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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대한항공직원연대 4차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지난 5월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대한항공직원연대 4차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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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직원연대(아래 직원연대)에 소속된 직원들이 회사로부터 인사 불이익을 당했다는 폭로가 터져 나왔다. 대한항공 측은 "특정 직원을 찍어서 인사를 내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오마이뉴스>는 수도권에서 근무하다가 갑작스레 부산·제주 등으로 발령이 났다는 대한항공 직원 세 명을 지난 6월 27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들은 "회사가 사전 논의도 없이 기존 근무지에서 먼 지역으로 발령을 냈으며, 관리자들도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세 사람의 공통점은 참여 시기는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 직원연대에서 운영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최근 회사 측에서 여러 차례 인사명령을 냈지만 그 중 근무지를 멀리 옮기는 경우는 드물었고, 그 드문 경우 중의 대부분이 직원연대 소속 직원이라고 지적했다.

직원연대는 이른바 '조현민 물세례 사건' 이후 지금도 현재진행형인 '대한항공 사태' 과정에서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그 동안 익명채팅방 개설, 언론 제보, 집회, 게릴라 홍보 등의 활동을 벌여온 직원연대는 최근 새노조 설립을 공표한 바 있다.

이 세 직원의 폭로는 직원연대 설립 후 터져 나온 최초 불이익 사례다.

"80대 부모님 두고 홀로 짐 싸야"

 대한항공직원연대 회원들이 지난달 1일 오후 서울 홍대입구역 부근에서 갑질근절 문화캠페인 게릴라 홍보를 하고 있다.  브이포벤데타 가면을 쓴 직원들이 갑질근절 스티커, 배지, 네임태그 등을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대한항공직원연대 회원들이 지난달 1일 오후 서울 홍대입구역 부근에서 갑질근절 문화캠페인 게릴라 홍보를 하고 있다. 브이포벤데타 가면을 쓴 직원들이 갑질근절 스티커, 배지, 네임태그 등을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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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지난 6월 20일 이후 직원연대 소속 직원 네 명에게 부당한 인사명령이 났다"고 토로했다. 세 명은 부산·제주로 아예 전보 발령이 났고, 나머지 한 명은 장기 출장 형태로 부산에 가게 됐다. 직원연대에서 운영위원 등으로 활동하는 인원은 15~20명 정도다.

<오마이뉴스>가 만난 이들은 부산·제주로 아예 전보 명령이 난 세 사람이다. 50대 정비사인 A씨는 입사 이래 수도권에서 근무했으나, 부산의 정비공장으로 발령이 났다. 같은 정비사인 40대 후반 B씨는 인천에서 제주로 근무지를 옮겨야 할 처지에 놓였다. 역시 정비사인 40대 중반 C씨는 김포에서 부산으로 가게 됐다.

세 사람은 모두 서울·인천·김포 등 수도권에 살고 있으며, 아내와 두 명 혹은 세 명의 자녀를 두고 있었다. 또 A씨와 B씨는 80대 부모님을 봉양하고 있었으며, 인사명령 사실을 가족들에게 제대로 알리지도 못한 상황이었다.

A씨는 "사전에 (전보 의향과 관련해) 어느 누구도 물어본 적도 없었는데 갑자기 인사명령이 났다"며 "(인사명령이 있던 날이) 휴무여서 쉬고 있었는데 직장 동료들이 전화가 와 (인사명령 사실을) 알게 됐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후) 잠도 못 잤고,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있다"라며 "집사람은 직장에 다니고, 아이들도 학교에 다니고 있어서 혼자 부산에 내려가야 하는 상황인데 막막하다, 정신을 추슬러야 하는데 잘 안 된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C씨도 "야근 전에 잠깐 수면하는 시간이 있어서 자고 일어났는데, (인사명령과 관련해 묻는) 문자와 전화가 엄청 와 있었다"라며 "(그날 인사명령엔) 제 이름 하나만 딱 떠있는데 참으로 답답했다"라고 떠올렸다. 이어 "(직속) 관리자에게 전화해서 물어보니 '몰랐다'고 답했고, 부산 쪽에 물어보니 '(사람을 내려보내 달라고) 요구한 적은 없다'고 하더라"라며 "(통상 장거리 인사명령 계획이 있으면) 미리 지원자를 모집하고, 지원자가 없으면 미리 설득하는 절차를 거친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혀 그런 과정 없이 덜컥 인사명령을 냈다"라고 지적했다.

B씨는 "얼마 전 팀장이 면담을 하자면서 '제주에 내려가라'고 통보하더라, 유배나 다름 없기 때문에 저는 '죽어도 못 간다'라고 말했다"라며 "그런데 이틀 뒤에 제주로 발령을 내더라, 아내와 아이들, 부모님을 두고 당장 짐 싸서 내려가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털어놨다.

