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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온뒤무지개재단은 2016년 이래로 성적소수자의 인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선언을 받는 '나는 앨라이입니다'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비온뒤무지개재단은 2016년 이래로 성적소수자의 인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선언을 받는 '나는 앨라이입니다'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 비온뒤무지개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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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게이이고 페미니스트인 활동가입니다'

요즘 사람들을 만나면 나는 자기소개를 이렇게 한다. 큰 의미는 없다. 나는 남성 동성애자이며 동시에 여성단체 회원으로 활동해왔고 지금은 성소수자 인권재단에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 간략한 문장 하나면 20대 이후 나의 삶의 궤적이 얼추 정리가 된다.

그런데 사람들은 저 조합이 상당히 신기했나 보다. 보통 반응은 반반이다. '게이가 페미니스트인 게 신기하다'거나, 혹은 '동성애자이며 심지어 남성인 사람이 어쩌다 여성주의자가 되었냐'고 말하거나. 개인적으로 '게이', '페미니스트', '활동가'라는 세 가지 역할의 조합이 어색하게 여겨진 적은 없다. 하지만 의식적으로 여기에 특별히 의미를 부여하려한 적도 별로 없긴 하다.

그리고 올해 이 고민은 보다 현실적으로 내게 성큼 다가왔다. 내가 지금 일하고 있는 비온뒤무지개재단은 2016년부터 '나는 앨라이입니다'라는 캠페인(관련 링크)을 진행하고 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성적소수자의 인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선언을 모아 그 숫자를 가시화시키는 것이 목표다. 앨라이(ALLY)는 영어로 '동맹·연대'를 의미한다.

이 취지를 살려 재단은 매년 다른 단체와 연대해 서울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 차량을 운영 중이다. 그리고 올해의 파트너는 여성운동 단체인 한국여성의전화다. 우리의 행진을 어떻게 소개해야 할까. 물론 '두 인권 단체가 새로운 사회를 위해 힘을 모았다'라고 설명하고 유야무야 넘어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두 단체가 함께해야 할 필요성과 당위성을 짚고 명확한 의의를 부여하고 싶었다. 그러니까 실무자로서 나에게 여성 운동과 성소수자 운동이 연대해야할 이유를 찾는 미션이 떨어진 셈이다.

페미니스트와 성소수자의 연대

사실 여성 운동과 성소수자 운동이 서로의 연대자가 된 지는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서울시민인권헌장이 '성소수자 차별 금지조항'이 존재한다는 이유로 선포가 좌초되었을 때, 가장 먼저 시청에 달려가 현수막을 펼치며 항의한 곳은 여성 단체인 한국여성민우회였다. 군이 동성애자 병사와 간부들을 색출하고 처벌까지 했을 때도 여성 단체들은 비판 성명을 발표하고 거리 캠페인에 나섰다.

성소수자 단체 역시도 성차별을 조장하는 교육부의 성교육 표준안에 반대하거나 혹은 여성의 임신중절을 제한하는 낙태죄 폐지에 힘을 모으며 연대를 다져왔다. 물론 이 순간들은 내게 감명 깊은 기억으로 남았지만, 여성 단체의 회원이자 동시에 성소수자로서 각각의 이슈에 연대할 때 왜 함께해야 하는지 질문을 던져본 적은 사실 없었다. 내게는 두 집단이 서로 함께하는 것이 그저 당연하게만 느껴졌다.

그렇게 질문의 답을 찾지 못하고 오리무중으로 헤매다 문득 작년 미국에서 열려 전 세계적인 흐름을 만들어 낸 '여성 행진(Women's March)'이 떠올랐다. 내 기억으로 이 행사의 홈페이지에 공개된 연대의 원칙 중 하나가 '성소수자의 권리'였기 때문이다. 부랴부랴 글을 다시 찾아 읽어보니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성소수자의 권리는 인권의 문제이며 그러므로 게이, 레즈비언, 바이섹슈얼, 퀴어, 트랜스젠더, 멀티젠더 혹은 젠더를 결정하지 않은 사람들의 권리는 확장되고 신장되며 보호되어야 한다.'

그 이유는? 다시 옮겨보자면 이렇다. 우리는 자신의 신체를 통제할 힘을 가져야 하며 젠더 규범과 성별에 따른 선입견과 기대로부터 자유로워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연결될수록 강하다'  성소수자들의 문화행사인 제16회 퀴어문화축제 개막식이 열린 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한국여성민우회 회원들이 동성애자의 인권을 지지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제16회 퀴어문화축제는 성소수자의 인권과 사랑을 지키기 위한 문화행사로 '사랑하라, 저항하라, 퀴어레볼루션(Queer Revolution)!' 슬로건 하에 오는 28일 메인 행사로 퀴어퍼레이드와 18일부터 21일까지 퀴어영화제를 진행된다.
▲ '우리는 연결될수록 강하다' 지난 2015년 열린 제16회 퀴어문화축제 개막식에서 한국여성민우회 회원들이 동성애자의 인권을 지지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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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여성 행진'은 성소수자의 권리를 외쳤나

