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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여름 시민기자 캠프에 참여하세요."

지난주 금요일 메일통을 열어보니 <오마이뉴스>에서 위와 같은 제목으로 메일이 왔다. 제목에서 눈에 띈 것은, "무료", "캠프"였다. 바야흐로 여름, 캠프의 계절이다. 하지만 캠프 한 번 떠나려면 돈이 든다. 백수인 처지에 캠프를 떠나려면 '용기'와 '배짱', '뻔뻔함'은 한 셋트다. 그런데 '무료' 캠프라니. 그것도 글쓰기 강의가 있고 바닷가에서 열리는 캠프다. 예의상 1분 정도 망설인 후 신청 버튼을 눌렀다. 

대천 배재대 수련관 강당에 붙인 캠프 플랭카드
 대천 배재대 수련관 강당에 붙인 캠프 플랭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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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를 경청하는 시민기자 캠프 참가자들
 강의를 경청하는 시민기자 캠프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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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가 시작되는 7월 5일. 이동 지원은 하지 않으니 참가자가 알아서 대천해수욕장 옆 배재대 수련관으로 가야 한다. 대중교통으로 가자니 시간이 많이 걸리고 귀찮다. 떠나기 하루 전, 내 고물차로 카풀을 할 마음을 먹었다. 주최측에 카풀 주선을 요청하고 기다렸다. 1명이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몇 시간 후, 그 1명도 사정이 생겨서 못 간다는 연락이 왔다. 할 수 없이 빈 차를 끌고 대천으로 출발했다.

시작 시간보다 2시간 늦게 캠프장인 수련관에 도착했다. 강의실에는 10여 명의 참가자들이 "취재보도란 무엇인가?"라는 주제의 강연을 듣고 있었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 부위원장이신 우희창님의 강의였다. 

나는 2013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되었다. 올해로 5년차이며 36개의 기사를 썼다. 기사를 쓸 때 마다 제대로 된 기자 교육을 받았더라면 좀 더 잘 쓰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이번 기회에 아쉬움을 채우기를 바랐다.

우희창 강사는 <취재보도란 무엇인가?>에서 '취재', '언론사 조직', '언론사의 의사결정 구조', '게이트 키핑', '데드라인'을 키워드로 강의 했다. <기자의 자세>에서 "사랑하라, 먼저 인간이 되어야 한다. 인간을 사랑할 줄 모르면 기자가 될 수 없다"라고 할 때는 마치 나한테 얘기 하는 것 같아서 뜨끔 했다. "분노와 애끓음을 가져라, 남의 이야기를 들어라, 다르게 바라보고 생각하고 말하라"고 할때는 '나는 기자 체질이야'라며 웃었다.

우희창 강사에 이어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본부장인 김병기 기자의 강의가 있었다. 김 본부장은 <오마이뉴스> 초창기 때 부터 현재까지 취재 경험을 털어 놓았다. 기사의 종류와 인터뷰 기사 쓰는 법에 대해서 강의했다. 평소에 인터뷰 기사를 쓰는 법을 구체적으로 알고 싶었기에 도움이 되었다. 이 강의에서 가장 꽂힌 것은, "좋은 글은 없다. 좋은 고쳐 쓰기만 있을 뿐이다"였다. 고쳐쓰기가 글쓰기의 완성도를 높인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김종술 기자가 4대강을 취재할 때의 경험을 강의하고 있다.
 김종술 기자가 4대강을 취재할 때의 경험을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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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캠프의 백미는 김종술 시민기자의 강연이었다. 4대강 문제를 알리기 위해서 쓴 기사가 자그마치 1300개라고 한다. 수문을 막아 만든 보 때문에 강물이 썩어 '녹조라떼'가 되고, 물고기가 떼죽음 당하고 태형동물인 큰빗이끼벌레가 생기는 것을 그냥 보고 있을 수 없었다. 주민들은 피해를 입고 서로를 불신하면서 공동체는 망가졌다. 취재 과정에서 여러 시비에 휘말려 지역신문 대표직을 잃는다. 그의 말로 "가사를 탕진"하는 지경에 이르지만 취재를 멈추지 않았다.

"시민기자의 매력은 상근기자보다 훨씬 자유롭게 취재를 하고 글을 쓸 수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시민기자의 수준이 상근기자보다 떨어지지 않습니다. 자유롭기 때문에 더 좋은 기사를 더 많이 쓸 수 있어요. <오마이뉴스>가 시민기자와 상근기자를 크게 구분하지 않는것도 매력이죠."

김종술 기자가 4대강 기사를 쓴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모든 걸 걸고 취재할 줄은 몰랐다. 큰빗이끼벌레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알기 위해 그것을 먹었다고 한다. 첫날 강의의 <기자의 자세>에는 "의문이 생기면 용기를 갖고 도전하라, 때로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를 의도치 않게 보여준 셈이다. 그 모습에 고무 되었다.

차성진 전 한겨레신문 편집이사는 종이신문이 만들어지는 과정, 기사가 신문에 실리는 과정을 생생하게 알려주었다. 요즘엔 종이신문을 잘 안 보지만 종이신문이 유일한 정보 전달 수단이었을 때는 제목 뽑는 일이 무척 중요했다고 한다. 제목을 어떻게 뽑느냐에 따라 신문을 읽느냐 읽지 않느냐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이 둘째날 어떤 기사를 쓸 것인지 칠판에 적었다.
▲ 기획회의 모습 참가자들이 둘째날 어떤 기사를 쓸 것인지 칠판에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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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후, 참가자들은 다음 날 취재를 위해 기획회의를 했다. 진짜 기자가 된 듯 모두 진지하게 회의에 참가하는 모습에 압도 당했다. 다음날, 미션을 수행키 위해 대천해수욕장으로 나갔다. 머드 축제 박람회장에서 관계자의 브리핑을 듣고, 축제를 치르기 위해 수고하는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뒤이어 자신이 취재한 인터뷰 기사를 브리핑 하고 어떤 기사를 신문 1면에 실을지 결정하는  마감회의를 했다.