"두렵지만... 대한항공 직원들, 힘 모아달라"


 지난 5월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대한항공직원연대 4차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지난 5월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대한항공직원연대 4차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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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은 회사가 거듭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직원연대 활동에 나섰다고 밝혔다. A씨는 "그 동안 직원들이 총수 일가로부터 많은 위압감을 느끼고 있었다"라며 "그 와중에 익명채팅방이 만들어지는 등 직원들의 움직임이 있었고 나도 거기에 호응했다"라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처음엔 대체로 지켜보는 사람 입장에 서 있었지만 직원연대가 약간의 혼란을 겪으면서 '누군가는 나서서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지금 상황까지 왔다"라며 "현 노조로부터 직원들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호망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직원연대가 주최한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는 C씨는 "이번 인사명령 전부터 회사가 (저를) 압박하려는 낌새를 느꼈다"라고 증언하기도 했다. 그는 "1차 집회가 끝난 후 팀장이 '티타임을 하자'며 나를 부르더라"라며 "겉으론 '요즘 힘들지 않냐', '힘들면 나한테 말하라' 등의 이야기를 꺼냈지만 그때 티타임에 불려간 직원 여러 명이 모두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이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블라인드(익명 기반 직장인 어플리케이션)에 제 신체 특징을 이야기하며 댓글을 다는 사람도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세 사람은 모두 이번 인사발령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B씨는 "지금은 통상적인 인사 시즌이 아니다"라며 "더러 비정기적인 인사가 나더라도 지원을 받거나, 어쩔 수 없이 가야 한다면 형식적으로라도 설득한 후 내려보낸다"라고 강조했다. A씨는 "(이렇게 갑작스레 타지로 보내는 게) 매우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에, 인사명령이 났을 때 부서에 난리가 났다"라며 "다들 우왕좌왕했고, 많은 직원들에게 '이렇게 인사발령을 내는 경우가 어딨냐'며 전화가 많이 왔다"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인터뷰를 진행하는 와중에도 "두렵다"라고 말했다. 인터뷰 내용이 기사화된다면, 결국 자신들의 신분을 회사에 더 드러내는 셈이기 때문이다. C씨는 "누군가는 총대를 메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무서워서 매분 매초 고민이 된다"라고, B씨도 "우리가 이러다가 독박을 쓰는 것 아닌지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세 사람의 결론은 "직원 모두가 힘을 모아달라"는 것이었다. A씨는 "여태까지 이렇게 나서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회사가 가라고 하면 가는 거였고, '안 간다, 못 간다' 하다가도 결국 가야만 하는 상황이 반복됐다"라며 "이젠 더 이상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B씨는 "어떻게 해서든 저희도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우린 불이익을 당했지만 직원들이 우리에게 힘을 모아줬으면 좋겠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대한항공 "직원연대 소속 직원, 누군지 몰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전경.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전경.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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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대한항공 관계자는 3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인사발령이란 게 사람이 부족하면 조건에 맞는 사람을 보내는 게 일반적인 프로세스다"라며 "수천명 정비사들의 인사명령은 일상적으로 있다, 특정 직원을 찍어서 발령을 내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회사 차원에서도 직원연대에 소속된 직원을 파악하고 있지 않다, (직원연대가) 익명을 기반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파악할 수 없다"라며 "요즘 사태가 이렇다 보니 해당 직원들이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한항공은 해외, 지방에 지점이 다 흩어져 있다, 어차피 누구든 순환근무를 해야 한다"라며 "(최근 대한항공 전체적으로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 굳이 문제를 불러일으킬 만한 인사를 할 이유도 없다"라고 해명했다. 또 "해당 직원들이 정말 불만이라면 면담을 통해 원복을 시킬 수도 있다, 오해를 풀고 싶다"라고 말했다.

20년 전 떠올리며 눈물... "파킨슨병 아버지 임종도 못 지켜"
20년 이상 대한항공에 다닌 복수의 직원들은 "이러한 인사발령 사례가 예전부터 여러 차례 있어왔다"고 전했다. <오마이뉴스>는 과거 비슷한 사례를 경험한 정비사 D씨를 지난 6월 29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1990년대 후반 노조 민주화를 위해 활동했고, 실제로 노조위원장 선거에 나가기도 했다"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D씨는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떨어진 후, 이듬해 3월 부산에서 대전으로 발령이 났다"라며 "정비사인데 연구소인 항공기술연구원으로 보내더라, 가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라고 떠올렸다.

그는 "가서 문서수발하고, 책상을 지키고 앉아 있는 게 전부였다"라며 "부산에 살면서 파킨슨병을 6~7년 앓았던 아버지를 모시고 있었는데 그냥 두고 대전으로 올라가야 했다, 결국 아버지 임종도 못 지켰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후엔 조용히 지내고 있다, 언론에 나오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던 D씨는 "최근 몇 사람을 대상으로 부당하게 인사명령이 난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인터뷰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늘 근무했던 근거지에서 다른 지역으로 가야 한다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다"라며 "직원연대에서 열심히 활동했던 분이라고 하는데, 결국 (회사가) 그들을 찍어놓고 인사명령 낸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현민 물세례 사건 이후 사태를 지켜보며 이번엔 좀 변할 걸로 생각했다"라며 "하지만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상황이다, 부당하게 인사명령이 난 그 사람들을 위해 많은 분들이 도와줬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대한항공 측은 3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직원이 어떤 활동을 한다고 해서 그 사람을 찍어 발령을 냈다는 근거는 지금까지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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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선악의 저편을 바라봅니다. extremes88@ohmynews.com