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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의 대안학교인 '사랑어린학교' 학생과 교사, 학부모 등 총 23명이 40일 간의 섬 순례를 무사히 마쳤다. 이 학교의 중학생 1, 2학년 18명과 선생님 그리고 학부모가 동참한 가운데 지난 5월 23일 시작되어 7월 1일에야 끝이 났다. 필자는 이들이 가는 섬마다 숙소와 차량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소개해 주면서 동행하게 되었다.

필자는 1991년부터 2015년까지 직접 배를 타고 항해사 겸 선장 노릇을 동시에 하면서 우리나라 유인도 447개를 세 번씩 둘러보았다. 국내 최초였다. 그 결과물로 '한국의 섬' 시리즈 13권을 출간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또한 직접 무인항공기 드론을 하늘로 날려서 섬들을 촬영하기도 했다. 불가능에 가까운 일에 도전하여 이런 책을 출간하고 드론 기술자가 된 것을 보면서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흑산도 순례를 마치고 도초도로 건너와서 이제 우이도로 간다.
▲ 도초도항에서 우이도로 가는 여객선으로 올라가는 학생들 흑산도 순례를 마치고 도초도로 건너와서 이제 우이도로 간다.
ⓒ 이재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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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공이 크다. 네이버가 13권의 책을 사주면서 지식백과에 등재되어 재정 후원을 받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책 덕분에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섬 탐험가 겸 섬 전문가로 알려지면서 신문과 방송을 비롯하여 각계각층의 다양한 분들로부터 전화를 받았고, 지금도 그 분들과 교제를 계속하고 있다.

어느 날 필자가 근무 중인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으로 네 명의 선생님들이 찾아왔다. 순천 사랑어린학교 교장 선생님과 교사들이었다. 40일 간 섬을 순례할 계획인데 학교에서 아는 게 거의 없으니 도움이 필요하다는 거였다. 이 분들의 아이디어가 너무나 신선하고 좋아서 그저 돕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결국 저희 연구원 원장님의 전폭적인 지지로 40일 동안 파송되어 이들과 섬 순례를 하게 되었다.

'사랑어린학교'는 어떤 곳

아무도 찾지 않은 대둔도 수리 마을, 민권 운동가 김이수 선생의 마을을 둘러보고 오리 마을로 가고 있는 학생들
▲ 흑산면 대둔도 수리마을 아무도 찾지 않은 대둔도 수리 마을, 민권 운동가 김이수 선생의 마을을 둘러보고 오리 마을로 가고 있는 학생들
ⓒ 이재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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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교는 1학년부터 9학년까지 있는 대안학교이다. 다시 말하자면 초등학교 과정 6년과 중학교 과정 3년이 있는데 필자와 같이 섬을 순례한 7, 8학년은 중 1, 2학년에 속한다. 이들이 학기 중에도 불구하고 섬 순례가 가능한 것은 교육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육과정에서 자유롭다.

현재 9학년 학생 9명과 선생님 2명은 유럽 산티아고 길을 순례 중이란다. 이 학교 9학년 학생들은 세월호가 사고가 난 후, 2016년 9월 5일부터 10월 20일까지 인천에서 진도 팽목항까지 809㎞의 거리를 45일간 걸어서 가기도 했다. 10대 중반의 청소년들은 선배들이 타고 떠난 뱃길을 따라 걸어가면서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40일 간의 섬 순례나 유럽 산티아고 길 순례, 세월호 45일 간의 순례는 그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 자신들이 수차례 회의를 거쳐서 결정한다고 한다. 학생들은 이런 순례를 하면서 인격적으로 변화하고 생각하면서 성장해 가는 과정을 겪는 것이다.

이들은 일반 학교처럼 정규적인 공부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핸드폰도 없고, 인터넷도 하지 않고, TV도 보지 않는다. 순례 중 학생들은 스스로 밥을 지어 먹고, 빨래도 하고, 청소도 한다. 연습장에 기록을 하고, 그림을 그린다. 촬영도 하면서 묵상을 하며 걷기를 즐겨한다. 이들은 협동과 인내, 극기 훈련, 체력 단련 등을 많이 한다.

이 학교의 부모들 수준이 아주 높다. 기성 교육에 염증을 느낀 나머지 이 학교에 가서 자유롭게 놀면서 책을 읽고 생각하고 순례를 하라고 보낸 것이다. 이 학교 학생들의 특징은 책도 많이 읽고 걷기를 즐겨 하면서 회의를 많이 한다. 40일 간의 섬 순례를 계획하면서 찬반양론으로 갈릴 때 o, x 표를 던져서 결정을 했는데 o가 나와서 이것이 '신의 뜻이 아닌가' 생각하고 최종 결정 했단다.

