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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압승으로 끝난 6.13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하지만 들여다보면 그냥 치러지는 선거는 없다. <오마이뉴스>는 이정우 더좋은자치연구소 연구실장과 함께 광주전남지역 화제의 당선자를 만나보았다. 이 실장은 kbc광주방송 ‘시사터치 따따부따’에서 깊이 있는 시사비평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정우가 만난 마지막 당선자는 광주광역시 김삼호 광산구청장이다. [편집자말]
김삼호 당선
 김삼호 당선
ⓒ 김삼호 선거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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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6.13지방선거에 당선된 김삼호 광산구청장은 취임을 앞두고 업무보고 기준 두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민선5·6기 동안 추진한 정책에 대한 성과 분석과 문제점 및 개선 방안이다. 둘째는 데이터에 근거해 정책 설정 및 계획 수립이다.

성과분석, 데이터 등 김 당선자가 강조한 말들은 광산구 공직자들에게 낯설지 않다. 전임 민형배 구청장(민선 5·6기) 시절부터 익숙하게 사용했기 때문이다. 업무 보고는 실·과까지 가지 않고 국단위로 끝냈다. 총 4개국이 2시간 안팎으로 업무보고를 했으니 이틀이 채 걸리지 않았다.

"제가 작년 7월, 퇴임 전까지 (광산구) 간부회의에 참석했죠. 사람도 익숙하고 업무 흐름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으니 복잡하게 갈 필요가 없었습니다."

김 구청장은 광산구시설관리공단 이사장(2014.11~2017.7)으로, 당시 민 구청장과 함께 약 3년 동안 일했다. 그 이전, 민 구청장이 초선으로 당선된 2010년 6월, 구정인수위 격인 '구정기획단'의 단장도 '김삼호'였다.

전라남도 광주시가 1988년 광주특별시(현 광역시)로 승격하면서 당시 광산군이 광주시로 편입됐다. 광산구는 광주 면적의 45%를 차지할 정도로 넓은 도농복합지역이다. 광주의 관문 역할을 하고 있는 광주송정역과 광주공항이 위치한 곳이 광산구이다. 독자적인 성향이 강한 지역이어서인지 '광산구 출신'이 아닌 인물이 구청장으로 당선되기 어려웠다.

전남 해남 출신의 민 구청장이 처음으로 이 같은 '불문율'을 깨고 당선됐다. 이후 임기 8년 동안 대대적인 개혁 작업을 진행했다. 그 중 하나가 시설관리공단의 설립이었다. 오랜 기간 특정 업체들의 카르텔이 청소용역 등의 위탁을 독식하면서 업무의 공공성과 노동조건이 심각하게 나빠졌다.

해결책이 '직영화'라는 것은 모두 알았지만 선뜻 손대지 못했다. 타 지자체 또한 직영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추진하지 못하는 사업이었다. 그만큼 지역 기득권의 힘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민 구청장은 '직영화'를 추진했다.

주변의 만류 이겨내고 성과 만든 '광산구시설관리공단'

민형배 광산구청장 시기 김삼호 시설관리공단 이사장
 민형배 광산구청장 시기 김삼호 시설관리공단 이사장
ⓒ 광산구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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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더 어려웠다. 좌초 위기도 겪었다. 지역주민, 이해관계자 및 구의회와 4년 가까이 협의하고 조정한 끝에 마침내 '광산구시설관리공단'을 설립했다. 초선 때 곧바로 시작한 작업이 임기 말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긴 시간을 들여 준비한 사업인 만큼 공단을 이끌 최고의 적임자가 필요했다. 민 구청장은 '김삼호'를 공단의 초대 이사장으로 모셨다. 시설관리공단의 '김삼호 이사장'은 출범 당시 직원 16명에 예산 12억 원이었던 조직을 퇴직 시점에는 220명의 직원에 180억 원의 예산을 갖춘 명실상부한 지방공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전남 곡성 출신의 김 구청장이 '민 구청장의 뒤를 이어' 두 번째로 '외부 출신'으로 광산구청장에 당선됐다. 선거과정 동안 "외부인은 안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공론화되지는 않았다. 출신 지역은 더 이상 여론의 참고사항이 되지 않았다.

1988년 당시 12만5천명 정도였던 광산구 인구가 2016년 기준 41만 명을 넘겼으니 유입인구가 토착인구의 3.3배에 달했다.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광산구를 반영하는 정치구조, 행정체계가 필요했다. 전임 민 구청장은 그 필요에 호응해 당선됐고, 그 필요를 기준 삼아 구정을 이끌었다.

"이른바 '옛 광산'에 고착되어 있는 여러 구조들, 지역사회 의사결정의 틀을 '새로운 광산'에 맞게 바꾸는데 민 구청장님의 역할이 컸습니다. 지역의 자치역량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그 역할의 동력을 확보한 것도 민 구청장 특별함이었죠."

