후 파산선고가 나면 파산관재인이 선임되어 채무자의 재산상황, 파산에 이르게 된 경위, 채무액 등을 확인하게 되는데 조사 결과 채무자에게 재산 은닉 등 법에서 정한 면책 불허가 사유가 없다면 채무자는 면책된다.

A씨는 개인 파산을 거쳐 면책을 받았으며, 가족들이 함께 거주할 집을 구하는데 들어간 보증금 일부와 두 자녀를 부양하기 위해 필요한 재산을 일부 보전받을 수 있었다. 배우자가 따로 배우자 자신의 소득으로 마련한 배우자 명의의 재산도 여전히 남아있다.

A씨의 경우는 몇 건의 실제 사례를 조금 각색한 것이다. A씨의 사례에 참고가 된 실제 사례의 주인공들은 지금은 모두 면책을 받고 다시 활발한 사회 활동을 하고 있다. 사업을 다시 시작한 분도 있고, 비교적 높은 급여를 받으며 직장 생활을 하는 분도 있다. 의욕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던 A씨들이 흙빛이 된 얼굴과 자포자기한 표정으로 처음 사무실을 찾아올 때에는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안타깝다. 하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모든 상황을 정리하고 홀가분하게 새로운 출발을 하는 모습을 볼 때에는 그 과정을 도와준 사람으로서 매우 큰 보람을 느낀다.

사업을 정리해야만 하는 상황은 매우 어려운 것임이 틀림없지만,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이 분명히 있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는 마무리를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기억하고, 곤란을 겪을 때는 전문가의 조력을 받자. 일찍 시작하면, 일찍 끝난다.

덧붙이는 글 | 이은종 공인회계사·변호사는 법무법인 도담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태그:#사업정리, #법인파산, #법인회생, #개인파산, #체불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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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회계사·변호사로 법률사무소 진선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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