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바람개비 숙소앞에 있던 사장님의 작품 / 폐자전거 휠과 페트병으로 만든 바람개비
▲ 바람개비 숙소앞에 있던 사장님의 작품 / 폐자전거 휠과 페트병으로 만든 바람개비
ⓒ 강상오

관련사진보기


지난해 가을, 30대 중반이 되어서야 일본 후쿠오카로 난생 처음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10대 후반부터 일만 하고 사느라 여행 다닐만한 여유가 눈꼽만큼도 없이 살아왔기 때문에 첫 해외여행이 늦었다. 게다가 그 여행도 여행을 잘 다니는 사촌누나가 친구들과 함께 다녀오기로 한 여행에 사촌형과 함께 '꼽사리'로 껴서 다녀온 여행이었다.

첫 여행은 순조롭게 끝났다. 처음으로 나가본 우리나라 밖 세상은 넓고도 신기했다. 2015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나와 자유롭게 살기로 마음 먹은 지가 벌써 3년이 넘었고 나는 그동안 나름 열심히 여행을 다니고 있다. 그리고 지난 주말, 오랜만에 후쿠오카 여행 멤버들이 모여 전북 부안에 있는 '위도'로 함께 여행을 다녀왔다.

이번 여행은 이미 몇달전 계획됐다. 오랜만에 만나 함께 점심 먹고 커피 한잔 하기 위해 들어간 커피전문점에서 사촌누나가 제안해서 함께 가게 된 여행이다. 어디로 갈지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매형이 타고 다니는 SUV 차량에 정원인 7명을 꽉 채워서 국내 여행을 다녀오자는 계획이었다.

잠깐의 토론 끝에 '서해'로 여행지를 정했다. 우리는 경남 김해에 살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서해'쪽이 가까운 동해나 남해보다 어디론가 떠난다는 느낌을 확실히 받을 수 있는 먼 곳이라 그랬던 것 같다. 게다가 이번 여행은 그냥 서해바다가 아니라 '섬' 여행이었다.

그렇게 날짜와 장소를 정하면 우리 중에서 '여행 지식'이 해박한 사촌누나가 숙소를 알아보고 여행 계획을 짠다. 지난 가을 함께 했던 일본 여행도 사촌 누나가 숙소에서부터 렌트카까지 모든 걸 다 알아보고 우리는 편안하게 패키지 여행처럼 자유여행을 다닐 수 있었다. 물론 이번 위도 여행도 그냥 누나만 믿고 아무것도 준비 하지 않은 채 여행 떠나는 날이 됐다.

힐링의 섬 '위도'에 가다

바다와 갈매기 위도로 들어가는 배를 따라 새우과자를 얻어먹기 위해 갈매기들이 모여들었다
▲ 바다와 갈매기 위도로 들어가는 배를 따라 새우과자를 얻어먹기 위해 갈매기들이 모여들었다
ⓒ 강상오

관련사진보기


위도라는 섬은 전북 부안에 있다. 격포항 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50분 가량 들어가면 위도가 나온다. 위도는 '힐링의 섬'으로 불리는데 왜 그런가 했더니 조용한 섬마을이라 그런듯 했다. 배에 차를 싣고 들어가는 위도는 그렇게 작은 규모의 섬은 아니었지만 그 흔한 편의점이나 커피전문점 하나도 없는 '시골'이었다.

여행 일정을 미리 잡아서 숙소를 예약해뒀는데 하필 장마 기간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날 앞뒤로는 장마 전선이 제주도 부근에 위치하고 있어서 비 소식은 없었다.

애초에 토요일과 일요일 1박 2일 일정으로 다녀올 계획이었는데 김해에서 부안까지는 차로 4시간 가량이 걸리고 부안에서 위도로 들어가는 배편이 미리 예약이 되지 않았기에 금요일 밤에 미리 부안으로 이동했다. 부안으로 이동하던 금요일밤, 부슬 부슬 비가 내리기도 했다.

