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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개인적으로 좀 충격적인 일이 있었다. 좋아요 46만의 수를 자랑하는 페이스북 페이지인 '리뷰왕 김리뷰'(아래 김리뷰)가 개인 콘텐츠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김리뷰는 리뷰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리뷰한다는 것을 모토로 삼은 작가다.

촌철살인의 글 솜씨가 매력인 그는 엄격한 형태의 비평이나 평론을 하기 보다는 주관적인 평가를 평범한 사람의 시각에서 글로 풀어내는 것이 강점이다. 그것을 묶어서 <세상의 모든 리뷰>를 내기도 했고, 이후에도 두 권의 책을 더 냈다. 그런 그가 '콘텐츠 포기'를 선언을 한 것.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이 원하는 글로는 더 이상 돈을 벌 수 없다는 거다. 20대는 더 이상 그의 글과 책을 읽지 않는다. 이것은 불평이 아니라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런데 페이지의 팔로워들은 이를 '철없는 불평'으로 받아들였던 모양이다. '돈 없다고 그만 징징대고 초심을 찾아라', '좋아요와 구독자가 이렇게 많은데 뭐가 문제냐' 등등... 김리뷰는 글에서 말했다. "그동안 우릴 둘러싼 세상은 너무 많이 변했다".

출판은 현실이면서 낭만이다

 <출판하는 마음> 책 표지.
 <출판하는 마음> 책 표지.
ⓒ 제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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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리뷰의 '패배선언'이 있을 즈음 <출판하는 마음>을 뒤적거리고 있어서 그런지 그의 고민이 더 마음에 와 닿았다. 콘텐츠를 대중 앞에 내놓는 사람들이 무슨 고민을 하는지 대중들이 일일이 알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늘 무언가를 소비하면서 산다. 알게 모르게 거기에는 누군가의 노동이 있다. 누군가는 당신이 소비하는 '그것'을 위해 밤새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은유 작가의 <출판하는 마음>은 그 중에 '출판시장'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묶은 책이다. 그러니까, '책 만드는 이들에 대한 책'인 셈이다. 문학편집자, 번역자, 인문편집자, 북 디자이너 등 독자가 웬만해서는 볼 일이 없는 이들이다.

'서점에서 결제 한 번으로 손에 쥐는 책이 만들어지기까지 땀방울이 몇 백만 개쯤 들어갔는지, 원고를 써서 한글파일로 넘기면 몇 사람의 손길 거쳐 몇 리 길 돌아 독자에게 당도하는지 소상히 알지 못하는 것이다. (중략) 거대한 시스템에 하나의 부속으로 끼워져 파편화된 노동을 수행하고 살아가는 현대인은 자기 '맡은 바' 책임을 다할수록 '총체적' 삶에는 무능해지고 만다. 그리고 무능과 무지는 필연적으로 무례와 불통을 낳는다.'


'너의 글은 화장실에서 볼일 보면서 잠깐 볼 만한 글이다'라는 댓글이 김리뷰의 글에 달린 걸 보고 심란해졌다. 과연 당사자 앞에서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폭력적이고 무례한 말.

SNS에서 돈을 내지 않고도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콘텐츠로는 당연하지만 생활을 영위할 수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초심' 운운하면서 마치 '좋아요'와 '공유' 버튼만 누르면 어떤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는 양 이야기한다.

어쩌면 이런 이야기를 출판마케터 문창운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공감할지도 모르겠다. 은유 작가의 말을 빌리면 출판사에는 "기어코 팔아내는 사람, 그것만 생각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하지만 출판시장은 '정답이 없다'. 그가 몸담고 있는 중견 종합출판사인 푸른숲은 출간 전 가제본을 배포하는 이벤트를 통해 홍보를 했다. 그런데 <죽여 마땅한 사람들>이 이 이벤트로 재미를 좀 봐서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도 가제본 이벤트를 했다가 실패를 하고 만 것.

'전작 <죽여 마땅한 사람들>이 좀 더 팔리긴 했는데 워낙 기류를 타고 안정적으로 접어든 책이었고요, 다음 책은 반응이 그만 못했죠. 처음에 먹혔으니까 두 번째도 먹히겠지, 안일하게 생각했던 거예요. (중략) 정말 정답이 없는 시장이라는 걸 염두에 두고 책마다 다른 상황을 고려해서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는 걸 배웠어요.'


마케팅은 홍보 방식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예상 독자층을 예측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문제는 전반적으로 업계 전반이 불황이라 기본 독자층이 얇아진다는 데에 있다. 유명 연예인이라고 해서 잘 팔리는 것도 아니다.

