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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간 무역전쟁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자동차 수출에도 비상이 걸리자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10일부터 완성차 3사를 잇달아 방문했다.
 
10일 르노삼성자동차(부산)를 방문한 데 이어 11일엔 현대자동차(울산)와 한국지엠(부평)을 잇달아 방문했다. 백운규 장관은 르노삼성차를 방문해 르노의 수출 후속 모델을 부산공장에 유치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그리고 11일 오전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을 방문해 수출 회복 방안을 논의하고 원만한 노사 합의를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고, 오후 3시에는 한국지엠 부평공장을 방문해 정상화 합의 이후 후속조치를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무역전쟁의 발단은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실행이다. 이 법이 실행될 경우 미국은 수입차들에게 25%의 관세를 부과할 전망이라, 국내 자동차 기업들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장관이 직접 나서 완성차 업체별로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취지로 방문했다. 완성차 업체 중 쌍용차는 미국 수출물량이 없어 방문대상에 빠졌다.
 
백운규 장관이 자동차 수출 산업 점검과 한국지엠 정상화 합의 후속 조치 점검을 위해 한국지엠 부평공장을 방문한 날은, 정상화 합의의 사각지대에 놓인 한국지엠 비정규직지회가 정규직전환을 요구하며 사장실 점거 농성을 이틀째 이어가는 날이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백 장관의 한국지엠 방문에 맞춰 "장관님, 장관님"을 잇달아 부르며 "비정규직 해결해 주십시오" "살려주십시오" "말씀조 해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한국지엠비정규직지회는 "정부가 8100억원을 투자하고 한국지엠이 정상화 하겠다고 했지만, 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다. 정상화됐다고 하지만, 신차가 배정되지 않고 생산 물량 없어 1교대로 축소됐다. 이게 무슨 정상화입니까? 장관님 말씀 좀 해주십시오"라고 절박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백 장관은 한국지엠 사측의 경호를 받으며 말없이 지나갔다. 백 장관은 앞서 지난 5월 10일 정상화 합의 때 "정부도 이(비정규) 문제 고민한다. 해결해야 할 문제다. 여러분의 문제를 정부가 내팽개치지는 않을 것이다. 오늘은 지엠을 만나지만, 여러분과 논의하고 같이 고민하겠다. 좋은 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비정규직 노조는 이에 기대를 품었지만 백 장관은 묵묵부답이었다.
 
지엠의 군산공장 폐쇄와 희망퇴직 실시로 부평공장과 군산공장, 창원공장 등에서 노동자 3000여명이 희망퇴직으로 일자리를 잃었다. 수백명에 달하는 비정규직노동자는 생계 대책은커녕 소리 소문도 없이 잘려나갔다.
 
그 뒤 정부는 지난 5월 한국지엠 정상화를 위해 81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대신 한국지엠 공장을 정상화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맞닥뜨린 현실은 법원의 '불법파견' 판결이 통하지 않는 전혀 다른 세상이다. 고용노동부 시정명령도 안 통하는 세상이다.
 
인천지방법원은 지난 2월 13일 부평공장과 군산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리고 이보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013년과 2016년에 사내 하청업체의 불법파견을 인정한 바 있다.
 
또한 고용노동부는 지난 5월 28일 한국지엠 창원공장의 비정규직 노동자 고용 실태에 대해 '불법파견' 판정을 내리고, 지난 3일까지 사내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774명을 직접 고용하라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고용노동부는 직접 고용하지 않으면 1인당 1000만원의 과태료를 내라고 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6월 실태를 조사한 부평공장의 비정규직 노동자 900여명도 창원공장과 같은 처지다. 노동부가 불법파견을 판정하고 직접고용을 명령할 예정이지만, 한국지엠은 이 또한 과태료로 때울 가능성이 높다.
 
한국지엠 비정규직지회는 정부 지원 혈세 8100억원에는 물량확보와 신차배정으로 공장 정상화를 바라는 국민들의 바람이 담겨있다며 지난 10일 '해고자 복직과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사장실 점거 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8100억원을 지원받은 한국지엠이 완성차(이쿼녹스, 전기차 볼트)를 수입해 판매하는 데만 열을 올리고 있고, 또한 이 돈을 불법파견에 따른 과태료를 내는 데 사용하고, 소송비용과 경영진의 벌금으로 사용한다며 정부의 정상화 합의 후속 조치 강제이행과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정의당 인천시당 "산자부 장관이 직접고용 요구해야"
정의당 인천시당(김응호 위원장)은 산업자원부 장관의 11일 부평공장 방문에 앞서 성명을 내고, 한국지엠 정상화와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해 산자부 장관이 적극적으로 나서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주문할 것을 촉구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자료를 보면, 지난 5월 산업은행과 지엠 합의에 따른 우선주 출자 1차분이 완료됐다. 지엠은 차입금 출자전환(28억달러, 약 3조원)을 위한 우선주를 배정받아 6월 11일에 납입했고, 희망퇴직 위로금 등 운영자금 용도로 8억달러(약 8630억원)를 6월 27일에 납입했다.

'시설자금' 용도로 산업은행은 우선주 출자 형태로 4045억원을 6월 28일에 납입했다. 산업은행 출자분 8100억원 중 절반이 들어갔고, 나머지 금액은 연내에 추가 출자 예정이다.

정의당 인천시당은 "한국지엠의 정상화를 위해 혈세가 지원됐으나 신차 배정과 고용보장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장축소와 구조조정이 정상화란 말인가. 노동자들의 고용보장이 우선임에도 불구하고 철저히 무시되고 있는 지금의 사태를 어찌 정상화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개탄했다.

정의당 인천시당은 한국지엠을 방문한 산업부 장관이 노사 양측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법원의 '불법파견' 판결과 고용노동부의 '직접고용'을 명령을 받고,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농성 중인 한국지엠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면 안된다고 했다.

정의당 인천시당은 "문재인 정부는 국민들의 촛불로 탄생한 정부다."며 "백운규 산자부 장관은 촛불정부이 장관으로서 한국지엠 정상화를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자 복직과 직접고용'을 지엠한테 요구하고, 약속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한국지엠, #백운규, #비정규직, #산업통상자원부, #지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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