새벽 1시가 넘어서 부안에 도착했다. 미리 예약한 숙소에서 잠을 자고 아침 일찍 나가 미리 배 표를 사서 들어갈 계획이었다. 첫날 잡은 숙소는 무인 호텔이었는데 1층은 주차장이었고 2,3층이 복층 구조로 된 깔끔한 숙소였다. 사람이 많은 여행지나 도시 같았으면 '불금' 할증이 붙어 숙박비가 더 비쌌을 텐데, 오히려 새벽 늦게 도착하는 걸 핑계로 숙박비를 더 저렴하게 예약할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숙소 창문을 열었는데 날씨가 끝내주게 좋았다. 미세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한 날씨에 적응이 안 될 정도였다. 맑고 깨끗한 하늘과 바다를 보니 최근 여러가지 일들로 갑갑했던 가슴이 확 트였다. 숙소에서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격포항여객터미널로 향했다. 격포항여객터미널까지는 숙소에서 차로 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는데 가는 길목에 마트와 수산시장이 있어 먹거리를 미리 사서 가기 좋았다.

위도로 가는 배에 차를 싣고 배 주변으로 달려드는 갈매기들을 구경하며 금세 위도에 도착했다. 위도 선착장 근처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중국집 메뉴판에 내장탕과 육개장이 있는 신기한 곳이었다. 해물쟁반짜장과 군만두를 먹었는데 짜장면이 너무 불어터진 상태로 나와 거의 숟가락으로 퍼먹어야 했다. 그것 빼곤 다 괜찮았다.

드디어 본격적인 위도 여행이 시작됐다. 숙소로 가는 차안에서 사촌 누나가 이번 여행은 숙소가 좋은 곳이 아니라며 어릴 때 MT 가서 놀던 것처럼 저렴한 숙소라고 말했다. 때마침 길 옆에는 곧 무너질듯하게 허름한 건물이 보여 '혹시 저기가 숙소냐'며 농담을 했다. 그런데 그 건물 벽에는 스프레이 페인트로 '카센터'라고 쓰여 있었고 실제로 영업하는 카센터였다. 그걸 보고 깜짝 놀랐다.

사방 창문 어딜 내다봐도 바다가 보이는 전망 좋은 숙소에 도착했다. 오래된 건물에 낡은 집기들로 깨끗하고 쾌적한 숙소는 아니었지만 저렴한 가격에 방과 거실도 넓었고 무엇보다 경치 하나는 끝내주게 좋았다. 게다가 건물 1층은 섬에서 거의 유일한 카페였고 2층은 우리가 다 쓸 수 있어 우리 세상이라 좋았다.

숙소에 짐을 올려다 놓고 잠시 쇼파에 앉아 좋은 날씨를 벗삼아 바다를 구경하고 있었다. 창문으로 불어오는 바닷 바람이 너무 시원해서 에어컨이 필요 없었다. 잠시 앉아 숨을 돌리고 우리는 위도 해수욕장으로 물놀이를 나갔다. 해수욕을 나간 시간은 오후 2시 30분, 썰물때가 넓은 백사장이 드러났고 백사장을 걷다보니 모래위로 빨대를 내놓고 숨쉬는 듯한 구멍들이 엄청나게 많이 보였다.

서해 바다에는 조개들이 많이 나온다. 해수욕장에서도 보통 발로 슥슥 땅을 파다보면 조개들이 나오는데 여기에도 분명 그런게 있을거라며 몇명을 연신 땅을 파댔다. 나도 그 빨대 같은 구멍 주위로 땅을 팠는데 무언가가 계속해서 더 깊이 파고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 아무것도 꺼내지 못했다.

전략적으로 숨구멍 옆쪽부터 파서 가운데를 한번에 들춰 낸 사촌형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 조개를 하나 잡았다. 마치 대마무처럼 길게 생긴 '맛조개'였다. 그 조개 하나 잡은 희열에 우리가 물놀이를 끝낼때까지 형은 온 해수욕장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뭔가를 잡기위해 혈안이 되어 돌아다녔다. 결국 돌아갈 때 맛조개 한마리와 다른 조개 3마리 정도가 봉지에 담겨 있었다.

