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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현직 시의원이 언론을 통해 제기한 공천 헌금 의혹 사건의 진상 규명 작업이 1주일째 감감 무소속이다. 민주당 박금순 전 의원은 지난달 27일 <충청투데이> 인터뷰를 통해 같은 당 임기중 도의원에게 2000만원을 건네줬다가 되돌려 받았다고 폭로했다. 반면 임 도의원은 "공천 헌금이 아니라 정치 후원금이었고 즉각 되돌려줬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첫 보도 이후 의혹 당사자인 두 사람은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추가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경찰대로, 민주당 도당은 도당대로 "당사자들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진상규명 작업에 손을 놓고 있다. 박금순-임기중 공천헌금 의혹 사건을 재정리해 본다.... 기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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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7일자 <충청투데이> 신문에 "민주당 충북도당 '공천헌금' 논란…청주시의원 후보 양심 고백"이란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A 시의원이 지난 4월 민주당 도당위원장 최측근으로 알려진 B 시의원에게 공천 로비 목적으로 현금 2000만원과 양주를 전달했다가 6일만에 되돌려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이니셜로 보도된 A 시의원은 박금순 전 청주시의원, B 시의원은 6.13 지방선거에서 도의원에 당선된 임기중 전 시의원이었다.

박 전 시의원의 진술을 토대로 한 신문기사는 구체적인 현금 전달 시점을 4월 16일로 못 박았다. 이날 청주 율량동 민주당 충북도당 사무실 인근 차량 안에서 임 도의원(당시 시의원)에게 현금 2000만원과 양주 1병을 전달했다는 것.

하지만 3일 뒤 만난 임 도의원이 "다면평가에서 평점이 나빠서 곤란하다. 그래서 자금을 전달하지 못했으니 다시 가져가라"고 말했다는 것. 이에 대해 박 전 시의원은 "이미 내 손을 떠난 돈"이라며 거부의사를 밝히고 자리를 떴다. 이후 3일 뒤인 22일 청주 옥산농협 주차장에서 다시 만났고 2000만원과 양주를 되돌려 받았다는 것.

이에 대해 임 도의원은 "(박 전 시의원이) 도당위원장에게 가서 사정을 해 보라고 말은 했다. 그러면서 정치 후원금 형식으로 본인 스스로 가져온 돈일 뿐이다. 공천장사는 아니고 박 전 시의원이 순수한 마음으로 부탁을 했고 나도 도와주려 했으나 일이 잘 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2000만원 제공, 자발성 여부 관건

결국 이번 사건은 2000만원 돈의 성격과 자발성 여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공천을 청탁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정치후원금이 아닌 부정한 공천헌금으로 볼 수 있다. 당원은 소속당에 특별당비 형식의 정치 후원금을 낼 수 있다.

하지만 박 전 시의원은 도당 위원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임 도의원을 통해 돈을 전달한 것이다. 이같은 의문에 답해야 할 당사자인 임기중 도의원은 보도 직후 자신의 휴대폰을 끈 채 스스로 외부와 단절됐다. 지난 3일 민주당 도의회 의장 후보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만난 취재진에게도 "돈은 받았지만 돌려줬고 내가 돈을 요구한 적이 없다"는 짤막한 대답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박 전 시의원은 공천청탁(?) 목적의 2000만원을 자발적으로 준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박 전 시의원은 <충청투데이> 인터뷰에서 "(4월 들어) 임 도의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사천동 인근 한 식당에서 '최대한 돕겠다. 2000만~3000만원이 필요할 것 같다'고 자금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MBC충북은 지난달 27일 보도에서 "(임 도의원이) 농담으로 정치후원금 이야기를 했는데 실제로 돈을 줘 돌려줬을 뿐 공천과 연관성이 없다고 충북도당 관계자를 통해 해명했다"고 했다. 보도한 대로 '농담으로'라도 정치후원금 얘기를 했다면 결국 임 도의원이 금품제공을 요청한 모양새가 될 수 있다.