풀이하자면, 광산구민들은 이른바 '옛 광산'을 깨고 '새로운 광산'으로 도약할 시점에 민 구청장을 선택했고, 이제 두 번째 도약을 위해 김 구청장이 선택한 셈이다.

"마을자치, 동장주민추천, 주민결정으로 도시 가꾸기, 공동체, 나눔 등등, 민 구청장님이 해 온 일들은 운동적 성격이 강했습니다. 그 때는 그게 꼭 필요하기도 했습니다. 지역토호가 장악하고 있던 것들을 주민들에게 돌려줘야 할 때였으니까요. (민 구청장님이 해 온 일은) 이제는 잘 관리하면 된다고 봅니다. 그 기반 위에서 저는 다른 욕심을 좀 부려야죠. 그래서 제가 설정한 것은 실질, 실용입니다."

첫 번째 업무 결재, 시민참여형 광산안전대진단 추진계획

김삼호 광산구청장
 김삼호 광산구청장
ⓒ 광산구 공보관실 함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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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김 구청장은 '시민참여형 광산안전대진단 추진계획'을 첫 번째 업무 결재로 민선 7기를 시작했다.

국가 차원의 안전대진단은 이미 시행 중에 있는데, 건물소방이나 방호 등 대규모 인프라의 기능적 부분에 관한 것이다. 광산구안전대진단은 시민들의 일상에 관한 것이다. 예컨대 통학길보도블록, 지하주차장이나 골목길의 가로등, 도로에 설치된 맨홀, 여성들이 불안을 느끼는 곳, 어르신들과 장애인 등 신체적 약자들에게 불편하고 위험한 곳 등을 진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진단을 김 구청장은 '시민참여형'으로 설계했다. 공직자들의 '조사'로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뿐 아니라 실질적인 결과를 내기도 어렵다고 보았다. 시민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안전 위해 요소들을 직접 접수받아 곧바로 개선하기로 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연말까지 시민 만족도 조사와 제도 개선, 결과 공유와 모범사례 확산을 추진키로 했다.

"내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참여, 유용성을 이끌어 내는 참여를 통해 광산구의 세세한 부분까지 시민들이 만족을 느낄 수 있게 바꿔보고 싶습니다."

김 구청장이 '시민참여형 안전대진단'을 곧바로 추진할 수 있는 배경에는 전임 민 구청장이 한껏 끌어 올린 '주민자치, 시민참여'의 기반이 있다. "자치가 진보입니다. 참여가 민주주의입니다"는 민 구청장 재임 기간 내내 광산구정을 이끈 원리였다.

한편으로, 이제 자연인이 된 민 전 구청장은, 신임 김 구청장의 업무 추진을 통해, 자신이 그토록 심혈을 기울였던 자치와 참여의 '진화'를 확인하는 '정치적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민과 김, 전임과 신임 두 구청장이 주고받은 '계승과 혁신'의 과정은 온전히 시민의 삶을 개선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광산구의 특별한 '지방정부 모델 만들기'

김삼호 광산구청장
 김삼호 광산구청장
ⓒ 광산구 공보관실 함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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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20대 중반'을 넘기고 있다. 그 동안 많은 단체장들이 등장했고 또 물러났다. 하지만 직전 단체장의 공과를 기초로 자기 임기를 '계승과 혁신'의 관점에서 설계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같은 지자체에서 함께 성장한 '정치적 선후배'가 공통의 자치철학을 기반으로 시민의 삶을 살피는 사례는 더더욱 드물었다.

대부분의 신임 단체장들은, 노후지역 재개발 사업을 하듯 이전의 것을 흔적 없이 지우고 '나만의 새시대'를 들이 밀곤 했다. 같은 정당 소속인데도 '같은 정당'의 흔적을 찾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그 '새시대'가 주민의 삶을 어떻게 개선시켰는지는 모호하기만 했다.

개별 단체장들의 '임기 내' 독자적인 성과는 전국 차원에서 많이 쌓였다. 지금 광산구는 새로운 실험을 추진하고 있다. 전임과 신임의 호혜적인 바톤 터치를 통해 '계승과 혁신', '지속가능한 성과 보존 및 창조'라는, 임기를 뛰어 넘는, 개별 임기를 연계하는 '지방정부 모델' 만들기를 시도하고 있다.

"민선5·6기의 흐름은 유지하면서 시대변화와 새로운 구정가치를 반영해 민선7기를 운영하겠습니다."

김삼호 구청장이 당선 후 공식적으로 내 놓은 첫 번째 말이었다.

민 전 구청장은 일찌감치 3선 도전을 접고 새로운 정치의 길을 모색했다. 그럼으로써 자칫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고, 과잉화할 수도 있는 자기 정치의 퇴행을 스스로 막았다. 신임 김 구청장은 이전 구청장의 성과를 적극적으로 수용함으로써 앞으로 펼칠 자기 정치의 효율을 극대화시키는 지혜를 발휘하고 있다. 김 구청장이 이끌어 갈 구정의 내용, 시민들이 누릴 광산구의 내일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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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삼호, #광산구, #민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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