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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이구, 저렇게 살아서 뭣하나? 나는 저렇게 되기 전에 죽어야지."

TV를 보던 엄마가 혀를 끌끌차며 한숨을 쉰다. TV에서는 치매노인에 관한 뉴스가 나오고 있다. 치매에 걸린 노모를 부양하던 늙은 아들이 어머니를 죽이고 자신도 자살했다는 비극적인 이야기. 73세인 엄마는 치매에 걸려서 가족들 고생시키느니 그 전에 죽어야 한다는 말을 반복했다. 적어도 엄마에게 치매환자는 주변에 고통만 주는 쓸모없는 존재라는 인식이 강하게 박혀 있다.

치매보다 더 심각한 치매공포증

내가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는 노인복지센터에서 주간보호서비스를 이용하는 어르신 17분 중 11분이 치매를 앓고 있다. 놀랍게도 이 분들 중 대다수가 자신은 절대로 치매에 걸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매일 아침마다 정기적으로 복용하는 약은 치매약이 아니라 '치매예방약'이라고 굳건히 믿고 계신다.

치매가 의심되어 전문의의 검사와 진단을 받는 것도 꽤 공들여 설득을 해야 한다. 당신이 치매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혹은 걸렸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어르신들 대부분은 '노망'이라고 부르는 치매에 걸리는 것을 죽음보다 더 두려워한다. 노망에 걸려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사느지'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가족들도 당황스럽고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내 부모가 치매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으니 혼란스러운 것은 당연하다. 치매로 진단받을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국가와 사회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가, 치매노인의 부양을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등을 어디에 물어보고 의논해야 할지 막막하다.   

치매를 '노망' '업병'으로 여기는 전통적인 편견, 치매 노인 부양의 어려움을 고려하면 치매보다 더 무서운 것은 오히려 '치매공포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치매에 대한 입장과 태도에 따라 치매에 대처하고 접근하는 방식은 달라진다. 치매를 자연스러운 노화의 과정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절대로 걸려서는 안되는 무서운 질병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전자라면 비록 치매에 걸렸더라도 삶터에서 가족들, 이웃들과 더불어 함께 노후를 보내는 정책을 고민할 것이다. 그러나 후자라면 치매에 걸리지 않기 위한 예방 대책과 치료 대책을 세우는데 자원을 집중할 것이다. 과연 어느 쪽이 더 행복한 길일까?

치매, 질병인가? 노화인가?

 치매를 자연스러운 노화의 과정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절대로 걸려서는 안되는 무서운 질병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치매를 자연스러운 노화의 과정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절대로 걸려서는 안되는 무서운 질병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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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의 원인은 굉장히 다양하다. 하나로 콕 찍어 원인을 찾을 수 없으니 당연히 딱 떨어지는 처방전이 있을리 없다. 치매는 발병의 원인과 치료책이 분명한 '질병'이라기보다는 하나의 '현상'에 가깝다. 여러가지 원인에 의한 뇌손상으로부터 비롯된 인지기능의 장애 상태를 '치매'라고 부른다. 치매는 정상적인 뇌가 후천적인 어떤 원인에 의해 손상되어 지능, 학습, 언어 능력을 비롯한 정신기능이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복합적인 증상이다.

