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016년 6월 2일, 우상호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원구성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정국을 타개하기 위해 중대한 결심을 했다. 법사위를 과감하게 양보하겠다. 그동안 법사위를 가져야겠다고 주장했던 것은 특정 당이 운영위, 예결위, 법사위를 독식한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시 20대 국회를 법이 정한 시점에 개원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봤다. 이제 새누리당이 화답할 차례다."

2018년 7월 9일, 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민주당이 난데없이 법사위를 시비 걸고 나섰다. 가뜩이나 개혁입법연대를 한다면서 국가권력과 지방권력에 이어 입법권력마저 독점하려는 민주당은 최소한의 견제장치인 법사위마저 눈독 들이고 있다. 일방 독주체제를 갖추려는 탐욕적이고 비민주적 발상이다. 법사위를 놓고 내부 반발이 있어서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반발이 청와대로부터 시작된 것이라면 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은 이를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은 더 이상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요구는 그만하고 떼쓰기가 아니라 합리적인 협상에 임하라."


2년의 시차를 두고 국회 원구성을 앞둔 제1야당 원내대표들이 남긴 말들이다. 20대 국회 전반기 원구성 협상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였던 우상호 의원은 지난 2016년 6월 2일 법사위를 여당인 새누리당에 양보하겠다고 선언하고 난 뒤 6일만에 원구성 합의를 끌어낸다.

반면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9일 여야 협상이 이뤄지던 도중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법사위를 노리는 민주당을 비판했다. 법사위를 사수하라는 청와대의 하명이 있었다는 여론전까지 펼쳤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를 두고 협상 테이블에서 고성을 치며 강하게 항의했다고 전해졌다. 당초 이날 여야 협상이 타결될 거란 여의도 정가의 예측도 있었지만 결과는 결국 협상 결렬이었다. 국회는 입법부 공백 상태를 한달 넘게 이어가고 있다.

법사위가 뭐기에

20대 국회 후반기 법사위원장은 어느 당이 가져갈까.
 20대 국회 후반기 법사위원장은 어느 당이 가져갈까.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20대 국회가 전반기에서 후반기로 접어드는 동안 여야는 서로 바뀌었지만 원구성 협상의 키는 여전히 법사위가 되고 있다. 법사위를 양보하면서 꼬였던 협상의 실타래가 풀리기도 하고 법사위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다돼가던 협상이 결렬되기도 한다.

여야가 하나같이 법사위에 목을 메는 건 국회의 법안들이 본회의에 올라가기 전 법사위를 꼭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국회법 제86조는 '위원회에서 법률안의 심사를 마치거나 입안을 하였을 때에는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하여 체계와 자구에 대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체계심사'는 법안내용의 위헌여부나 다른 법과 저촉되는지 등을 심사하는 것이고 '자구심사'란 법규의 정확성을 위해 법률용어를 정비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그간 법사위는 법이 규정하고 있는 범위를 넘어 당리당략에 따라 법안 처리를 고의로 방해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법사위가 사실상의 '상원', '옥상옥'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한 여권 관계자는 "경제민주화 상법이나 중소기업 창업지원법, 세월호 선체조사 관련 법 등 관련 상임위에서 합의가 다 됐는데도 법사위원장 혼자 반대해 돌려보낸 법들이 아주 많다"면서 "현재 원구성 협상에서 한국당이 보이는 행태가 법사위가 법안 통과를 막는 데 얼마나 효과적인가를 방증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한국당이 정부와 여당을 견제하기 위해 법사위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20대 국회 전반기의 권성동 법사위가 과연 견제와 감시를 위한 모습을 보여줬나"라면서 "한국당이 상원으로서의 권력을 놓지 않고 정쟁을 계속 유발하겠다는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20대 국회 전반기에 처음 여당 법사위원장...이번에는?


강원랜드 채용 과정 부정 청탁 의혹으로 지난 5월 구속영장이 청구된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이 4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강원랜드 채용 과정 부정 청탁 의혹으로 지난 5월 구속영장이 청구된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이 4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최윤석

관련사진보기


"17대 국회 이래로 여당 소속 국회의원이 법사위원장을 제가 처음 맡았다. 그만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소통과 대화의 리더십으로 법사위원회를 잘 이끌도록 하겠다. 법사위가 월권과 독선 논란에 휩싸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20대 국회에서는 법사위원들과 협의를 해서 이런 논란이 최소화되도록 체계자구심사 권한을 행사하도록 하겠다."(2016년 6월 14일)

20대 국회 전반기 법사위원장을 맡은 권성동 의원(강원 강릉)의 취임 일성이다. 지난 17대 국회부터 법사위원장 자리는 줄곧 국회의장을 배출한 정당과 다른 당이 차지해왔다. 국회의장은 통상 원내 1당이 가져갔다는 점에서 여소야대가 아닌 한 법사위원장은 제1야당 몫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게 깨진 것이 이번 20대 국회다. 전반기 원구성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이 법사위원장을 차지한 것이다.

특히 권성동 전 법사위원장이 임기 내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에 따른 수사에 휘말리면서 법사위원장직에 부적합했다는 비판도 일었다. 여권에선 개혁 입법 등을 위해선 법사위 쟁취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법사위를 경험한 한 여권 관계자는 "한국당이 법사위를 다시 맡는다면 문재인 정부 후반기의 개혁 입법들이 차질을 빚을 거라는 게 불 보듯 뻔하다"라며 "협상 막판까지 법사위를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 여당의 협상 전략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성과를 내야 할 집권당으로서 법사위가 절박한 건 사실"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반면 한국당은 법사위까지 여당에게 내줄 경우 '일당 독주'가 된다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가권력과 지방권력까지 독점한 민주당이 일당 독주체제를 막는 최소한의 견제장치인 법사위마저 눈독 들이는 것은 탐욕스럽고 비민주적이다"라고 거듭 밝혔다.

여야 원내대표 회동이 성과 없이 끝난 후 각당 실무진들은 이날 오후에도 법사위원장 자리를 놓고 막판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관련 기사] 법사위 쟁탈전...홍영표·김성태 청와대 하명 놓고 설전

9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왼쪽부터),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만났다.
 9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왼쪽부터),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만났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태그:#법사위, #20대국회, #원구성협상, #자유한국당, #권성동
댓글1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