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광주에 국악당을 건립하는 일은 문화도시에 걸맞은 일이다. 참 좋은 일이다. 남도판소리의 고장, 임방울을 낳은 문화도시 광주에서 판소리를 비롯한 국악 상설공연은 의미 있다. 따라서 국악당을 건립한다는 것은 문화도시 전반적인 차원에서 문화예술의 균형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용섭 시장이 그동안 필자가 쓴 몇 편의 글을 읽고 일부 공감가는 부분이 있다며 현재 문화정책과 관련된 부분을 검토 중이며 지역 문화가 활기차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특히 광주에 브랜드 공연을 만들고 주기적으로 광주다운 상설공연 하는 일에 대해 적극 살펴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선 광주문화예술회관 소극장에서 국악상설공연을 시작하도록 시 관계자에게 말했다며 국악당 건립을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상설국악공연을 펼치는 일은 국악을 하는 분들의 무대가 넓어지므로 자주 공연기회를 가질 때 실력도 늘 것이다. 또한 공연을 보는 사람도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악상설공연은 당장 찬성하지만 국악당 건립은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민선7기에 이를 논의하는 것은 필요할 수 있지만 임기 내에 착공한다는 일 등은 도시 전체적으로 보면 보탬이 되지 않는 일이다. 광주에 국악당 건립은 당분간 반대한다.

필자의 생각은 이렇다. 우선 광주에 국악전문 공연장이 소규모이긴 하지만 150석 규모의 서구 빛고을국악전수관이 2003년 문을 연 이후 매주 목요일마다 국악한마당 상설공연을 펼치고 있다. 국악공연을 펼치기에 적당한 곳으로는 동구 광주전통문화관의 토요상설공연이 펼쳐지는 공연장도 100석 규모이며, 임방울진흥재단이 들어 있는 100석 규모의 남구 빛고을아트스페이스 3층 소공연장도 있다.

조금 큰 규모의 공연장으로는 이 시장이 국악상설공연을 하면 좋겠다고 말한 광주문예회관 소공연장이 500석이며 큰 공연이 있을 경우 대공연장은 1700석이 넘는다. 빛고을시민문화관도 700석이 넘는다.

또 서구문화센터나 남구문예회관, 광산문예회관 공연장도 있다. 서구에 내년 완공 예정인 서구복합센터도 공연장이 들어선다. 대개 이런 경우는 다목적 공연이어서 국악공연을 위한 시설이나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그렇더라도 최소한 빛고을국악전수관, 전통문화관, 문예회관 소공연장은 국악전문 공연장으로서 손색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감상인구가 많지 않은 편이다. 이곳에서 매주 국악상설공연이 열린다면 주 3회 이상 국악을 감상할 기회가 생긴다.

이렇게 공연 기회와 감상 기회가 늘수록 당연히 국악 인구가 늘 것이라고 본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초중등학교에서 국악기 연습이나 국악감상 교육 기회가 거의 없는 현실에서 국악 인구가 늘어나기는 난망이다.

이 시장은 "때로는 공급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 경우도 있다. 국악당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확정된 바 없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공약으로 내세운 것으로 봐서는 상당한 규모일 수 있다. 더욱이 그곳은 국악전문 공연장이다. 그렇다면 공연장 규모에 어울리는 공연이 계속 공급되어야 한다. 상당히 비중 있는 공연이 계속 유치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짓기 전에 문화전당 관련 책임자가 이렇게 강의하며 다녔다.

"아시아문화전당에서는 세계적 수준의 공연이 열리고 이 공연을 보기 위해 이웃 일본에서 중국에서 그리고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비행기 타고 보러 올 정도의 공연장이 이루어지도록 할 것이다."

지금 어떠한가. 아시아문화전당은 창제작센터의 역할을 하는 곳이기도 한다지만 '세계적 수준'의 공연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언젠가는 그런 공연이 있길 바랄 뿐이다.

기존의 국악상설공연장에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국악인구가 많아지도록 초중등학교 교육부터 확대하고, 이들을 국악공연을 감상할 기회를 자주 부여하며, 이들이 자연스럽게 국악 공연장을 찾으며 즐길 수 있는 여건 조성 등이 급선무이다.

오랫동안 논의해온 광주문학관(필자는 광주생명문학관이라 하면 좋겠다는 제안을 했다)이나 광주역사관을 미적거리지 말고 먼저 마무리하는 일도 있지 않은가.

국악당, 이 시장의 공약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임기 내에 건립해야 한다는 부담은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상당한 논의를 갖길 바란다. 이 논의 과정에서 국악 관계자만이 아니라 이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도시 전체에 대한 비전을 구상할 수 있는 사람들과의 소통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광주광역시 서구문화원 홈페이지에 실었습니다



태그:#정인서, #국악당, #서구문화원, #이용섭, #광주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한때 무등일보에서 경제부장, 문화부장, 정치부장, 논설위원을 지냈다. 시민의소리에서 편집국장도 했다. 늘 글쓰기를 좋아해서 글을 안쓰면 손가락이 떨 정도다. 지금은 광주광역시 서구문화원 원장으로 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