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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들과의 소통용 또는 업무용으로. 카카오톡을 이용하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카톡 프로필을 접하게 됩니다. 카카오톡 프사(프로필 사진)와 프메(프로필 메시지)에 숨은 이야기를 전합니다. [편집자말]
같이 근무했던 후배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아래 카톡 프로필)이 이상했다. 반 년 정도, 세 살 배기 아이 사진이 올라오지 않았다. 대신 화사한 웃음이 여전히 예쁜 후배의 모습뿐이었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싶었는데, 반년이나 아들 사진 아닌, 엄마 얼굴을 올리니 무슨 일이 있는 듯싶었다. 안부를 묻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겠지만, 후배도 나도 아이를 낳고 나서 소원해졌다.

평소에 연락하지 않다가, 뜬금없이 잘 있냐고 묻기에는 민망했다. 게다가 말 못 할 가정사가 얽혀 있을까봐 더 입을 못 뗐다. 얄팍한 호기심을 해소하려다, 혹시 있을지 모를 아픈 상처를 후비게 될 것만 같았다.

후배의 카톡 프로필은 보편적이지 않았다. 카톡 프로필을 아이 말고 자기 모습으로 올리는 게 뭐 대수로운 일인가 싶을지 모른다. 하지만 상당수의 부모들은 아이 사진을 자신의 프로필로 쓴다.

아이의 사진으로 근황을 대신하는 이유

카메라를 향해 활짝 웃는 아이 사진을 자기 사진마냥 대문짝만하게 걸고, '우리 딸♥' 같은 애정표현형 상태 메시지를 쓴다. 얄팍하게나마 알고 지내는 63명의 영유아의 부모 중 3명을 제외한 60명의 카톡 프로필이 그랬다.

아이 의사 존중 없이 무단 도용에 가까운, '내 눈에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아이' 대잔치다. 자녀 얼굴을 부모 프로필로 삼는 게 옳고 그른지는 잠시 논외로 하자. 아이 사진으로 카톡 프로필을 관리하는 이유는 뭘까. 먼저 133개의 카톡 프로필 중 9개를 빼고 모두 자식 사진으로 가득 메운 나부터 들여다봤다.

큰 딸 성장앨범이나 다름 없는 나의 카톡 프로필. 계산해보니 정확히 34개월 전부터 그랬다. 큰 아이의 월령은 34개월, 딱 그만큼이다. 2015년 8월에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눈도 못 뜬 찡그린 갓난쟁이 사진을 카톡 프로필로 쓰기 시작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화장은 커녕, 씻을 수도 없어 꾀죄죄한 모습을 카톡 프로필로 쓸 용기가 없었다. 그윽하게 아기를 바라보며 살짝 미소짓는 전형적인 모자(母子) 사진 찍기조차, 부은 얼굴과 떡진 머리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이건 정말 사회적 자아가 용납할 수 없는 프로필이었다.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 와중에 (지극히 주관적으로) 예쁜 딸 사진은 꾸준히 생산됐다. 아이의 맑은 모습은 출산 후 급격히 달라진 엄마 외관을 대신해 줄 구원투수였다. 그렇게 나보다 나은 아이 모습으로 근황을 대변하게 되었다. 아이의 상쾌한 표정은 내 기분이었고, 아이가 파도에 몸을 맡긴 해변은 내가 머문 곳이었다.

 초췌한 모습을 대신해 줄 구원투수.
 초췌한 모습을 대신해 줄 구원투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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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췌한 자신을 대신할 아름다운 것들은 세상에 많고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태희 사진 말고 아이 사진을 쓰는 이유는 깊숙한 마음의 영역에 있다. 도대체 왜 우리는 핑크퐁 케이크를 보며 환호하는 네 살 배기의 모습을 떡하니 걸어놓는 걸까. 우리집 뿐만 아니라 영유아 부모 카톡 프로필에서 그 집 아이 최근 성장 정도를 알 수 있는 바로 그 이유는 뭘까.

EBS 다큐프라임 '마더쇼크' 팀은 모성애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여러 실험을 한다. 뇌측전전두엽 중 자기 자신을 생각할 때 활성화되는 부분을 관찰하는데, 놀랍게도 자녀를 생각할 때도 똑같은 부위가 활성화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엄마는 자녀와 자기 자신을 동일하게 여겼던 것이다. 엄마의 뇌는, '내가 아이고, 아이가 바로 나'라고 외친다.

호모 사피엔스가 자손을 보호하기 위해 선택한 '동일시' 전략이 카톡 프로필까지 온 건 아닐까? 김태희는 아름답지만 동일시 대상은 아니다. 그러나 눈도 못 뜬 갓난쟁이가 배냇짓 하는 사진은 본능에 가깝게 엄마 카톡 프로필로 낙점된다.