40일 동안 돌아본 섬은 28개

도리산 정상에서 드론을 날려서 촬영된 학생들 모습
▲ 조도의 도리산 정상에서 도리산 정상에서 드론을 날려서 촬영된 학생들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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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여수의 섬 : 5월 23일 첫날에는 안도를 그 후에 연도, 금오도, 개도, 하화도, 사도, 낭도, 적금도를 순례하였다. 안도는 일본 승려인 엔닌이 쓴 '입당구법순례행기'에 기록될 정도로 역사와 문화가 깊은 섬이다. 물산도 풍부한 안도를 일제는 그냥 두지 않을 정도로 해수욕장 풍광과 항구로서 최적이다. 안도와 연도 된 금오도는 비렁길로 유명하여 1년에 40만 명이 즐겨 찾는 섬이다.

② 고흥군의 섬 : 5월 28일부터 소록도 – 거금도 – 연홍도이다. 나병으로 섬으로 알려진 소록도에서 참가자들은 일제의 만행과 나병 환자들의 가슴 아픈 역사를 보면서 큰 감동과 함께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오후에는 배낭을 메고 거금대교를 걸어서 거금도 마을들을 지나서 힘든 순례를 하여 도선을 타고 연홍도에 도착하였다.

연홍도 마을의 벽화를 보고 우선 놀란다. 그리고 학교가 미술관으로 변하여 아기자기한 모습에 탄성을 자아낸다. 아주 작은 섬인 이곳은 1993년 폐교된 학교가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이 섬의 지붕은 알록달록하다. 예술섬 일환으로 파랑과 빨강색 지붕으로 바꾼 것이다.

③ 완도군의 섬 : 5월 31일부터 금당도, 금일도, 다랑도, 청산도, 소안도, 노화도, 보길도 등이다. 고흥 연홍도에서 객선을 타고 완도군의 금당도에 도착하였다. 금당면장님의 협조로 행정선을 타고서 아름다운 금당도 주위의 모습을 감상하였다. 다음은 5일 간 청산도 순례에 들어갔다.

당리마을은 일반인에게 영화 <서편제> 무대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다음은 보길도인데 수련회 장소로 최적지인 이곳에서 학생들은 마음껏 뛰놀면서 3일 간의 일정을 소화하였다. 정자리에서 도보로 부용리에 가서 고산 윤선도 유적지를 돌아보았다.

다음 날은 항일 운동으로 유명한 소안도를 찾았다. 소안학교에서 독립운동 영화를 보았다. 일제 강점기 당시 육지와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 격렬하게 저항했던 선조들의 영화를 보고 큰 감동을 받아 끝이 났는데도 일어날 줄을 몰랐다. 영화를 본 다음 소안학교에서 둘러보고 옛 선조들의 놀이를 체험하였다.

④ 진도군의 섬 : 6월 13일부터 조도면 섬 상조도 하조도를 순례하였다. 학생들과 하조도 등대롤 보고 돈대산을 일주하였다. 다음은 상조도로 도리산에 올랐다. 하멜은 조선을 유럽에 알린 최초의 사람이지만 조도의 섬들을 유럽에 최초로 알린 사람은 바실홀 선장이다. 도리산에서 도론을 띄워서 사진 촬영을 하면서 드론에 관하여 설명을 해 주었다.

⑤ 신안군의 섬 : 6월 18일부터 다물도 흑산도 대둔도 영산도 흑산도 해상관광 1,2코스이며 우이도 도초도 박지도 반월도 암태도 자은도이다. 목포항에서 남해호를 타고 흑산면 다물도에 도착하였다. 도선으로 대둔도로 건너가서 수리마을 출신인 조선 시대의 민권 운동가 김이수 생가를 방문하였다.

다물도는 물이 너무 부족하고 열악한 환경에 학생들은 문화 충격을 받았다. 섬이 너무 작아 걸어 다닐 곳이 마땅치 않았다. 다물도 분교를 방문하여 혼자 공부하는 3학년 임영영 학생을 만났다. 비록 다물도는 작은 섬으로 고생을 하였지만 학생들이 무언가를 많이 습득한 잊지 못할 섬이다.

흑산도의 추억과 마무리 미팅

정약전은 흑산도에서 가장 잘 사는 사리 마을에서 유배 생활을 하면서 자산어보를 기록하다.
▲ 흑산도 사라마을 정약전 유배지 정약전은 흑산도에서 가장 잘 사는 사리 마을에서 유배 생활을 하면서 자산어보를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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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계획안에는 흑산도와 홍도가 들어 있었지만, 예산 문제로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연구원의 원장님께 말씀을 드렸더니 남해고속 회장님과 절충한 끝에 절반 가격으로 5일 동안 흑산도 순례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홍도는 다음으로 연기하였다. 원래는 4일의 일정이었으나 흑산도의 숙소 환경이 좋고, 주민들과 숙소인 예리교회 관계자들이 매우 친절하였기 때문에 여기서 1박을 더하게 되었다.

