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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작업환경측정 보고서 공개를 거부할 때 우려했던 문제 중 하나는 다른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점이다. 계속되는 논란 속에서 인천공항공사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산재를 신청하고, 노동조합이 회사에 작업환경측정보고서를 비롯해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건강검진 결과 등 안전보건 자료 공개를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작업환경측정보고서 공개가 이렇게 또 한 번 막히는 건 아닌지 우려를 품고 지난 6월 26일 현장에 방문해 양희환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노동안전보건국장을 인터뷰했다.

- 지난 경과에 대한 이야기를 부탁드립니다.
"17년 동안 인천공항 수하물 일을 했던 노동자가 폐암이 발병했습니다. 작년 12월 인하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이 조합원이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일하면서 발병한 거 같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그러자 인하대 직업환경의학과에서 현장조사를 해봐야겠다는 답을 줬습니다."

- 병원에서 현장조사를 하는 데 회사가 방해하거나 하지는 않았나요?
"분진, 소음을 측정해야 한다고 했는데 회사가 2차 하청구조 업체다 보니 결정권이 없었습니다. 1차 하청인 포스코ICT에서도 현장조사를 거부해서 결국 못하는건가 생각했는데, 일단 병원 측에서 작업자 몇 명을 섭외하고 개별적으로 일할 때 공기 질 측정과 분진을 채취하도록 했습니다."

- 분석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나요?
"정상적인 조사 과정은 아니라 100% 정확하다고 할수는 없겠지만, 분진에서 기준치 이하로 비소와 카드뮴 등이 미량으로 발견됐습니다. 조사를 마치고 병원에서 인천공항공사와 포스코ICT에 검사 결과를 전달했는데, 병원 담당이 계속해서 항의 전화를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너희들이 무슨 기준과 근거로 측정했냐고 따지면서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계속해서 항의를 받다 보니 나중에 병원 관계자가 산재를 신청하고 승인받기 위한 근거로 조사를 했거나, 노동조합 활동에 도움이 되거나 유리하게 하려고 진행한 게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해프닝처럼 끝나버렸죠."

- 이후 현장에서 어떤 대응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미량이라고 해도 비소와 카드뮴이 확인되었고 작업자들이 오랫동안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면서 문제를 제기했던 터라 전반적으로 노동안전보건 관련한 실태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지금까지 현장에선 안전보건 교육을 제대로 받아 본 적이 없었습니다. 안전 난간을 비롯해 사고예방을 위한 법적 조치 역시 없었기 때문에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여러 문제를 발견했죠. 이후에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인천공항공사를 고발하고 고용노동부 지청장 면담 투쟁을 진행했습니다. 기자회견을 하면서 노동조합이 면담을 요청했는데 바로 자리가 만들어져서 이야기를 나눴고, 고용노동부가 1주일 후에 현장 조사를 나왔다. 조사 이후 현장에 시정 명령을 내리고 고발 건에 대한 중간조사 결과도 발표했습니다."

- 회사가 노동조합과 노동부의 목소리를 듣고 현장개선을 했나요?
"노동조합에 고발을 취소해 달라 부탁하며 대신에 현장노동안전보건 문제 관련해서 미시행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한 협의체를 만들자고 제안이 왔습니다. 그래서 어차피 우리가 회사를 고발해서 사업주를 처벌한다고 해도 가장 필요한 현장 개선이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일단 회사가 협의체에 성실하게 임할 것을 약속받으며 논의 자리를 만들었죠. 지금도 이 협의체를 통해 현장 개선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 최근 삼성뿐만 아니라 인천공항에서도 작업환경측정보고서 공개를 거부했다는 소식을 접했는데 어떻게 된 경과인지 궁금합니다.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만 공개를 거부한 것은 아니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현장에서 노동조합이 산안법 위반사항을 찾는 과정이라 작업환경측정을 했냐고 회사에 물어보니 2014년에 공기 질, 소음을 측정했다고 주장하더라고요. 그런데 당시에 일했던 작업자들은 교육도 안하고, 작업환경측정을 했는지조차 모른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노동조합은 자료를 보여 달라 요구했고, 노동부가 회사랑 노동조합이 중재하도록 해서 결국 자료를 받기로 했죠. 그런데 자료를 받기로 한 날 인천공항공사랑 1, 2차 하청업체랑 만났는데 자료를 열람만 하라고 하더라고요. 게다가 자료를 밖으로 유출하면 책임을 묻겠다는 서명을 하고 보라고 협박해서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왔습니다. 이후에 지금까지 이 문제로 투쟁을 이어가고 있고요."

지난 4월 5일 인천중부지방고용노도청 앞에서 인천공항지역지부는 수하물시설관리업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고발을 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지난 4월 5일 인천중부지방고용노도청 앞에서 인천공항지역지부는 수하물시설관리업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고발을 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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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쟁이 끝난 건 아니지만 여러 변화와 성과들을 확인했을 것 같습니다.
"인천공항지역지부의 각 지회나 부서별로 회사와 협의체 비슷하게 논의하는 테이블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수하물지회는 신생 노동조합이라서 그런지 논의 테이블 자체가 전혀 없었죠. 그런데 우리가 노동안전보건 문제를 가지고 투쟁을 하니까 회사와 처음으로 교섭이 열렸습니다. 그만큼 이 투쟁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하물지회 조합원들이 스스로 이제는 우리가 불법적인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개선해나가자고 인식이 바뀌고 있습니다."

- 이후 후속 활동을 어떻게 고민하고 있으신가요?
"7월부터 근로복지공단에 폐암 산재신청 관련해서 역학조사를 하라고 요구할 계획입니다. 현장에서는 얼마 전 건강한노동세상과 함께 근골격계질환 포함해서 전반적인 노동조건 실태조사를 했는데 그 결과를 바탕으로 무엇을 개선해야 할지 협의체랑 논의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지부 차원으로 보면 노동안전보건위원회를 만들어서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16개 지회 중에 8개 지회가 참여해서 매번 회의 때마다 교육을 듣고 현장 개선 요구안을 고민하고 있구요."

-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공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분야는 다르더라도 몸이 아프고 마음이 아픈 건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노동조합이 산재119가 돼서 아픈 조합원들이 전화하고 상담받고 노조가 같이 해결해주면서 활동이 활발해지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정재현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또한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잡지 <일터>에도 연재한 글입니다.



태그:#인천공항, #수하물, #산업안전보건법,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 #알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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