'팬층이 곧 독자층인 저자도 있다. 그런데 그렇게 팬층이 확실한 경우 확장성이 약하다. 업계에서 통상 이 저자는 몇 천 부에 멈춘다는 가늠치가 나와 있다. 이벤트나 강연회를 열면 반응이 좋은데 그런 호응에 비해서 판매량은 낮은 것. (중략) 출판계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그는 누구보다 실감한다. 일반 대중과 독자의 괴리, 독자와 업계 사람들의 괴리를.'


문창운은 우스갯소리로 이런 것을 '서울 서북부 감성'이라 일컫는다고 말한다. 출판인들은 굉장히 좋아하고 글도 훌륭하지만 정작 시장에서는 큰 성과를 내지 못하는, 대중과 분리된 정서 말이다.

<출판하는 마음>이 담아낸 목소리에는 현실과 낭만이 공존한다. 현실적이기만 한 것도, 낭만적이기만 한 것도 아니다. 어느 분야가 그렇지 않겠냐만은, 결국 낭만과 현실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다리기를 해야 하는 것이 출판업계에 몸담은 이의 숙명일지도 모른다.

시인으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문학편집자로도 활동하는 김민정은 고등학교 때 감명 깊게 읽었던 오정희 작가가 나온 서라벌예대 문창과를 가야지 결심했다고 한다. 당시는 서라벌예대가 중앙대학교로 편입되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얘기를 하며 과거를 회상한다. 편집자와 시인이라는 이중 지위를 가진 김민정은 덕분에 문학편집자로서의 고유한 자리를 점할 수 있었다. 자신도 신인 작가였던 시절이 있었던 만큼 '기다림'의 미덕을 잘 안다.

'신인들이 한 권의 책을 내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잖아요. 그 작가와 함께 그 시간을 함께 살아주는 이가 문학편집자다 싶어요. (중략) 문학편집부의 시계는 군대 시계와는 달리 참 잘도 가거든요. 어느 틈에 보면 처음 기획했던 그 책과 딱 마주하고 있지요. 그래서인지 문인들도 첫 책의 편집자는 잘 잊지 않는 듯 해요.'


'읽는 사람' 입장에서 '팔아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출판하는 마음>이 담아낸 목소리에는 책과 사람에 대한 고민이 오롯이 녹아있다.
 <출판하는 마음>이 담아낸 목소리에는 책과 사람에 대한 고민이 오롯이 녹아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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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멀다 하고 변화하는 시장에서 나는 '올드(old)'한 독자다. 한국인의 평균 독서량이 줄어든다는 통계도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내 손에 쥐고 읽는 종이책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었을 뿐이다. 문창운의 말을 빌리면 "읽기는 읽되 책이 아닌 다른 것으로 소비"하는 시대인 것이다. 사람들은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통해 정보를 얻고 자신의 취향을 드러낸다.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SNS는 읽기 자료에 적합한 플랫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 긴 호흡으로 시간을 내고 공을 들여 글을 읽어내기에 SNS 속에서 시간은 너무 빠르게 흐른다. 더 짧고 명료한 글과 더 예쁜 사진이 각광을 받는 시대에서 올드한 방식으로 읽는 나 같은 독자는 이런 변화가 못내 아쉽다. 그럼에도 확실한건 시장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알라딘 MD 박태근의 말을 빌리면 출판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판매가 안 되는 좋은 책'은 애매한 책"이고 "판매가 많이 되는 책이 좋은 책이라고 믿어야" 한다.

물론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이 나 같은 독자들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책이라는 것은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있고, 누군가는 그것을 읽고 있기 때문이다. <출판하는 마음>은 변화하는 시장에 적응하는 방식과 '책을 만든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라는 원리 원칙을 동시에 고민하는 출판인의 철학을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서 소개하지는 않았지만 책에서는 출판사 동녘의 인문편집자인 이환희, '사적인 서점'을 운영하는 서점인 정지혜, 1인출판사 코난북스의 대표인 이정규 등이 각자의 자리에서 오늘도 책에 대해, 사람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어쨌거나 봄날은 간걸로 보여요. <마당을 나온 암탉>은 100만 부 넘었는데, 이제 다시 100만 권 팔리는 호황을 맞긴 힘들 거 같으니까요. 그래도 좋은 책이 나오면 찾아서 보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기대를 갖긴 해요. 좋은 콘텐츠는 배신하지 않는다.' (출판제작자 박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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