일반 학생들이 먼 섬인 흑산도로 수학여행을 오지 않기 때문에 우리 학생들의 인기가 더 좋았다. 그리고 흑산도를 반쪽만 걸어 보았기 때문에 나머지도 걸어야 진짜 흑산도를 볼 수 있었기에 하루를 더 연기하였다. 그날 안개도 끼고 날씨도 선선하여 순례하기에 아주 좋았다. 그런데 금요일 오전 9시 10분 우리가 타고 가야 할 목포행 남해호가 안개로 인하여 어선과 충돌을 하였다. 여객선이 사고 났다는 말을 듣고 숙소로 전화가 여러 번 왔다고 한다. 다행히 하루 연기했다고 하자 다들 안심하게 되었다.

마지막 날은 흑산도 게스트하우스에서 영화를 보았다. 야외의 마당 벽면을 대형 스크린으로 삼고 <쥬만지>라는 영화에 푹 빠졌다. 음료수와 간식, 그리고 치킨까지 제공 받으면서 학생들이 오랜 만에 대중문화를 만끽하였다. 마무리 미팅도 했다. 순례 중 학생들이 느낀 점, 고마웠던 일, 가장 인상에 남았던 섬들에 대하여 약 2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섬은 역시 흑산도였다. 그분들의 친절과 풍광, 역사, 문화 자원, 해상관광 등이 좋았다고 하였다.

섬 순례하기 좋은 때

드론으로 대둔도 전체를 촬영하다
▲ 흑산면 대둔도 전경 드론으로 대둔도 전체를 촬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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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의 섬 우이도의 자연 유산 모래 언덕과 해수욕장
▲ 우이도 돈목, 성촌, 돈목 해수욕장 전경 신비의 섬 우이도의 자연 유산 모래 언덕과 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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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3일부터 7월 1일까지 40일 동안 진행된 섬 순례는 많은 문제점과 시행착오가 있었다. 이들이 40일 동안 섬을 순례하는 동안 시간적으로 경제적으로 효과적인 순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임무였다. 국내 최초로 실시되는 이번 순례는 총 예산이 2천만 원인데 외부의 지원 사업도 아니고 보조가 되지 않아서 금전 문제가 걸렸다.

그래서 필자가 하는 일은 이들이 저렴하지만 좋은 숙소, 더운 날씨 때문에 차가 꼭 필요한 지역에서 차량을 제공하여 이들이 편히 순례를 할 수 있는 안내자 역할을 하였다. 가장 큰 문제는 숙소였다. 만족할 만한 곳을 찾으려고 했으나, 결코 쉽지 않았다. 그래도 교회당이 좋은 이유는 장소가 넓고 깨끗하며 친절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학생들이 여러 날을 머무르면서 피아노를 치며 빨래도 하고 여가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한편 드론으로 섬 사진을 촬영하면서 학생들에게 드론 이야기를 여러 번 해 주었다. 이번에 학생들에게 섬과 바다와 드론에 대하여 관심과 호기심을 많이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한 것 같다. 이들은 섬 순례를 통해 섬과 바다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아울러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살아있는 지식을 많이 터득할 수 있었다.

필자가 원하는 것은 학생들이 섬을 순례하면서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인격을 훌륭하게 형성해 가는 것이었다. 이들은 스스로 당번을 정해 놓고 밥을 하고 청소와 각자의 옷을 빤다. 이런 활동 등을 통해서 협동과 인내심, 배려 등을 자연스레 체득하게 된다.

그들은 이번에 방문한 섬들을 평생 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이번 중학생들의 섬 순례가 앞으로 여러 사람들에게 중요한 지표가 되리라 생각한다. 이번 일이 주위에 알려지면서 경남 양산의 모 중학교 이사장과 교장 선생님의 연락이 왔다. 그들을 6월 28일에 만나 보았는데 방학 중에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섬을 순례하고 싶다고 타진해 온 것이다.

이번의 자료를 토대로 섬 여행을 길라잡이 역할을 할 수 있는 노하우를 가지게 되었다.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것은 순례나 여행을 하기가 가장 좋은 계절은 4, 5, 6월과 9, 10, 11월이라는 것이다. 아무튼 40일 간의 섬 순례가 다소 힘들었지만, 학생들이 많은 걸 깨달은 데다 아주 친해져서 헤어지기가 아쉬웠다. 또 나 자신도 나를 찾고 많은 공부를 하였고 학생들과 선생님들에게 고맙고 무사히 끝남을 참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먼 섬 흑산도에서 찍은 기념 사진
▲ 흑산도 항구 먼 섬 흑산도에서 찍은 기념 사진
ⓒ 이재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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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 처음 나갑니다.



태그:#사랑어린학교 , #40일 섬 순례 , #우이도 , #흑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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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연구원으로 2019년까지 10년간 활동, 2021년 10월 광운대학교 해양섬정보연구소 소장, 무인항공기 드론으로 섬을 촬영중이며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재정 후원으로 전국의 유인 도서 총 447개를 세 번 순회 ‘한국의 섬’ 시리즈 13권을 집필했음, 네이버 지식백과에 이 내용이 들어있음, 지금은 '북한의 섬' 책 2권을 집필중

이 기자의 최신기사책 '북한의 섬'을 냈습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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