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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드킬 당한 수달 뒤로 자동차가 지나가고 있다 .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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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은 참 끔찍했다. 수달이 도로에 쓰러져있는 모습은 차마 눈뜨고 보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차들은 무심하고 빠르게 주변을 지나가고 있었다. 물에서 나온지 얼마되지 않은 듯 아직 털이 젖어있었다. 지난 5일 10시 수침교 아래에서 참변을 당한 수달의 모습은 그랬다.

108개의 하천이 연결되어 있는 대전은 수달이 살기 참 좋은 곳이다. 150만 시민이 살다보니 시민들은 종종 하천에서 서식하는 수달을 목격한다. 사람의 눈을 피해 활동하기 어려운 환경인 것이다. 많은 하천의 수만 본다면 수달에게 살기 괜찮은 환경이지만, 사람과 함께 살기엔 여건이 그리 좋지 않다.

최악은 하천 제방마다 설치돼 있는 도로다. 수달의 경우 활동성이 매우 큰 종이다. 자신의 영역권을 약 7km~15km까지 가지고 살아간다고 한다. 이렇게 살아가는 수달에게 천변의 도로는 늘 위험 요인이 될 수 밖에 없다. 도시 하천에 살아가는 수달의 업보일까?

이런 업보라며 단순히 넘어가기에 사고 현장은 너무 참담했다. 하천 둔치에 만들어진 도로에서 변을 당했다. 둔치에까지 도로를 만들면서 일어난 사고다. 둔치에 도로만 없었어도 일어나지 않을 사고였다. 이런 구조라면 수달의 로드킬 사고는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수달은 이미 2002년에도 침산동에서 로드킬 당한 적이 있다. 언론에 보도되지는 않았지만 갑천변에서도 수달의 로드킬을 제보받은 적이 있다. 수달의 로드킬은 종종 발생하는 일이다. 특히 수달의 경우 영역권이 넓어 이동 반경이 크기 때문에 하천변의 도로에서 로드킬의 발생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있다.

안 그래도 멸종위기종인데... 유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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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달이 로드킬 당한 모습과 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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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한대로 대전에는 하천이 많아 시민들에 의해 수달이 자주 목격된다. 필자도 여러건의 제보를 받았다. 하지만, 이런 수달이 대전의 생태계에 어떻게 서식하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실제 서식하는 개체수나 이동 경로 등등 다양한 자료들을 조사할 수 있지만, 제대로 확인한 적은 없다. 자주 목격되지만 서식 영역권이 넓기 때문에 대전에 서식하는 실제 수달 개체 수는 매우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달은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종이며 문화재청 천연기념물 330호로 등재돼 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서는 수달을 위기근접종으로 분류하고 있다.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는 이미 수달이 멸종했다. 생태계에서 매우 귀한 대접을 받고있는 종의 서식조사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것이 매우 유감이다.

이런 조사를 토대로 수달의 서식처 보호가 가능할 것이다. 서식처의 상태와 내용을 파악할 경우 수달의 보호 가능성은 높아진다. 최근 네비게이션에서 수달의 로드킬을 안내하는 등의 노력도 있었다. 로드킬을 막는 것과 더불어 서식처의 보전도 진행할 수 있다. 이번 수달의 로드킬을 통해 서식처 조사와 보호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더불어 이렇게 로드킬 당한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은 수거되어 소각되거나 매립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전에는 국립중앙과학관과 천연기념물센터가 위치해 있다. 두 기관과 협조하여 사체의 상태를 판단하고 이를 문화재나 생태계 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의 죽음을 기록하고 알리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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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드킬이 발생한 유등천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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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대전, #수달, #로드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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