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0일 오후 팟캐스트 '아는것이힘이다' 스튜디오에서 영국 BBC라디오 'Witness(목격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산내학살사건 유족 이계성(79, 왼쪽)씨와 다큐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골령골 이야기'를 제작한 정진호 PD.
 10일 오후 팟캐스트 '아는것이힘이다' 스튜디오에서 영국 BBC라디오 'Witness(목격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산내학살사건 유족 이계성(79, 왼쪽)씨와 다큐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골령골 이야기'를 제작한 정진호 PD.
ⓒ 장재완

관련사진보기


산내학살사건 유족 이계성(79)씨와 전화인터뷰를 진행한 영국 BBC라디오 'Witness(목격자)' 홈페이지 화면.
 산내학살사건 유족 이계성(79)씨와 전화인터뷰를 진행한 영국 BBC라디오 'Witness(목격자)' 홈페이지 화면.
ⓒ 장재완

관련사진보기


"BBC 방송에다 대고 아버지 이야기를 증언하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대전에서 7000여명이 희생된 산내학살로 아버지를 잃은 유족 이계성(79)씨는 결국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시민 펀딩을 통해 제작된 다큐멘터리 영화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골령골 이야기'에 대해 영국 공영방송 BBC가 주목하고 나섰다. BBC 라디오 프로그램 'Witness(목격자)'는 지난 10일 대전 대덕구 대화동 '팟캐스트 아는 것이 힘이다' 스튜디오에서 전화 연결을 이용해 산내학살 유족 이씨와 1시간 가량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약 2주 후 방송될 예정인 해당 프로그램은 진행자 마이크 랜친(Mike Lanchin)씨가 역사적 순간을 기억하고 있는 목격자와 인터뷰를 통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해 가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최근 1945년 한반도 분단에서부터 한국전쟁과 김정일 사망에 이르기까지 격동의 남북한 역사를 다루고 있다. 이번 이씨와의 인터뷰는 해당 프로그램 제작진이 다큐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을 보고 다큐에 출연한 유족을 직접 인터뷰하고 싶다고 연락해 와 이뤄졌다.

다큐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골령골 이야기'는 한국전쟁 당시 남한 군경에 의해 민간인 7000여 명이 학살당한 대전 동구 낭월동 산내 골령골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팟캐스트 '아는것이힘이다'와 '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가 시민펀딩을 통해 제작비를 마련했고, 전문가와 수많은 관련자들이 도움을 주면서 지난 5월 18일 시사회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됐다. [관련기사 : 산내학살 다룬 다큐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 시사회 개최]

이후 6월 4일부터 팟캐스트 '아는것이힘이다' 채널과 유튜브 등을 통해 일반에 무료로 공개했다. 같은 달 29일에는 다큐 제작자 정진호 PD와 산내학살 유족 등이 영국 런던대학교에 가서 시사회와 유족 증언대회도 열었다.

이에 BBC방송이 주목했고, 한국에 있는 유족 중 이씨와 인터뷰를 하게 됐다. 다만, 방송환경과 언어소통을 위해 팟캐스트 '아는것이힘이다' 스튜디오에서 정진호 PD의 동시통역으로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날 인터뷰에서 이씨는 아버지의 항일운동 활동과 1945년 전북 남원에서의 건국준비위원회 활동, 군경에 체포된 배경, 1950년 전주형무소에서 대전형무소로 이감된 아버지를 면회한 기억, 그리고 그 해 6월 28일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희생당한 소식을 들었던 내용 등을 소개했다.

또 아버지가 공산주의자라는 이유로 체포돼 학살당한 가족이 겪어야 했던 고생, 남 몰래 아버지 제사를 지냈고, 누구에게도 아버지의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살아온 설움 등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이어 이씨는 진상규명위원회가 발족해 2010년 국가가 잘못을 인정하기까지의 유족활동 및 명예회복을 위한 재심청구 준비 등도 소개했다.

인터뷰를 마친 이씨는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는 "런던대학교에 가서 증언대회를 열고, BBC에 대고 아버지 이야기를 하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며 "그 동안 산내학살사건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해 애써 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인터뷰를 도운 정진호 PD는 "BBC에서까지 산내학살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준 데 대해 감사한 마음"이라며 "다만, 골령골이 위치해 있고 국책사업으로 민간인희생자전국추모공원이 들어설 예정 지역인 대전시나 각 구청, 정치권 등이 이 문제에 대해서 너무 관심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다큐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골령골 이야기'는 현재 제주도와 전남 여수, 순천 등에서의 상영회가 계획돼 있다. 또한 국회에서도 상영회 요청이 있어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태그:#산내학살, #민간인학살, #이계성, #BBC, #아는것이힘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에게 향을 묻혀 준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