출산 전후 달라진 모습, 그리고 자녀 동일시. 카카오톡 친구 목록을 훑다보면, 친구의 실물보다 아이 사진을 더 많이 볼 수 있는 까닭인 것이다.

아이의 독립, 부모의 짝사랑을 알리는 서막

아이가 자라면서 슬슬 다른 고민이 생겼다. 아기들은 만 1세가 지나야 자아를 형성한다. 재밌는 건 태어난 지 1년이 안 되었을 무렵에는 아기도 엄마를 동일시한다. 그 전까지는 엄마와 자신을 분리하지 못 한다. 물리적 탯줄은 출산할 때 떨어졌지만, 심리적 탯줄은 자아 형성 전까지 이어진다. 엄마가 슬프면 아기도 슬프고, 엄마가 행복하면 그게 아기의 기분이 된다.

안타깝게도 엄마와 아이가 서로를 동일시하는 양방향 사랑은 길게 가지 못 했다. 큰 아이가 자라면서 자아를 뚜렷하게 드러냈기 때문이다. 엄마와 분리되는 신호였다. 18개월 즈음 "아니", "싫어"를 재미 삼아 말하더니, 두 돌을 넘기자 개성이 강해졌다.

촉촉한 밀가루 음식을 고집하고, 핑크퐁과 뽀로로가 아니면 그 누구도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게 됐다. 화사한 공주 원피스를 입히면 싫다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 무엇보다도 치명적인 건 아이가 원할 때만 카메라를 들 수 있게 되었다.

"엄마, 사진 찍지마!"

이불로 드레스를 만들어 입길래 귀여워 카메라를 들었더니, 단칼에 거부했다. 한참 재밌게 노는데 찬물을 끼얹는다 여기는 모양이었다.

엄마의 뇌는 '내 딸이 바로 나'라며 여전히 동일시하지만, 딸은 엄마와 자신을 분리할 수 있을만큼 자랐다. 영원한 짝사랑의 서막이었다.

반면 아이가 큰만큼, 엄마도 여유가 생겼다. 육아에만 전념하다가, 스스로를 위한 시간을 갖게 됐다. '24개월 아기 반찬'을 검색했던 과거를 청산하고, 대신 좋아하는 책을 들었다. 아이 여름 옷을 고민하던 시간을 줄이고, 간만에 부부의 옷을 마련했다. 딸도 자아를 찾고, 엄마도 자아를 되찾았다.

모녀가 차츰 독립하면서 카톡 프로필도 조금씩 달라졌다. 남편과 둘이 찍은 사진, 선물 받은 홍삼, 애정하는 책을 들고 바다 배경으로 찍은 독사진, 그리고 큰 딸의 뒷모습(아이의 정면 사진을 올리려니 조금 망설이게 됐다). 엄마에게서 차츰 독립해가는 아이 사진을 쓴다는 게 마음에 걸린다. 딸이 곧 내가 아님을 의식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아이의 뒷모습. 아이의 독립과 엄마의 짝사랑 사이, 나름의 절충안이다.
 아이의 뒷모습. 아이의 독립과 엄마의 짝사랑 사이, 나름의 절충안이다.
ⓒ 최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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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여전히 딸 사진을 프로필로 쓰고 싶다. 행복한 미소 짓는 딸의 모습을, 카톡 프로필로 설정해서 틈틈이 안구정화도 하고, 다른 이들에게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사랑에 빠져 들뜬 이 마음을 진정해야, 아이도 부모도 온전한 자기 삶을 살 수 있다. 그러니 아쉬운 대로 딸의 뒷모습을 프로필에 올린다.

부모의 카톡 프로필에는 부모와 아이의 건강한 독립 과정과 자식을 향한 영원한 짝사랑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며칠 전, 후배의 카톡 프로필에 강가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는 아들 사진이 올라왔다. 아마 후배도 독립과 짝사랑 사이를 헤매던 중이 아니었을까. 연인들이 서로의 사진을 프로필로 걸기도 하다가, 본인 모습을 올리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집착과 동일시 그리고 사랑. 아이를 키우는 것이 건강한 독립을 지원하는 과정임을 알면서도 프로필 사진으로 쓸 아이 사진을 고르는 내가 가끔 혼란스럽다. 어쩌겠는가. 우리가 수만년 동안 유지해온 삶의 방식이 그렇다는데. 카카오톡 친구 목록을 내려 보며 생각한다.

그래도 요즘 같은 저출산 시대에 아이 얼굴 바라보며 꿋꿋이 삶을 살아내는 부모들을 응원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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