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가 브라질을 격파했다. 32년 만에 4강에 진출한 벨기에는 프랑스와 만난다.

벨기에는 7일 오전 3시(한국시간) 러시아 카잔에 위치한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월드컵 8강전에서 브라질에 2-1로 승리했다. 이로써 벨기에는 1986 멕시코월드컵 이후 32년 만에 4강에 진출했고, 프랑스와 결승행을 두고 다투게 됐다.

마르티네스, 능동적인 하이브리드 포메이션 변화

그동안 벨기에는 주로 3-4-3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특히 케빈 데 브라위너의 중앙 미드필더 기용은 단연 화제로 떠올랐다. 지금까지 뚜렷한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았지만 지난 일본과의 16강전에서는 비로소 과부하가 걸린 모습이었다.

벨기에의 가장 큰 약점은 수비 상황에서의 선수 배치였다. 좌우 윙백이 밑으로 내려가며 5백을 형성하는데, 정작 좌우 윙포워드 에덴 아자르, 드리스 메르턴스의 수비 가담이 적극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2018년 7월 7일 오전 3시(한국시간) 열린 러시아 월드컵 8강 브라질과 벨기에의 경기. 벨기에의 케빈 데 브라위너가 팀의 두 번째 골을 득점한 후 환호하고 있다.

2018년 7월 7일 오전 3시(한국시간) 열린 러시아 월드컵 8강 브라질과 벨기에의 경기. 벨기에의 케빈 데 브라위너가 팀의 두 번째 골을 득점한 후 환호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결국 5-4-1이 아닌 5-2-3의 비정상적인 형태로 수비 대형이 펼쳐졌다. 일본은 벨기에를 맞아 좌우 측면 2선 공간을 활발하게 넘나들었다. 윙백과 윙포워드의 거리가 너무 벌어져 제대로 된 저지선이 구축되지 않았다. 좌우 윙백 카라스코, 뫼네에의 수비 부담이 가중됐으며, 중앙 미드필더 악셀 비첼과 데 브라위너에게도 마찬가지다. 횡적인 수비 커버까지 감당하기에는 체력적으로나 활동 거리에 있어 버거울 수밖에 없었다.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감독은 이러한 전술적 문제점을 보완했다. 지난 경기서 부진했던 메르턴스, 카라스코를 빼고, 마루앙 펠라이니와 나세르 샤들리로 대체했다. 특히 데 브라위너에게 자유도를 부여한 것이 특징이었다. 킥오프 상황에서는 3-5-2로 출발했다. 아자르-루카쿠가 투톱에 서고, 중원은 데 브라위너-비첼-펠라이니가 역삼각형 미드필드 형태로 포진했다.

하지만 경기 도중 수시로 스위칭이 이뤄졌다. 상대 공의 순환이 하프 라인 밑에 이뤄질 때 데 브라위너가 투톱의 중앙 위치까지 올라섰다. 그리고 왼쪽 윙백 샤들리가 미드필드 라인까지 올라오며 데 브라위너의 공백을 메웠다. 4-3-3 형태로 브라질 공세에 대응했다.

데 브라위너-아자르, 브라질전 승리 선봉

마르티네스 감독의 전술 변화에 힘입어 벨기에는 브라질을 압도했다. 중심에는 데 브라위너와 아자르가 있었다.

벨기에는 전반 13분 만에 코너킥 상황에서 페르난지뉴의 자책골로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이어 전반 31분 세트피스에서 루카쿠가 페르난지뉴를 제친 뒤 패스를 찔러줬고, 데 브라위너가 환상적인 중거리 슛으로 추가골을 작렬했다.

전반에 2-0으로 일찌감치 리드를 잡은 것이 주효했다. 데 브라위너는 한층 수비 부담을 덜고 좀더 자유롭게 플레이했다. 수비 상황에서 최전방까지 올라오며 브라질의 빌드업을 억제했다. 브라질 센터백이나 수비형 미드필더 페르난지뉴가 공을 잡으면 데 브라위너가 전방으로 향하는 패스의 줄기를 측면으로 몰아냈다.

공수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자 벨기에는 더욱 활력있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이날 데 브라위너는 1골을 비롯해 3개의 슈팅과 3개의 키패스를 기록하는 등 경기 최우수 선수로 선정됐다.

아자르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전체적인 경기를 데 브라위너가 조립한다면 아자르는 최저앙급 크렉답게 공격의 품격을 높였다. 역습에서 빠른 스피드와 화려한 개인기로 브라질 수비를 농락했다. 이날 드리블 성공만 무려 10회였고, 피파울은 7개였다. 페르난지뉴, 미란다 등 일대일 상황에서 아자르의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제어하지 못했다.

벨기에는 후반 들어 수비에 치중했다. 브라질은 호베르투 피르미누, 더글라스 코스타, 헤나투 아우구스투 등을 투입하며 파상공세에 나섰다. 벨기에는 아자르를 축으로 한 역습으로 브라질 수비를 위협했다. 후반 31분 아우구스투의 골이 터지면서 점수차는 한 골로 좁혀졌다. 그러나 벨기에는 끈끈한 수비로 브라질을 막아냈고, 결국 승리를 거머쥐었다.

역대급 황금세대, 사상 첫 우승에 성공할까

벨기에는 브라질전 승리로 1986 멕시코 월드컵 이후 32년 만에 4강에 진출했다. 한 단계만 더 통과하면 역사상 최고 성적을 올리게 된다. 지금까지 벨기에는 단 한 차례도 월드컵서 우승하지 못했다.

벨기에는 역사상 최고의 황금세대를 배출했다. 4년 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8강까지 올랐지만 아르헨티나에 0-1로 패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당시에는 주축 선수들의 연령대가 매우 젊었다.  2년 뒤 유로 2016에서 기대감이 높았지만 8강에서 웨일스에게 덜미를 잡히면서 좌절을 맛봤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무언가 일을 내야 했다. 선수들의 기량이 최절정기였고, 20대 중반부터 30대 초반까지 고른 연령대의 스쿼드가 구성됐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벨기에는 브라질,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 우승후보 빅4에 다소 밀린다는 평가였다. 최고의 재료를 갖고 있으면서도 맛있는 요리로 만들지 못하는 마르티네스 감독에게 모든 비난이 집중된 것이다. '황금세대'가 아닌 '도금세대'가 아니냐는 비판이 잇따랐다.

 2018년 7월 7일 오전 3시(한국시간) 열린 러시아 월드컵 8강 브라질과 벨기에의 경기. 벨기에의 케빈 데 브라위너가 득점한 후 브라질의 네이마르가 당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8년 7월 7일 오전 3시(한국시간) 열린 러시아 월드컵 8강 브라질과 벨기에의 경기. 벨기에의 케빈 데 브라위너가 득점한 후 브라질의 네이마르가 당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AP/연합뉴스


벨기에는 조별리그에서 3전 전승을 기록했고, 일본전에서는 0-2에서 3-2 대역전승을 이끌어내며 저력을 발휘했다. 브라질과의 8강전 승리는 벨기에가 충분히 우승에 도전할 수 있음을 증명한 경기였다.

대진운도 최상이다. 강팀들이 대거 떨어졌다. 독일, 스페인이 조기 탈락했고, 브라질은 벨기에에 무너졌다. 오른쪽 대진은 크로아티아, 러시아, 스웨덴, 잉글랜드가 남아있다. 우승할 수 있는 적기임에 틀림없다. 우승할 수 있는 기회는 흔히 찾아오지 않는다. 과연 벨기에의 황금세대가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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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아자르 데 브라위너 브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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