실마리가 그때야 잡혔다. 우리는 보통 여성 운동과 성소수자 운동의 목표가 각각 여성과 성소수자의 지위 향상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틀린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정확한 것도 아니다. 지금 우리가 속한 공동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지 않고서는 그 목표를 달성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가령 여성 인권 신장을 가로막는 여성혐오와 성차별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생각해보자. 사회는 여성이라면 따라야 할 젠더 규범과 성역할을 설정해 놓고 이를 이유로 여성을 차별적으로 대우하거나 혹은 순응하지 않는 여성을 멸시하고 배척한다. 이를테면 모성은 자연적인 것이며 동시에 의무이기 때문에 모든 여성은 자신의 일을 포기하거나 혹은 이중노동을 하며 어머니 역할을 하는 게 당연시된다. 또한 수동적인 여성상을 벗어나 자신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여성은 이기적이거나 드세고 폭력적인 존재로 치부된다.

그런데 성별에 따라 강요된 규범과 역할은 동시에 성소수자 억압의 원인이기도 하다. 그 규범과 역할이 모두 자연적이라 오인된 인위적인 성별이분법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구도에 들어맞지 않는 인터섹스와 논바이너리, 그리고 지정된 성별에서 벗어나 횡단하는 트랜스젠더는 모두 비정상적인 존재로 여겨진다.

특히나 성별이분법에 따른 여성성과 남성성 구분은 모두 이성애를 기본 전제로 하기에 다른 성적 지향을 가진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로 혐오와 멸시의 대상이 된다. 예를 들어 혐오 단체가 그토록 '항문 섹스'에 집착하는 이유는 게이들이 남성임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삽입의 주체'가 되는 이성애자 남성의 성적 실천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에서 레즈비언 역시도 '남자를 알지 못해 정상적인 여성이 되지 못한 존재', 즉 여성성이 훼손되어 방황하는, 회복시켜야 할 존재로 치부된다.

차별과 혐오, 배제와 폭력을 없애기 위해

우리 사회의 젠더 규범과 성 역할은 주로 가부장적 사회 질서와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를 강화시키기 위해 동원된다. 때문에 남성이 중심이 되어 사회를 통제하는 불평등한 체제와 특정한 관계에만 인정을 부여하는 현실을 뒤바꾸지 않는 이상 여성과 성소수자가 억압받지 않는 세상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올해 비온뒤무지개재단과 한국여성의전화는 여성과 소수자들이 모여 가부장제의 화신을 몰아내었던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를 콘셉트로, '가부장제와 정상 가족 규범을 박살내는 분노의 앨라이 행진'을 기획했다. 또한 혐오‧차별‧폭력 등 우리가 부수어야 할 것이 많기에 퍼레이드의 공식 슬로건을 'Smash! [      ]'로 정했다. 퍼레이드 당일 참가자들에게 슬로건이 적힌 손피켓을 배포해 비워진 공란에 자신이 박살내고 싶은 것을 적고 흔들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비온뒤무지개재단과 한국여성의전화의 분노의 앨라이 질주 차량에 부착될 현수막
 비온뒤무지개재단과 한국여성의전화의 분노의 앨라이 질주 차량에 부착될 현수막
ⓒ 한국여성의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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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토요일(14일) 서울퀴어문화축제 당일에는 페미니스트와 성소수자가 연대하는 트럭이, 페미니스트들의 트럭이, 페미니스트 바이크팀이 퍼레이드에 함께할 예정이다(퍼레이드 : 서울광장, 16:30~17:50). 이처럼 여성주의와 성소수자의 연대와 교류는 활발하지만 최근 들어 달갑지만은 않은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무려 '페미니스트'로 자신을 지칭하며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하는 사람이 등장했다. 이 때문인지 내가 속한 게이 커뮤니티에서 페미니즘에 대해 반감을 가진 사람들이 종종 보인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하지만 지난 연대의 역사를 뒤로하고 우리가 반목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서로가 사회적 약자이자 소수자로서 함께 힘을 모아야 할 처지에 놓여있다면, 그리고 같은 가치와 이상적 사회상을 공유하고 있다면 말이다. 이번 앨라이 행진 소개 글의 일부를 인용하는 것으로 글을 마무리 하고 싶다.
 
'우리의 억압은 같은 곳에서 출발했고,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함께 부술 것입니다. 이 세상 모든 차별과 혐오, 배제와 폭력을 박살 내기 위해 우리는 손을 잡고 함께 행진합니다.'

덧붙이는 글 | 비온뒤무지개재단과 한국여성의전화의 '차별과 혐오를 부수는 분노의 앨라이 행진'은 퀴어퍼레이드 4번 차량에서 진행됩니다.

*행사 일정
- 서울퀴어문화축제
장소: 서울광장
시간: 11:00~19:00

- 서울퀴어퍼레이드
장소: 서울광장
시간: 16:30~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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