더구나 박 전 시의원이 건네줄 당시엔 5만원권 100장 4묶음을 고무줄로 묶어 비닐 봉투에 담아 전달했는데 회수된 2000만원은 깔끔한 흰 봉투 4묶음으로 나눠 돌아왔다는 것. '농담'을 통해 전해받은 돈을 굳이 흰봉투에 옮겨담아 전달한 점도 일반의 상식과 부합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임 도의원은 <충청투데이> 인터뷰에서 "박 전 시의원에게 돈을 다시 가져가라고 했지만 가져가지 않아 깨끗한 봉투에 담아 정리해서 되돌려 줬다"고 해명했다.

취재진은 지난 3일 오전 청주 강내면에 위치한 박 전 시의원 자택을 무작정 방문했다. 예상대로 박 전 시의원의 모습은 집안에서 보이지 않았고 남편과 잠시 대화를 나눴다. 이번 사건을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됐다'고 운을 뗀 남편은 "우리 식구가 집에서도 틈만 나면 자료 공부하고 4년간 5번 시정질문을 했다. 그런데 4인 선거구에 2명만 공천했고 한명은 4년간 시정질문 한번 안 한 사람이었다. 그 사람이 공천 결과에 얼마나 화가 났으면 그리 했겠는가?"고 반문했다.

박 전 시의원은 5만원권 100장 4묶음을 고무줄로 묶어 비닐 봉투속에 담아 전달했으나 돌려받을 때는 흰봉투에 담겨있었다고 주장했다./ 제공=충청투데이
 박 전 시의원은 5만원권 100장 4묶음을 고무줄로 묶어 비닐 봉투속에 담아 전달했으나 돌려받을 때는 흰봉투에 담겨있었다고 주장했다./ 제공=충청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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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금순씨 측 "공천 자체가 의문"

한편 박 전 시의원의 공천헌금 폭로보도 직후인 지난달 29일 변호사 사무실에 동행했던 지인 Q씨도 만났다. Q씨는 "박 전 시의원이 5월 19일 민주당 중앙당 앞에서 1인 시위할 때 돈봉투 사진과 임기중 도의원과의 대화 녹취 내용 등을 담당부서에 전달했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즉각 사실조사를 하고 임 도의원의 공천여부를 재심사했어야 했다. 하지만 박 전 시의원의 공천탈락 재심요청이 묵살되고 선거가 끝난 뒤에도 아무런 사후조치가 없자 언론에 내용을 알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도당 측은 "박 전 시의원은 공천탈락되자 지속적으로 불만을 제기했지만 공천헌금 얘기는 이번에 처음 나온 말이다. 중앙당이나 도당에 어떤 증거자료도 제출한 적이 없다. 결국 두 사람간에 주고받고 끝난 상황인 셈이다. 일단 당 차원의 조사를 하기 위해 양측에 모두 연락을 취했지만 전화통화가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충청투데이> 폭로 보도 직후 박 전 시의원·임 도의원을 함께 만났다는 민주당 원로 A씨의 주장은 또 달랐다. A씨는 "두 사람을 다 잘 알기 때문에 사태수습을 위해 불러 만났다. 얘길 들어보니 임 도의원이 인간적으로 박 전 시의원의 공천을 돕고 싶었고 그래서 2000만원을 특별당비(후원금) 형식으로 도당에 전달하려 한 것 같다. 그런데 도당에서 '지금같은 선거 시점에 그런 돈을 어떻게 받느냐'고 거부해서 다시 박 전 시의원에게 돌려줬다는 것이다. 항간에 얘기하는 공천거래나 공천헌금하고는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A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민주당 도당에서는 4월 당시부터 박 전 시의원의 돈 2000만원에 대한 존재를 알고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외부에는 '두 사람간의 문제'라고 선을 긋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 도당 유재구 사무처장은 "그 당시 난 휴가 중이었기 때문에 임 도의원으로부터 특별당비 얘기를 들은 바가 없다. 오늘(3일) 중앙당 윤리심판원이 내려왔기 때문에 서둘러 내부 진상규명 작업을 마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역 정치권 모인사는 "공직 선거법상 공천 관련 금품수수는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준 쪽과 받은 쪽 모두 기소될 수 있는 상황에서 양쪽 모두 외부연락을 끊고 있다. 당에서는 개인문제로 선을 긋고 두 사람은 함구한다면 결국 사건화를 막고 유야무야 넘기려는 의도로 보인다. 공개된 의혹사안인 만큼 재발방지를 위해서도 당국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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