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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나무조차 말라 죽은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의 '채무제로 기념식수 표지석' 처리를 두고 논란인 가운데, 옛 진주의료원 폐업과 무상급식 중단 사태 때 투쟁했던 경남 시민들은 어떤 생각일까?

자유한국당 대표를 지낸 홍 전 지사는 2012년 12월 보궐선거에 당선해 취임했고, 이듬해 103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진주의료원을 폐업했으며, 2015년 무상급식 지원 예산을 끊었다.

경남시민들은 끈질기게 투쟁했다. 시민들은 '서부경남공공병원설립을 위한 도민운동본부'를 결성해 지금도 투쟁하고 있다. 진주의료원 폐업 반대 투쟁했던 박석용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진주의료원지부장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대표 등 5명이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받기도 했다.

또 무상급식 중단에 반대하고 '주민소환' 서명운동 등과 관련해 학부모를 비롯한 시민들이 구속되거나 벌금형을 받기도 했다.

홍 전 지사는 2016년 6월 1일 '채무제로'를 선언하고 경남도청 정문 화단에 기념식수했다. 처음에는 기념식수로 사과나무를 심었는데 말라 죽어가자 이식했고, 그 뒤 '주목'으로 바꿔 심었지만 역시 살지 못하고 다른 '주목'으로 바꾸었다.

'주목'이 올해 봄부터 시들시들해진 것이다. 경남도는 지난 6월 27일 죽은 나무를 철거했지만 "채무제로 기념식수, 2016년 6월 1일, 경상남도지사 홍준표"라고 적힌 표지석은 그대로 두었다.

'적폐청산과 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는 다음 날 표지석을 땅 속에 묻었고, 경남도는 6월 29일 복구했으며 죽은 나무가 있던 자리에는 꽃밭을 조성해 놓았다.

적폐청산과 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는 표지석을 없앨 것을 경남도에 요구하고 있다. 진주의료원과 무상급식 투쟁을 했던 관련자들은 대체적으로 표지석을 없애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경남도청 정문 화단에 있는 홍준표 전 경남지사의 '채무제로 기념식수' 표지석.
 경남도청 정문 화단에 있는 홍준표 전 경남지사의 '채무제로 기념식수' 표지석.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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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더 이상 채무제로는 기념할 일이 아니다"


'진주의료원 재개원의 희망'을 놓지 않고 있는 박석용 지부장은 "홍준표 생각만 하면 울분만 치민다. 비록 죽은 나무지만 철거했다는 소식에 속이 다 시원했다"며 "그러나 표지석을 그대로 두었다고 하는데, 절대 안 된다.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채무제로'라는 그 자체가 거북했고, 기념식수는 더 와닿지 않았다"며 "도민들을 위해 써야 할 예산을 다 쓰면서도 허투루 쓰지 않고 절약해서 채무제로가 되었다면 칭찬받을 일일지 모르지만, 홍 전 지사는 마음에 드는 시장이나 군수는 사업을 도와주고 마음에 안 들면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공로가 있으면 도민들이 세워야지, 채무제로 기념식수는 자기 자랑을 한 것이다"며 "채무제로 기념식수는 도민들한테 마음의 상처를 안겨 주었고, 채무제로라는 말이 나올 때부터 기분이 나빴다"고 했다.

박 지부장은 "새 도지사가 홍 전 지사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은 도민들의 마음을 치유해 주어야 한다. 표지석을 없애는 게 바로 그것이다"며 "더 이상 지탄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강수동 서부경남공공병원설립을위한 도민운동본부 공동대표는 "표지석이 도청 예산으로 만든 공공기물은 맞는데, 아무리 공공기물이라도 도민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있기에 그대로 둘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표지석은 당연히 치워야 한다. 그것도 경남도청 정문 화단에 있다는 게 더 맞지 않다"며 "김경수 도지사는 홍 전 지사의 상징물을 도민들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치워야 한다. 이제 더 이상 채무제로는 기념할 일이 아니다"고 했다.

'무상급식 중단 반대'와 '주민소환 운동'을 벌였던 강성진 친환경무상급식지키기 경남운동본부(홍준표주민소환운동본부) 상임집행위원장은 "무상급식 중단으로 학생과 학부모들이 굉장히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에는 경찰서 언저리에도 가보지 않았던 학부모와 시민들이 조사를 당하고 심지어 구속되기도 했다. 그 시발은 무상급식 중단에서 비롯되었다"며 "시민들은 채무제로라는 말만 듣거나 표지석을 볼 때마다 당시 아픔이 생각난다. 당연히 표지석을 없애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표지석을 그대로 두자는 의견도 있다. 무상급식 투쟁을 했던 한 학부모는 "개인적인 생각에, 죽은 나무를 치우는 건 당연하다"며 "이제는 순수한 채무제로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도민들은 안다. 그래서 표지석은 그대로 둬도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적폐청산과 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는 지난 7월 3일 기자회견을 열어, 김경수 도지사한테 표지석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묻는 공개질의를 했다.


태그:#김경수, #홍준표, #채무제로, #표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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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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