우리 주간보호센터에 중증 치매를 앓고 계신 80대 초반 어르신은 허리가 심하게 굽어 계신다. 젊어서 경운기 사고를 크게 당한 이후로 허리를 못 피셨다고 한다. 뒤에서 덮친 경운기에 깔리면서 심하게 다쳤고 뇌도 손상을 입었다. 그 덕에 다른 어르신들보다 훨씬 일찍 치매가 왔다. 퇴행성 뇌질환의 하나인 파킨슨병을 앓고 계시는 80대 후반 할아버지는 치매의 전 단계라 할 수 있는 '경도인지장애'를 겪고 계신다. 파킨슨 환자의 30~40%는 치매 증상을 보이므로 시간이 흐를수록 치매단계로 넘어갈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대개는 뚜렷한 원인을 알 수 없는 치매가 대부분이다. 의학적으로는 신경심리검사와 뇌자기공명 영상촬영(Brain MRI) 등을 통해 치매 여부를 판별한다. 기억력, 언어능력, 집중력, 전두엽 실행능력, 시공간 지각능력 등에서 2가지 이상 이상 소견을 보이면 치매로 진단한다. 정상적인 일상생활 수행이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치매는 퇴행성 뇌질환의 하나인 알쯔하이머형 치매, 뇌혈관이 막히거나 좁아지면서 생기는 혈관성 치매, 우울증으로 인한 치매, 다른 질병과 연관된 뇌의 합병증으로 생기는 치매, 두부 외상 등으로 인한 뇌 구조 손상으로부터 오는 치매 등 종류도 다양하다.

따라서 치매 예방은 어떤 뚜렷한 백신 접종이나 약 복용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치매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신진대사의 질병들을 잘 관리한다거나, 뇌 손상 없이 상태를 잘 유지하는 것, 우울증에 빠지지 않고 인생을 즐겁고 활력있게 사는 것 등이 다 치매를 예방하는 방법에 포함된다. 어느 시기부터 치매를 예방해야 하느냐도 딱히 정할 수가 없다. 일생을 두고 건강 관리를 잘 하면서 삶을 긍정적이고 유쾌하게 살기 위해 노력한다면 치매에 걸릴 확률은 거의 없어진다. 건강하고 올바른 생활습관이 성인병을 예방하고, 치매로 옮아가는 것을 막아준다.

설사 치매에 걸렸다하더라도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치매의 진행속도는 달라질 수 있고 행동 장애 수준도 완화할 수 있다. 인지증인 치매에 대한 접근은 약물적 방법보다는 비약물적 방법을 우선시해야 한다. 가족들, 지인들과의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본인이 살던 터전에서 계속적으로 살 수 있도록 이웃과 지역사회가 지원하는 것이 먼저다. 실제로 우리 주간보호센터에 오시는 11분의 치매 어르신들은 다양한 프로그램 활동과 사회적 관계 맺기 등을 통해 큰 어려움 없이 일상 생활을 하고 있다.

치매를 무서운 질병으로 낙인 찍으면 공포심만 커진다. 나도 늙으면 충분히 치매에 걸릴 수 있다. 하나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수용적인 태도가 치매에 대한 무거운 생각을 내려놓을 수 있게 한다. 치매에 걸렸더라도 존엄하고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격리'가 아니라 '평화적 공존'으로 해법을 찾아나가야 한다. 

치매 어르신들과의 유쾌한 일상에 관한 보고

언젠가 읽었던 어떤 책에서 뇌리에 박힌 문구가 있다.

"현재의 노인을 구조할 자는 미래의 노인들이다."

늙음은 자연적인 현상이다. 누구도 이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 오늘 우리가 노인을 대하는 태도는 미래에 내가 노인이 되었을 때 고스란히 받게 된다. 현재의 노인을 구조할 자는 마땅히 미래의 노인들이어야 한다. 현재 노인의 모습이 곧 미래의 내 모습이기 때문이다. 치매 어르신에 대한 태도도 마찬가지다. 치매에 대한 편견을 버리지 못한다면 나중에는 우리가 그 편견의 덫에 매어 노후를 보내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글을 쓰기로 마음 먹었다. 농촌 시골마을의 작은 노인복지센터에서 매일 함께 생활하는 치매 어르신들의 일상에 관한 이야기다. 나와 내 동료들은 매일 치매 어르신들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난다. 조금은 엉뚱하지만 유쾌하고 때로는 먹먹하기도 한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치매는 생각하기에 따라 그렇게 어렵고 무서운 질병이 아닐 수 있음을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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