"여러분이 오늘 취재한 인터뷰 기사는 현직 기자가 아니어서 더욱 생생한 기사가 될 겁니다. 제가 요청한 대로 원고지 20매 분량을 잘 맞춰서 일요일까지 제 이메일로 보내주세요. 가급적 윤문 하지 않고 그대로 <보령신문>에 내겠습니다. 이 신문을 한 20만 부(실제로는 그렇게 못 찍지만 바람을 담아) 찍어서 머드 축제 시작할 때 나눠주면 좋겠네요."

<보령신문>에 낸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럴 줄 알았으면 2시간 반의 취재시간이 주어졌을 때 놀지 말고 취재할 걸. 하지만 이미 늦었다. 후회 막심이다.

마지막으로 <오마이뉴스 사용설명서 및 모이기사쓰기>에 대한 내용으로 이용신 오마이뉴스 10만인 클럽 과장이 강의했다. 모이로 기사를 안 써봤는데 이번 기회에 써 봐야겠다. 눈부신 시민기자의 활약을 브리핑했다. 시민기자로서 자부심을 가졌다.

이번 캠프는 서울, 안성, 보령, 천안, 대전, 대구, 광주에서 17명이 참가 했다. 대부분 글쓰기에 관심이 있어서 왔다고 한다. 어쩌면 빠듯한 일상에서 탈출해 잠시 휴식을 갖고 싶어서 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인터뷰 하러 나갈 때 의욕에 불타는 모습은 현직 기자 와 다르지 않았다.

캠프 참가자의 소감이 듣고 싶어서 참가자 두 분에게 카카오톡으로 물었다. 아래와 같은 답변이 왔다.

"기자의 일을 경험해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기사를 쓰기 위한 기획회의를 하고 취재를 위해 인터뷰와 촬영 과정에서 생기는 어려움을 체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취재한 내용을 기사로 작성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정말 매력있는 일이라는 것을 이번 캠프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장 좋았던 점은 일상에서 벗어나서 아름다운 바닷가에서 자연과 더불어 기자라는 새로운 일을 경험해본 것입니다.

또한 여러 지역에서 각기 다른 일을 하시는 분들과의 만남을 통해 다양한 생각과 교감을 나누었던 부분도 좋았습니다.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2박3일의 일정 안에 시민기자로서 필요한 교육이 너무 많아 캠프에 참가한 사람들과 더 깊이있게 이야기 나누지 못한 점입니다. 또한 대천 머드축제의 대표적인 머드체험을 축제기간이 아니라서 직접 해보지 못한 것과 짚트랙(짚라인)을 타보지 못한 것도 아쉽습니다."

천안시 공동체지원센터 기획팀장, 김수미씨의 소감이다. 일정 내내 기분 좋은 분위기를 연출해 주었다. 더 많은 얘기를 나누지 못해 나 또한 아쉽다.

"협동조합 단체에서 글을 쓰고 있지만 따로 글쓰기 교육을 받지 못한 상태라 글에 대한 갈증이 있던 상태였다. 시민기자캠프가 있다는 소식에 망설임 없이 신청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기사쓰기, 인터뷰법은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여 고민했던 부분을 해소했다. 특히, 기사를 기획하고 회의를 통해 인터뷰 대상자를 정하는 등 체계적인 계획으로 진행되었다.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고 질문을 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지만 아무도 포기하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사람을 만나고 정보를 얻는 등 기자로서 입문의 과정을 배우는 귀한 시간이었다.

내가 취재한 것을 기사로 써 내려가는 일이 녹록지 않았지만 무언가 해냈다는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한 번의 캠프로 시민기자의 역할을 얼마나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동안 시민기자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러워 글 쓸 엄두도 못 냈지만 이제는 쓰겠다는 다짐으로 바뀌었다. 이번 캠프는 나에게 한 걸음 더 도약 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안성에서 온 아이쿱 자원활동가 박은주씨의 소감이다. 이번 기회에 글쓰는 두려움을 해소했다니 나 또한 기쁘다. 궁금한 점이 있으면 직접 다가가서 묻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2박 3일의 시민기자 캠프가 끝났다. 참가자들은 기사를 마감 시간에 맞춰 보냈을까. 살짝 궁금하던 차에 주최 측의 문자가 왔다. 마감까지 보낸 기사를 편집해서 메일을 보냈으니 확인하란다. 편집본을 보니 신기하다. 최종 수정해서 7월 11일 보령 머드축제가 시작되기 전날 드디어 신문이 나온다. 익숙한 인터넷 신문이 아니라 종이 신문에 내 이름으로 쓴 기사가 나온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물론 나는 기사를 쓰지 않아서 이름이 없다. 놀고 싶었음에도 기사를 쓰고 미션을 완수한 기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아울러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한 대전 민언련 관계자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덕분에 3일 동안 배불리 먹고 멋진 바다를 보고 글쓰기의 노하우를 배웠다. 


태그:#시민기자, #대천해수욕장, #배재대수련관, #기사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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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받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다. 인터뷰집,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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