노을 노을이 지는 저녁시간, 숯불에 고기 굽고 저녁준비를 했다
▲ 노을 노을이 지는 저녁시간, 숯불에 고기 굽고 저녁준비를 했다
ⓒ 강상오

관련사진보기


해수욕을 하고 돌아가는 길에 낚싯집에 들러 줄낚시 몇개 사가기로 했다. 숙소 앞 갯바위에서 낚시하자는 생각에서였다. 해수욕을 하러 나오느라 다들 지갑이 없었고 스마트폰에 내장된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려고 했는데 위도 낚싯집에는 카드결제가 불가능했다. 그 덕에 우리는 결국 숙소까지 들어갔다가 다시 낚시 바늘과 미끼를 사러 나와야했다.

격포항에서 먹거리들을 다 사왔는데 저녁 먹으면서 함께 마실 술은 섬에 들어와서 사기로 했다. 위도안에도 마트가 있었는데 우리가 가니 문이 닫겨 있었다. '토요일이라 영업을 안하나?'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점심시간에는 문을 닫는다고 했다. 보통 도시 같으면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밥을 먹고 올텐데 여기는 단체로 밥먹으러 나가고 가게는 문을 닫았다. 이 또한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숙소앞 갯바위에 내려가 작은 낚시대에 지렁이 미끼를 꽂아 바다에 넣었다. 낚싯대를 넣은지 5분도 채 되지 않아 '애럭' 한마리가 올라왔다. 그렇게 시작된 낚시는 미끼 한통을 다 쓸 때까지 1시간 남짓 진행됐고 같은 종의 애력 3마리를 잡았다.

너무 작은 2마리는 놔줬는데 나중에 회를 떠서 먹다보니 놔준 2마리도 아쉽다고들 했다. 그리고 먹지 못하는 복어도 2마리, 길다란 장어 같은 물고기도 1마리 잡았는데 그냥 다 방생을 시켜줬다.

어느새 날은 저물고 숙소 뒷편에 있는 야외 테이블 옆 화로에 불을 지폈다. 위도에 들어오면서 사온 돼지고기를 숯불에 굽고 수산시장에서 사온 가리비는 찜통에 쪘다. 그리고 백합은 청양고추와 마늘을 넣어 시원한 백합탕을 끓였다. 그리고 직접 잡은 애럭은 사촌형이 직접 회를 쳐서 상에 올랐다. 푸짐한 저녁상이 차려지고, 아름다운 위도의 밤은 달려드는 모기떼와 함께 점점 깊어갔다.

다음날 일어나 창밖을 보니 날씨가 흐리다. 집으로 돌아갈 아쉬움을 하늘도 아는 게 아닌가 싶다. 그래도 우리가 신나게 놀았던 토요일 하루 날씨가 끝내주게 좋았으니 그걸로 됐다며 다들 '정신승리'를 했다. 어젯밤에 남은고기 몽땅 넣고 끓여놓은 김치찌개와 라면으로 아침을 먹고 위도 선착장에서 배를 탔다.

짧은 주말동안 왔다갔다 길에서 바다위에서 보낸 시간이 10시간 가량이 되지만 그 시간마저도 즐거웠던 위도 여행이었다. 힐링의 섬 위도, 조용해서 좋았다. 조용히 쉬고 휴식을 취하기 위한 목적에서 여기에 온다면, 정말 힐링의 섬이라고 불릴 만하다. 이번 여행하면서 바닷가에 텐트 치고 캠핑 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나도 다음번엔 텐트 가지고 위도에 한번 와야겠다. 제주도 말고 섬 여행은 처음이었는데, 섬 여행 매력 있었다.



개개인의 경험은 모두 소중한 가치가 있습니다. 그 경험을 필요한 누군가와 나누고 그 안에서의 깨달음이 있다면 모두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요?더보기

시민기자 가입하기

© 2018 OhmyNews오탈자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